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장,
수아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연기에 몰입한다.
수아가 연기에 몰입을 하면 상대방 연기자 역시 함께 몰입을 하게 된다.
촬영장은 두 사람의 연기에 자못 숙연해지기까지 하다.
그러나 촬영장은 조금은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돈다.
삼일의 회장님께서 오신다는 정보가 이미 모든 스텝들과 연기자들 사이에 알려진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에서 완벽함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욱 심혈을 기울여 촬영을 하고 연기에 몰두한다.
그러나 수아는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을 하며 감정을 조절한다.
이제 이틀정도면 이곳에서 모든 촬영이 끝나고 귀국을 한다.
벌써 두어 달 째 촬영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물론 장소는 여러 곳이기는 하지만 이곳 그랜드 케넌에서의 촬영을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랜드 케넌은 미국애리조나 주(州) 북부에 있는 거대한 협곡(峽谷) 길이 350km(리틀콜로라도 강의 합류점에서 미드 호까지), 너비 6~30km, 깊이 약 1, 600m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협곡으로 세계 여행객들로부터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 주의 북부, 동에서 서로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양 강변(남쪽, 북쪽)에 위치하며 1919년에 그랜드캐넌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4억년이 넘는 세월동안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대협곡으로 446Km에 걸쳐 펼쳐져 있고, 해발고도가 2, 133m에 이른다.
그랜드캐넌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장엄함과 아름다움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값진 것은 협곡 양쪽 절벽의 암석에 드러나 있는 지구의 역사이다.
지구에서 일어난 지질학적 사건을 광범위하고 심오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랜드캐넌과 견줄 수 있는 곳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원래 콜로라도 강이 흐르던 곳에 콜로라도 고원의 일부가 융기하여 깊이 약 1, 600m의 협곡이 생긴 것인데, 계곡 벽에는 시생대 이후 7억 년 동안의 많은 지층이 나타난다.
지층의 빛깔은 여러 가지이나 적색 또는 주황색이 많다.
협곡의 북쪽은 카이바브 고원이고 남쪽은 코코니노 고원인데, 이들 고원은 평탄하다.
신동우는 그랜드케넌을 재형이와 수아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이번 기회를 재형이와 수아와 정을 이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리라 다짐을 한다.
아마 수아 역시 촬영을 하느라 이 거대한 케넌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거대한 케넌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진 상태에서 여행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신동우가 촬영 장소에 도착한 것은 한창 촬영이 진행되어 모든 스텝들과 연기자들은 신동우가 도착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처음으로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재형은 모든 것이 신기하다.
남녀 주연배우들은 물론이고 단역과 조연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모든 혼을 불어넣은 듯한 신중함과 혼이 깃들어 있는 듯한 그들의 혼신의 힘을 엿 볼 수가 있는 현장이었다.
재형은 기침소리도 내지 않고 모든 것들을 주시한다.
재형으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신기하고 호기심 가득한 촬영현장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그룹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촬영장이다.
또한 아름답고 재형이 좋아하는 정수아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촬영이다.
이 거대한 그랜드케넌에서도 정수아의 아름다움은 한층 그 빛을 더해주는 것만 같다.
한국여성으로서는 큰 키에 속하는 정수아의 쭉 뻗은 몸매와 아름다운 미모는 이 거대한 그랜드캐넌조차도 압도를 하는 것만 같다.
재형은 숨을 죽이며 촬영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렇게 몇 시간을 지내고 나서야 그날의 모든 촬영이 끝이 난다.
다른 날보다 순조롭고 별다른 NG도 없이 진행이 되었던 촬영이다.
“모두들 수고를 하셨습니다.
이제 내일 몇 컷트만 찍고 나면 이곳의 모든 일정이 끝납니다.
조금만 더 분발하시어 오늘 같이만 해 주시면 내일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감독의 말에 모두들 박수를 친다.
“그리고 오늘은 삼일의 신회장님께서 오시어 우리 모두를 위해 회식자리를 준비하셨으니 마음 놓고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더욱 큰 박수소리가 계곡 안으로 울려 퍼진다.
그들은 모두 차량으로 이동을 한다.
이미 예약을 한 식당은 그들을 위한 자석을 마련해 두었다.
“오늘 그동안 수고를 하신 여러분들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입니다.
사양들 하지 마시고 마음껏 드시고 내일의 일정도 차질 없고 잘 끝내시길 부탁을 드립니다.“
신동우의 말에 모두들 좋아서 박수를 친다.
재형이 역시 이 모든 것을 주시하면서 오너로서의 자질을 어려서부터 몸에 배인 습관으로 길들여가는 것이다.
그러나 수아는 단 한 번도 그들 부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평범한 다른 연예인들처럼 그들 속에서 먹고 마신다.
겉눈으로라도 재형이의 모습을 보지 않는 수아의 모습이다.
그런 수아의 모습을 보면서 신동우 역시 조심하며 수아를 살핀다.
그렇게 모든 회식이 끝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다.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지만 수아의 방은 늘 독방이다.
그것은 정수아는 존재는 삼일에서 특별히 대우를 하고 있는 배우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취해지는 조치다.
신동우는 숙소로 돌아가려는 수아의 앞을 막아선다.
수아는 천천히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신동우를 올려다 본다.
“잠시 얘기 좀 합시다.”
“별 할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난 할 말이 있소.
당신 숙소로 함께 가겠소?“
”........................“
”잠시 따라 오시오.“
수아는 어쩔 수 없이 신동우의 뒤를 따라 나선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신동우와 오랜 실랑이를 벌일 수 있는 장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재형이는 숙소로 돌아간 뒤였다.
신동우는 수아와 카페로 들어간다.
두 사람앞에 주문한 칵테일이 놓이자 신동우가 입술을 축인다.
“수아!
왜 그렇게 냉정하게 구는 거요?
재형이를 보고서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소?“
”그럼 어쩔까요?
내 아들이라고 끌어 안아볼까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잖소?
내일 촬영을 마치고 재형이와 셋이서 며칠 여행을 하며 시간을 즐기려는 생각으로 온 것이오.“
”내가 그런다고 허락을 했던가요?“
”당연이 당신이 좋아하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오.“
”천만에요.
이제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죠?“
수아의 음성은 차고도 싸늘하다.
“처음으로 시도를 하는 우리 세 사람만의 시간이오.
재형이와 조금이라도 정을 나누며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인 것이오.“
”그런 것을 원한 적이 없습니다.
어차피 내 손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제 그런다고 달라질 것이 뭐가 있겠어요?“
여전히 수아의 음성은 차갑다.
“수아!
처음으로 우리 셋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오.
며칠간이지만 우리 셋이서 보낼 수 있는 날들이오.“
”신회장님!
뭔가 많은 오해를 하시고 계신 듯 합니다.
제가 그런 것을 원했다면 지금까지 바라보고 있었겠습니까?
제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를 위해서도 안 되오?“
신동우는 이미 마음이 차갑게 돌아서 버린 수아 앞에서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제가 신회장님을 위해서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공연히 제가 중간에 끼어 두 부자사이를 이상하게 만들게 되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바쁘신 신회장님께서 모처럼 아드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시려는데 언감생심 저 같은 보잘것없는 여인네가 끼어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행여 매스컴에서라도 알려지게 된다면 입장이 난처한 분은 바로 회장님이 아니신가요?“
”...........................“
신동우는 수아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세계 어느 곳이건 기자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신경이 예민하고 신경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알게 된다면 아내는 분명히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신회장님!
이제 와서 재형이와 더욱 친숙해지고 좋은 시간을 며칠 갖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뭐가 있겠어요?
자칫 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재형이에게 어떤 이상한 감정이라도 일으키게 된다면 재형이에게 뭐라고 설명을 하실 것인가요?
그동안 수많은 세월을 고통과 번민으로 보내며 참아왔던 제 시간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허송세월을 보내버리게 됩니다.“
“수아!
내가 당신보다 참으로 생각이 짧은 사람이오.“
”그럼, 저는 이만.........“
수아는 먼저 몸을 일으킨다.
“안녕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또한 아드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수아는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빠져 나간다.
신동우는 수아의 말에 반박할 여지도 나가서 수아를 막을 수도 없다.
자신의 행복보다는 아들이 앞길을 생각하는 수아의 마음을 느끼면서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신동우였다.
이제 정수아라는 여인은 자신의 아픔이 되어 되살아난다.
다음날 수아는 나머지 촬영을 끝내고 나서 일행들보다 한 발 앞서 귀국한다.
더 이상 그곳에 남아 어물거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재형이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만이라도 재형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재형이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커지고 있다.
수아는 감독에게만 말을 하고 숙소를 나와 비행장으로 간다.
귀국을 한 수아는 잠시도 쉴 사이가 없다.
이젠 매니저인 한민지와의 계약도 더 이상 연장을 하지 않는다.
이젠 한민지의 스케줄대로 움직일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서경화와 이미 의논을 해서 결정한 것이다.
이젠 한민지보다는 다시 예전처럼 서경화가 수아의 스케줄 관리를 해주면서 섭외를 하도록 결정을 한다.
서경화 역시 이젠 수아가 바쁘게 일을 하지 않고 작품을 골라가면서 여유를 가지면서 일을 해도 좋을 때라는 것을 인정한다.
한민지의 능력이 대단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이젠 수아 자신보다는 또 다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내는 것이 한민지가 해야 할 일이다.
한민지는 흔쾌히 수아의 곁을 떠난다.
두 사람은 참으로 오랜 세월 함께 한 몸처럼 그렇게 서로를 위해서 존재했었던 것이다.
수아는 하나씩 주변을 정리하면서 계획대로 일을 줄여나간다.
웬만한 CF도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다시 재계약을 채결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보낸다.
이제는 참신하고 새로운 얼굴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언제까지 정수아가 독점을 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정수아는 이젠 모든 것을 사양해야 할 때임을 안다.
또 다시 촬영이 시작된다.
일 년에 한 두 편씩만 출연을 할 계획이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좀 더 쉬면서 작품 활동을 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동안 너무나 숨 가쁘게 달려온 세월이었다.
이젠 중년의 여인인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발굴되는 신선하고 튀는 젊은 연기자들이 앞을 다투어 정수아의 아성에 도전한다.
이제 수아는 이번 작품을 끝내고 나서 당분간 쉴 생각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나라들을 다니며 촬영을 하고 연기를 했지만 정작 여행은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을 위해 투자해 본 시간이 없었다.
늘 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며 숨 가쁘게 살아왔던 날들이었다.
이제 육 개월이면 이번 작품도 끝이 난다.
흥행을 하던 실패를 하던 수아는 무작정 이곳을 떠날 것이다.
실증이 날 때까지 혼자만의 여행을 하리라 계획을 세운다.
아무도 없이 홀로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자신의 남은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할 것이다.
더 이상은 신동우나 재형이와 얽히지 않고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설계할 것이다.
재형이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잘 자라고 있다.
거대한 그룹인 삼일이라는 대 기업의 후계자로 내정이 되어 어려서부터 오너의 수업을 받으며 기질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걱정하고 근심할 일은 없다.
또한 신동우와의 질긴 인연도 이것으로 종지부를 찍고 자신만의 삶을 살면서 이제는 여자로서가 아닌 진정한 정수아로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더욱 깊은 연기를 하며 진정한 연기자로서 남은 생을 살고 싶다.
수아는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기에 몰두한다.
더욱 숙성된 정수아의 연기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외국가면 그 박대웅이를 만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네요...
에효...... 마음이 아프네요.....
그러게요,,마음이 짠~~하네요.
일향님,,잘읽고갑니다^^
결국은 수아가 재형을 만나지 아니하고 귀국을 하였네요. 신동우가 생각이 짧았군요.
이제는 여유롭게 살려고 생각을 바꿨으니 주변도 정리하면서 정철과 가까워지면 좋으련만요. 수고하셨습니다.
^*^
^^*
아들을 앞에 두고도 모른척 해야 하는 수아의 아픈 마음이 보여 집니다..
수아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수아도 사랑을 해야 할텐데...............
그렇게 쉽게 모자지간의 연이 끊어질까요?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감사 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엄마로서 자식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수아의 모습이 너무 가엾어요 ^^*
엄마로서 자식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수아의 모습이 너무 가엾어요 ^^*
잘 읽고 갑니다
^^*
감사
즐감요^^
감사
즐감
일향님 항상 귀한글 잘보고가며![추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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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이 묻어야할 슬픔이네요?
이룰수 없는 꿈에 얽메이는것 보다
아픔을 감내 하면서 쓸모없는 미련을 갖고 사는것 보다
좀더 냉정한 판단으로 자신을 채찍질 할줄아는 주인공의 마인드가
개인적인 공감대를 아주 많이 가지게 합니다
소중하게 써오신 작품 하나씩 읽어 내려 갈 때마다
작가님의 산고를 다시한번 느낍니다 ^^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하루되세요.
참으로 멋진 좋은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