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2dnnqY8enA
비발디 / 사계 중 여름 전 악장
🍀 우리나라 풀 이름을 위한 서시
- 윤 주상 -
우리나라 풀 이름들 외고 있으면
씨감자로 배를 채운 저녁나절처럼
왜 그렇게 속이 쓰리고 아려오는지
쥐오줌풀, 말똥가리풀, 쇠뜨기풀, 개구리발톱, 개쓴풀, 개통발, 개차즈기, 개씀바귀, 구리때, 까마중이, 쑥부쟁이, 앉은뱅이, 개자리, 애기똥풀, 비짜루, 질경이, 엉겅퀴, 말똥비름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못나고
천박하고 상스러운 이름들 뿐인지
며느리밑씻개풀, 쉽싸리, 개불알풀, 벌깨덩풀, 기생초
깽깽이풀, 소루쟁이, 쇠비름
실망초, 도둑놈각시풀, 가래, 누린내풀, 쥐털이슬, 쑥패랭이, 논냉이, 소경불알, 개망초, 색비름풀.....
왜들 그렇게 모두 하나같이
낯뜨겁고 부끄러운 이름들 뿐인지 .....
쥐꼬리망초, 명주실풀, 며느리밥풀, 좁쌀풀, 속속이풀, 송장풀, 주름잎, 쐐기풀, 쑥부지깽이,개밥풀,
겨우살이풀, 고비, 절굿대, 끈끈이주걱, 왜젓가락나물, 가막살이, 자주쓴풀.....
왜들 그렇게 모두가 하나같이 춥고
배고프고 없이 사는 이름들뿐인지
우리나라
대한민국
리퍼브릭 오브 코리아
이 좁은 땅덩어리에 웬 놈의 인사 인물은
뭐가 또 그렇게 많은지
모두가 다 저가 잘났고 저만 똑똑하고
저만 떳떳한데
왜 그렇게 죄도 없는 우리 풀들만
바보병신 닮았는지
남들처럼 허리 한 번 바로 펴보지 못하고
평생을 죄인같이 땅바닥에
코를 박고 설설기며 살아를 왔는지
쥐손이풀, 가시꽈리, 개시치, 골풀, 구실봉이, 가는장대풀, 날개골풀, 네귀쓴풀, 쇠똥가리풀, 갈퀴나물, 잠자리피, 갯사상자, 까치수염, 꼭두서니, 고슴도치풀, 갯는쟁이, 긴담배풀, 괴승아, 조개풀, 수박풀.....
성도 없는 우리나라 풀 이름들 외고 있으면
모진 목숨 모진 목숨
모질기도 질긴 목숨 천하고도 귀한 목숨
어쩌면 그렇게도 장하고 서러운지
서럽고도 장한지
외면 욀수록 남의 이름 같지 않고
어쩌면 그렇게도 네 이름 내 이름 닮았는지
우리네 거시기 쏙 빼 닮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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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 월이었다
며칠만 지나면 새해가 다가오는
한 해의 끝 무렵....
아침 퇴근길에 주차장 담장사이로
삐쭉 머리를 내어 밀고 있는 꽃이 보였다.
촌스럽지만 부끄러운 촌색시의
미소같은 붉은 꽃이었다 .
세상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계절에
피어난 애처러운 꽃 몇 송이 .
어떻게 해 !!
친해지고 싶었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시간이었지만
그녀는 고맙게도 전화를 받아 주었다
" 응, 이 겨울에 철 모르고 피어난 꽃이 있어 "
그리고 그 꽃의 사진을 보냈다
" 병꽃이네 !"
" 병꽃 ?"
" 응 "
사진 한 컷으로 대뜸 꽃의 정체를 알려 준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
눈썰미가 바닥인 나의 수준은
겨우 강아지풀, 조리풀 ? , 토끼풀 ,
쇠비름, 명아주, 애기똥풀
정도의 지식으로 빈약한 편이었다.
언젠가 귀촌의 은근한 꿈을 꾸며
살고 있던 내게 그녀의 해박한 지식은 충격이었다.
병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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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뒤지다 고맙게도 이렇게
귀한 詩를 올려 준 블로거에게 감사하며 숲길을 걸어도 유심히 찾게되는
우리 곁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민초들 .....
조물주는 그들에게 각각의
아름다움을 부여하셨다.
우리나라만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부르기 어렵고 귀한 이름은 아니나 ,
아마도 그 이름은 우리같은 民草들이 붙혀주지 않았을까 싶다 .
聖枝주일날 찾은 집 가까운 성당의 뜰에
햇살 품으며 졸고 있던 할미꽃 ,
수줍던 제비꽃.
세상은 제 각각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그들 틈에 나도 못난 풀로 살아가며
함께 울고 웃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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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iBsJqd2O5wk
박인수.이동원 / 향수
( 들꽃들의 영상이 아름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