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M에 들어와 처음 가게 된 여름 수련회. 떨리는 마음도 있고 기대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처음이라는 이유일 뿐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게는 어릴 적부터 늘 가던 수련회, 가야 하니까 가야 하는 수련회라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수련회를 가기 전 내 삶은 조금 정신이 없었다. 엄마가 손목을 수술하셨고, 교회에서 맡은 일이 벅차기 시작해 힘들어졌으며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문제가 생겼다. 참으로 힘들고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가장 먼저 놓아버린 것은 신앙이었다.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읽으려던 성경을 읽지 않았고 기도를 놓았으며 하나님을 찾지 않았다. 지금의 내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기 위해 하나님의 손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아무런 생각 없이 수련회에 참석했다.
수요일. 이미 수련회의 반이 지나갔고 나는 수요일 저녁 집회부터 참여했다. 조별로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너무도 어색해서 예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잔 탓도 있어서 더욱 힘들었다. 이후 바로 캠퍼스 사람들을 만나 어색함이 조금 풀어졌지만, 그래도 어색하고 낯설었다. 이 상황에서 기도를 할 수는 있을까? 싶었다. 원래도 나는 통성기도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주여! 부르짖는 소리조차 하지 못해 입만 벙긋거렸고 남들이 통성 기도할 때는 묵상기도를 했다. 그랬던 내가 DSM에서는 통성기도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수련회는 또 달랐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저녁 기도회에 들어섰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뜨겁게 기도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내 안에는 하나님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했다. 기도회에서, 나는 내 속에 가득 든 죄악을 꺼내어 회개시키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다. 내가 알고 있던 죄부터, 잊고 살던 죄까지 모조리 토해내게 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나는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고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은혜롭게 하루를 마쳤다.
그러나 다음날, GBS부터 선택 강의까지 너무 즐겁게 끝낸 나는 기도회부터 다시 이상함을 느꼈다. 찬양을 하는데 그 찬양이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 그런가 싶어 감기약까지 먹으며 기도해보았지만, 몸의 힘듦이 문제가 아니었다. 왜인지 내 귀와 내 마음을 무언가가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찬양 소리에도 가만히 있던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무작정 기도해보기로 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마음 깊이 느끼고 싶다, 주님의 나라를 꿈꾸게 해달라며 기도했다. 그때, 다슬 간사님께서 숙이고 있던 내 등에 손을 대시며 기도해주시기 시작했다. 무척 더운 시간이었지만, 간사님의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내가 힘겨울 때 손잡아 주시고 구원해주신 주님의 깊은 사랑을 다시 느꼈다. 나를 이렇게 만나고 싶어하셨구나,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시는구나, 하며 기도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기도했다. 주님의 이끄심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 은혜가 무척 뜨겁게 느껴졌다. 약 기운 때문에 정신이 없어 헤롱헤롱거리면서도 기도하는 게 기뻤고 은혜로웠다.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나는 주님이 주신 은혜를 가슴에 품고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까지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그렇게 수련회를 무사히 마쳤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수련회 때 받은 은혜가 나 자신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매번 무너졌고 그렇게 은혜를 받았는데 왜 자꾸 무너질까, 하며 자책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은혜를 기억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함을 알고 있다. 우리는 나약하고 악한 인간이기에, 죄악에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그 받은 은혜를 간직하고 기억하며 하루를 또다시 살아간다. 주님과 동행하는 마음으로.
첫댓글 아멘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