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포와 장승포를 지나 가시바꾸미 숲을 보는 남파랑길(#20)
2023. 8. 6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25~35도
14.9km 5시간 15분 동행 : 10명
장승포 시외버스 터미널-느태고개-능포 수변공원-해맞이공원-조각공원-
해안도로-장승포항-윤개 공원-가시바꾸미-옥화 선착장
<높이 나는 새>
“모든 사람은 바다에서 그가 가진 그릇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물을 퍼 올릴 수 있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지멜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바다, 그릇, 물은 상징이다.
바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릇의 크기와 형태는 그 사람의 인품이나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물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말한다.
그의 말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얻는 것은 그 사람의 인품이나 능력에 좌우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물만 열심히 퍼 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릇, 즉 인품이나 능력을 가꾸라는 메시지이다.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에서 작가 리처드 바크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높이 날아야 멀리 볼 수 있다.
멀리 보면 지금 당장 눈앞에 일어난 일의 영향을 덜 받는다.
이것이 장자가 말하는 붕정만리(鵬程萬里)의 이유이다.
붕정만리는 아주 큰 발걸음이나 웅대한 여정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원대한 계획이나 꿈을 품은 큰 사람의 마음을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알겠냐는 의미인데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라는 속담이다.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 20코스 시작 지점
느태고개 : 느태는 능포동의 작은 어촌 마을로 음지여서 해가 늦게 뜨는 북향이었기에 늣대(느태)라고 했다.
나중에 발음이 느태로 변했고, 능포동 옥수마을에서 망재를 넘어서 가야 했는데 야트막한 망재산은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망을 보는 곳이었기에 망산으로도 불린다.
능포 봉수대
능포 봉수대는 임진왜란 때 옥포, 조라진의 볕망으로 멀리가덕도와 대한해협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왜구의 침입과 해안경비 등 변방의 상황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강망산 봉수대, 옥내봉 봉수대와 함께 간봉 봉수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있던 봉수대를 2000년 2월 정비했다.
봉수대는 평면 형태가 남북으로 긴 타원형 복원되어 있다. 복원된 석축의 남쪽에서 하강하는 계단상의 석축시설이 있다.
복원된 타원형의 석축이 방호벽인지 연대인지 알 수 없다. 복원된 석축 아래로 원래의 석축이 남아 있다.
능포항 : 능포는 본래 '능개'라 하였는데 이는 바닷가에 늪이 있는 마을로 그 호수의 늪에 마름이 풀이 자생한다는 뜻의 '능포'라고 바뀌었다.
물속이나 물가에 자라는 풀 +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능포(菱浦 마름 능, 개, 물가 포)
바닷가에 늪이 있는 능개 마을로 불리다가 현재의 지명은 능포동이 되었다.
마름은 물속이나 물가에 자라는 풀의 이름으로 조선 초기의 말율(末栗)이라 하였으며, 바늘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수초이다.
포(浦)는 물 수와 보(甫)가 합쳐진 글자로서 물가에 있는 밭을 뜻한다.
물가에 잇따른 곳개(浦)는 조수가 드나드는 바다에서 볼 때 우묵하게 들어간 곳이고 강물 냇물이 바다와 맞닿는 곳으로 갯고랑이 우묵하게 패인 지형이다.
<장마와 열대야를 이기는 남파랑길 여정>
지겨운 장마가 지났지만 불볕더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어김없이 찾아온 거제도 남파랑길 걷기는 장승포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여 지난번 종착지 옥화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느태고개를 오르는 10명의 열정파는 능포 봉화대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능포항으로 내려섰다.
땀을 씻을 장소 문제로 정 코스를 걷기로 했는데 옥포항과 장승포항을 지나는 거제도 공원들을 만나는 여유로운 시간이 되었다.
잘 정비된 장미공원, 해맞이공원, 조각공원은 눈과 몸이 호사를 누리는 거제도의 보물로 양지암 등대길이라 이름 붙여져 사랑받고 있다.
맥문동
양지암 등대길 : 양지암 등대는 거제 장승포와 근처 능포항에서 바다를 향해 좁고 길게 돌출된 반도의 끝에 있다.
이 등대를 향하는 길은 양쪽 바다 전망을 끼고 동백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편백 나무가 가득한 울창한 숲길로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지나는 길에 잘생긴 후박나무 그늘에서 쉬는데 보라색 맥문동이 시선을 끈다.
노인들이 장기를 두며 더위를 이기는 모습을 보며 노년의 우리를 생각해 본다.
해맞이공원에 도착하여 전망 좋은 정자에서 여럿이 모여 앉아 점심을 들었다.
봄에 뜯어 보관했던 쑥으로 만든 버무리가 콩가루와 동치미 국물로 환상의 점심 식사가 되었다.
다른 일행들은 장승포항으로 떠나서 물회로 식사를 했다고 한다.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태양은 어쩔 수 없이 우산으로 해를 가리게 하는 촌극을 연출한다.
해맞이 공원
조각 공원
양지암 조각공원
지심도와 가시바꾸미
장승포항
장승포항 : 1889년(고종 26년)에 한일통어장정(韓日通漁章程) 이후 일본 입좌촌 어민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
1930년 방파제를 쌓아 어항과 무역항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1965년 6월 25일 무역항으로 지정되었으나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해운 여객 감소로 물류 기능이 위축되었다.
거제 해안 절벽
가시바꾸미 가는 길
편의점에서 빨아먹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여 목을 즐겁게 했다.
우린 다시 산자락으로 들어섰는데 처음에 편안하게 다가왔던 숲은 고통과 인내의 시험대가 되어 종아리 근육이 울퉁불퉁 솟구치는 난리를 치게 했다.
잠시 쉬고 다시 걷고 또 호흡 조절하는 반복의 여정이 수없이 계속되었다.
윤개 공원과 가시바꾸미를 만나는 산자락 한 바퀴가 근래 걸었던 어떤 코스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가시바꾸미
조금씩 흐르는 골짜기에 손과 발을 담그고 얼굴과 머리를 감으니 생기가 돈다.
특히 탁족의 효과는 엄청났다. 무거웠던 발길이 탁족 후 그렇게 가벼워질 수 있다니 신기했다.
무려 열 번의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쳐 드디어 가시바꾸미를 지나 하늘 산책로로 꾸며진 데크에 당도했다.
길을 잘못 들어 데크 밑 몽돌 해변을 한참 걸으니 제대로 된 남파랑길 코스를 알리는 리본이 보인다.
지심도
무지개 바다 윗길
가시바꾸미 가는 데크와 옥화선착장
시원하게 보이는 남해와 옥화 선착장의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데크를 걸으며 모처럼 숲과 오솔길의 낭만을 만끽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본다.
파란 바다와 하늘이 옆에 있고, 짙은 초록 향내가 가득한 숲을 온몸으로 두드린 하루가 상쾌하다.
아팠던 다리 근육도 오늘 여정에서는 잘 견뎌주어 고마웠고, 길을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던 동행과의 호흡도 감사하다.
가시바꾸미!
거제도의 남단 바다 절벽을 휘도는 남파랑길 20코스 여정은 오랫동안 기억될 환상의 로드 웍(Road Work)이었다.
옥화 선착장
첫댓글 무더운 날씨에 걷기란 힘든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