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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문화인물 / 정부인 장계향
문화관광부는 조선중기 시문과 서·화에 능할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임으로써 후세에 위대한 어머니상으로 추앙 받은 정부인 안동장씨(貞夫人 安東張氏 : 1598∼1680)를 1999년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하였다. 여성이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은 신사임당에 이어 두 번째이다.
▲ 정부인 안동장씨 계향
정부인 장씨는 안동 서후면(西後面) 금계리(金溪里)에서 1598년(선조 31년)에 태어났다. 이름은 장계향이다. 아버지는 참봉(參奉)을 지내고 향리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성리학자 경당(敬堂) 장흥효(張興孝)이고, 어머니는 첨지(僉知) 권사온(權士溫)의 딸이다. 19세에 출가하여 재령(載寧) 이씨인 석계(石溪) 이시명(李時明)의 계실(繼室)이 되었다. 이시명은 전실(前室) 김씨로부터 1남[상일(尙逸)] 1녀를 얻었으며, 둘째 부인 장씨로부터 6남[휘일(徽逸), 현일(玄逸), 숭일(嵩逸), 정일(靖逸), 융일(隆逸), 운일(雲逸)] 2녀를 두었다. 장씨 부인은 7남 3녀를 훌륭히 양육하였던 것이다.
▲ 정부인 장씨가 쓴 음식다미방 표지(우)와 첫쪽(좌)
셋째 아들 현일(玄逸)이 쓴 광지(壙誌) (1844년에 간행된 <貞夫人安東張氏實紀>에 수록)와 한글로 번역한 장씨 부인의 실기(實紀)에는 부인의 여러 가지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회임(懷妊)함에 언행을 옛 법도대로 하였고, 자애로움과 엄격함으로 자녀들을 훈도하였으며, 서화와 문장에 뛰어나 훌륭한 필적(筆跡)을 남기기도 하였다.
흉년 기근으로 민생이 참혹할 때 기민(饑民)의 구휼에 정성을 다하니 사방에서 모여든 행인이 집 안팎을 메워 솥을 밖에 걸어 놓고 죽과 밥을 지어 사람들을 먹이기도 하였다. 의지 없는 늙은이를 돌보아 먹이고, 고아를 데려다가 가르치고 길러 성취(成娶)시키는 등 인덕(仁德)과 명망(名望)이 자자(藉藉)하였다. 부인의 평생 쌓은 유덕(有德)이 이러하기에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지성으로 축수하여 아무려나 이 아기시님 수복 무강하옵소서. 우리 몸이 죽어 귀신이 되어도 이 은덕을 한 번 갚기 소원이라 하였다. 친정 부모와 시가 부모를 모시고 봉양함이 극진하여 몸소 효의 전범을 보이시니 그 아래에서 훈육된 자녀들 또한 효성이 지극하였다.
▲ 정부인 장씨 시비 (안동시 안동댐)
만년에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葛庵 李玄逸)이 대학자이자 국가적 지도자에게만 부여하는 산림(山林)으로 불림을 받아서 이조판서를 지냈으므로, 법전에 따라 정부인의 품계가 내려졌다. 이 때부터 '정부인 장씨'라 불리게 되었다.
장씨 부인의 행실과 덕이 이렇게 높고 83세에 이르기까지 자녀 훈도(訓導)에 힘을 쏟으니 이로부터 재령 이씨 가문은 더욱 크게 일어나 훌륭한 학자와 명망 있는 동량(棟樑)들이 대대로 배출되었다. 부인은 1680년(숙종 6년)에 83세를 일기로 향년(享年)을 마치었다. 장씨 부인이 생애의 말년을 보냈던 집은 현재 영양군(英陽郡) 석보면(石保面) 원리동(院里洞)의 두들마을에 있고, 부인의 묘소는 안동시 서후면 수동(壽洞)에 있다.
▲ 정부인 장씨 묘소(안동시 서후면)
정부인 장계향 年譜
1610년(13세) 학발시, 경신음, 성인음, 소소음 등을 짓다.
1615년(18세) 어머니가 장질부사로 몸져눕자 집안 일을 맡다.
1616년(19세) 영해 인량리 재령이씨 운악 이함 선생의삼남 석계 이시명 선생에게 출가하다.
1622년(25세) 친정 모친 권씨부인 별세.
1631년(34세) 석계종택을 영양군 석보면 원리동으로 이주.
1633년(36세) 시아버지 별세, 친정 부친 경당 선생 별세.
1642년(45세) 7남 3녀를 훌륭히 성장시켰으며, 7남을 세칭 칠현자로 칭송받도록 했다.
1644년(47세) 시어머니 증정부인 진성이씨 별세.
1652년(55세) 병자국치를 슬퍼하며 영양군 수비로 이거.
1664년(67세) 신급(벽계 이은), 성급(밀암 이재)에게 학문을 권려하는 오언시를 써주다.
1670년(73세) 희우희를 씀. 그 당시의 넉넉하고 평온했던 심정이 드러난다.
1672년(75세) 조선조 전통음식 요리서인 규곤시의방 저술.
1673년(76세) 안동부 대명동(풍산읍 수곡리)로 이거, 부군 석계 선생 별세(84세).
1680년(83세) 7월 7일 영해부 석보에서 별세.
1689년 8월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李玄逸)로 인해 정부인 교지 받다.
▲ 정부인 장씨가 만년에 생애를 보냈던 두들마을(경북 영양)
광풍정(光風亭-경북 문화재자료 322호) : 1630년대에 장씨부인의 부친 장흥효(張興孝, 1564~1633) 선생이 지은 정자로,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있다. 현재 정자의 모습은 헌종 4년(1838)에 이 지역의 유림들이 고쳐 지은 것으로, 규모는 앞면 3칸, 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 지붕으로 되어있다. 광풍정 뒤에 자연 암벽으로 제월대(霽月臺)가 있다. 제월이란 광풍제월(光風霽月)의 줄인 말로써 부단한 자기 수양을 통해 본래의 깨끗한 마음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정부인 장씨가 만년에 생애를 보냈던 두들마을(경북 영양)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 1670년(현종 11년)경에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安東 張氏)가 쓴 조리서이다.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며,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궁체로 쓰인 필사본으로, 표지에는 '규곤시의방(閨 是議方)'이라 이름 붙여졌으며, 내용 첫머리에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 써있다. 음식디미방은 한자로 飮食知味方인데, 그중 '디'는 알 지(知)의 옛말이며,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17세기 중엽 한국인들의 식생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귀중한 문헌으로, 현재 원본은 경북대학교 도서관에서 소장 중이다.
▲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비(경북 영양)
정부인의 한시 감상 : 정부인 장씨의 작품은 정부인장씨실기(貞夫人張氏實紀)에 9수, 규호시의방(閨壺是議方)의 말미에 수록된 한 수 등 10수가 전한다. 비록 그녀가 남긴 시가 10수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유교적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애와 철학관을 담긴 인격미가 선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정부인은 어려서부터 총명했을 뿐만 아니라 유가에서 추구하는 수신과 체득의 원리를 강조하는 시를 남겼다. 이러한 사유를 반영한 작품이 12세에 창작했다는 [경신음]·[성인음]·[소소음]이다. 12세의 여아에게서 이러한 시가 창작되어졌다는 점은 매우 주목된다.
▲ 정부임 장씨의 부친 장흥효 선생이 지은 광풍정(안동시 서후면)
<敬身吟>(몸가짐을 다짐함)
身是父母身 이 몸은 바로 어버이 몸이니
敢不敬此身 어찌 이 몸 조심하지 않으랴
此身如可辱이 몸을 욕되게 한다면
乃是辱親身이는 어버이 몸 욕되게 함이거늘
<聖人吟>(성현의 말씀으로 수양을 다짐함)
不生聖人時 성인이 살던 때 태어나지 못해
不見聖人面 성인의 모습 뵈옵지 못해도
聖人言可聞 성인의 말씀 들을 수 있고
聖人心可見 성인의 마음도 볼 수 있어라
<蕭蕭吟>(비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합일을 추구하는 思惟를 읊음)
窓外雨蕭蕭 창밖에 소록소록 비 내리는 소리
蕭簫聲自然 이 빗소리는 자연의 소리
我聞自然聲 자연스러운 빗소리 듣노라면
我心亦自然 제 마음도 자연스러워지는구나
<鶴髮詩 三章>
鶴髮臥病하얀 백발 되어 병에 지쳐 누웠는데
行子萬里자식은 만리 밖에 있구나
行子萬里자식이 만리 밖에 있으니
曷月歸矣 어느 달에 돌아올꼬
鶴髮抱病 하얀 백발 되어 병을 껴안고 누웠으나
西山日迫 서산에 지는 해는 붉게 타며 저물어 간다
祝手于天하늘에 손을 모아 빌고 또 빌어 봐도
天何漠漠 어찌해 하늘은 막막하기만 할까
鶴髮扶病 하얀 백발 되어 병을 가누려지만
或起或陪 혹은 일어서고 혹은 기누나
今尙如斯지금 오히려 이와 같은데
絶据何若 일 놓은 몰골이야 어찌 이만이라도 할까.
<贈孫信及><贈孫聖及>
見爾別友詩 지금 네 친구와의 이별시를 보니
中有學聖語 시에 성인의 말씀 배운다는 말 있구나
余心喜復嘉 내 마음이 기뻐 널 칭찬하면서
一筆持贈汝한 수 지어 너에게 준단다
新歲作戒文 새해에 네가 자신 경계하는 글 지었다니
汝志非今人 너의 뜻은 지금 사람과 다르구나
童子已向學 어린 네가 학문에 뜻을 두었으니
可成儒者眞 참다운 선비 될 것일세
<閨壺是議方에 실린 작품으로 제목 없음>
三日入廚下 새색시 삼일만에 부엌에 들어가
洗手作羹湯 손을 씻고 국을 정성 들여 끓이되
未暗姑食性 시어머님 식성을 모를 터이니
先遺少婦嘗 시누이에게 먼저 맛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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