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코스모스 길 하 영
마산 성호초등학교 담장 옆, 사라진 기찻길에 여름코스모스 한창입니다.
엄마 손 잡고 천천히 천천히 꽃길 따라 걸으면 환하게 웃으며 손 내미는 짝꿍이 있고 바다 건너, 이민 간 욱이 얼굴 아른아른 달려옵니다.
한 계절 앞서 피는 코스모스 꽃길에는 엄마만 아는 추억이란 이름의 간이역 있고 엄마만 아는 꽁지머리 나풀대는 순이가 있고 엄마만 아는 구멍 난 검정고무신의 따뜻함이 있다 합니다
순정 조화 애정이란 꽃말 속에 내 비밀도 함께 녹아 다디단 솜사탕이 되곤 합니다
낮달을 건졌더니 하 영
외갓집 뒷마당 웅덩이에 빠진 달 표주박으로 건져 창가에 놓았지요
자세히 보고 싶어 얼굴 바짝 대고 요리조리 살펴보니 주근깨투성이 내 얼굴만 보이네요
자박자박 소리도 없이 어디로 갔을까요?
찰방찰방 물방울 튕기지도 않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을까요?
비 갠 봄날 하 영
버려진 옹기 항아리 속에서 모락모락 아지랑이 피어올라요 아지랑이 아기들이 물장구를 치나봐요
지나가던 구름이 빼꼼 들여다보고 해님도 슬며시 내려다보셔요.
봄바람도 조심조심 홍매화 꽃잎도 조심조심
비 갠 봄날은 하느님도 마음 설레시는 날
< 2015년 경남아동문학회 연간지 원고>
* 제2동시집『꽃밥 한 그릇』(2019년 8월, 도서출판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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