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다]
50년 전, 갓 대학을 졸업하고,청운의 꿈을 안고,
첫 직장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반 세기 전이다.
삼성 그룹 공채로 인연을 맺은 동료들이 '입사 50 년'을 맞아 기념 행사를 하자고 제의하여,
의기투합한 5명의 70대 후반 할배들이 결의 하였다.
'우리나라 최고봉인 한라산 백록담 등정'
아직 혈기가 왕성하다는 자신감과 도전 의식이 발동되 었다.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는 의지도 은연중 내재되어 있었다.
지난 50년을 돌아보니,앞 만보고 질주한 열차 같이, 월화수목 금금금--.일주일을 회사와 함께,
오직 '일'에만 매달려 지냈다.
70년대 후반에 빠른 한국 경제 성장에 맞추어,
회사도 급격히 성장하고 국내외 시장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생산재도 팽창하는 분위기에
대응하느라, 해야 할 일은 수북하게 쌓여만 갔다.
해외 바이어가 방한하면 내리는 공항에서 떠나는 공항까지,아침부터 밤까지 붙어다니며 갖은 애교와 환심을 사려고 접대(entertain) 에 혼신을 다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개인 생활, 가정 일은 내팽겨 치고 오직 회사 일 만을 우선시하며 독일 병정같은 기개가 충만했던
반세기 였다.
참, 어리석기도 하고,우매하기도 한 것 같 삶이기도 하지만,그 동력으로 인하여,지금과 같은 선진국으로 한국이 발돋음하도록 하는데 기여도 있었다고 자부 해 본다.
한라산 백록담은 해발 1,950 미터로 우리나라의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수 백만 년간 서너번에 걸친 화산 분출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2만년 전에 폭발이 있었다고 하며,
그 이후는 휴화산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한라산은 제주도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정상에 이르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성판악 코스 (9.6 km, 편도 4시간 반)와 관음사 코스 (8.7 km, 편도 5시간 )다.
성판악은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 입구,진달래 밭을 거쳐가는 다소 완만한 코스이며 관음사 코스는 탐라계곡, 개미등, 삼각봉 대피소, 정상에 이르는 다소 경사가 심하고,어려운 코스로 알려졌다.
보통 성판악 코스를 원점회기하는 코스를 택하는데, 우리는 두 가지 코스를 다 돌아보는
종주 개념으로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를
택하였다.
전 날 비가 왔다.오늘은 비 온 뒤 끝에 햇살도 밝고 기온도 12~20도에 바람도 거의 없다.
등산하기에는 최적의 기후 조건이다.땀도 안 나고, 피로도 까지 덜하려니..
더우기 가까운 친우들로 멤버를 이루니, 힘도 절로 나는 것 같다.
성판악은 해발 700 m 에서 시작하여 1950 m 까지 가므로,1250 미터 높이에, 9.6km에 이르는 길이다.
조리 만드는 조릿대 나무 숲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길게 늘어선 소나무 숲도 인상적이고
제주도만의 특유한 식물도 많이 보인다. 1500 m 이상 고지대에는 하얀 뼈대만 남은 고사목도 인상적이다.
화산석으로 깔린 계곡 길을 밟으며,몸의 균형을 어렵게 유지해 본다.5시간 (인증샷 대기시간 20분 포함)만에 모두가 백록담에 이르고,
인증샷도 함께 한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씨라 백록담도 뚜렷하게 보인다.백두산의 천지와는 다르게 백록담은 수량도 적고,호수도 작은 규모이다.
다른 활화산 같은 불 길도 보이지 않고,유황 냄새도 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분화구가 아담하게 유지되어 있다.
인천에서, 광양에서,의정부에서, 대구에서, 대전에서, 전국에서 젊은 남녀 20-60대까지,
오르내리는 등산객은 각양각색이다.홍콩, 싱가폴, 카니다, 독일에서 온 외국인도 눈에 띈다.
한라산 국립공원에서는하루 1,500명씩 등산객을 제한하여 인원을 통제하고 있고,허가된 등산로만을 이용하게 한다
내려오는 관음사 코스는 수려한 경관이 눈에 빨려 들어 온다.한라산 줄기 봉도 보이고,출렁다리도 건넨다.삼각봉도 자태를 뚜렷하게 나타낸다.
고산에 널려있는 고목과 검고 큰 화산석이
곳곳에 무덤을 이루고 있다. 화산의 흔적이 퍼져있다.
급경사로 하강하는 길은 나무데크 길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끼 낀 계곡과 서너개의 굴도 지나고, 강풍으로 쓰러 진 고목도 자주 보인다. 걷고, 또 걷고...4시간 반 동안,경사 진 길을 내려 온다.
드디어 관음사 주차장인 목적지에 도달한다
오를 때는 정상에서 인증셧 대기 시간 20분을 포함하여,5시간 소요하고,관음사코스로 내려 올때는 4시간 반을 소비하여,모두 9시간 반을 보내며,사고없이,넘어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전원이 완주하였다. (늦거나, 빠르지 않은 정상적인 시간 안에 완주함)
헉헉거리며,힘들어 하는 젊은이가 많은데 70대 후반의 할배들이 낑낑거리면서도,100% 완주하여,만족감과 희열이 넘치었다.
뒷풀이로,제주 흑돼지와 해물탕과 제주 막걸리로서 할배들끼리의 자축연을 하며
제주 토박이 출신인 임신철 동기의 섬세한 해설과 제반 일정 준비에 감사드리며,50주년 행사를 마감하였다.
백록담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우려 속에 55 주년이 되는 5년 후에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해 본다.
(2024.4.17)-페이스북에서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