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웃 보이는 4인조 이모(emo) 성향의 펑크와 팝 밴드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에는 좀 난해한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팝 스타일이나 가벼운 펑키(funky)한 스타일도 분명 존재하므로 펑크 밴드로서의 직접적인 화법도 조심스러운 편. 이들의 최근 앨범인 [From Under The Cork Tree]를 들으면, 확실히 지미 잇 월드보다는 어두운 면이 있고 NOFX 보다는 가벼운 느낌을 준다. 초기의 그린 데이나 테이킹 백 선데이와는 상당히 비슷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도 그들만의 유니크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고 그 멜로디가 참 좋다는 점에서 희미한 차별성을 갖는다. 멤버들은 각각 보컬과 기타의 패트릭 스텀프, 베이스의 피터 웬츠, 드럼의 앤드루 헐리, 그리고 기타의 조셉 트로먼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각자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다양한 밴드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현재 폴 아웃 보이의 사운드를 들어보면 초기 과격한 사운드를 다루던 밴드 출신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하다. 이는 하드코어와 펑크 필드에서 갈고 닦은 솜씨가 현재의 이모 펑크 감각을 키워줬고, 어차피 뿌리는 펑크 록과 하드코어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좋아하는 음악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감각들이 음악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하다. 물론 음악적인 재능과 감각만으로 이들의 메이저 데뷔가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성숙한 시기를 거치면서 세상물정 모르고 의욕만으로 가득한 청년들이 자신을 잘 컨트롤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할 만큼, 제대로 된 정규앨범 한 장 내기까지 이들은 아주 많은 갈등과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음반사와의 계약에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점이었다. 2001년 자체 제작한 데뷔 앨범은 빛을 보지 못했고, 레코딩 계약과 에이전시 문제에 부딪히면서 발매 기회는 갈수록 난관이었다. 곡을 만들어놓고도 부대 비용이 없어 포기한 적도 있었으니 허탈하고 막막한 심정을 금할 길 없었다. 그러다가, 2003년에 낸 [Take This To Your Grave] 앨범이 평단의 호평을 받게 되자, 이들의 숨겨진 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많은 밴드들의 오프닝 무대에 서면서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을 각인 시켰다. 또한 기회만 생기면 작은 공연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공연을 선보였고 급속도로 팬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라이브가 많아질수록 무대를 자유롭게 꾸려나가는 법을 알게 되었으며, 펑크 팬들에게 감각적인 터치가 덤으로 들어간 자신들의 곡을 선사하면서 인기를 쌓아갔다. 그렇게 차곡차곡 멤버들은 합심하여 곡을 만들었다.
마침내, 2005년 넘버링으로는 세 번째이고, 메이저 스튜디오 데뷔 앨범이라 할 수 있는 [From Under The Cork Tree]가 나올 무렵, 이들은 그 옛날의 어수룩하고 순진한 이들이 더 이상 아니었다. 앨범 역시 이전에 만들었던 냉소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곡들과는 달리, 의미 없는 사랑 이야기나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실수, 감정과 생활 이야기들을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우울한 펑크 리듬에 포커스를 맞췄다. 가사들은 대부분 피터가 작업하는데, 피터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단다. 또래 남자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밖에서 놀 때, 혼자 집에서 동화책을 읽는 것이 더 좋았던 꼬마.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먼로 리프가 지은 [The Story Of Ferdinand]로, 책의 시놉시스는 대충 이렇다. 거대한 황소는 본래 투우장에서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야기에 등장한 황소는 투우사와 대결을 펼치는 대신, 코르크 나무 아래 앉아 꽃 향기를 맡으며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한다는 내용. 어린 피터는 이에 감동했고 그 영감을 떠올리며 [From Under The Cork Tree] 앨범의 곡을 완성했다. "인간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은유법이었어요. 남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던 어떤 일을 자신만의 방법대로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52street 2006년 01월호 오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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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폴아웃보이 같은 음악 너무 좋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