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장,
혜미는 하루 종일 집안일에 몸을 쉴 사이가 없다.
여덟 식구의 빨래만 해도 산더미 같다.
세탁기를 돌린다고 해도 손빨래를 요구하는 옷들이 많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혜미는 비로소 엄마로서의 행복과 만족을 느끼곤 한다.
제일 어린 진우는 이제 막 돌을 지낸 아기다.
다행히 순하고 착한 아기여서 배불리 우유를 먹여 놓으면 저 혼자서도 곧잘 놀곤 한다.
혜미는 가끔 진우를 돌보면서 이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참으로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진우 위로 네 살짜리 여섯 살 여덟 살 그리고 열 살과 열두 살이다.
진우와 네 살 성현이를 빼 놓고는 네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를 보내고 나면 혜미가 할 일은 산더미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숙달이 되어서 일을 척척 잘 해 낼 수 있다는 것에 혜미는 자신도 스스로 놀라곤 한다.
이제 산더미 같았던 빨래들을 모두 해 놓고 집안 청소를 말끔하게 한다.
오늘은 혜미에게 있어 특별한 손님이 오는 날이다.
그날 전시회에서 잠시 보았던 노희정의 모습이 자꾸만 혜미의 눈앞에 어른거린다.
출근을 하는 남편에게 시장을 보아오라고 얘기를 했지만 제대로 물건을 사 가지고 올까 걱정이 된 혜미는 엄수영의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
“여보! 아침에 내가 적어준 쪽지를 가지고 나갔지요?“
“응! 너무 걱정하시 마! 내가 모든 것을 사 가지고 갈게!그리고 되도록 빨리 들어가서 당신을 도와줄게!“
“알았어요.”
혜미는 남편을 생각한다.
너무나 빈틈이 없고 자상한 남편이다.
남편은 참으로 가정적인 사람이다.
아이들 하나하나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퇴근을 하고 난 이후에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에 모든 신경을 다 쓰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수현이에게 너무나 자상하고 정겨운 아빠다.
처음에 무척이나 서먹하고 눈치를 보던 수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영이를 아빠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혜미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을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혜미는 다시 집안을 돌아본다.
어느 곳 한 군데 윤기가 나지 않는 곳이 없다.
도우미 아주머니를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부르지 않고 혼자의 손으로 모든 집안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혜미다.
서툴면 서투른 대로 숙달이 되리라 마음을 먹고 시작을 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그런대로 숙달이 되어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집이 이층에는 비교적 큰 아이들의 침실로 나누어져 있다.
아래층에는 두 부부의 침실과 주방 그리고 거실과 커다란 욕실 그리고 두 개의 방으로 되어 있는 구조는 상당히 넓은 곳이다.
이층에는 욕실 한 개와 거실과 침실이 다섯 개로 나누어져 있는 곳이다.
기회를 보아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올 생각으로 침실을 많이 만들었던 그들이다.
아직 어린 진우는 자신들이 함께 데리고 잔다.
그리고 성현이는 수현이가 돌보면서 데리고 자는 것이다.
성현이는 그래서 그런지 큰언니라고 하면서 수현이만 따르고 있다.
수현이 또한 아직 어린 성현이를 너무나 잘 돌봐주고 있다.
혜미에게 있어 수현이는 커다란 협력자였던 것이다.
혜미는 이런 행복을 가져다 준 수영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깊은 신뢰와 사랑을 가지면서 그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주말이라 수영은 이른 퇴근을 하고 아내가 적어준 쪽지를 들고 백화점으로 간다.
식품부에 들려 쪽지에 적힌 대로 물건을 구입하고 집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아내는 너무나 모든 것들을 잘 해 내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은 어느 천사인들 그렇게 평온하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아내는 참으로 마음을 다하고 모든 정성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엄수영은 결혼을 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고 있다.
직장에서 조금 먼 곳이긴 해도 아이들을 위해서 너무나 공기가 맑고 경치도 좋은 곳이다.
다행히 아이들 모두는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주고 있다.
“여보!”
집에 들어서면 엄수영은 항상 그렇게 아내를 부른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며 반겨주는 사랑스런 아내가 이내 모습을 보인다.
“잘 지내고 있었어?”
잠시 떨어져 있던 시간이었지만 수영은 혜미의 이마에 뽀뽀를 하면서 묻는다.
“그럼요! 당신도 하루 종일 수고를 많이 하셨어요.“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르지 않아도 되겠소?”
물건을 내리면서 수영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네! 오늘은 내 손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고 싶어요. 오늘 같은 날이 있기를 얼마나 원하고 바랐던지 아세요?“
“알고말고! 당신이 가족들에게 향하는 그 마음을 왜 모르겠소? 내가 거들어 줄게!“
수영은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나와 부지런히 일을 거든다.
그 사이 아이들이 모두 돌아온다.
수현이는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동생들을 거두면서 돌보고 있다.
“수현아! 오늘 우리 집에 누가 오는지 알지?“
“네! 큰 외숙모 되실 분이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엄마 마음에 쏙 들었나 봐요.“
“왜?”
“엄마 얼굴이 얼마나 빛나는지 아세요? 엄마가 행복해 보이실 때 보였던 밝고 빛이 나는 모습인 걸요!“
“그러니? 엄마가 마음을 숨기지도 못한다. 그치?“
모녀는 서로 마주 보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혜미는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한다.
마침 모든 준비가 끝나갈 때 윤석이 노희정과 함께 도착을 한다.
“어서 오너라!”
혜미는 앞치마를 벗어 놓고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노희정은 꽃다발과 함께 아이들의 장난감을 한 아름 사들고 온 것이다.
“세상에! 무엇을 이렇게 많이 준비해 왔어요? 그냥 와도 되는데."
”누님께서 아이들을 많이 키우신다고 들었어요. 별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성의껏 준비해 봤습니다.“
“희정씨! 정말 고마워요! 어서 이쪽으로 앉아요.“
혜미는 희정과 윤석을 거실로 안내한다.
“집이 상당히 크고 좋으네요.”
“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많이 고심하고 지은 집입니다.“
혜미는 집 자랑을 한다.
남편의 땀과 꿈이 깃들어 있는 집이다.
“희정씨는 형제분이 몇이나 되요?”
“위로 오빠 둘이 있고 딸은 저 하나입니다.”
“아주 소중한 딸이군요. 부모님께서 얼마나 사랑하시면서 키우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노희정은 상당한 재산가의 딸이다.
그러나 그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일에 자식들의 뜻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희정이가 사랑하고 있는 윤석이를 보고 외모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는 반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 두 사람은 화가로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의 같은 곳을 향해서 서로의 협력자로서 서로 이해하고 도움이 된다면 그리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혜미는 다시 보는 희정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곱게 자란 사람처럼 고운 모습이다.
어느 곳 하나 억세게 보이고 악착스러운 모습이 없다.
혜미는 자신이 그렇게 억세고 악착스러운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 사람들보다는 고운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
더구나 윤석은 마음이 곱고 여린 동생이다.
마음이 여린 동생에게 억척스러운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혜미의 마음에 희정은 너무나 반갑게 다가온 것이다.
“음식이 너무 맛이 있어요.”
희정은 혜미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나도 살림을 해 본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음식을 맛깔스럽게 할 줄을 몰라요. 맛있게 먹어주니 정말 고마워요.”
“아닙니다. 항상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해 주는 음식만 먹다가 이렇게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 주신 음식을 먹으니 정말 맛이 좋아요.“
희정은 어려서부터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
희정의 엄마는 주방하고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평생을 사람을 부리면서 살아가는 희정의 엄마다.
“희정씨! 우리 윤석이 어디가 좋아서 사랑하고 있어요?“
“꼭 어디라고 꼬집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요 윤석씨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 그리고 여린 것 같으면서도 결단력이 강한 면들을 사랑하고 있고요.“
“그래요? 우리 윤석이가 그런 면이 있어요?“
혜미 자신도 알지 못하던 윤석이의 모든 면모를 희정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형님!
저희 결혼을 찬성해 주실 거죠?“
희정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선적으로 묻는다.
“그럼요! 그것은 내가 희정씨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 윤석이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윤석씨가 제 청혼에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서 불안했습니다.“
“희정씨가 청혼을 했어요?”
“네! 벌써 삼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답변을 해 주지 않고 있어요.“
희정은 윤석이를 보면서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한다.
“세상에? 그런데도 희정씨는 기다리고만 있었어요?“
“네! 제가 윤석씨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희정은 마음의 숨김이 없다.
“누나! 또 한 가지해야 할 말이 있어요.“
윤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혜미는 윤석을 바라본다.
“실은 이 사람 지금 임신을 했어요.”
“뭐? 네 아기를 가졌다는 말이니?“
“네! 요즘에 그 사실을 알았어요.“
“이런? 이렇게 기쁜 일이 있다니? 우리 윤석이가 아기 아빠가 된다는 말이니?“
혜미는 희정의 손을 덥썩 잡는다.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다니? 희정씨! 아니, 올케! 내가 너무 좋아서 춤이라도 추고 싶어!“
“형님! 기뻐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희정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물들어 간다.
“어서 엄마에게 인사를 드리고 결혼식 날짜를 잡아야겠다. 무엇을 더 생각하고 망설이고 할 필요가 있어?“
혜미는 정말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날 곧바로 이여인에게 인사를 드리러 간다.
이여인은 희정을 보자 너무나 좋아하고 있었다.
이여인은 희정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고맙다! 내가 죽기 전에 우리 윤석이를 결혼을 시킬 수가 있어서 정말 고맙구나!“
“어머님!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이제 제가 어머님의 맏며느리로서 효도를 해 드리게 해 주셔야만 합니다.“
“아가! 난 이제 아무런 여한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너희들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만 바랄 뿐이다.“
이여인의 마음에 쏙 드는 며느리 감이었던 것이다.
양가의 어른들의 인사를 끝내고 한 달 만에 결혼 날짜를 잡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 사랑하고 있는 그들에게 미루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들의 결혼은 급속하게 준비가 되어간다.
희정의 집안에서는 그들을 위해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었던 건물을 내 준다.
오 층짜리 건물이다.
그 건물은 급하게 새로운 공사로 들어간다.
그들은 맨 위층에 살림집을 만들고 일층과 이층은 미술학원을 만든다.
그리고 삼층과 사층에는 각자 따로 독립된 화실을 꾸밀 계획이다.
미술학원은 희정이 꾸려갈 계획이다.
윤석은 학교에서의 강의시간 때문에 학원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
더구나 윤석은 학교에서의 시간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야만 하는 것이다.
희정의 꿈은 미술학원을 만들어 나간다.
희정의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의 부모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결혼식을 끝내고 집이 완공이 될 때까지 희정의 친정에 머물기로 한다.
그것은 이여인 또한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이여인은 윤석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려서부터 병신으로 태어난 윤석이 수술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 자신의 꿈을 이루고 어엿한 가정을 가지고 살아 갈 수 있을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아닌가?
윤석이만 행복하게 살아 가 준다면 그 어떤 것이든 허락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그런 윤석이를 사랑하고 받아주는 희정과 그의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던 이여인의 마음이다.
이여인은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패물과 돈을 내 놓는다.
희정에게 좋은 패물을 해 주고 싶은 이여인의 마음이다.
혜미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엄마가 내 놓은 것을 합해서 희정에게 가장 비싼 패물을 준비해 준다.
이여인은 자신이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으로는 언제나 맏딸인 혜자의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여인은 필경 혜자가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벌써 혜자에게 소식이 끊어진 것이 십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혜자가 낳은 수현이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어간다.
그 오랜 세월 단 한 번의 소식도 전해오지 않는 혜자는 어쩜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포기가 되질 않는다.
가족들이 행복을 찾아 가는 그 순간에도 이여인은 혜자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입 밖으로 내어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가슴 한 편이 무너져 내린다.
이여인은 윤석의 결혼을 바라보면서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기쁨의 눈물과 큰 딸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인 것이다.
수많은 하객들 가운데 그 어디에서도 큰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혜자의 소식만을 알기만 해도 아무런 여한도 없이 마음 편하게 눈을 감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여인의 가슴 속에 혜자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고 자꾸만 가슴을 아프게 한다.
결혼식은 생각보다 더 성대하게 치루어진다.
학교의 교수들과 화랑에서 많은 손님들이 결혼식을 더 한층 빛나게 해 주고 있다.
아직은 눈에 뜨일 정도로 배가 나오지 않은 희정의 모습은 요염하도록 아름답다.
눈부시게 흰 웨딩드레스가 신부의 모습을 한층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대한 결혼식에 이어 성대한 피로연이 시작된다.
그들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해외에서 만난 그들이었기에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선택을 한 것이다.
피로연에 잠시 얼굴을 내밀어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내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을 한다.
윤석의 화려하고 새로운 삶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시작이 된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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