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12월 10일 케이프타운 공항을 출발해 나미비아 왈비스베이(큰 물고기라는 뜻) 공항에 도착, 입국 수속(비자비 100불 지불) 후 전용 차량으로 광활한 사막을 달려 스와콥문트로 향하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인 나미비아 관광을 시작한다. 나미비아는 인구 약 210만 명이고, 50% 정도의 오방고족을 비롯하여 카방고족, 헤레르족 등 11개 종족과 7%의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90% 이상 기독교도이고, 공용어는 영어와 토착어인 아프리칸스이며, 네덜란드어와 독일어도 사용된다. 특히 다이아몬드, 금, 은, 구리, 우라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여 광업, 수산업 등이 주요 산업이지만, 제조업은 미약하다. 인접한 남아공으로부터의 경제 의존에서 탈피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다.
도중에 ‘달의 계곡’과 웰이치아라는 특이한 식물의 군락지에 잠시 들른다. 세계 곳곳에 달의 계곡과 비슷한 이름과 지형을 가진 곳들이 있는데, 이곳은 이름값을 별로 못하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웰이치아는 독특한 외관과 생태를 지닌 식물로, 이 식물을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네덜란드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한다. 연구에 의하면 수명이 2천 년에 이른다고 하니, 이 척박한 환경의 사막에서 그렇게 오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생명의 의지가 참으로 놀랍다.
스와콥문트(스바코프강의 입구라는 뜻)는 독일과 나미비아의 문화가 융화된 도시로, 대서양과 나미브 사막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휴양 도시이다. 1892년 쿠르트 폰 프랑수아 선장이 발견하여 곧 독일 식민지의 주요 항구가 되었으나, 지금은 토사 퇴적으로 항구의 기능은 상실했고,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왈비스베이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아름다운 곡선의 모래 언덕이 앞에 펼쳐진 롯지에 도착하니, 시설도 기대 이상으로 깔끔하고, 무엇보다 조망이 좋다.
11일 아침부터 사륜구동 차량에 분승하여 사막과 대서양이 만나는 샌드위치 하버까지 본격적인 나미브 사막 투어에 나선다. 3백만 헥터를 넘는 광대한 면적의 나미브 사막은 나미비아 국토의 대서양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는데, 유네스코 10대 절경,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 중 하나이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안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날 역시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껴서 모래 언덕의 음영이 잘 드러나지 않아 기대한 만큼의 좋은 풍경은 볼 수 없었다. 해안에서 낚시하는 사람들과 물개, 자칼과 타조, 펠리컨, 홍학 떼 등과 종종 마주친다.
오후에 폐차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든 솔리타이레 마을을 거쳐 소서스 블레이로 이동하여 국립공원 게이트 앞의 롯지에 여장을 푼다. 이곳에서 이틀을 묵는데, 저녁 식사에는 소고기나 닭고기 이외에도 오릭스, 쿠두, 얼룩말, 임팔라, 버팔로, 혹멧돼지, 타조 등의 다양한 고기를 손님이 원하는 대로 즉석에서 구워준다. 야생동물들을 사냥한 것인가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농장에서 방목해 기른 것인데, 워낙 넓은 곳에 방목하여 야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호기심에 몇 가지 고기를 먹어 보았지만 나의 둔한 미각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 중 혹멧돼지와 오릭스 고기가 연하면서 맛있었다고 생각된다.
12일 이른 아침 드디어 고대하던 소서스 블레이 투어에 나섰다. 붉은 모래 언덕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출이나 일몰 시간대에 관광한다면 언덕들의 곡선이 음영이 드러나 훨씬 더 아름답고 입체감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국립공원 게이트는 일출 이후에 개방하고, 또 일몰 전에 게이트를 나와야만 한다.그렇게 게이트를 통과해 목적지까지 한 시간 가까이 이동하다 보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빛이 좋을 때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여 모래 언덕을 넘어 데드블레이로 달려 갔다.
데드블레이는 세계의 많은 사진가들이 탐내는 독특한 풍경으로, 원래 습지였으나 기후 변화로 수분이 모두 증발하면서 타 죽은 고사목들이 붉은 모래 언덕과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해 주는 곳이다. 골든 타임은 놓쳤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 매의 눈이 되어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빛이 비치는 모래 언덕을 탐색한다. 국립공원 안에는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롯지가 있다 한다. 이곳에 예약하고 묵을 수 있다면 일출이나 일몰, 야간까지 원하는 시간에 나가서 마음껏 사진을 담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1km 정도 길이의 작은 협곡인 세스림 캐년에 들러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롯지로 돌아온다.
13일 아침 롯지를 출발하여 거의 종일토록 광막한 사막을 뚫고 달려 수도인 빈트후크에 도착, 간단한 시내 관광을 마치고, 이 도시에서는 가장 좋다는 힐튼 호텔에 든다. 빈트후크는 ‘바람부는 코너’라는 뜻으로 사실 관광할 만한 볼거리도 별로 없는, 인구 약 23만의 작은 도시다. 언덕 위의 예쁜 교회 하나가 기억에 남는 전부이다. 다음 날 12:35 빈트후크를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요하네스버그와 홍콩을 거치는 오랜 비행 끝에 귀국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