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 종교의 삶을 묻다]
마음의 눈으로 풀어내는 도마복음
백성호2024. 2. 16. 00:47
예수의 메시지는 처음에 여기저기 쪽지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혹은 갈리리 호숫가에서, 혹은 사마리아 땅에서 예수가 건넸던 이야기를 사람들이 기록한 겁니다. 이런 쪽지의 파편들을 모으고, 편집하고, 또 정리해서 복음서가 꾸려졌습니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그리스도교는 국교가 됐습니다. 그때 정리 과정을 거쳐 4복음서(마가·마태·누가·요한복음)도 정경(正經)으로 공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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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복음서 정리 과정서 빠진 쪽지
예수 육성 담겼을 가능성 주목
명상가 목사가 쓴 해설서 눈길
암호 같은 도마복음 길라잡이
」
요한복음과 결이 닮은 도마복음
‘도마복음’에는 예수의 직설을 담았다는 어록이 기록 돼 있다. 그런데도 로마 시대 때 정경으로 채택되진 못했다. 지금도 ‘도마복음’은 그리스도교에서 외경이나 위경으로 불린다. 예루살렘의 십자가의 길에 있는 예수 조각상. 백성호 기자
이 과정에서 빠진 쪽지들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그걸 ‘외경(外經)’ 혹은 ‘위경(僞經)’이라고 부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도마복음’입니다. 역사학자들은 ‘도마복음’의 생성 연대가 4복음서 못지않게 오래된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도마복음’ 속에 예수의 직설이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경으로 불리는 4복음서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건 ‘요한복음’입니다. 왜냐고요? 거기에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는 신비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묵상적이고, 철학적이고, 수도적인 요소가 짙게 깔린 복음서가 요한복음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도마복음’은 4복음서 중에서는 ‘요한복음’과 결이 닮았습니다. ‘도마복음’은 다분히 영성적인 글입니다. 분량도 많지 않습니다. 예수의 어록을 모은 글이라 구성도 간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마복음’은 풀이가 쉽지 않은 텍스트로 꼽힙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읽어야 하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도마복음’에 등장하는 예수가 마음의 눈으로 건넨 메시지이기 때문이겠지요. 로마 시대 때 ‘도마복음’이 정경에서 빠진 이유도 해독이 어려운 암호 문서로만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동화작가이자 목사가 쓴 해설서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에 있는 성묘 교회. 숨진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 눕혔다는 돌판 앞에서 순례객 이 기도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얼마 전에 눈길을 끄는 책을 하나 만났습니다. 『관옥 이현주의 토마복음 읽기』. 동화작가이기도 한 이현주 목사가 ‘도마복음’에 감상과 풀이를 달았습니다. 감리교 목사인 그는 명상가이자 영성가로 통합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무위당 장일순(1928~94) 선생과 함께 공부도 했습니다. 그때 무위당 선생에게서 ‘관옥구인(觀玉救人)’이란 이름도 받았습니다. ‘하느님(하나님)을 뵙고 세상을 보살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목사는 하늘을 만난 눈으로, 세상을 안는 마음으로 ‘도마복음’을 풀어갑니다. 그는 서문에서 “이 글은 토마복음 해설도 아니고 주석도 아니다. 그냥 토마복음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될수록 간결하게 달아본 것이다”라고 낮추어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가 놓아둔 징검다리를 밟고, 그가 풀어놓은 소리를 따라서 사람들이 ‘도마복음 속 예수’를 만나기에 무척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도마복음’의 첫 장에서 예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든 이 말씀들의 풀이를 발견하는 사람은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 그냥 단순히 믿으라고만 하지 않습니다. 도마복음의 예수는 오히려 깨치라고 말합니다. 생명의 말씀이니, 그걸 깨칠 때 우리도 생명이 된다고 말합니다.
묵상 끝에 풀어내는 이 목사의 감상은 이렇습니다. “말의 뜻을 이해하는 길은 머리에서 몸으로 이어진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살기가 앎으로 통하는 유일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생명을 보고 생명에 먹혀 생명으로 된 사람이 어떻게 죽음을 맛볼 수 있겠는가?”
이 목사의 글은 짧지만, 울림은 참 깁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는 예수의 말씀에 담긴 생명을 보고, 그 생명에 먹히라고 말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비로소 생명으로 살게 된다고 말입니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하나 됨’에 대해 더 깊이 사유하게 됩니다. 예수께서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고 할 때의 그 하나 됨이 어떤 하나 됨인지 묵상케 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
‘도마복음’에는 수수께끼 같은 구절이 종종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예수께서 이르셨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 그에게 하늘나라가 속하기 때문이다.” 신약성서의 산상수훈에도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다들 부자가 되길 원하는데, 예수는 왜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했을까요.
이런 물음에 이 목사는 답을 합니다. “예수님은 이것이 내 것이라고 할 아무것도 없으셨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본디 가난한 사람이다. 이것은 내 것이라고 주장하여 소유할 수 있는 무엇도 원래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란 본디의 자기로 돌아간 사람이다. 스스로 가졌다고 착각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알몸으로 돌아온 탕자. 아버지는 그를 가리켜 ‘죽었다가 살아난 자식’이라고 말한다.”
이 목사의 풀이를 쭉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도마를 만나고, 도마가 말하는 예수를 만나고, 예수가 말하는 가난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난 속에 깃든 하늘나라도 묵상하게 되지요. 그 와중에 도무지 알 수 없는 암호 덩어리로 불리던 ‘도마복음’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옵니다. 저는 그 또한 ‘신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늘을 향해 우리의 마음이 열리는 신비, 말입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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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io 32 of Nag Hammadi Codex II,
with the ending of the Apocryphon of John, and the beginning of the Gospel of Thomas
《토마스에 의한 복음서》(Gospel According to Thomas)는 기독교 신약성서 외경의 하나로서, 서문에서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 사람인 '쌍둥이' 유다 토마스가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콥트어로 기록된 완전한 사본이 1945년 나그함마디에서 나그함마디 문서의 일부로 발견되었고, 이후 1898년 이집트 옥시링쿠스에서 발견된 그리스어 조각 필사본의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토마스 복음서는 예수의 일생에 대한 전기적 내용을 담고 있는 사복음서의 형식과 달리, 예수의 어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겨자씨의 비유 등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과 같은 공통된 내용이 다수 있다.
토마스 복음서는 이름이 비슷한 토마스 행전(The Acts of Thomas), 토마스의 유년기 복음서(The Infancy gospel of Thomas)과는 다른 것이다.
판본
나그함마디 문서
콥트어로 파피루스에 기록된 완전한 어록 복음서로 1945년 나그함마디 문서의 코덱스 II에 속한다. 이 문서는 이집트 고문서서의 소유로 1956년에 영인본이 공개되었고, 1959년부터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서기 340년 경에 필사된 문서로 추정된다.
옥시링쿠스 파피루스 조각
히랍어로 파피루스에 기록된 예수의 어록 조각들이다. 콥트어 도마복음이 발견된 이후에, 학자들은 이집트의 옥시링쿠스에서 1898년 발견된 그리스어 문서들 중에 도마 복음서의 그리스어 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옥시링쿠스 파피루스 1번, 654번, 655번에 해당한다. 흔히 후자를 구별하여 그리스어 토마스 복음서라고 부른다. 이것은 200년 경에 필사되었다고 추정된다.
내용
토마스 복음서는 예수의 가르침만을 담고 있는 "어록 복음서"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이 시작함으로써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살아있는 예수께서 했던 비밀의 말씀이며, 그것을 쌍둥이 유다 토마스가 기록한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이 말들의 뜻을 밝히는 자는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찾는 자들은 발견할 때까지 찾기를 멈추지 말지어다. 그들은 찾은 즉 근심하게 될 것이다. 근심한 즉 경이로울 것이다. 그리고는 모든 것 위에서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스린게 된 후에 그들은 안식할 것이다.'"
이는 114개의 어구로 이루어져 있어 장 대신 "114구"로 구분한다(따라서 시편보다 더 짧은 구절로 되어 있다).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되어 있다. 이들 중 다수는 4복음서에 나오는 것들과 비슷하지만, 일부는 새로 발견된 것들이다.
콥트어 코덱스II와 그리스어 옥시링쿠스 전문의 영어번역본(by Tomas O. Lambdin) 및 한국어번역본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편집비평
첫 구절은 쌍둥이 유다토마스가 기록자라고 되어 있다. 그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하나였다. 베드로가 로마에서 그랬듯 토마스는 시리아 지역 믿음의 대표격이었다. 따라서 토마스 복음은 시리아에서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와 관련하여 니콜라스 페린(Nicholas Perrin)은 토마스 복음서가 타티아노스(Tatianos)의 "Diatessaron"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도마 복음서의 저작 시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록 복음서의 특성상 공관 복음서보다 먼저 쓰였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고, 영지주의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영지주의가 유행했던 1세기 후반 이후에 편집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복음서의 공통자료
도마 복음서의 많은 내용이 사복음서와 중복된 평행 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