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슥한 어둠이 깔린 산책로 에 커다란
오렌지 모양의 불빛들이 질서 정연하게 걸려 있다
부슬 부슬 비가 내리고 밤깊은 공원의 벤치는 모두
빈자리로 남아 있고
흐린 연못에 반쯤 잠긴 물위로 불빛들만 고여서
반짝이고 있다
한때 이곳은 연인들의 공원이었다
아직 올림픽 도로가 뚤리기 전
김포 공항을 오고가던 관문 이 쓸쓸하다 하여
이곳에 인공 폭포를 만들고 나무와 꽃을 심어
항상 싱그러운 연인들의 웃음 소리와
비둘기들의 힘찬 날갯짓이 있었다
폭포는 하루종일 하얀 포말을 뿜어내며
지친 심신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에
한줄기 바람을 일으켜 주었다
그리하여 공항을 통하여 떠나는 사람들이나
공항을 통하여 돌아오는 사람이나
이곳에 머물러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떠나는 자의 상념이나 돌아오는 자의 감회를
이곳에 묻혀두고 자신들의 갈길을 갔다
밤늦은 시간 시간 마다 연인들은 이 폭포가에 앉아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엇다
이제 시간의 힘앞에 서울을 오고가는
국제선 여객터미널 관문의 역활은 사라지고
국제선 터미날도 김포에서
영종도로 옮겨간 지금
이곳은 많이 쓸쓸하다
연인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졌고
폭포도 이젠 하루 시간을 나누어 두시간씩
떨여져 내려 사람들은 이곳에서 폭포가 흐르는지
아니 흘렀던 사실 조차도 잊었고
밤늦은 시간 퇴근하다가 잠깐 들러
차를 세워두고 혼자서 공원안을 거닐어 보면
모든것이 비어있고 잠잠하다
남아 있는것은 한때 밤깊은 이 폭포가에서
밴치에 앉아 제법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허리가 뽀사져라 끌어안으며
찐한 입술의 접선과 함께 싸하게 몸안에 피어오르던
220볼트 전기에 감전된듯한 느낌과 함께
드뎌 해치웠다라는 성취감으로 들떠오르던 희열이 교차하던
그밤 불빛을 받아 고양이 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그녀의 눈빛만이
선연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가끔 나는 퇴근하다 말고
양화 폭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 안을 배회한다
무언가 힘든일이 있거나 서운한일이 있을때
진한 상념으로 무거운 마음일때
그때 빼어마시던 자판기 의 구수한 다방버젼 커피를 떠올리면서
카페 문이 열려 있으면 커피를 특별히 종이컵에 담아 달라고해서
그날들처럼 설탕 세스푼에 크림 두스푼을 넣고
그 달콤하고 쬐끔은 쌉쌀하고 구수한 커피맛을 음미하며
가끔 양화 폭포를 배회한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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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양화 인공폭포
하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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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
03.09.30 10:0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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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 그 아래를 자전거로 달리고 있구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