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NOW가 만난 사람 / 이정민 아나운서
팔색조 화려한 날갯짓!
일도 잘하고 부쩍 예뻐진 여자에게 우리는 "한창 물이 올랐다"고 한다. 요즘 이정민 아나운서가 자주 듣는 말이다. 입사 때부터 해오던 스포츠 뉴스부터 교양, 예능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이제 2시간짜리 아침 뉴스의 앵커까지 맡았다. 늘씬한 키에 시원시원한 얼굴, 그 외모만큼이나 활달하고 유쾌한 이정민 아나운서와의 즐거운 데이트.
저 아나운서 누구야? 스포츠 하는 이정민? 휴가철인 7월과 8월, 차미연 앵커의 연수로 자리가 빈 <뉴스 현장> 대타로 지목됐을 때 정말로 싫었다. 아나운서는 가을 개편에 어떤 프로그램을 맡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휴가를 여름에 다녀오는 게 상례인데 두 달 간 대타라니…. 입사 4년차. 사실 그동안 뉴스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후 5시 뉴스, 주말 낮 뉴스 등을 해봤다. 그런데 시청률이 워낙 안 나오는 시간대이다 보니 뉴스를 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대타로 맡은 <뉴스 현장>은 달랐다. 점심 시간에 오며 가며 뉴스를 본 많은 사내 사람들이 "어? 저 아나운서 누구야? 스포츠 하는 이정민? 달라 보이는데?"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비로소 뉴스와 이정민 아나운서를 매치업시키게 된 것. 이때 '사내 시청률'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한 달 후 <뉴스투데이>의 앵커로 발탁됐다. 애물단지가 행운이 돼 돌아왔으니, 전화위복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며, 기회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법이다.
메이저로 오다! 많은 여자 아나운서들이 9시 뉴스의 앵커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입사한다. 이정민 아나운서는 딱 꼬집어 그런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아나운서라면 누구든 뉴스 앵커가 되고 싶은 바람을 비켜갈 수는 없다. 그녀는 4년차가 된 지금 이런 기회가 주어진 걸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재미있어요. 대여섯 시간 동안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하나에 몰두하는 경험은 대학 졸업 후 처음인 것 같아요. 이렇게 새로운 느낌, 새로운 일이 희열을 가져다줍니다."
아침 뉴스의 앵커는 예전의 기자 경험을 되살려주기 때문에 더 각별하기도 하다. 알려진 대로 이정민 아나운서는 itv 사회부 기자로 1년 동안 근무했다. 메이저로 오고 싶어 사표를 쓸 때도 기자의 길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1년을 기자로 살 때 그녀의 힘든 생활을 지켜본 어머니가 딱 한 번만 아나운서 시험을 봐달라고 사정해서 1년을 버리는 셈치고 분야를 바꾼 것이 지금의 그녀로 이끌었다. "마음을 비워서인지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나봐요. MBC와 KBS에 최종까지 가게 되니 비로소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사람은 다 갈 길이 따로 있나봐요." 지금은 아나운서도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가 됐지만 처음 입사했을 때는 "너 깡패냐?"는 말을 수시로 들었다. 그리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방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그나마 세상이 변해서.^^
스포츠 외에는 맘 붙일 데가 없단 말인가? 스포츠 뉴스는 이정민 아나운서에게 의미가 크다. 입사하면서 시작해 3년 반 동안 계속 해오는 분야이고, 여자로서 처음으로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신입 때 어리버리하고 있는데 부장님이 노느니 오디션이나 보라고 하더라구요. 주말 스포츠 뉴스니까 재미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옷도 캐주얼하게 입고 방긋방긋 웃으며 했는데 그런 모습이 새롭게 보였나봐요."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이미지화되긴 했지만, 다른 분야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 MC에 도전해봤다. 그런데 그녀가 들어가기만 하면 모두 6개월 만에 도중하차! 스포츠 외엔 맘 붙일 데가 이렇게 없나?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어 내심 실망도 컸다. "그땐 저를 풀어놓는 방법을 몰랐어요. 연예인들의 끼와 기에 눌려 입도 뻥긋 못할 때가 많았죠. 이제 3년 정도 지나니까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도 알겠고, 제 자신을 풀어놓는 방법도 터득하게 됐어요. 한 주 한 주 느는 느낌도 들구요." 현재 그녀는 6개월 징크스를 깨고 <문화사색>과 <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너를 가둬놓지 마!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은 남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가보다. 이정민 아나운서가 늘 듣는 말이 "넌 왜 그렇게 싱겁냐"는 것이다. 비록 단명했지만 그간 오락 프로그램의 제의가 많았던 것도 그녀의 털털하고 엉뚱하며 재미있는 성격 때문. "선배들이 늘 하는 말이 저에겐 끼가 있다며 이를 가둬놓지 말라고 하세요. 이번에 뉴스를 맡았을 때도 앵커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저의 생각과 느낌을 과감히 전하라는 거였어요. 첫째날 앵커로서 분위기 잡고 열심히 했더니 '뉴스라고 설정이냐?' 그러시면서 그냥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구요."
아침이 들썩이다 지난주엔 3사 아침 뉴스 여자 앵커들로 인해 아침이 들썩였다. SBS <굿모닝 와이드> 김주희 아나운서의 비키니 사건에 이어 KBS <뉴스광장> 노현정의 결혼 발표, 그리고 MBC <뉴스투데이> 이정민 앵커의 등장! 상대사 앵커들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고 물으니 "색깔이 다르다"며 전혀 부담 갖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시청자가 좀 더 편한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제 장점은 유쾌하고 밝은 느낌입니다. 제 그 느낌 그대로 아침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그녀는 천성이 아등바등하지 않고 세상사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스타일이다. 악착 같은 데가 없어 크게 성공을 못할지 모르지만 정신 건강에는 무지 좋다고 웃는다. "사이클이 있는 것 같아요. 잘될 때도 있고 못될 때도 있고. 매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한다면 못 견딜 직업이에요. 제가 아나운서로 들어오면서 결심한 것이 인기에서 보람을 찾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서 찾겠다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지금처럼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앵커로서 하나의 상징이 되고 싶다 이정민 아나운서는 팔색조처럼 프로그램에 맞게 변신하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아나운서다운 면모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인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아나운서란 어떤 존재인가? 가장 정확한 우리말을 구사해 어떤 프로그램이든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사람, 프로그램에 밀착돼 시청자를 끌어가는 사람이다. 바로 이러한 능력이 연예인과 구별되는 지점이며 생명력이 긴 진행자가 되려면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녀는 앵커로서 하나의 상징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뉴스가 더 이상 권위적이지 않으며 딱딱하지 않다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고, 뉴스를 잘 전달하면서도 편안하고 친절한, 매일 아침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단다. 기사의 맥뿐만 아니라 시사의 흐름을 꿰뚫고 있으며, 가장 쉽고 정확한 우리말 표현을 찾아 핵심을 찌르는 앵커가 되기 위해 그녀는 요즘 뉴스와 앵커 에 관한 기본 서적을 다시 찾아 읽고, 방송 3사 선배 앵커들의 멘트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6시 뉴스를 위해 새벽 3시에 출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고를 충분히 고치고 스태프들과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정말로 재미가 있다.
파리에 사는 이정민입니다 요즘 그녀는 전화 통화할 때 "파리에 사는 이정민입니다"라고 인사해 사람들을 웃기곤 한다. 새벽 1-2시에 일어나 3시에 출근하고 낮에는 공부하랴, 다른 프로그램 녹화하랴 체력 관리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경험자들은 아침 프로그램을 하면 백이면 백 살이 찐다고 경고한다. 언제가 먹는 때인지 모르고 낮에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 또 짬 없이 먹고 짬 없이 자는 그녀에게 한 번에 최소한 5시간 이상씩은 자야 한다고 충고한다. 다행히 별명이 '에너자이저'일 만큼 건강 체질이라 아직은 피곤한 줄 모르고 있다.
모니터를 벗어나라! 이정민 아나운서는 궁극적으로 대형 무대의 MC를 꿈꾼다. 개막식이나 시상식, 큰 음악회 등 격식을 갖춘 대형 쇼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 이제까진 늘 답답한 모니터에 얼굴만 나올 때가 많았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시원하며 화통한 그녀의 매력적인 전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화려한 날개짓은 시작됐으니, 아름다운 팔색조의 매력을 확인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글| 홍보부 이미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