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질 열두 번 끝에 집에 도착하다.
어제 일요일은 오전에 팔공산 한자락 하고, 좀 미진타 싶어 오후에 함지산 한 바퀴 더 돌았다.
오늘 일어나니 오늘 아침이 금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나? 서울은 체감기온이 영하 20도라고 호들갑이다. TV보고 식겁하여 집에 눌러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이거 원~~.
간만에 잔차 타고 어디로 가볼거나? 반겨 줄 곳도 없는 것 같고 나 같은 놈과 놀아줄 님도 없을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팔공산이다. 가다가 수틀리면 내려오고, 컨디션에 불 붙으면 가산산성이나 한티재 핸들 가는 대로 간다. 출발!
방한 단도리 단단히 했다. 눈만 빼꼼히 내 놓고, 그것도 모자라 고글로 눈도 가리고,,, 이거 완전히 우주인이다. 한 5년 전이면 간첩 신고 들어갈 복장, 여기다 물 한 병 꽂았다.
구암동에서 칠곡 3지구를 거쳐 50사단 정문 통과, 농촌진흥원 삼거리에서 동명 송림 삼거리에서 송림사, 한티재 주유소 삼거리.... 여기까지 대략 헐떡여 50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쯤이면 머리띠가 없으면 눈으로 땀이 흘러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일단 내려 물 한 잔하려니 잔차에 매단 물이 얼어 뚜껑이 안 열린다. 입김으로 녹여서 목을 축인다. 여기서 부터가 고난의 행군이다. 한티재로 가든, 가산산성으로 가든. 일단 한티재 정상으로 맘을 정하고는 밟는다. 가산산성은 내일하기로 한다.
오르막 시작이다. 여기서부터 한티재 정상까지는 평시 잔차로 빡시게 밟아 약 40~45분 거리다. 초입에서는 검은 매연을 쏟아내는 디젤 화물차를 뒤따르기도 했다. 불루힐을 지날땐 청초 친구들 생각이 나더만!! 이 코스에서 무엇보다 성가신 것은 이곳저곳 식당에서 기르는 변견(똥개)들의 공격이다. 그놈들이 만화영화 베트맨을 본적도 없을 거라, 사람의 형상만 했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무장한 놈이 바퀴 둘 달린 요상한 물건을 타고 가니 그들로서도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처음엔 한 마리로 시작하나 순식간에 열 마리 이상이 떼지어 사납게 짖으며 수백 미터를 물듯 말듯 한 거리로 따라온다.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이 똥개야 차라리 물어라, 임마. 네가 물어주면 내가 쉴 수도 있지 않겠니? 그들의 소란에 놀란 주인들의 외치는 소리! “진돌아, 똘이야, 도꾸야....” 잠시 후 놈들은 사라지고 조용해진다. 추운날씨라 차량도 별로 없다.
이제 완전히 내 혼자다. 힘들어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그런데 이 생각은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이때 힘 안 들어지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바로 ‘이 뭐꼬?’라는 것. 절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의 화두 중에 가장 근본 화두 ‘이 뭐꼬?’, ‘야 이놈아! 이 추운 날씨에 누가 하라고 했나? 돈을 주나? 밥을 주기를 하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헉헉거리는 네놈은 도대체 뭐꼬?’ 이렇게 어설픈 선승의 흉내를 내다보면 힘들다는 생각도 나도 모르게 사라지고 나를 잊은 상태에서 패달질만 계속하게 된다. 이쯤 되면 그저 밟을 뿐. 마라톤으로 말하면 그저 뛸 뿐. 그래서 올라는 간다.
드디어 한티재 정상! 시간은 11시 반쯤이다. 10시에 출발해서 90분 정도 걸렸다. 힘들게 올라왔건만 누구하나 반기기는커녕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군것질이라도 간단히 할까했으나 밖에 세워둘 수밖에 없는 잔차가 걱정이다. 세워두면 먼저 본 놈이 임자잖아. 언물을 녹여 한잔하고 하산을 재촉한다.
그런데 이거 뭐가 이래? 잔차가 밟아도 나가질 않는다. 불길한 예감!!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뿔싸!!! 아뿔싸!!! 빵구다. 뒷타이어 빵구다!!
오늘같이 추운 날씨에 발통을 빼고 스페어 타이어를 끼운다는 것이 자신이 없다. 택시를 부를까? 지나가는 화물차에 도움을 청할까? 아니면 타고 내려가는 모험을 해봐?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빵구난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가면서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무지막지한 뽐뿌질(펌퍼질)이 시작되었다.
일단 바람을 불룩이 넣은 다음엔 내리막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다. 한티재 정상에서 내려오는 가파른 길에는 일반 승용차들도 4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난 앞에 차가 없으면 그보다 더 빨리 내려왔다. 덕분에 오르막 시작 지점이었던 한티재 주유소 삼거리까지는 두 번의 뽐뿌질로 내려올 수 있었다. 거기서부터 우리 동네까지는 오르막 내리막이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는데, 평지에 오니까 속력은 줄어들고 바람은 더 빨리 빠져서, 뽐뿌질하는 간격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고, 힘은 빠지고 허기까지 든다. 송림저수지 아래 외딴집 수퍼마켓에서 빵하나 우유하나로 힘을 얻고, 다시 뽐뿌질과 패달질, 몇 번이고 지나가는 트럭에 부탁할까? 택시를 부를까하다가 오직 뿔따구 하나로 집에 도착했다. 왕복 약 50킬로미터! 뽐뿌질은 열두번이었다. 문지방을 밟은 시간은 오후 1시 반에서 두시 사이였다.
어제 밤 꿈자리가 사납더니만, 1월 10일 월요일! 빡신 하루였다. 뿔난 김에 내일은 가산 산성이닷!!!
첫댓글 그래 죽을 고생 했구나ㅎㅎㅎㅎㅎ 그런대 화물차 도움을 받아야지 무식하게 그냥 빵구난체 갔으니 자처했내 ㅎㅎㅎㅎㅎ
역시,,, 기철이구먼????내일은 좀쉬련,,,
추운날씨에 무리를 하지 마라... 적당한것이 최고인기라... 충분한 워밍업을.... 그래 니 기는 많이 받았겠구나..ㅋㅋㅋㅋㅋ
우리 기철이 선상님 대단하시네...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더만 역시나 그러네~~~정초부터 가상타~~ 그래도 내일은 가산 산성이라니 화이팅이다 기철아!!!!!!
고맙다. 격려도 해주고 걱정도 해줘서... 쌍수야! 기 받아서 너좀 줄께!
대단한 친구 기철아!!조심해래이.....자전거 사고 마니 난다카더라...운동도 좋지만..다침 안되자너 그자..나도 도전 해볼까나???김기철 파이팅!!!!
조은 글 고맙다. 산악용 자전거 타이아를 빵구나지 않도록 무쇠로 만들면 안될까. 대단한 김선생이야.
아고~~~~~~ 자전거 타는것도 마라톤과 같이 자기와의 싸움이구나. 좋은 취미 생활을 하는것 같아 부럽다. 오르막에 올라가는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주어지네. 헉!헉! “진돌아, 똘이야, 도꾸야 ~야들은 안그래도 힘던사람 왜 힘을 빼고 그런다니~ ㅎㅎㅎㅎㅎ
김샘~ 눈에 훠언하다. 그래도 좋은 하루였네?
정길아 너도 해봐!! 우리 친구들 누구든 관심만 가지면 내가 안내는 해 줄수 있어
기철아 니가 받안것은 안된다... 내가 제대로 받아야지... 요즘 변명인지 모르지만 날씨도 춥구 마음도 춥구 해서 밖에 나가기가 싫은기라 ... 이제 나이가 더는가 보이 니나 많이 받거라.. 기 받음 술은 쇄진다카더라...ㅎㅎㅎㅎ
하하하 기철이 선상 추운 날씨에두 정력이 넘치누만.. 앞으론 바쿠 하나더 짊어지구 다니렴.. 빡시게 고생하지 말구...푸,하하하
영길이 어데 갔나?
회장님!!!!!!충성 이제 서야 신고 합니다~~~그 정도의 인내 심이면 마라톤 42.195km를 열번 완주 한것 보다도 더욱더 값진 것이라 자전거 이젠 양보하면 안대여~~~~~ㅎㅎㅎㅎ
성숙이 누부야 그런소리 하지마~~~~친구도 신랑보고 운동 하라해 정력에는 운동이 최고야?????돈많은 사람들은 뱀. 까마귀.개. 메추리 등등 먹어도 정력에는 운동이 짱이야 실험 한번 해봐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