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회 주축 멤버들. 왼쪽부터 노형준 상임부회장, 안재윤 고문, 안재로 회장.
[태권도 품새동호회 - 청지회(淸志會)]
2003년 "태권도계를 맑게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
현재 회원 54명, 각종 대회 참가하며 품새지도법 연구
중년부 품새 활성화에 관심, “품새 가치와 본질 탐구”
5월 21일, 계명대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계명대총장배 전국태권도품새대회에서 눈에 띄는 중년의 태권도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회 출전을 앞두고 도복을 가다듬으며 길게 호흡을 내쉬었다. 청지회(淸志會) A팀으로 장년부에 출전한 안재윤, 노형준, 안재로 씨였다.
이들은 발군의 기량으로 이 대회 장년부 1위를 거머쥐었다. 3명은 35세 이상의 중년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일명 ‘품새 베테랑’들이다.
청지회는 2003년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마음이 맡는 안재윤, 노형준, 강익필, 안재로, 한명우 씨 등 10여 명이 의기투합해 ‘품새연구모임’으로 출범했다. 청지회로 이름을 정한 것은 ‘태권도계를 맑게 만들어보자’는 젊은 패기와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품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품새 수련을 생활화해 품새의 본질과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활성화하자는 마음이 대단했다. 또 경기 결과에 급급해할 필요는 없지만 품새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평가받는 등 품새 발전을 위한 선구자 역할을 하자고 다짐했다.
물론 청지회가 결성되기 전 국내에는 태권도 무도성(武道性)에 입각해 격파와 품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임들이 있었다. 고수회와 무사회, 무인회 등이 바로 그런 모임이었다.
이 모임들보다 뒤늦게 결성된 청지회는 회원들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품새 활성화와 품새 연구에 매진했다. 지난 4월 ‘태권도 품새지도법’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이런 의지가 작용했다.
안재로 청지회 회장은 “태권도의 무도적인 측면에서 품새를 수련하고 연구하며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취지”라며 “대회에 출전해 결과에 급급해 하기보다는 품새의 가치와 본질을 찾는데 치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계명대 품새대회 장년부에 참가한 청지회 노형준, 안재윤, 안재로씨
현재 청지회의 회원은 54명. 이들은 매주 수, 금요일 안 회장의 도장에서 정기적으로 품새 수련을 하고 있다.
앞에서 거론했듯이 청지회는 품새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한 지 오래다. 다만 그동안 연마한 품새 기량을 검증받고 품새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형준 청지회 상임부회장(서울 강서구태권도협회 회장)은 “대회에 출전한 만큼 승부는 가리되 순수한 선의 경쟁이 돼야 한다”며 “특히 중년부가 활성화되려면 1인 1종목만 출전해야 한다(중복출전 불가)는 규정이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특정팀 간의 부적절한 규합과 특정 선수들이 메달을 독식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중복출전 불가’가 오히려 중년부의 품새 발전에 저해된다는 것이다.
노 부회장은 “여러 팀의 선수들이 골고루 입상하는 것도 좋지만, 1인 1종목은 고등부에 한정하고 중년부는 개인전에 출전하되 페어, 단체전 중 한 종목에 더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입상보다는 이벤트 측면에서 중년부가 품새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에 안 회장의 생각도 같다. 그는 “품새를 활성화하려면 발군의 기량을 갖춘 ‘스타’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1인 1종목 규정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특히 품새 발전을 위해선 태권도 동호회가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청지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면서 품새 기술지도법을 연구하며 품새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