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신 중에도 오늘 노숙인 쉼터인 작은손길 ‘사명당의 집’ 개소식에 참여해주신 여러 내외빈 여러분들께 작은 손길을 대표하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작은손길은 3년 전부터 노숙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일하던 ‘홈리스의 친구들’, ‘김포 외국인노동자인권문화센터’와 ‘아시아인권문화연대’가 모여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동안 작은손길은 후원자들의 정성과 신뢰에 힘입어 미약하나마 몇 가지 일들을 해 왔습니다.
‘홈리스의 친구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빠짐없이 을지로와 회현동 지하철역에서 묵고 있는 노숙자들을 방문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기에는 노숙인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혼자 사시는 노인들에게 연탄과 반찬을 배달하고 도배봉사를 해왔습니다. 해마다 12월 초에는 김장을 해서 나누어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김포시 북변동에 자리잡은 외국인노동자인권문화센터는 김포지역에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상담활동을 해 왔으며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한글과 컴퓨터교육을 제공했습니다.
작은손길의 또 한 단체인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는 우리 사회가 아시아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강연회를 열며 아울러 아시아 지역의 음식과 노래 등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는 네팔과 미얀마 지역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의 노동법을 이해하도록 설명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나라가 개항 이래 습득한 서구 유럽이나 미국 일변도의 문화나 가치관에서 벗어나 우리가 속해 있는 아시아 지역의 가치와 존엄을 회복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모두 활동은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후원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동안 ‘홈리스의 친구들’이 몇 달을 고생한 끝에 마침내 오늘 신설동 역 근처에 노숙인 쉼터를 열게 되었습니다. 자리를 잡은 것은 저희지만, 이 속을 이렇게 훌륭하게 꾸며 주신 분들은 한화건설과 자활후견기관협회임을 밝힙니다.
이 드럽인(drop-in) 센터는 노숙자들이 빨래를 하거나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쉼터가 될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 장소를 ‘사명당의 집’으로 명명했습니다.
사명당 유정대사는, 잘 아시다시피, 서산대사와 함께 임진왜란에 참여하셨으며,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가서 강화조약을 맺은 스님입니다. 사명당 대사는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시 일본에 포로로 잡혀있던 우리 민족 3,500여 명을 데리고 왔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사명당대사의 행적은 탈북동포가 다른 나라에서 방황하거나 우리 이웃이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현실에서 큰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집없는 사람이 거리에서 떨고 방황하는 한, 집있는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양심의 발로입니다. 세계화와 지식사회의 그늘에 우리의 이웃이 한 사람이라도 버려져 있는 한, 모두 우리의 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일을 하는데 한 가지 화두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조건없는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우리 자신에게 묻는 것입니다. 자신을 내세우는 봉사는 사람을 수단으로 삼기 쉽습니다. 거래의 대상이 되거나 통계적인 수치와 예산으로 가난한 사람을 대해서는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을 현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쉼터를 운영하는 일이 곧 자신의 욕망을 성찰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큰 단체가 되기보다 작은 단체가 되어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쉼터의 내부를 단장하는데 많은 지원을 베풀어 주신 한화건설과 자활후견기관협회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특히 공사를 총괄하신 정호성 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금년에 이어 새해에도 가내평안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소원성취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