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0일 경향신문 27면기사
오물풍선에 대북 확성기 대응 무력 충돌로 번질 우려 크다
정부가 9일부터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6년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띄운 것에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대북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진 것이다. 남북이 치고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8일 밤부터 오물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보냈다. 식별된 오물풍선은 330여개인데 그중 80여개가 남측 지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지난1~2일 두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을 살포한 뒤 대북전단을 다시 보내면 "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 으로 맞대응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6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보내자 다시 오물풍선을 띄워 보낸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우리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며 접경지역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4일 국무회의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금지한 2018년 9.19군사합의의 전체효력을 정지했고 확성기 재가동 준비도 끝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방송을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 라고 본다 방송 내용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에 대한 비난이 포함돼 북한이 민감하게 여긴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2015년 8월 확성기 방송에 대한 보복으로 서부전선에서 고사포를 발사하자 우리군이 대응사격해 남북이 전면 충돌직전까지 간 바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가 국민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안전핀이 뽑힌 상태다. 소통채널이 끊긴 데다 9.19군사합의 효력정지로 군사적 완충지대도 없다. 군은 이달 중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포사격 훈련을 예고한 상태다 남북이 강대강 대치로 일관하다간 우발적 계기로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남북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대화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빈틈없느 대북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과 별개로 힘에 의한 평화 가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은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다 지금이야말로 상호 긴장을 낮추기 위한 남북 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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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0일 한겨레27면기사
91.9합의 효력정지 정권 위해 국가를 위험에 내몰 건가(사설)
윤석열 대통령이 9.19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하며 지난6년 동안 남북의 군사 충돌을 막아왔던 안전판이 사라졌다 북의 오물풍선 도발을 막지도 못하면서 위험한 남북 군사적 대결 국면만 조장하는 무모한 대응이다. 윤 대통령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일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 정부는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내몬다 는 비판이 나오는 이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사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해선 남북이 대화에 나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걷고 상호 위협 감소를 협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긴 힘들다.
윤 대통령은 4일 전날 예고한 대로 9..19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 을 재가했다 2018년 9월 합의가 이뤄진 지 6년 만이다 국방부는 그 직후 입장문을 내어 그동안 "제약받아온 군사분계선 서북도서일대에서 우리 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 한다고 밝혔다. 이 조처로 군은 금지해왔던 군사분계선 5km 내 포병의 사격훈련 연대 이상의 야외기둥훈련, 대북확성기 방송도 할수 있게 됐다. 북이 지난2일밤 담화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멈추겠다고 한발 물러섰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대결을 택한 셈이다. "휴전선에서 고사포탄날아가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거냐"(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국가 간 갈등에선 주먹은 드는 것보다 내리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당장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보복성 대북전단을 띄우겠다고 하고 그러면 또다시 북은 우리를 자극하는 도발에 나서고 우리 군 역시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대로 가면 남북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진 윤 대통령은 정권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를 안보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미.일 역시 윤 대통령의 대결 노선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3일 북의 오물풍선에 한.미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 역겹고 무책임하고 유치한 전술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고 말하는 데 그쳤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폭소가 오갔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할 때마다 과잉 대응 해온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야시요시마사 관방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남북 간 긴장이 높아져 사태가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긴장을 높이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