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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생기는 원인은 기압 차 때문인데,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할 때 생긴다. 또 해안에서는 바다와 육지가 햇빛을 받을 때 따뜻해지는 정도의 차이, 즉 수열량1)의 차이 때문에 바람이 생긴다. 태양열로 데워진 대기가 지구에 닿으면 지구가 따뜻해지는데 이때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그 빈 자리에 차가운 공기가 메워진다. 이 차가운 공기는 다시 데워져서 위로 올라가는데 이를 대류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순환 운동이 반복되면서 바람을 만들어 낸다. 만약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바람은 힘없이 제자리에 머물지도 모른다. 바람은 지구의 회전 에너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위도에서는 규칙적인 흐름을 보인다. 유럽의 항해가들은 무역풍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을 수 있었는데 이것도 규칙적으로 부는 이 바람 덕택이었다.
아무도 ‘바람’ 그 자체를 볼 수 없다. 그러나 바람을 느낄 수는 있다. 왜냐하면 바람은 보트를 움직이게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 준다. 그러므로 바람이 항상 존재함을 느낄 수가 있다. 바람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고요한 날에도 바람은 분다. 뇌운 속이나 높은 산을 넘는 경우를 제외하면 바람은 거의 수평 방향으로 흐른다. 바람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이 새다. 새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날개의 양쪽 끝을 완전히 펴서 활공하면서 날아다닌다.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100m 높이에서 활공하기 시작하면 수평으로 1,600m 정도를 날 수 있다고 한다. 대기 속에 약간의 바람만 있어도 새는 상승기류에 의해 비행을 계속할 수가 있다고 하니 바람은 새들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을 이용하는 동물은 새 외에도 박쥐나 곤충이 있다. 그 중 거미는 날개를 사용하지 않고 긴 거미줄을 바람에 날리면서 이동하는데, 때로는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다니는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이것을 일명 ‘천사의 머리카락’이라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명주실이 날린다는 뜻으로 사유(絲遊)라 하고, 영어로는 gossamer(goose-summer의 준말로 거위여름)라고 부른다. 11월의 따뜻한 날 유럽에서는 성 마틴의 여름(St. Martin’s summer)이라 하여 거위를 먹는 습관이 있는데, 마침 그 무렵에 거미가 하얀 줄을 날리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가루도 바람에 의해서 이동된다. 어떤 것은 2개의 공기주머니에 의해서 바람을 타고 100㎞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는 것도 있다. 양귀비 씨도 바람을 타고 150㎞나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다고 한다. 민들레 씨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바람에 의해 날아갈 수 있는 것은 씨를 감싸고 있는 가는 털이 햇빛을 받아 따뜻해지고, 이때 털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가벼운 풍선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솜털 모양의 비행 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바람을 이용한 범선은 BC 4,500년경 이미 이집트에서 사용되었다. 또 14세기경에는 4각 돛과 3각 돛을 짝지어서 큰 범선을 만들었으며, 19세기말에는 돛의 수가 40개나 되는 4,000톤 급의 거대한 범선을 만들어 계절풍2)과 무역풍을 이용하여 해양을 누비고 다녔다. 그 후 증기 기관이 발달하면서 범선은 점차 쇠퇴하고, 현재는 레저용 요트(돛선)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4~15세기경부터는 바람을 제분의 동력원으로 사용한 일이 있었지만, 바람이 일정하게 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바람을 이용한 풍차는 네덜란드, 인도, 중국 등에서 탈곡이나 소금을 만들기 위해 물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사용해 왔다. 최근에는 전력의 공급이 곤란한 외딴 섬이나 산악 지대 등에서 풍력 발전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에는 섬 곳곳에 초속 7m가 넘는 바람과 태풍이 수시로 들이닥쳐 제주 사람들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었지만, 지금은 이 바람이 수익 사업에 이용된다. 1998년 2기로 시작한 제주의 행원 풍력 발전 단지에서는 지금 15기의 풍차를 돌리고 있다.
비행기가 바람을 이용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고공을 비행하는 제트 비행기는 성층권3) 부근의 강풍대에 진입하여 제트 기류를 이용해서 비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행글라이더도 동력기에 끌려서 날지만 일단 하늘에 오르면 산악 파동 기류를 이용해서 높이 올라간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은 편서풍을 이용한 풍선 폭탄을 미국에 날려 보냈다.
이렇게 사람들은 무한 무상으로 바람을 쓰고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지만 우리에게는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다. 지금도 바깥에는 바람이 분다. 빨래를 말리고, 꽃씨와 연을 날리고, 벽난로를 피우며 바람은 늘 우리 곁에서 맴돌고 있다.
각주
- 1 수열량
受熱量. 어떤 물질이 바깥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열의 양. 반대 용어는 방열량(放熱量) - 2 계절풍
季節風, monsoon. 초기에는 아라비아 해역에서 겨울철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동풍과 여름철 해양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을 가리킬 때만 쓰였으나, 현재는 지구 상의 어느 지역에서나 계절에 따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바람을 일컫는다. - 3 성층권
成層圈, stratosphere. 지구 대기에서 대류권 위의 고도 6~18㎞인 대류권 계면으로부터 고도 50~55㎞인 성층권 계면까지의 대기층
- 계절풍
季節風, monsoon. 초기에는 아라비아 해역에서 겨울철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동풍과 여름철 해양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을 가리킬 때만 쓰였으나, 현재는 지구 상의 어느 지역에서나 계절에 따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바람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