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더 치시라우요-평양 골프장 캐디
북한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평양 순안 비행장의 가을 하늘은 2시간 전 인천공항의 하늘과 다름없이 높고 푸른 코발트색 하늘 이였으나 공항광장은 전혀 다른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색적인 공항분위기에 휩싸여 공항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자 승무원 복장을 한 안내원이 다가와서 공항입국장 안으로 어서 들어가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필자는 일행 80여명과 함께 북한 방문단의 일원으로 이곳 북한 땅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인천과 평양의 가까운 이 거리를 오는데 몇 십 년이 걸렸다고 생각해보니 정말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버스를 타고 양각도 국제호텔로 향하는 차창 속에서 시내건물사이를 질주하는 차량과 분주히 오고가는 주민들의 복장을 보고 북한주민들의 실태와 생활상을 느낄 수 있었다.
48층짜리 국제적수준의 시설을 갖춘 초특급인 양각도 국제호텔에 도착하여 28층에 방을 배정받아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평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동안 수없이 말로만 들었던 대동강철교위로는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눈을 돌려 옆을 보니 9홀 짜리 양각도 골프장이 있어 옷을 갈아입고 클럽하우스로 가서 그곳에서 일하는 여직원으로부터 양각도 골프장에 대한 개요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골프장은 국제호텔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전문기술진과 함께 호텔종업원 1000명이 동원되어 1998년 8월에 착공하여 이듬해 10월에 준공했으며 입장료는 20달러이며 골프화와 공 3개, 장갑, 클럽은 무료로 빌려 주고 있다고 설명을 해준다. 대여클럽을 보니 1970년대에 유행했던 일본채가 대부분이었고 가끔 미국의 윌슨아이언과 핑아이언도 섞여있었다.
골프샾을 보니 일본제품의 티샤츠에 모자는 타이틀리스트, 갤러웨이 미국브랜드 모자도 보였다.
그린피를 내고 코스에 나가니 너무 짧고 좁아 드라이버를 칠홀이 하나도 없어 아이언으로 티샷을 할 정도였고 그린이 잘 구르지를 않아 재미가없었다. 이 양강도 골프장은 정식 골프장이 아닌 미니 나인홀로 초보자들의 쇼트게임 연습장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평양에도 국제적 수준의 골프장이 하나있는데 태성호를 끼고 있는 평양골프장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골프장은 스케줄에 들어있지를 않아직접 라운드를 해볼 수 없었고 대신 이곳에서 라운드를한 일본인 가와가미씨가 이곳 라운드소감과 사진을 제공하여 요약하여 기술하였다.
북한에 유일한 18홀 코스인 평양골프장은 1987년 4월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하여 재일 조총련과 합작으로 착공 1년만인 1988년 9월 23일 개장된 코스이다
남서쪽으로 40㎞ 떨어진 평양골프장으로 가는 8차선 남포청년 영웅고속도로를 타니 30분 만에 골프장에 도착하였다.
남포시 용강군과 대안구역 사이의 태성호 북쪽 기슭에 위치한 이 평양골프장은 태성호 호반을 따라 7km구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1백 20만㎥(약 36만평),전장 6300미터의 18홀(파 72) 정규코스로 조성되어있고 회원권 가격은 일화 1백만 엔 ,회원은 조총련 상공인이 600여명 정도고 그린피는 보통 미국 달러나 엔화로 계산하는데 굳이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회원은 3만원, 비회원은 10만원 꼴이어 북한 인민들로선 엄두도 못 낼 액수다.
그린피를 내고나니 캐디가 출발준비를 모두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색 조끼를 단정히 입은 20대 여성들로서 아주친절하고 적극적이고 명랑하여 아주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1번 타격대(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니 “잘친샷(굿쇼토)!”이라고 힘차게 외쳐서 기분이 좋았다.
태성호를 따라 경치가 수려한 코스를 돌다보니 여기가 북한인지 외국인지 모를 정도였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골퍼를 볼수가 없고 한적하기만하다. 코스의 상태는 골퍼의 왕래가 드물어서 그런지 페어웨이 잔디의 길이도 길고 그린은 잘 구르지를 않고 벙커는 관리가 어려워서 모두 메워버렸다고한다.
티잉그라운드 옆에서 있는 나무로 만들어놓은 야디지 마커도 너무 오래되어 페인트가 지워져 보기가 흉하였다.
태성호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510m짜리 파5의 5번 홀에서 삼타를 치려고 그린을 보니 깃대가 보이지 않아 이유를 물어보니 부러져서 수리중이라고하면서 캐디는 3번 우드를 들고 그린으로 뛰어 올라가 홀에 깃발대신 꼿아주었다.
캐디는 OB가 날 적마다 “선상님, 하나더치시라우요” 하면서 숲속으로 달려가 공을 찾아와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8개 홀이 태성호와 연해있는 아름다운 호수의 경치를 바라보며 페어웨이를 걷던 중 염소떼도보고 물오리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다니는 광경을 보았다.
분단된 지 50년을 넘어서 그런지 골프용어도 다르게 표현하는데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골프발상지언어인 영어용어를 쓰고있는데 비해 북한은 자체적으로 용어를 만들어서 사용하나 가만히 듣고 보니 그럴듯하여 흥미진진하다. 재일교포 친구가 북한식 골프용어를 어디서 구했는지 한부를 나에게 주면서 공부하라고 권유를 한다.
티는 공알받침, 아이언은 쇠채, 드라이버는 제일긴채, 티잉그라운드는 타격대, 홀은 구멍, OB는 경계선밖, 그린은 정착지, 화이티는 중간티, 파3홀은 짧은거리홀, 파5홀은 먼거리홀, 나이스온은 공이 그린을 올라탔다, 벙커는 모래웅덩이,…등등이다.
18홀을 마치고나 캐디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언젠가는 이곳에 와서 자유스럽게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간절했다.
필자는 5박6일 동안 평양시내의 주요관광지와 중앙역사박물관, 써거스관람, 김일성대학 그리고 묘향산에서 1박에 마지막 날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였고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옥류관냉면과 단고기, 불고기, 버섯요리 등등은 일품이어 지금도 가끔 생각이난다.
월2일부터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되어 남과 북의 관계가 미래전향적으로 바뀔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도 많은 경제협력과 인적교류를 통해 남북이 하나가되는 경제적통일이라도 어서 되었으면 한다.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