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그대 우물을 파라!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일상사, 남을 돕기도 어렵고 남의 도움을 받기도 힘드는 세상,
물질이 부족한 사람은 물질을 찾아서 헤메고 사랑이 부족한 사람은 사랑을 찾아 나서고...
그러나 정신이 빈곤한 사람은 막상 무엇을 찾아야할지 갈피를 못 찾고 있다.
간단한 해결책은 독서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다.
[불꺼진 공간, 장엄한 우주의 대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불꺼진 공간, 하늘을 쳐다보면 한 없이 펼쳐지는 장엄한 우주의 대잔치를 볼 수 있는데...
눈을 감고 서 있으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두드리며 연주하는 자연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데...
예민한 촉수를 더 뻗어보면 백색의 세계 너머로 검은 세상을 볼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의 흔적을 쫒아 날자 수로 4일간을 설악에 들었다.
밤 11:30에 속초로 출발하는 야간 우등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정원 28석에 손님이 14명이다.
여분의 좌석이 14석이나 되니 회사의 경영이 잘 되는지 궁금하다.
11일 새벽 02:55분에 속초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설악동으로 이동하여 화채길 49호에 도착하니 박선생님이 현관 불을 켜고 반가이 맞아준다.
차 한잔 마시고 휴식을 잠깐 취한다.
[비선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구름 위를 거니는 것 같다]
05:00에 일어나 된장국으로 아침밥을 거나하게 먹고 짐을 꾸려 박 선생님 차로 소공원으로 이동한다.
왼쪽으로 치열히 전개되는 칼날 능선은 언제나 가슴을 부풀게 한다.
바람이 꽤나 세차게 불지만 산행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신흥사의 상징물인 거대한 청동좌상 앞에 오니 거대한 배낭을 맨 한 무리의 빙벽꾼들이 내려온다.
토막골이나 죽음의 계곡에서 젊음을 한껏 발산하고,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보며 속세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장군봉이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비선대에 도착하니 08:30이다.
장군봉과 적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천불동으로 사라지는 우리들...
지금 부터 눈과의 씨름이 시작된다.
문수담. 이호담에도 얼음대신 물을 가득안고 있다. 귀면암을 오르는 길은 미끄럽다.
가장자리를 골라서 밟으며 균형감각까지 동원하여 조심조심 오른다.
용소골 입구에 오니 다들 배가 고프단다.
오전 10:00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눈길을 걷다보니 체력소모가 무척 심하다.
차 한잔에 간식을 먹고 양폭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련폭포에 오니 철계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예년 같으면 눈사태로 완전 덮여 신중히 통과하는 지역인데...
올해는 1월에 70cm정도의 눈이 내리고는 그 이후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날씨도 더없이 따뜻하여 내의에다 윈드스토퍼만 걸쳤는 데도 땀이 팥죽같이 흐른다.
온난화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머리속으로 그려본다.
[양푹에서 바라본 만경대]
12:00 경에 양폭산장에 도착한다.
공단직원들이 옥상의 눈을 치운다고 분답하다.
산장관리자는 박선생님이 잘 아시는 분이라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는다.
염주골의 경치가 눈을 잡아 끈다.
만경대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면서 우리를 반기고 있다.
떡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과일까지 얻어 먹고 환송을 받으면서
오늘의 은신처인 희운각으로 머리를 들이 민다.
가파른 철계단의 연속이다.
양폭을 끼고 돌아 천당폭에 이르니 완전히 얼어있다.
하절기의 아름다움이 동계에는 또 다른 경치를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천당폭은 물을 쏟아야만 더 아름다운것 같다.
눈이 점점 많아 지면서 비례하여 우리의 체력도 점점 고갈되어 간다.
[죽음의 계곡- 건폭에는 부산해양대학 산악부 회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배낭을 벗어놓고 죽음의 계곡을 오른다.
설악산은 내륙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눈사태 사고가 빈발하는 곳이다.
69년 2월 17일 해외원정을 위하여 죽음의 계곡에서 훈련하던 10동지 사고가 대표적이다.
먼저 가신 님들의 명복을 빌면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오른다.
건폭에 오니 부산해양대학교 산악부에서 온 젊은이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설면에서 아이젠을 신고 걷는법, 글리세이딩 하는 법, 아이스 바일 사용법등
선.후배가 모여 정겹게 연습하는 것을 보니 나라의 장래가 갑자기 밝아지는 것 같다.
춥다고 웅크리고 시내의 따뜻한 곳만 찾아 다니는 신세대보다는
눈 쌓이고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이곳,
햇빛 조차 들지 않는 한 줌의 온기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자연의 악조건과 과감히 맞서는 이런 신세대야 말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무척 대견스럽다.
박선생님의 계속되는 설명과 우리들의 진지한 경청은
이번 산행이 얼마나 뜻깊게 진행되는지 생각케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 머무를 희운각 대피소...리모델링이 끝난 상태이다]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 배낭을 매고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무너미 고개이다.
진을 다 빼고서야 산마루에 올라선다.
전망대를 지나 희운각에 도착하니 16:00이다.
리모델링 된 희운각!
텅빈 산장에 우리가 첫번째 손님이다.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송진냄새가 향긋하게 코를 간지른다.
자리 배정을 받고 모포를 깔고 짐을 풀어 정리하고 젖은 양말은 난로가에 말리고...
1시간 가까이 박선생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나는 침상에 쓰러진다.
박선생님과 산풀님, 미쉘님은 별구경 간다면서 부시럭 대는데 아련히 꿈속에서나마 나도 함께 간다.
[1275봉을 미쉘님이 외로이 오르고 있다]
05:00에 일어나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물을 끎여 보온병에 채우고 짐을 챙겨 기분좋은 고난길에 나선다.(07:00)
무너미 고개 전망대에서 해뜨는 장관을 사진기에 담기 바쁘다.
신선대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힘드는 구간이다.
급경사길이 계속 이어지고 바위면에 얼음이 있어 발 놓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신선대의 찬바람과 맞서며 풍광을 둘러보고 1275봉으로 엉덩이 썰매를 타면서 내리막을 달린다.
샘터에는 야생동물이 발자국을 찍어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YS 소나무는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포즈로 서 있는데 나만 늙어 가는 것 같아 약간은 서글프다.
깍아지른 바위 너머로 미쉘님이 힘겹게 1275봉을 오른다.
죽을 힘을 다해 1275봉에 올라, 간식을 먹는다. 오
전 10:00 인 것을 보니 시간에 맞추어 진행된 것 같다.
미끄러지며 엉덩이 썰매로 가고 또 간다.
[우골 입구에서도 박선생님의 강의가 계속되고...]
우골 입구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나한봉으로 움직인다.
체력은 점점 소진되고 산풀님은 선두와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나한봉 못 미처 준비해 온 행동식(떡)으로 점심을 먹는다.
토파즈신님이 준비한 떡은 천하의 일품이다.
맛과 영양이 간식이나 행동식에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12:30에 마등령에 도착한다.
정시에 도착하다 보니 이미 다온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외설악은 하늘이 내린 풍광이다.
전부가 긴장된 기분이 확 풀려 웃고 또 웃는다.
[하산길에 외설악의 백미를 내내 감상할 수 있다]
하산이다.
3시간에 걸쳐 내리빧은 능선길은 지친 사람들에겐 한없이 지루한 길이 될 것이다.
가파른 눈길을 내려와 금강문을 올라서면서 전부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눈길에 잘 미끄러지면 다리에 힘이 없다는 말이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힘보다는 정신력이 문제다.
배낭의 무게는 어깨를 짓 누르고 다리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고 자꾸 쉬고 싶은 마음...
이 일을 어쩌나! 그래도 가야지 별 수가 없다.
비선대에 오니 17:05
무사히 내려오니 2일간의 여정들이 주마등 같이 뇌리를 스친다.
18:05에 소공원에 도착하여...
척산온천 원탕에서 목욕하고 용궁횟집의 회를 맛보며
긴장되고 가슴 설레는 설악의 동계등반은 마무리 된다.
[육체는 파김치 그러나 성취감은 입가에 웃음을...]
박선생님! 함께 하면서 여러가지 들려주신 얘기들, 잘 새겨 생활에 보탬이 될 것 입니다.
설악산을 위해 몸 바치시는 삶이 더욱 빛을 발하기를 빌겠습니다.
미쉘님! 이번 탐방을 위하여 음식 준비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제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묵묵히 오르는 미쉘님, 작년보다 폼이 훨씬 세련되었습니다. 음식맛도 좋았고요.
토파즈신 님! 시산제에도 그 떡으로 제를 올리겠습니다.
새로 산 배낭이 어깨에 맞았는지요. 함께한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산풀님! 총 준비와 총정리에 바쁘시겠습니다. 항상 수고 많으시니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귀에 쟁쟁합니다.
박선생님이 배낭무게를 달아보고 대장 배낭 10.5킬로, 총무 10.5킬로, 경신이 10.5킬로, 미애 11.5킬로... 有口無言...
모두들 수고 했지라!!!
첫댓글 겨울 공릉 3번 시도 끝에 결국 했습니다. 그러니까 토파즈신님과 미쉘님은 무지 운이 좋은거예요. 말로만 듣던 죽음의 계곡... 신선대에서 바라보며 왠지 범접할 수 없는 곳 같았는데 의외로 푸근하고 아늑해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겨울 공릉은 정말이쥐 힘들었습니다. 혼자 다리가 풀려 헤메고 생쑈를 해서 쪽☆ 팔렸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 고마웠습니다.
다들 힘들었습니다. 박선생님만 빼고... 힘들고 다리는 풀렸어도 마음만은 동심이었습니다. 쪽팔리기는 뭐가 쪽팔려요. 다들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지... 23:00
대장님, 박 선생님 산풀님, 그리고 예쁜 미애 ^^ 함께 한 설악 공릉 정말 행복한 추억이 수고하 셨어요'...
아직 그 감동이 잔잔하게 가슴에 물결을 일으키네여. 앞으로 더한 행복이 있을 겁니다. 대무신왕님과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