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걸의 가요 이야기 30
MBC<주부가요열창>의 초대 챔프 변해림
주부들이 TV속으로 뛰어들었다. 주부가요제가 열린 것이다. 살림만 하다가 물 만난 고기처럼 반색하며 끼를 갈무리고 있던 이땅의 많은 주부들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 오르면 TV에 나오는 것이고 주장원만해도 상품이 푸짐헀다. 주장원을 거쳐 3주 연승을 하면 연승자끼리 대결하는 대망의 결선무대에 진출한다.
사실 <주부가요제> 프로가 생긴 초창기만해도 출연하는 대다수의 선수들은 이미 지난날에 이름없는 가수였거나 가수 지망생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맨처음으로 생긴 주부노래자랑이 바로 1988년 5월에 첫방송을 내보낸 MBC TV의 <주부가요열창>이며 그 이후 KBS에서<도전 주부가요 스타>란 유사 프로그램을 최근까지 진행하였다. 나는 이 프로에서 허참씨가 사회를 보던 2002년과 김동우,이승연 두 아나운서가 사회를 본 2008년도에 1년간 심사위원을 했다.
항도 부산에서 레코드 가게를 하던 풍채가 좋은 변해림여사(38)는 김종찬의 <사랑이저만치가네>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며 연말결선 초대 챔피언이 됐다.
풍만한 볼륨과 샹송에 어울리는 바이브레이션이 강점이었던 변해림은 월등한 실력으로 우승한다. 변해림은 제4회때 첫출전하여 우승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고 최초로 3주 연승으로 하와이 여행을 남편과 다녀왔다. 특히 연말대상으로 탄 <보름간의 유럽여행 티켓>을 양로원에 쾌척하여 높은 칭송을 받았다.
패티김이나 이미배와는 또 다른 도회적이면서 우수어린 그녀의 노래는 많은 주부들에게 모델이 되었고 주위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오아시스레코드사에 전격 스카웃되었다.
나는 그녀의 전속기념 1집 음반의 타이틀송의 작사를 맡았다. 변해림을 오아시스로 데리고 온 사람은 작곡가 임정호였고 그는 프로듀셔가되어 음반을 진행했다.
*사랑이 머물던 그 길을/다시 걸으면/떨어져 뒹구는 낙엽의/가을은 슬퍼/가슴을 드리운애증의 그림자마저/이제는 쓸쓸히 내곁을 떠나려는데/낙엽되어 떨어진/그리움을 태우면/새삼 내가 누구를/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태우지도 못하고/재가 되버린 내가슴/사랑이란 그래서 외로움이라 했나요 *
김병걸작사/임정호작곡/변해림노래 <애증의 그림자>
샹송 분위기가 물씬 나는 멋진 곡이다. 송태호의 편곡 데뷔작이기도 하다. 아코디언의 전율이 마음을 매료시키는 이 노래는 방송가에 화재를 불러 일으키며 금새 신청곡이 쇄도하는 인기곡으로 부상했다.
이후 변해림은 나와 임정호 콤비의 작품으로 1987년 MBC 라디오<김자옥의 여자의 계절>이란 고정프로에 <그 아픔 사랑이었네>란 연속극주제가를 불렀고 근자 찬불가요에 전념하고 있다.
가끔 누군가가 변해림의 소식을 내게 물으며 당시를 추억하곤 한다. 세월은 가도 역사는 남는 것. 변해림은 우리 방송사와 가요사에서 주부들이 벌이는 공식채널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