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놀기 좋고 ...
모두들 좋은 컨디션으로 모인 이날... 어치의 상태는 최악이었더랬죠.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러운 날...
우리 친구들이 밧줄로 실컷 놀아보라고 미리 섭외한 곰솔샘이었는데,
목이 완전히 잠긴 어치를 대신하는 수업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정성껏 집에서부터 끓여간 어묵탕을 여러분께 대접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도 될까요?^^;;
일단 이곳은 어치 지인의 부모님이 몇년동안 두손으로 일구신 곳이랍니다. 들어가는 길 입구도 만들고, 황토방도, 뒷 텃밭도, 연못도, 그네도... 알뜰하고 깨끗하게 가꿔놓으신 곳이라 우리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싶었습니다. 연못속의 생물도 잡아보고, 뒤쪽 산소에서는 놀이도 실컷 하고....
곰솔샘과 이 동네산을 모두 누벼가지고 제일 체험하기 좋은 곳도 찾았지요.
주인 어르신은 우리가 밧줄놀이한 숲을 모르시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엔 험한 뒷산을 소개받아가지고 땀나게 돌았지 뭐에요.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시멘트길은 어떤가 해서 그쪽산도 가 보구요.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온통 산을 돌았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답사한 그 장소는 잣도 있고, 밧줄도 하기 좋았어요. 곰솔샘이 조금만 더 나무를 정리해 밧줄놀이터를 만들었지요^^;;
마당도 넓고 뒷산도 좋은 시골집을 찾으려 헤맸지만, 그런 곳은 많이 없거나 너무 멀었어요.
여하튼.... 오늘 어치의 목소리는 많이 들을 수 없었으나, 밧줄놀이와 그네놀이로 친구들이 좀 행복했을까요?
간단히 간식을 먹고 이제 숲으로 가려고 합니다. 가기 전에 살짝 여기에서 몸을 풀고 있어요. 숲에서는 언제나 몸을 푸는 것이 중요해요. 일단 차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동안 몸이 풀리기는 하지만, 살짝쿵 놀이로 몸을 풀고 가면 덜 다치지요.
어떤 분이신지 양지볕에 아주 편하게 쉬고 계시네요.
우리는 이제 집에 짐을 두고 나와 숲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르신 두분이 만들어낸 이 좁은 산길도 그 수고를 생각하니 참 고맙고 편하게 느껴집니다.
이 숲길을 따라 들어갈때는 안에 무엇이 있을까, 어떤 집일까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ㅎㅎ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이 너무 아파 말을 꺼내지 못했던 이날, 정말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했습니다. 낙엽꽂기하면서 낙엽과 애벌레이야기도 하고, 낙엽이 부서져 흙이 되는 것도 함께 보려고 했고, 땅속에서 사는 균사도 보여주려 했는데, 목은 아프고 몸은 천근만근.... 결국 오후에 링거를 맞고야 말았지요....
바닥에 대부분 참나무낙엽인데요, 참나무는 낙엽에 영양분을 재워놓고, 봄까지 천천히 녹여먹는다는 사실....
2월 중순이면 땅이 녹는다는 우수에요. 봄비를 맞아 촉촉히 젖은 나뭇잎들이 다시 흙이 되어가는 과정은 흙을 조금만 파 보면 알 수 있어요. 작은 벌레들과 버섯이 될 균사들의 도움을 받아 쉽게 분해된답니다. 낙엽찍기 놀이를 하다보면 흙도 보게 되는데, 그때 딱 짚어주어야 지요. 숲의 흙은 뭐다? 낙엽의 잔해들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동물과 곤충의 사체, 뿌리잔해, 나무껍질의 잔해..
들이 섞인 것이 숲의 토양이다^^ 숲의 모든 것은 다시 숲으로 돌아가 흙이 된다... 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곰솔샘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넘게 거의 매일 어린이들과 밧줄로 만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곤충, 동물, 음양오행까지 겸하여 성인들도 만나고 있지요. 매일 밧줄을 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맞는 밧줄, 인성을 곱게 다지는 밧줄, 체력을 보강하는 밧줄, 모험심을 길러주는 밧줄... 다양한 밧줄을 구사하여 인기가 높답니다. 주로 단설유치원이나 병설유치원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요. 밧줄에 곤충과 동물까지 이야기해 주니,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하지요. 오늘은 어쩌다 보니, 어치 대신 하는 수업이 되고 말았네요. 감사해요~~
우리 친구들과는 처음 하는 밧줄놀이 시간입니다. 각자 어디에서건 체험을 한 적이 있겠지만, 오늘 처럼 진짜 숲에서 오붓하게 즐겨본 적은 없을 것 같아요. 보통 밧줄수업은 한 반을 대상으로 하니까요^^ 오늘을 마음껏 즐겼니 우리 친구들???
이제 한살씩 더 먹어서 그런지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밧줄놀이를 잘 하네요. 손과 발이 맞아야 하고, 앞뒤 친구들과 조율도 해야 하고, 나무를 사이에 두고 다음 밧줄로 잘 넘어가야 하고...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내 몸 사용법을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랍니다. 다른 밧줄강사는 밧줄을 쳐 두고 그늘에서 쉰다지만, 우리식의 밧줄은 강사가 끝까지 위로와 격려, 용기를 주는 존재로 늘 어린이옆에서 함께 합니다.
한참 했나 봅니다. 유빈이가 더운 지 겉옷을 벗었네요. 체육소녀 유빈이가 날아다녔던 날이죠. 7세가 되면 탐험대에서도 날아다닐 유빈이인데... ^^ 유빈아 탐험대와라~~
어린이들이 밧줄놀이터를 즐기는 모습은 언제봐도 보기 좋습니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다음 발을 어떻게 디딜지 스스로 고민해서 내딛고, 팔의 힘조절도 스스로 하고...
언제 이렇게 컸나 싶습니다^^
오늘 특히 도윤이가 어치 먹을 것도 챙겨주고 어치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어, 아픈 와중에도 힘이 났어요.
늘 어치를 본동만동 하는 도윤이였는데 어치랑도 정이 쪼매 들었나봅니다.
그네도 참 재미있어요. 밧줄 몇가닥만으로 숲에서는 쉽게 그네를 만들지요. 안장은 조금 두꺼운 나무막대를 써도 되니까, 줄 2개와 나무막대만 있으면 언제나 그네가 뚝딱!! 어른이나 어린이나 그네를 참 좋아하지요. 앞뒤로 오가며 느끼는 바람이 좋아서일까요? 힘껏 도움닫으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볼 수 있어서일까요?
아윤이도 밧줄그네를 타고 있어요. 엄마가 정성껏 밀어주고 계시네요.
밧줄계단이에요. 적당히 벌어진 나무와 나무사이에 줄을 매서, 끝까지 올라가서는 건너편으로 건너가 내려오는 것인데요, 밑에서 보는 것과 달리 위에 올라서면 상당히 떨리는데, 우리 친구들 그래도 정말 씩씩했어요. 한번 건너가보라고 어치가 권유하자, 머뭇거리면서도 끝내 건너편으로 넘어간 수연이의 긴장된 얼굴이 떠오릅니다.
너도 나도 누구나 좋아하는 애벌레그네랍니다. 이것은 혼자서는 탈 수가 없고 반드시 누가 밀어줘야 한답니다. 애벌레 그네에 폭 싸인 친구들이 귀엽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참 오랫동안 밧줄놀이를 즐겼습니다. 이제 어치가 조금 나서야겠지요?
이 숲에는 소나무와 비슷한 잣나무가 있었어요. 잣송이를 처음 보는 엄마도 계셔서 소개합니다.
이것이 바로 잣송이에요. 청설모는 잣송이의 무게를 재어보고 너무 가벼우면 아예 잣을 꺼내지도 않는답니다. 잣송이의 날개를 모두 떼고 그 안의 잣의 옆을 깨서 안에 것만 쏙 빼먹기도 하고, 아예 부숴버리기도 하는데, 청설모가 따 놓기만 하고 건드리지 않은 잣을 보면 한결같이 속이 차지 않았어요. 동물들도 자신들의 먹이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박사겠지요. 무게를 재서 가벼운 것은 버리는 놀라운 청솔모. 그리고 잣송이는 송진이 엄청나게 많아요. 청설모는 어떻게 송진을 처리하는지 알아보니, 가슴에 기름샘이 있어서, 그곳에 송진이 묻은 발을 문지르면 송진이 녹아 떨어진다고 해요. 신비한 청설모의 세계.....
친구들에게 잣을 소개하려고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요청했는데, 모두 합심해서 어치를 일으켜 줍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도움을 받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도움을 주고.... 참 아름다운 사이지요? ㅎㅎ
어치의 어묵탕 역사는 15년 되었어요. 탐험대라는 하루 7시간의 활동을 하다보니, 어린이들이 간식시간에 배고파하여 끓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때와 달리 완전 숲속에서 활동하니 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어린이들이 추울까 국물을 끓여 어묵을 대접하지요. 이 날도 여러분께 어치의 어묵탕을 꼬옥 대접하고 싶었어요. 우리 어린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주어서 얼마나 기운이 나던지요. 어치에게는 온통 쓴맛이었던 그날의 어묵탕을 수연이가 맛있게 먹고 있네요^^ 서온이의 얼굴이 밝은 것을 보니 우리 서온이도 맛있게 먹은 듯 합니다. 맞죠? ㅎㅎ
언젠가 대접할 날이 또 있겠지요?
식사 후 아기자기하게 실내에 마련된 그네에서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옆에서 보니 저희끼리 순서를 정하고 나름 규칙적으로 놀고는 있었는데.... 조금씩 불만이 터져 나오더군요. 그 불만들은 좀 더 숲나들이를 하다보면 놀이와 소통을 통해 저절로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들이 나서지 않아도 말이지요^^
밖의 그네를 소개하고 싶었으나 너무 위험한 곳이라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어린이들이 먼저 찾아냅니다.
어른들이 있을 때만 타기로 하고 어치가 끝까지 밀어주었지요.
엄마는 무엇을 했냐구요? 곰솔선생님의 음양오행과 사주 강의를 듣고 계셨지요?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기분좋은 바람소리처럼 들리고,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는 그네를 마주하니,
'무척 행복하다'는 감정이 어치를 휘감고는, 그때부터 "온전히 즐기자!!!"하는 맘으로 갑자기 의욕이 불끈!!! 솟아오르더라구요.
큰 것이 아니어도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는 계기가 되었네요. 차에서 맛있는 간식을 하나 찾았을 때랑, 잃어버렸던 안경을 찾았을 때 그렇게 까지 큰 기쁨이 아닌데도 "얏호!! 좋다!!" 하니 마음이 참 좋아지더군요^^ 한번 연습해보세요^^
올 한해 어치랑 잘 놀아주셔서 감사했어요. 멋진 자연을 소개하고 싶은 어치와 함께 즐긴 아름다운 사진들은 카페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건강하세요~~
첫댓글 2022년 한 해 숲과 함께 성장한 모습에 뿌듯합니다. 늘 믿고 신나게 매달 달려가 즐길 수 있게 해주신 어치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날 많이 힘드셨을텐데 끝까지 함께 주시고 맛난 어묵탕까지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한 멤버들과 친구들 고마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3월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