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齋)의 종류
재(齋)의 원래의 의미는 고대 인도의 철학서인
우파니샤드(Upanisad)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재가자가 언행을 조심하고 재계를 잘 지키고
신심을 청정히 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스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후일 크게 법회의식으로 확대되어 호국법회에서부터
수륙재(水陸齋),영산재(靈山齋)등과 같은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을 위해 베풀어지는 일체의 모든 법회를
총칭하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1, 천도재(薦度齋)
부처님은 사람이 태어나고 병들고 늙고 죽는 사실을
주목하며 사는 것 자체가‘고통〔苦〕’이라고 하셨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니 만큼 그 고통에서
표면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사실상 죽음으로
모든 종교에서는 사후세계를 다루게 된다.
흔히 서양의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에서는 사후세계를
천국과 지옥의 세계관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역시 죽은 자의 영혼이 가야 할 곳에 대해 주목한다.
죽은 자의 영혼이 평온한 다음 세계로 안전하게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원하는 것이 천도재(薦度齋)로
죽음과 관련된 불교의례를 통칭하기도 한다.
천도재의 천(薦)은 천거함을 의미하고 도(度)는 죽은 영혼이
내생(來生)의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는 길을 안내하고
그 방법을 가르쳐 주며 이끌어 줌을 뜻하여
천도란 망자의 영혼을 구제하여 좋은 곳으로 보낸다는 의미이다.
천도재는 이처럼 의미가 넓은 불교의식으로서
사십구재, 수륙재, 영산재 등이 모두 이에 속하는 것이다.
죽은 자의 영혼이 평온한 다음 세계로 안전하게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원하는 것이 천도재(薦度齋)로
죽음과 관련된 불교의례를 통칭하기도 한다.
천도재의 대상이 되는 영가(靈駕)는 망자의 영혼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업(業)에 따라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몸만 바꾸어 환생하면서 끝없이 윤회하는데
이 영혼을 하나의 개체라고 인정하여 불가(佛家)에서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영가천도(靈駕薦度)’라고 하는 것이다.
천도재는 진언(眞言)으로 영가를 불러 이승의 미련이나
집착을 끊어 버리라는 내용인 법문(法門)을 들려주고
살아남은 자들의 정성과 선신(善神)의 위신력과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왕색극락(往生極樂)토록
안내하고 기원하게 된다.
의식절차에 따라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와 각배재(各拜齋)· 영산재(靈山齋)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사십구재로 통용되는 상주권공재가 가장 기본적인 의식이며,
여기에 명부신앙(冥府信仰)에 대한 의례를 더한 것이 각배재이고
영산재는 영산회상의 법회를 상징화하여 행하는 재이다.
2, 수륙재(水陸齋)
모든 종교에서는 죽은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즉 죽은 자의 영혼이 평온한 다음 세계로 안전하게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원하는 것이 천도재(薦度齋)이다.
이러한 천도재는 죽은 자의 영혼을 직접 정하여 이루어지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재이다.
반면 수륙재(水陸齋)는 그 말에서처럼‘물〔水〕’과‘육지〔陸〕’의
모든 불특정한 대상을 위시해 행해지는 것이 수륙재이다.
특히 인간뿐만이 아니라 강, 호수, 바다 등의 물과 육지에
머무르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의식이다.
특히 전쟁이 끝나거나 가뭄, 전염병 등으로 인한
어려운 시기에 수륙재가 사설되는데,
이는 영가의 한이 깊음으로 인해서 인간사에 부조화가 왔다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들에게 수륙재를 지내주면서
다음 생에 부디 극락의 세계에서 탄생하라고 기원해주는 것이다.
수륙재는 중국에서 양(梁)나라 무제(武帝)때부터 비롯되었고,
한국에서는 971년(광종22)에 수원 갈양사(葛陽寺)에서
혜거국사(惠居國師)가 처음으로 시행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수륙재와 관련된 의식의 내용과 방법을 적어놓은 의궤집(儀軌集)은
고려 선종 때 태사국사 최사겸(崔士兼)이 수륙재의 의식절차를 적어놓은
"수륙의문(水陸義文)"을 송나라에서 구해온 것을 계기로,
보제사(寶齋寺)에 수륙당(水陸堂)을 새로 세움으로써
수륙재를 성대히 격식에 맞게 하였다는 기록이
"고려사(高麗史)"에 전해지고 있다.
이어서 더 제대로 갖추어진 의궤집은 세조대왕대인 1464년에
중국으로부터 구해온 것을 계기로 인출하여
수십 건을 배포하였다는 기록을 통해 15세기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내용과 방법에 엄연한 절차에 따라
수륙재가 사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영산재(靈山齋)
영산재는 영산작법이라 불리울 만큼 규모와 절차가 큰 의례로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상징화 한 재(齋)이다.
영산회상을 열어 영혼을 발심시키고,
그에 귀의하게 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영산재가 진행되는 절차는 매우 복잡하다.
우선 의식도량을 상징화 하기 위해
야외에 영산회상도를 내어 거는 괘불이운(掛佛移運)을 시작으로
괘불 앞에서 찬불의식을 갖는다.
정면 한가운데 걸린 괘불 앞으로
불보살(佛菩薩)을 모시는 상단(上壇),
신중(神衆)을 모시는 중단(中壇),
영가(靈駕)를 모시는 하단(下壇)을 세운다.
그 뒤 영혼을 모셔오는 시련(侍輦),
영가를 대접하는 대령,
영가가 생전에 지은 탐진치(貪瞋痴)의 삼독(三毒)을 씻어내는
관욕(灌浴)이 행해진다.
그리고 공양드리기 전에 의식장소를 정화하는
신중작법(神衆作法)을 한 다음 불보살에게 공양을 드리고
죽은 영혼이 극락왕생하기를 바라는 찬불의례가 뒤를 잇는다.
이렇게 권공의식을 마치면 재를 치르는 사람들의
보다 구체적인 소원을 읊는 축원문이 낭독된다.
이와 같은 본의식이 끝나면 영산재에 참여한
모든 대중들이 다 함께 하는 회향의식이 거행된다.
본 의식은 주로 의식 승에 의하여 이루어지나,
회향의식은 의식에 참여한 모든 대중이 다 같이 참여하는 특징이 있다.
끝으로 의식에 청했던 대중들을 돌려보내는 봉송의례가 이루어진다.
영산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와 보존이 중요한 전통적인 불교의식의 하나이다.
4, 예수재(豫修齋)
예수재(豫修齋)는 불가(佛家)의 대부분의 의식이
죽은 자의 명복을 바라는 것과 달리 생전에 산자가
자신이 죽은 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불교의식이다.
죽은 지 7일이 일곱 번 지나는 49일째에 지내는 의식인
49재와 같은 대부분의 천도재가 죽은 이를 위한 것이라면
예수재는 살아 있는 이가 자신의 사후를 위해
미리 준비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밝히고
보살행을 실천할 것을 서원드리는 아름다운 의례이다.
‘미리 닦아 익힌다’는 예수(豫修)란 단어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생전(生前)이란 말과 더불어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齊)’라고 흔히 불리운다.
또한 사후세계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장보살이 주관하는 지옥세계의 소의경전인
"예수시왕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과 관련이 있어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齊)라고도 한다.
예수재의 기원은 당나라 때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십이생상속(十二生相屬)에 관한 것을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이것이 당나라와 우리나라에 전해져 전통의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장경(地藏經)" 이익존망품(利益存亡品)에는
산 자가 죽은 자를 위한 공덕을 빌어도
죽은 자는 그 공덕의 7분의1밖에 못 가져가기 때문에
살아서 공덕을 쌓으라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미리 재를 지낼 필요가 생기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생전예수재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지계(持戒)와 보시를 통한
스스로의 참된 수행과 공덕으로 자신의 미래를 닦아나가는
의례인 만큼 예수재는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불교의 특성을 보여준다.
예수재는 재를 치르는 공간인 도량을 구성하는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
다른 재와는 차별적인 특징들이 많은 편이다.
대체적인 절차로는 죽은 뒤에 자신이 가져갈 금은전을 준비하고
각 단(壇)을 만들어 장엄하게 꾸미고,
신중작법(神衆作法), 주향공양(呪香供養), 소청(召請)등
고성염불과 바라춤과 나비춤 등 불교의식이 진행되며
봉송(奉送)으로 이어져 예수재를 마치게 된다.
[출처] 나홀로 절로 |작성자 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