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강원도를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동으로 넘으면 가장 먼저 만나는 학교는 양양군에 위치한 오색초등학교다. 1968년 상평국민학교 오색분교장에서 오색국민학교장으로 인가되면서 1969년 1회 종업생을 배출하면서 학교의 역사는 시작되어 어느덧 분교 3회, 본교 40회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가 되었다. 그런데 모교인 동시에 내 딸 래은이가 다니는 오색초등학교가 2012년 폐교예정> 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 것이다.
이해는 되지만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다. 전교생이라야 10명으로 3학급인 이곳이 그동안 초등학교로 명맥을 유지할 수있었던 것도 동문들과 교육청의 지대한 관심 덕이지만, 그것도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인 학생수가 늘지 않고는 폐교는 막을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지난 해 동문들이 모였을 때 2009년에는 입학생이 없어 걱정이라는 말을 듣고 아이를 모교에 입학 시키기로 했다. 래은이는 1년을 앞 당겨 입학했지만 제법 잘 따르고 학교에서도 잘 어울려 선생님이나 관내 어지간한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소문이 날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그 덕에 내가 걱정을 하는 대도 내년 입학생으로 동생 래원이를 학교에서 일찌감치 점 찍어 두었다. 하지만 폐교예정이란 사실을 그동안 모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야 알게 되고보니 섭섭한 감정은 숨기기 어렵다.
그동안 동문들이 학교를 지키기 위해 자녀들을 다소 거리가 멀더라도 모교로 입학을 시켜 졸업까지 마치게 했으며, 다른 동문들에게도 부탁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나이들이 40을 대부분 넘기고 보니 이젠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아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지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주를 한 이들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으로 도리어 읍내 학교로 통학을 시키고 있으나 개인적인 자유에 대해 강제할 방법이 없는 입장에서는 더 이상 부탁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동문들이 학교로 모였다. 교장 선생님과 교무담당 선생님을 만나 해결 방안을 의논하고 내린 결론은 도시의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데 의견을 맞추고, 거기에 필요한 준비를 하기로 합의 했다. 도시 아이들 중에서 부모들이 모두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입장인 경우 불가피하게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으나 문제는 아이들이 왔을 때 수용할 수있는 숙소를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당장 숙소를 짓자니 비용이 문제다. 숙소를 지을 부지는 오래전부터 학교를 세우며 마련해 둔 땅이 2,000평 정도 있으니 문제 될 것은 없는데, 건물을 짓고 집기 등을 마련할 비용이 걸림돌이다. 양양군과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고 서류를 갖춰 방문하게 되었다. 양양군 관내에 도농문화교류를 전제로 한 대안학교가 이미 활동을 하고 있기 대문에 그곳의 운영자와 상의 하고 가능한 방향에 대해 정보를 얻어 자료를 만들어 교육청부터 찾아갔다. 양양군에는 교육청이 없다. 법원과 경찰서도 없다. 그 이유는 오래전 양양군 속초읍이 분리되어 속초시가 되면서 양양읍내에 있던 경찰서와 법원, 교육청을 모두 속초시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였다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세종시를 만들어 9부 2처 2청을 이전할 계획도 부정하는 입장에서 관내의 교육과 법질서를 공고히 해야할 관청들을 타 시로 보낸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은 걸로 거론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이야 ‘속초양양교육청’이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속초시교육청’으로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교육이나 법적인 문제로 관청을 찾아야 할 때 양양군이 아닌 속초시까지 민원인이 이동해야 하기에 불편은 많다. 그러나 그 외 다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다만 인구가 그만큼 적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교육청에서는 교육행정에서 할 수있는 일이 현재로써는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당장 폐교를 하게 되면 교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교육청의 입장에서도 오색초등학교는 서쪽이나 다른 고장에서 들어오는 초입에 있는 학교를 폐교를 시킨다는 것은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의 정책 때문에 당장 지원을 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유예기간인 2012년 신학기 전까지 16명 이상의 학생을 유지하면 폐교를 막을 수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금 전국적으로는 초등학교는 60명이 되어야 폐교를 막을 수 있으나, 강원도와 전라도의 도서 지역 등은 그 보다 적은 학생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양양군청으로 자리를 옮겨 양양군수실로 들어갔다. 양양군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장 건물을 지을 비용은 어렵고 기존 있는 사택을 리모델링 할 비용은 마련하여 보겠다고 했다. 교육청과 양양군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오색초등학교보다 먼저 도시의 아이들을 학생으로 받은 상평초등학교 공수전분교의 철딱서니학교 운영자에게 학생과 담당지도 교사를 확보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만으로 해결로 향한 절반의 걸음은 내 딛은 것이다. 아이들을 유치하는 문제나 지도교사를 확보하는 일에 대해 걱정을 하는 동문들에게 난 블로거들과 공조하면 쉽게 해결 될 수있으며, 대규모 숙사를 짓는 비용문제도 마찬가지로 많은 블로거들이 활동하는 공강에서 여러사람의 의견을 모우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많은 블로거들이 동참하고 응원한다면 기업을 움직여 이런 공익사업에 투자를 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변에도 학생들의 활동을 소개하면 자연히 부모들이 나서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을 산촌으로 유학시키기 위해 동문들이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산촌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있는 것은 일반적인 교과과정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사진의 냇가는 학교 앞이다. 어려서부터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여기서 10분도 채 걷지 않아도 청정 환경을 갖춘 숲이 아늑하게 펼쳐져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그런 자연만 배우고 놀게 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는 국악과 영어, 컴퓨터, 주산 등의 특별 교육을 오후 수업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전교생 학용품과 급식비가 지원된다. 심지어 어린이날은 브랜드 옷까지 선물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식당으로 데려가 한우 스테이크로 포식을 시킨다. 가방은 입학을 할 때 기본적으로 사 주며, 동문회에서 관내 중학교로 진학하는 졸업생에게는 장학금을 준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은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 이제 당장의 걱정은 덜었으나 앞으로 대형 숙소를 지을 비용을 마련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공익사업을 할 기업이라도 있다면 교육청에서 대여를 해주는 900여 평의 땅에 건물을 지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만, 과연 어느 기업이 선듯 나서서 그런 일을 할까 의문이다. 난 모교인 동시에 학부모의 입장에서 오색초등학교를 더불어 함께 자연을 배우는 학교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폐교를 막기 위한 첫 삽은 이제 떴다. 내년에는 래은이에겐 학교에 후배도 생긴다. 물론 집에서는 제 동생이기는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