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조정환(인물), 우창원(사진) model Arinee hair & make up 김선희(프리랜서)
샤넬은 패션계, 아니 세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성 중 한 명이다.
단지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시대를 이끈 여성으로서도 큰 의미를 지니는
가브리엘 샤넬, 그리고 그녀가 세운 거대한 패션 제국.
“ 샤넬, 그녀는 드골, 피카소와 더불어 우리 시대에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 - 앙드레 말로-
그 시대를 리드하는 샤넬 정신
지금까지 샤넬 하면 전통, 클래식, 트위드 수트, 다소 나이든 사람의 옷이라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요즘의 샤넬은 한층 젊고 시크하면서 시대를 리드하는 트렌드 룩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소재도 저지나 트위드에서 그 영역을 넓혀, 진, 니트, 광택 소재까지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스타일도 한층 젊고 과감하게 풀어내어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칼 라거펠트의 샤넬 옷에 대한 현대적 해석으로 “스타일은 시대 흐름을 따라 가야 한다”라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것. 스타일은 패션 경향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으로 시대 정신이 투영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바로 샤넬
여사의 철학과도 일치하는 부분.
샤넬은 시대를 읽고, 리드하는 여성으로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았기에 그
당시 진보적인 여성의 상징이 되었다. 그만큼 지금의 라거펠트가 이끄는 샤넬도 기존의 샤넬 철학을 보다 젊고 시크하게 해석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패션계의 획을 그은 여성, 샤넬
샤넬은 패션사에 있어서 디자이너 이상의 위치를 갖고 있다. 그녀는 ‘패션계의 혁명가’라고 불리울 만큼 개척정신과 창조력으로 한 시대를 이끈 리더였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샤넬 라인 스커트, 금속 체인이 달린 핸드백, 토털 룩 개념의 액세서리, 최초로 자른 단발머리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하기에 너무 역부족이다. 겉에서 보이는 현상이 아닌 그 속에 내재된 그녀의 예술적 정신을 살펴보면 더욱 그녀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선각자였는지를 알 수 있다. 작가 앙드레 말로는 그녀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샤넬, 그녀는 드골, 피카소와 더불어 우리 시대에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라고.
최초로 쓰인 용어인 토털 룩은 기존의 보석 개념에서 좀더 넓혀 패션 액세서리(costume Jewellery)를 창조했다. 예를 들면 인조 진주 목걸이와 유리 보석들을 패션에 어울리도록 자유롭게 활용하게 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진품 진주 목걸이와 인조 목걸이를 함께 믹스해 코디네이트하는 것을 즐겼다. 그녀의 창조정신은 패션에 실용성을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여성을 해방시키는 데 목표를 두었는데, 샤넬의 금 체인 핸드백도 이런 시도의 일환이다. 그녀는 여성이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핸드백에 줄을 달아 어깨에 매도록 하였으며, 다리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하기 위해 베이지색을 이용한
슈즈를 고안했으며, 모든 포켓은 손을 넣기 위해 실용성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었다.
샤넬은 디자이너인 동시에 사업가, 사교가, 예술가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 이로
인해 그녀는 유명한 귀족, 백만장자, 시인, 아티스트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콜레트, 피카소, 살바토르 달리, 윈스턴 처칠 등은 그녀와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인물들. 수많은 남자들과 염문도 끊이지 않았던 샤넬은 그 당시 여성들과는 달리 예술적 감성과 대담하고 자유로운 성격, 그리고 타오르는 정열을 지닌 여성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흠모하는 인물로 자리했다.
오뜨꾸뛰르 샤넬백
시공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는 샤넬의 핸드백에는 역사와 원칙, 신조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샤넬의 백은 “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샤넬의 명언을 증명하는 아이템. 지금 샤넬백이라고 불리는 오리지널 백은 저지 소재의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박음질되어 있는 것으로 25세에 샤넬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알베르 모노의 작품. 샤넬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이 백은 ‘2/55’라고 불리는데, 이 명칭은 이
백이 만들어진 날짜인 1955년 2월에서 유래한 것. 이 백은 오뜨 꾸뛰르 옷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백으로, 180여 단계를 거치며 모든 작업은 전문적인 개인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다. 샤넬 자신도 20년 이상 메고 다닌 이 백은 단순한 핸드백이라기보다는 영혼과 이념이 깃들어 있어 더욱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현대 샤넬 하우스의 거장, 칼 라거펠트
샤넬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그녀의 뒤를 잇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1983년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하우스에 들어와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있다.
라거펠트는 샤넬의 핵심 요소인 소재의 고급성, 상식과 패러독스의
묘미 등을 살리면서 샤넬의 의상을 한층 발전시킨 인물. 1938년 함부르크에서 출생한 라거펠트는 모든 형태의 예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15세가 되면서 그는 파리에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외투 창작
분야에서 국제 양모 사무국 콩쿠르 1등상을 받았다. 1963년부터 샤넬의 디자이너가 된 1983년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1983년 라거펠트는 샤넬의 오뜨 꾸뛰르, 프레타 포르테, 액세서리 부분의 총예술 감독직을 맡아, 디자인 창작에서 상업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총체적으로 관할하고 있다.
18세기 문화를 사랑하고 4개 국어를 완벽히 구사하며 꽁지머리에 짙은 선글라스, 접는 동양식 부채가 인상적인 라거펠트는 최근 들어 사진 분야에 그의 열정을 쏟아붓는
중이라고.
올 시즌 칼 라거펠트가 제시하는 크루즈 라인을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세련되고 완벽한 여성을 모델로 한 것. ‘우아함’이라는 고전적인 요소를 2001년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샤넬의 크루즈 라인 4가지
(좌) 핑크색 컬러와 패턴이 있는 소재가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해주는 크루즈 라인의 수트. (우) 금색 실을 섞어 짠 트위드 소재의 수트. 프릴장식과 살구색 실크 블라우스가 페미닌한
느낌을 더욱 강조해준다.
(좌) 골드와 블랙등으로 면분할을 한 니트 스웨터와 골드가 강조된 퍼소재 미니 스커트를
매치, 시크한 스포티룩을 연출한다. (우) 블랙컬러의 슬립 원피스 위에 스프라이프 롱재킷을 매치한 모던 페미닌 룩. 커다란 코사지로 크루즈 느낌을 한층 강조했다.
가방 하나에도 100여 단계의 손길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샤넬 백.
그만큼 정성과 기품이 담겨있기에 당당히 명품의 최고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럭셔리한 트위드 핸드백에서 스포티한 크로노 시계까지
샤넬 정신의 백과 소품 컬렉션.
(좌) 이번 겨울 시즌 로고룩의 대표격인 샤넬문양의 스타킹. 손에 든 백은 캐주얼 분위기를 가미한 블랙 퀼트 토트 백. (우) 올시즌 최고의 트렌디 소재 트위드를 사용한 세련된 디자인의 핸드백. 와인과 네이비
블루, 옐로 브라운과 골드의 매치가 리치한 멋을 낸다.
(좌) 블랙&화이트와 실버의 대비로 심플하게 완성한 가죽줄 시계.
그리고 최근에 처음으로 선보인 J12는 샤넬 향수 용기를 디자인하는 자크 엘루가 디자인한
하이테크 기술의 스포츠 시계이다. (우)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색이 변하는 신비로운 샤넬의 선글라스. 페미닌한 컬러의 마술을 표현하는 샤넬의 정신이 내포된 테가 멋스럽다.
잠잘 때 무엇을 입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릴린 먼로는 매우 태연하게 대답했다. “몇 방울의 N。5”.
신비롭고 매혹적인 숫자 N。5는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향수의 영원한 클래식이 되었다.
신비로운 숫자 N。5
1921년 마드모아젤 샤넬은 당시 유명한 조향사이던 에르네스트 보의 도움을 받아 샤넬의 첫 번째 향수를 선보이며 전세계 향수계를 뒤흔들었다. 정교하게 커팅된 세련된
용기, 심플한 흰색 라벨 위에 깔끔하게 N。5라는 숫자 하나만 새겨진 향수였다.
“향기가 없는 여인에겐 미래가 없다”라는 폴 발레리의 유명한 어구를 즐겨 사용했던 샤넬.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독특한 향수를 몹시도 만들고 싶어했고, 모스크바의 랄레 밑에서 일하던 저명한 화학자 에르네스트 보에게 유니크한 고급 향수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에르네스트 보는 오리지널한 향으로 다섯 가지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재스민과 더불어 약 80여 가지 자연향에다가 인공향 알데하이드를 최초로 사용하여 향수를 제조했다.
에르네스트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다섯 가지 향수가 담긴 작은 샘플 병들을 마드모아젤 샤넬에게 내놓았다. 그녀는 5라는 숫자 라벨이 붙은 다섯 번째 병을 선택했고 이러한 단순한 선택으로 N。5의 신화가 탄생했다.
샤넬이 마치 ‘추상적 꽃다발’같다고 표현하고 조향사인 에르네스트 보 자신도 감탄한 N。5는 1920년대 유행하던 동양적 향취가 듬뿍 풍기는 플로럴 향으로 발매 즉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샤넬은 왕성한 향수 생산에 힘입어 1924년 Parfums Channel이라는 새로운 향수 회사를 세우게 된다. 7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기 있는 향수 중 하나인 N。5는 마릴린 먼로의 잠옷이 되었고 캐롤 부케의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전세계
여성들을 매혹시킨 최고의 향수가 되었다.
또 다른 키워드, N。19·COCO·알뤼르
N。5의 창조자인 에르네스트 보의 뒤를 이어 1950년대에는 앙리 로베르와의 긴밀한
협조로 1921년부터 1970년까지 마드모아젤 샤넬은 N。5의 신화를 단단히 구축한다.
이어 1970년에는 우디향이 베이스 노트를 이루는 젊은 플로럴 계열의 N。19을 발매하고, 1974년에는 매혹적이고 신선한 향의 크리스털 오드 뚜왈렛을 뒤이어 발매한다.
그리고 샤넬은 20세기 초반에 성공을 거두었던 4가지 향수, 즉 N。22, 가르데니아, 뀌르 드 뤼시, 브아 델 질을 판매한다.
샤넬의 향수 역사가 보다 새롭게 전개된 것은 1979년 조향사 자크 폴주의 영입과 맥을
같이한다. 마드모아젤 샤넬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으나 자크 폴주는 샤넬의 전통을
이어받은 창조품을 선보이고 있다. 샤넬 하우스의 3대 조향사인 자크 폴주는 1984년
고전주의와 바로크풍이 공존하고 서양과 동양을 모두 포용하는 친근한 느낌의 향수
COCO를 선보이며 샤넬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존경을 바치며 헌정하였다. 1996년 창조한 향수는 알뤼르. 추상적 플로럴 향의 알뤼르는 세련되고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고전적인 향으로 샤넬 정신의 진수를 느낄 수 있어 나이와 인종을 초월해 전세계 여성들을 만족시키게 된다.
향수의 마법사 자크 폴주
‘샤넬의 코(The nose of CHANEL)’로 불리며 1978년부터 샤넬 향수를 창조한 샤넬의 제3대 조향사 자크 폴주.
그에게 중요한 작업은 이전부터 계승되고 있는
향수의 품질을 유지하고 재발견하는 것. 그래서 1986년에는 에르네스트 보에 의해 창조된
전설적인 향수 N。5의 독창성이 그대로 간직된 N。5 오드 퍼퓸을 창조하였다. 또한 1981년
안테우스, 1984년 코코, 1990년에는 남성용 향수 에고이스뜨를, 1996년에는 12년 만의 여성
향수인 알뤼르를 창조하였고 최근에는 남성 향수인 알뤼르 옴므를 연이어 발표했다.
문학을 전공하였으나 향수 크리에이터가 된 자크 폴주는 ‘꽃들은 곧 후각적인 시(詩)’라는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샤넬 향수의 신화를 지켜오고 있다. 조향사에게 있어
후각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기억력, 상상력, 그리고 자신의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 “봄에 프로방스 지방의 푸른 언덕을 지날 때 느껴지는 그 아름다운 향기에 어떻게 매료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향수는 심플한 것이며 그 자체가 언어이다.”
향수 산업의 본고장인 그라스 지방의 재스민과 장미 향기, 포도 수확 시절 할아버지
집에서 풍기던 포도 내음, 타는 나무 잎사귀의 향기 등 그의 자연에 대한 추억과 사랑이 샤넬의 향수들에 그득히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