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인 래너드 스윗은 서구교회의 쇠태현상을 보면서 “서구 기독교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너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서구교회의 위기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영국 교회와 미국 교회가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두 나라 교회의 현실을 보면 크게 잘못된 표현도 아닌 것 같다.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영국 교회에 대한 보고를 보면 영국 교회가 비어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한국 장로교회에 모테가 된 영국 장로교회가 술집과 유령 체험관, 티켓 판매점, 이벤트 장소 등으로 바뀌고 있다. 장로교회뿐만이 아니다. 감리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에서 젊은이는 찾아보기 힘들고 노인들만 10여 명씩 모여 주일 예배당을 지키고 있다. 영국은 지난 30년 동안 5천 곳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 지금도 매주 네 개씩 문을 닫는다. 영국 교회의 53%가 주일학교를 잘 운영하지 못하고, 86%의 교회에는 중고등부가 없다. 영국 일간지 「디인디펜던트」에는 ‘영국 교회가 40년 이내에 사라진다’는 기사가 실렸고 성공회의 캐리 주교는 ‘영국은 이제 선교지가 되었다’고 탄식했다.
미국 교회도 영국 교회만큼은 아니지만 쇠락의 길을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의 주류 교회들은 기독교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위기의 직면해 있다. 미국의 종교적 삶의 표준이었던 교회들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교인들의 감소를 경험했고 많은 주류 교단에서는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많은 교회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필립 클래이튼 교수(클레아몬트 신학대학원 원장)는 오늘날 존재하는 주류 교회의 반 이상이 향후 20년 안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조지 바나 연구소가 실시했던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기독교 인구조사에 의하면 미국 교회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측면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교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전체 성인의 49%이고 1년에 몇 번 비정기적으로 아주 가끔 교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전체 성인의 8%이다. 반면 21C 미국 교회는 교회 밖의 사람들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교회 밖 사람들은 성인 열 명 중 세 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전체 성인의 10%는 교회와 무관한 사람들이고 전체 성인의 33%는 한때 교회에 출석했지만 지금은 출석하지 않는 사람(가나안 성도)들로 나타났다. 전체 출석 성도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교회를 떠난 것이다. 닐 콜(교회증식협회(CMA)의 창립자 겸 대표)이 말한 대로 지금 미국 교회가 죽어가고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기존 교회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괴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교회가 제도와 기관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의 교회들은 마치 사업체를 운영하듯 교회를 운영해왔다. 기업 운영의 원칙을 교회 성장과 목표 달성에 적용했다.
목사는 최고경영자가 되고 교인들은 영적 소비자가 되었다. 많은 교회가 어둡고 도움이 필요한 세상에 빛과 생명을 전하기보다 시장 점유율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왔다고 말하는 닐 콜의 이야기를 부인하기 어렵다. 닐 콜의 비판을 계속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교회들이 무엇에 중심을 두고 있는가? 대부분 주일 예배다. 어느 요일을 주일로 정하고 일주일에 몇 번 예배를 드리고 하는 문제를 떠나 중요한 관건은 오직 예배다. 교회 지도자들의 시간과 노력은 소비자들이 감동할 만한 거창한 행사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한다. 심하게 말하면 영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서 영적 시장에 공급하고 소비시키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교회들은 다른 교회와 경쟁하기 바쁘다. 남의 고객을 붙잡아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경쟁하는 교회는 그리스의 몸이 아니라 신앙을 갖고 장사하는 파렴치한 영적 장사꾼이다. 자원과 체력이 풍부한 대형교회일수록 그런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늘날 교회는 세상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변질되어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회가 종교 기관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종교로 변질되어가는 문제에 대해선 자크 엘륄(프랑스 신학자, 법률교수)이 지적한 대로 기독교가 권력과 결탁하면서 종교가 되었고, 교회 조직이 계급제도로 이루어지면서 기독교가 종교가 되었고, 기독교가 성공주의와 결탁하면서 종교로 변질되었다. 본 회퍼(독일 신학자, 목사)가 지적한 대로 교회가 하나님을 멀리 계신 초월적 존재로만 말할 때 기독교는 종교가 되고, 교회가 신앙의 삶을 공동체적인 삶으로 이해하지 않고 개인주의적인 삶으로만 말할 때 기독교는 종교가 되고, 교회가 하나님을 종교 행위만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할 때 기독교는 종교가 되고, 교회에 오래된 교인들이 주인의식 특권의식을 가지게 될 때 기독교는 종교로 변질된다. 이렇게 기독교가 종교로 변질되어가면서 현대인들의 영적인 갈망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러면서 교회는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교회에 많은 사람들이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글렌 와그너(미국 갈보리교회 목사)가 말했듯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목회자와 교회가 공동체 모델이 아닌 기업 모델에 맞춰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체 모델을 따르는 교회에 대해 말하기를 어떤 교회에서 목회자는 다른 이들이 교회라는 사업체를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설교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교회에서 목회자는 최고경영자 사장이다. 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목회자는 목자가 아니라 기업체의 고위 관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사실 많은 경우 교회는 그동안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존중하며 격려와 친밀함을 나누며 하나님 나라 생명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생명, 정의, 사랑, 치유, 평화의 사역을 위헤 헌신한 삶을 가르치기보다는 성장과 확장과 번영만을 추구하는 기업체를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교회는 그동안 교인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은 스스로 만들어온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대전신학대학교 정원범 교수의 새로운 교회운동 중에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