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5일>
"검룡소 주차장 →(0.8km)→ 세심교 →(0.6km)→ 검룡소 →(0.6km)→ 세심교 →(1.1km)→ 분주령/검룡소 갈림길 →(1.4km)→ 대덕산 →(1.4km)→ 분주령 →(3.4km)→ 금대봉 →(1.2km)→ 두문동재 →(1,0km)→ 은대봉 →(1.5km)→ 능선 사거리 →(1.2km)→ 중함백 →(1.1km)→ 함백산 →(0.5km)→ 함백산 입구 →(1.1km)→ 창옥봉 →(0.7km)→ 만항재 [17.6km, 8시간]” 로 검룡소 주차장에서 만항재에 이르는 17.6km, 8시간 야생화 코스를 트래킹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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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
높이: 1,307m
위치: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1,418.1m)과 대덕산(1,307.1m) 일대 126만 평은 환경부가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그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인데,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가 서식하는 것을 비롯해 꼬리치레도롱뇽의 집단 서식지가 있다. 식물도 풍부해 모데미풀, 한계령풀, 대성쓴풀, 가시오갈피 등 희귀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금대봉
높이: 1,418m
위치: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
금대봉은 해발 1,418m로 정선군 고한리와 태백시 창죽동과 화전동 사이에 솟아 있다. 산중에는 주목을 비롯하여 각종 원시림이 빽빽이 차 있고 창죽마을의 진산이다.
이 산은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용소,제당굼샘을 안고 있는 의미 깊은 산이다. 금대(金臺)란 말은 검대로 신(神)이 사는 곳이란 뜻이다. 또한, 금이 많다고 하여 금대라고 한다.
산상의 야생화원이라 불리는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이 있다. 정상은 그리 넓지 않은 초원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백두대간은 동쪽으로 급하게 꺾이며 매봉산을 향해 이어지며 낙동정맥의 산줄기와 만날 준비를 한다.
검룡소
금대봉 기슭의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의 굴에서 솟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며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 나와 514km의 한강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
지금까지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남한강)의 발원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대천과 창죽천의 합수 지점인 북면 나전리에서 도상실측(圖上實側)한 결과 창죽천이 오대천 보다 약 32km나 더 길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국립지리원에서 한강의 발원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기슭이라는 공인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둘레 20여m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검룡소는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하루 5천 톤가량 용출하고 있으며 솟아 나온 물이 곧바로 20여m의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 광경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 – 한국의 산하
1,500m에서 1,400m 사이의 산 13개 중 '두위봉, 발왕산, 동대산, 방태산, 가야산, 점봉산, 금대봉, 상원산, 장산, 황병산' 등 10개를 오르지 못했다. 두위봉은 시도했다가 전날 내린 폭설로 중간에 되돌아서야 했고 나머진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조차 못 했다. 경기도 지역 산행을 어느 정도 마쳤고, 춘삼월도 맞이하여 야생화 천국이라는 대덕산과 금대봉을 엮는 산행으로 강원도 산행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대덕산, 금대봉 지역은 자연생태계보호 지역이라 하루에 300명만 예약을 받아 등산을 허락한다. 해서 4월에 5월 5일 방문으로 나를 포함해 5명 - 누가 같이할지는 모르고 - 예약했다. 어린이날이 토요일 월요일 대체 휴일을 포함 황금연휴라 야생화 찍는 전문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서둘러 예약했다. 마침 우리 캠핑팀도 2박 3일 야영을 겸한 산행을 계획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애초 계획은 출발은 야영팀 홍 원장 차로 하지만 복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당일 산행을 계획해 '검룡소~대덕산~두문동재' 또는 그 역 코스 11km만 할 예정이었다. 그때 야영팀이 같이 야영을 하자는 제안을 해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 경옥, 흥수의 장비를 검토 후 야영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당일 서울로 복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해서 기존 코스에서 '은대봉~함백산~만항재'를 추가한 18km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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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토요일 아침 7시에 홍 원장의 본거지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만나 강원도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모두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 몇 가지 점검을 하고 홍 원장이 운전해 출발한 시간이 대략 7시 10분경이다. 차와 폰의 내비를 이용해 서울을 탈출할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목적지인 검룡소 주차장 도착 시각이 11시 30분으로 나왔다.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많은 사람이 서울과 수도권을 탈출하고 있었다. 연휴 기간에 탐방객이 많아 예매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했으면서 도로가 막힐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우리의 불찰이었다. 애초 이동 시간 3시간을 고려해 오전 10시에는 산행을 시작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특히 10시경 모여 장을 본 후 출발 예정인 야영팀은 우리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고속도로에 진입 후 여주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지 못한 친구는 커피와 빵, 군고구마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운전자를 흥수로 바꿔 목적지 검룡소 주차장을 향해 다시 달렸다. 도착 예정 시간이 10시에서 11시 30분으로 1시간 이상 늦어진 만큼 코스를 그것에 맞게 변경해야 했다. 초속 20~25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고 기온도 낮은 산에서 야간 산행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 여성 동무도 포함된 상황에서는…. 해서 계획 코스에서 함백산에서 만항재에 이르는 2.3km를 제외하고 함백산에서 바로 하산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고한읍에 도착하니 검룡소 주차장 도착 시각이 11시 30분보다 더 늦은 오후 1시경으로 나왔다. 이렇게 된 이상 함백산은 포기하는 것이 맞고, 그렇다면 굳이 800m가 채 안 되는 검룡소 주차장을 들머리로 할 이유가 없었다. 들머리를 해발 1,268m인 두문동재로 바꾸는 것이 아무래도 산행을 하기에는 쉽다. 바로 결론은 내리고 두문동재를 향해 차의 목적지를 바꿔 달렸다. 12시 20분경 두문동재에 서울을 출발한 지 5시간 10분 만에 도착했다. 와중에 야영대장 용진이 차가 막혀 꼼짝을 못한다고 전화해 오고… 두문동재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각자 가져온 야영용 장비 등을 꺼내 차 트렁크에 넣고 최대한 배낭을 가볍게 해 산행 준비를 마쳤다.
점심을 먹기 위해 라면을 끓이려고 보니 바람이 너무 강하고 출입통제 초소에 관리 요원이 너무 많아 불을 피울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기엔 9시부터 15시까지 입산할 수 있었는데 다시 확인 차 신입으로 보이는 여성 요원에게 물어보니 15시까지 입산이 아니라 출산을 해야 한다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아니 입산이 아니라 출산을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얘기야? 어쨌든 요원의 말이니 들을 수밖에 그럼 일찍 서둘러 출발해야 했다. 그리고 산에서 라면을 끓인다는 둥 뻘 짓을 할 시간이 없었다. 해서 만약에 대비해 배낭에 넣어 두었던 코펠, 버너, 라면 등을 꺼내 차 트렁크에 넣어 두는 동안 고참 요원을 만난 홍 원장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심각한 고민 하나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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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를 이용한 산행 시 '환종주가 아닌 이상 차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가 늘 고민이다. 홍 원장 차로 검룡소 주차장에서 시작해 만항재나 함백산 삼거리에서 끝내는 계획은 수원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하는 낙진이 우리를 픽업하는 것으로,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검룡소 주차장에서 끝내는 것은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두문동재 바로 밑에 관광버스가 주차하고 있었는데, 난 그것을 산악회 차량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용도였다.
국립공원 관리 요원의 말에 따르면 10시부터 15시까지 관광버스 두 대로 매시 정각에 두문동재와 검룡소 주차장 양쪽을 출발하는 셔틀이라는 것이다. 물론 무료! 그리고 그 리무진 셔틀은 1시에 두문동재를 출발해 검룡소 주차장을 향할 예정이었다. 검룡소 주차장을 출발해 차가 있는 두문동재로 오는 막차가 15시 즉 오후 3시로 우리가 산행을 시작하는 시간이 12시 30분경이라 그 버스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홍 원장의 제안이었는지 고참 요원의 제안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거꾸로 리무진 셔틀을 타고 검룡소 주차장으로 내려가 거기서 산행을 시작해 차가 있는 두문동재에서 올라오자는 안이 나왔다. - 난 배낭에 있는 짐을 트렁크로 옮기느라 이런 얘기가 오고 가는 동안 주차장에 있었다 –
모두가 동의했고, 국립공원에서는 우리가 이런 일도 한다는 홍보가 필요했던 차라 모델이 되어 버스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 찍혀 주고 버스를 타려고 하니 기사가 1시 정각 출발이고 버스를 점검 중이니 나중에 타라고 했다.
마침 배도 고프고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던 중이라 두문동재 정상 100여 미터 아래에 있는 매점으로 가 라면을 끓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 라면과 공기밥을 김치 파김치 등을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기 위해 나온 시간이 12시 55분이었다. 우리 넷에 마침 두문동재에서 산행을 끝내고 고한역으로 내려가려던 등산객 한 명을 추가해 다섯 명이 리무진 셔틀을 타고 태백으로 향했다. 그 등산객은 태백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태백역으로 갔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오는 동안 관광버스를 운영하던 습관이 몸에 배에 있던 기사가 이것 저것 설명을 – 도깨비 도로 등 - 해주고 알려주었다.
그 셔틀을 타고 오면서 '이 버스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운행하는 것이냐'가 궁금했다. 다시 말해 일회성인지 아니면 매주 휴일 산을 개방하는 동안이지…. 셔틀 기사에게 물어보아도 모르고 있었다. 두문동재 초소에 붙어 있던 시간표를 찍어오지 못해 아쉬워하며, 검룡소 주차장에 있는 것을 찍기로 하고, 두문동재에 올라가니 좀 어둡더라도 인증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런데 주차장에 도착해 아무리 찾아보아도 시간표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탐방지원센터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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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번 산행의 들머리가 된 검룡소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30분경이다. 최종 점검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오후 1시 32분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일 년 내내 개방하는 관광지라 가족 단위 또는 연인 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검룡소 관광객과 생태 탐방객, 등산객을 구분하여 통제하는 곳은 주차장에서 900여 미터 올라간 검룡소 탐방지원센터에서 하고 있었다. 탐방센터에 도착해 예약을 확인하고 확인서를 작성해 주니, 요원이 출입패를 줄려고 했다. 그때 흥수가 고참 요원에게 잠깐 검룡소를 다녀와도 괜찮겠는지 물었다. 시계를 본 요원이 갔다 오라고 해 배낭을 탐방센터 앞에 벗어 두고 600m 떨어진 검룡소를 향했다. 검룡소 길은 소형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어 관광지로 손색이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검룡소에 도착했을 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내 고정 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검룡소(儉龍沼)에서 검(儉)은 음차로 검은 용이 있는 소라는 뜻으로 생각했는데, 실상은 모르겠지만, 검룡소를 보는 순간 내 생각이 옳았다! 너무 깊어 검게 보이는 심연에서 물이 솟구쳐 오르고, 그 물이 용이 되어 골지천으로 흐르고 있었다. 대략 하루에 2,000~3,000톤가량 많을 때는 5,000t이 넘게 솟아난다니 대단하다.
그 장관을 보며 그리고 소에 떨어진 동전과 동전 던지지 말라는 안내문을 보며 언제부터 사람들이 소나 연못만 보면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느냐는 잡담을 나누고 다시 탐방센터로 돌아갔다. 탐방센터에서 출입패를 받아 각자 목에 걸고 본격적인 생태경관보전지역 탐방을 시작했다. 인원을 통제하는 탐방로인 만큼 길은 넓고 관리 상태가 대단히 좋았다. 초보 등산객에게도 무리가 없는 길이었다. 등산이 목적이기는 했지만, 야생화도 우리의 관심사라 오르는 길에 보이는 꽃이나 새로운 식물을 보면 사진을 찍으며 1km를 올라 분주령 갈림길에 도착했다.
분주령 갈림길에서 분주령을 바로 오르면 300m, 대덕산을 거쳐 오르면 2.9km의 거리였다. 그리고 분주령에서 금대봉까지는 3.4km, 금대봉에서 두문동재까지는 1.2km다. 그 갈림길에서 두 여성 동무가 바로 치고 올라가기를 원하고 난 당연히 대덕산을 거치는 코스를 주장했다. 일단 두 여성 동무는 바로 분주령을 향했고, 난 대덕산을 향했다. 그리고 중간에서 고민하던 흥수가 예상대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2.9km를 극복하고 두 친구를 따라잡아야 했기에 속보로 달리다시피 대덕산에 올랐다.
물론 주변에 야생화가 있으면 사진으로 남기고…. 정상에서 인증을 찍고 분주령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분주령에 도착하자 거대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이 밑에서 봤는데 벌써 왔냐며 놀라워했다. 그런데 난 본 기억이 없어 흥수에게 물어보니 흥수도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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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재촉해 유유자적 자연과 주변 경치를 즐기며 금대봉을 향하던 두 친구를 다신 만난 곳은 쉼터 몇 백 미터 전 시간상으로는 3시 50분경이다. 우리가 2시 33분경 분주령 갈림길에서 헤어졌으니 다시 만나는데 1시간 20분이 걸린 것이다. 주의 깊게 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대덕산을 거쳐 두 친구를 다시 만나기까지 야생화 또는 새로운 종류의 식물을 만나지는 못했다. 물론 탐방로 상에서…. 야생화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실망이겠지만, 애초 산행이 목적이라 아쉬울 것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네 동무가 모여 두문동재 주차장 차에 모든 짐을 두고 오는 와중에 가져온 먹거리로 간식 타임을 갖기로 했다. 금대봉 능선 쉼터 - 흥수 말에 의하면 '하늘 정원' - 한쪽에 누군가 딱 네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돌을 주워 만들어 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가지고 있는 먹거리를 다 꺼냈다.
막걸리 두 통, 코냑 200mL, 사과, 오렌지, 오이, 방풍나물, 김치, 육포, 오징어 등등을 꺼내 간단히 요기하며 친구와 세상사는 얘기를 나눴다. 와중에 운전해야 하는 흥수는 막걸리로 만족해야 했고, 경옥과 홍 원장, 내가 꼬냑을 다 비웠다. 배도 부르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온 후 주변을 둘러보니 흥수 말 그대로 여기가 바로 '하늘 정원'이었다. 마침 우리가 얼레리꼴레리의 얼레지 군락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어 주변에는 온통 치마를 말아 올린 듯한 활짝 핀 얼레지 천지였고 간간히 다른 야생화도 고개를 내밀었다. 30분이 넘게 하늘 정원에서 노닥거리다 금대봉을 향해 출발해 금대봉에 도착한 시간이 5시 53분이었다.
쉼터에서 금대봉을 향하는 길은 온통 얼레지와 야생화 군락지로 와중에 흰 얼레지를 만나기도 했다. 금대봉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두문동재로 내려가는데 통로 표시이자 출입 통제 지역 표시인 나무 기둥을 연결한 밧줄이 다 잘려나가 한쪽에 정갈히 말려있었다. 그걸 두고 금대봉을 완전히 폐쇄하려는 조치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면 백두대간이 잘려 불법을 더욱 조장할 뿐이라 - 지금 생각하니 금대봉에서 두문동재를 거치는 백두대간은 출입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출입증을 어디서 받지? 다 불법? - 그건 아닌 것 같고 밧줄로 부족해 목책을 세우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대봉에서 인증을 찍고 날머리인 두문동재에 도착하니 6시 20분이었다. 출입증을 회수통에 넣어 반납하고 두문동재, 검룡소 주차장 간 셔틀 시간표를 찍기 위해 초소 옆을 보니 그 시간표가 철거되고 없었다. 결국, 우리가 셔틀을 탔다는 것은 내가 찍은 사진이 남아 있지만, 시간표가 있었다는 사실은 증명할 방법이 없어졌다. 이 모든 정황으로 추측건대 그 셔틀은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태백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일회성 이벤트(확인 결과 일회성 이벤트가 맞다)가 아닌가 생각된다. 산이 개방되는 모든 주말 휴일을 운영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하고….
흥수가 홍 원장 차를 운전해 우리의 다음 목적지이자 숙소인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로 유명한 정선 연포분교를 향해 달렸다. 연포분교를 향하는 길목에 차 한 대만 간신히 통과가 가능한 굴이 - 다음 날 안 사실이지만, 최신 내비는 그 굴이 아닌 새로 난 길로 안내한다 - 나타났다. 선글라스를 쓰고 본인 차가 아닌 차를 운전하던 흥수가 갑자기 당황해 차를 세웠고, 라이트 켜고 다시 출발해 간신히 굴을 통과했다. 굴을 통과하자 샹그릴라인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과거 대관령, 한계령 길인 듯한 구불구불 좁은 산길을 내려가 최신이든 구형이든 내비는 전혀 업데이트 안 된 길을 따라 산을 하나 넘으니 동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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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余何事棲碧山 / 笑而不答心自閑 / 桃花流水杳然去 / 別有天地非人間" 도화가 있었나? '별유천지 비인간'임은 틀림없었다. 반대쪽에서 강만 하나 건너면 될 곳을 험하고 위험한 길을 달려 목적지를 향해 가며 홍 원장의 "동강을 지키기 위해 이 동네에서 한 달을 살았는데, 그게 잘한 일일까?"라는 얘기를 토대로 당시와 현재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동강에 놓인 다리를 지나니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비의 안내가 끝난 상황에서 주변에 학교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당황해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늦게 출발했지만, 야영장에 미리 와 준비를 하고 있던 남성 친구를 - 낙진, 영한, 용석, 용진 - 만났다. 아, 여성 친구는 - 동숙, 명신, 선현, 진아 - 하늘벽유리다리에 갔다고 했다.
미리 온 야영팀이 커다란 데크와 오두막 두 개에 야영 준비를 해 두었다. 데크에는 타프 두 개로 다음날 예정된 비를 막을 준비를 해 두었고, 각 오두막에는 텐트를 쳐 비와 차가운 날씨에 대비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우리는 데크의 타프 한쪽 아래 홍 원장의 차에 있던 텐트와 침낭 두 개를 준비해 경옥과 홍 원장의 잠자리를 만들고 그 옆에 내가 매트와 침낭과 침낭 커버로 비박 준비를 했다. 야영팀은 동숙, 진아, 용석, 용진이 비박을 명신, 선현, 낙진, 영한은 텐트를 선택했다. 애초 학교 운동장에서 비박을 할 생각이었는데, 운동장을 갈아 밭으로 만들어 버렸고 차가 주차되어 있어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9시경 온다는 비가 새벽에 올 확률이 높다는 얘기에 타프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산에 갔던 여성 동무도 다 복귀를 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저녁 준비를 했다. 물론 야영팀 대장 용진이 거의 모든 요리를 했고, 나머지 친구가 도왔다. 백숙과 부침개와 여성 동무들이 싸 온 김치 등 푸짐한 밥과 안주에 '푸른 밤'이라는 처음 보는 소주와 글렌피딕이었나? 뭐든 섞어 마셨다.
와중에 용석이 바텐더에 빙의해 홍초를 소주에 섞어 - 호불호가 갈렸음 - 서빙을 하는 바람에 막판에는 술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 야영이 그렇듯이 한쪽에서는 장작불 피워 놓고 둘러앉아 뭐든 구워 먹으며 인생사를 나누는 동안 메인 테이블에서는 노래판이 벌어졌다. 난 기억이 없지만, 노래 때문에 옆 야영팀과 마찰이 있었다고….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5시 40분 비가 내리는 중으로 경옥과 홍 원장이 자는 텐트 옆 내 침낭이었다. 누워 타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감상하다 추위에 깬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니 용진은 한잠도 안 잔 듯 백숙을 데우고 누룽지를 끓이고 있었고, 내 발아래 - 데크 기준 강이 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에 용진, 용석, 진아, 동숙 순으로 비박 장비에서 - 밑에서부터 매트, 침낭 커버(고어텍스), 침낭 - 자고 있었다. 물론 용진의 자리에는 장비만 펼쳐져 있고…. 난 기억이 없지만, 일찍 취했다는 흥수는 영한과 함께 데크 옆 오두막에 친 텐트에서 잤고, 명신, 선현이 좀 떨어진 오두막 텐트에서 낙진이 그 옆에서 - 텐트 여부를 확인 못 함 - 잤다. 누룽지와 백숙으로 아침을 먹고 비 오는 동강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한둘씩 일어나기 시작해 해장을 겸한 누룽지를 공급하다 보니 누가 가져왔는지 모를 동치미가 그렇게 맛있어 보여 동치미 라면을 해 먹기로 하고 면만 끓여 동치미를 붓고 먹었는데 그 맛이 동치미 국수 못지않았다. 결과적으로 과식을 했다. 동숙과 흥수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흥수가 빠져나온 영한의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잠을 자지는 못한 것 같지만 어쨌든 30여 분 누워있다가 일어나니 정신이 들며 갑자기 취기가 몰려왔다. 마지막으로 홍 원장과 영한에게 라면을 끓여 주고 남은 라면은 하루 더 있을 용진에게 넘겨줘 흥수와 내가 가져간 라면을 다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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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산행을 하기에는 비가 좀 많이 오기는 했지만, 동숙의 강력한 주장으로 9시 20분경 동숙, 명신, 진아, 낙진, 용석은 비를 뚫고 금대봉을 향해 출발했다. 오전 중 집에 도착해야 하는 경옥, 선현과 나, 춘천 처가에 가야 하는 흥수, 11시까지 연극 연습장에 가야 하는 홍 원장은 서울로의 출발을 서둘렀다. 흥수가 운전을 하고 야영지를 떠나 춘천을 향해 출발한 시간이 10시가 좀 안 된 시간이었다. 정선에서 춘천까지는 교통이 원활해 춘천 도착 시각이 12시 초반이었다. 전날 마신 술이 아직 안 깬 홍 원장은 뒷자리에 엎드려 오는 내내 잠을 청했다. 막국수 맛집을 찾아 춘천경찰서 앞 막국수 집에 차와 우리를 내려놓고 흥수는 다른 차 편으로 처가로 떠나고 우리는 막국수를 한 그릇씩하고 도저히 운전할 상태가 아닌 홍 원장을 대신해 선현이 운전해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그 시각이 1시 5분경이다.
경춘고속도로에 진입해 강촌이 가까워지니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 상황으로 바뀌었다. 평소 한 시간이면 가는 길이 꽉 막혀 내비 상에는 우리의 목적지 잠실역이 3시 30분에서 40분 사이로 찍혔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가평을 지나는 순간 길이 뚫려 열심히 달려 잠실역에 도착한 시각이 3시 54분이다. 춘천에서 잠실역까지 3시간 50분가량 걸린 것이다. 황금의 연휴라는 사실을 망각한 대가다. 잠실역에 도착해 차를 홍 원장에게 넘겨 주고 승객 셋은 각자 집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니 5시 3분이었다.
가족 행사에 늦지는 않았지만, 약속 시각보다 한참 늦게 도착해 앞으로의 산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연휴 핑계는 씨알도 안 먹히는 것이 평소 내 지론 '연휴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를 와이프가 다시 깨우쳐주었다.
첫댓글 ㅋㅋ 그걸 무릅써도 될 정도로 좋은 풍치이니 모시고 한 번 가라
금대봉을 가는 홍 원장 차 안에 있던 친구들은 아는 얘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