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긴 연휴의 마지막날.. 너무 아쉬워서 계속~ 이 날을 잡고 싶네요.^^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들렸다가 공주, 부여 여행을 했습니다. 원래는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1박 2일에 알차고 즐겁게 여행 마무리하고 올라왔습니다. 여행 전에 나름 백제관련 책을 읽고 온 가족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첫째날은 공주
백제는 한성→웅진→사비로 도읍을 옮기면서 700여년의 역사를 이어갔던 나라였지만 삼국중 제일 먼저 패하여 백제의 문화나 유산들이 많이 훼손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면이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서울인 한성에서 500년 정도의 역사와 전성기를 보냈지만.. 서울에 남아있는 백제의 흔적은 많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주에서 발견된 무령왕릉만으로도 문화강국으로서의 백제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꽃무늬의 벽돌을 촘촘히 쌓아올린 정성과 기술, 화려한 왕과 왕비의 부장품들, 무덤을 지키는 귀엽고도 위엄이 느껴지는 진묘수.. 실제 무령왕릉은 1997년부터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일반인의 관람이 제한 되었다는 무덤입구의 안내문이 있더군요. 예전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만 컸을텐데.. 지금은 우리 문화재를 잘 보존해야된다는 의협심에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령왕릉 박물관과 실제 무령왕릉과 고분터를 지나 국립공주박물관까지.. 보고 느끼고 걷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은 공산성..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기고 쌓았다는 성곽은 금강을 옆으로 산세를 따라 길고 길게 뻗어 있더군요. 서울의 한강을 뒤로하고 이 곳까지 내려와서 성곽을 쌓을 때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성곽의 구비 구비마다 왠지 모를 시름이 깃들여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곽을 오르 내리며 아이들과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는 기분은 끝내주었습니다.~~
공산성을 내려오니.. 하루 종일 너무 걸었다 싶더군요. 다리쉼과 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죠.. 게다가 공산성 앞은 음식문화의 거리..^^ 공주에는 무엇이 유명하더라~ 공주밤! 미리 인터넷 검색해둔 농가식당이라는 밤요리 전문점을 찾아갔습니다. 한참 기대했는데 메뉴판에는 여느 식당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메뉴앞에 '밤'자가 붙은 것 말고는.. 좀 실망한 마음으로 밤묵밥과 밤파전, 밤동동주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식당주인이 와서 원심분리법으로 95% 밤묵으로 만든 밤묵밥, 밤전분으로 만든 파전에 대해 설명해 주더군요. 알고 먹으니 훨씬 더 맛나게 냠냠~^^
그 날밤에는 추석날보다 더 둥글고 환한 달이 떴습니다. 환한 달을 보며 가족 모두 소원 한가지씩 빌었지요.. ~
둘째날은 부여
부여의 첫 일정은 국립부여박물관.. '백제의 기와'라는 특별기획전에서는 암키와와 숫키와, 화려한 무늬의 수막새, 치미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여박물관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백제금동대향로'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박물관 해설을 해주셨던 노신사분께 백제금동대향로에 얽힌 이야기와 작품설명을 함께 듣게 되어 더욱 좋았지요.^^ 억울하게 돌아가신 성왕의 극락장생과 명복을 빌고자 만들어진 이 향로의 디자인과 모양, 무늬.. 하나 하나가 정말 멋지더군요.
아래에는 용이 받치고 있고 그 위에는 연잎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뚜껑 부분에는 세상만사 모든 것들이 새겨져 있고, 그 위로 세상만사의 평화를 비는 5마리의 기러기, 5명의 악사들이 있습니다. 뚜껑의 맨 윗부분은 봉황이 여의주를 품고 있는 모습.. 향로 하나에 음과 양, 백제의 모든 문화와 바램들이 모두 녹아있다는 것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게다가.. 화려하고 아름답기까지하다니.. 저와 신랑은 완전 감동 받았습니다.~
다음은 백제하면 떠오르는 낙화암.. 신랑과 연애시절 함께 걸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면서 왠지 마음까지 풋풋해지는 것 있지요. ㅋㅋ 가을하늘이 너무 맑고 바람이 시원해서인지 올라가는 길 내내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참 재미있게 올랐습니다. 조금은 슬픈 사연이 담긴 낙화암에 오르니 백마강을 끼고 있는 산의 모습에 아담하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더군요. 슬픈 사연과는 달리 왠일인지 오르고 내려오는 내내 별 것 아닌 것에 자꾸 웃음이 나고 서로 장난을 치면서 나사하나 빠진 사람들처럼 그렇게 마냥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코스는 궁남지였습니다. 다인이가 제일 맘에 든다고 하더라구요. 서동과 선화공주이야기의 주인공인 무왕 때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연잎과 갈대가 호수를 수놓고 있었습니다. 연꽃이 필 때 오면 정말 너무 아름다울 것 같은 그런 호수였습니다. 연꽃이 없는데도.. 다인이는 너무 멋지다며 감동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해질녁이라서 그런지 더 운치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곳에 긴 그네가 있어서 다인, 정인이가 탔는데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좋아했습니다.^^
이 날 점심은 ‘백제의 집’이라는 음식점에서 연잎밥을 먹었는데.. 줄까지 서가며 먹어야하는 맛집이었습니다. 혹시 부여에 가게 된다면 부소산성 입구의 이 음식점에 한 번 들려보시기를.. 연잎의 향이 배여있는 영양밥과 맛있는 반찬, 불고기, 쌈을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아~ 또 먹고 싶다..
첫댓글 부여에 다녀오셨다니, 갑자기 저희 매형이 생각나네요^^...저희 매형 고향이 부여거든요(지금도 부모님은 그곳에서 농사지으시구요)...다음에 기회되면 저희 매형의 구수한 충청도사투리 한번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