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Social Psychology)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로버트 치알디니·더글러스 켄릭·스티븐 뉴버그 지음/ 김아영 옮김
2022.4.18./ 웅진지식하우스/ 828쪽
《목차》
제1장 일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
제2장 행동을 결정짓는 2개의 축, 사람과 상황
제3장 자신과 타인 이해하기
제4장 자신을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
제5장 설득 메커니즘
제6장 사회적 영향력
제7장 관계 맺기와 우정
제8장 사랑과 낭만적 관계
제9장 친사회적 행동
제10장 공격성
제11장 편견, 고정관념, 차별
제12장 집단과 리더십
제13장 사회적 딜레마
제14장 사회심리학의 종합
《본문 중에서》
최근에는 다양한 인간 문화와 동물 종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되어 사회문화적 관점과 진화론적 관점이 결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 문화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차이점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방식’이 유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비교 문화 연구는 전 인류에게 공통적인 행동 방식과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또 다른 사실을 일깨워 준다. 진화론적 관점은 다양한 인간 문화뿐 아니라 동물 종 사이에도 공통점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이로써 하나의 관점이 다른 관점을 ‘대체’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오히려 다양한 관점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우리는 사회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사회심리학이 신경과학과 발달심리학, 임상심리학 같은 심리학의 다양한 영역뿐 아니라 인류학과 경제학, 정치학, 동물학 등 다른 행동과학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사회심리학과 문화, 신경과학과 연관된 다수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새롭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려고 했다. p.12
열렬한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힐러리를 호의적으로 보고, 자유주의자가 그녀를 비판적으로 본다면 인지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와 같은 상태를 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의 빈약한 인지 체계를 고려할 때 다행인 것은, 인간 행동은 대개 의미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사건을 해석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점이다. …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볼 때가 아주 많다. p.162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싶어 하고, (때로는 비참하더라도) 달갑지 않은 사건을 스스로에게 흡족하게 설명할 방법을 찾는다. … 우리는 효율성을 위해 어떤 사람에게는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사람은 못 본 체해야 하며, 그들의 의도와 성격을 파악해야 하고, 그들과 상호작용할 전략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행동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인지의 역할과 생각의 작용 원리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연구들이 생각의 작용 원리를 밝혀내면서, 우리는 사회적·문화적 존재로서 인간이 마주하는 복잡하고 매혹적인 난제들 역시 이해해야 한다. p.164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도 그들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을 조명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한다. … 일반적으로 타인이 자신에게 신경을 쓴다고 믿는 공적 자기의식(public self-consciousness)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특히 민감하고, 거부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자신의 평판과 외모에 더 집중한다. p.170~171
일반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은 자랑하는 사람에 비해 더 호감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을 도와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한편, 덜 중요한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약점을 슬쩍 드러낸다. p.186
사람들은 중요한 자원을 새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지위와 권력을 드러낼 가능성이 더 높다. … 사실 이런 전략들은 효과적일 때가 많다. 대개 더 큰 소리를 내는 황소개구리나 아이들이 습지나 장난감에 접근할 특권을 얻고, 교묘하게 지위가 높은 척하는 남성이 매력적인 여성의 관심을 끄는 것처럼 말이다. p.211
라일리의 결백을 가리키는 명백한 증거가 밝혀졌는데도 왜 경찰과 검사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실 속 사건과 그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리학적 이론(이 경우 인지 부조화 이론)을 연결해 준다. 경찰과 검사들이 결백한 소년을 덫에 빠뜨리고, 유죄를 선고하고, 감옥에 가두었으며, 진범이 유유히 나다닐 동안, 어린 소년은 당시의 고통에 결코 완전히 회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고 느낄 심각한 인지적 부조화를 생각해 보자. 자신들이 잘못을 믿을 경우 그 믿음은 공평과 정의의 대변자라는 스스로에 대한 중심 개념과 심하게 어긋나기 때문에, 라일리가 결백하다는 생각의 타당성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모든 증거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하면 앞뒤가 맞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난 심리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p.264
동조, 순종, 복종은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이 아니라 영향력에 따르는 행동이다. … 사람들이 사회적 영향력에 따르는 이유는 3가지 기본적 목표 중 하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 목표는 옳은 선택, 사회적 승인 얻기, 자아상 관리다. p.280
요약하면 권위는 사회적 영향력의 강력한 원천이다. 첫 번째 이유는 권위자가 전문가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지시를 따르는 행동은 옳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너무 쉽게 권위자의 지시나 조언에 따른다면 비윤리적이거나 현명하지 않은 행동을 저지를 위험도 있다. P.284
낮은 공 기법처럼 유인 상술 기법도 일단 사람들이 끌리는 제안에 개입하게 만들어 효과를 발휘한다. 개입이 일어난 후에는 개입을 유도하는 전략에 넘어가기 전에는 선택하지 않았을 덜 매력적인 제안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p.311
제 발로 뛰고, 제 입으로 말하게 만들어라.
능동적 개입과 공개적 개입은 자아상을 바꾸고, 특히 자기 의지로 개입했다고 생각할 때 그 효과가 더욱 커진다. 이렇게 자아상이 변한 후에는 앞으로의 행동도 그에 따라 변한다. p.316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배제되었을 때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 데 더 흥미를 보이고, 자진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p.333
사람들이 일상적 친구 관계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물질적 교환의 수준을 넘어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친구들의 정서적 지지가 매우 소중하다. 따라서 친구에게 당신이 필요할 때 어깨를 빌려주면 당신 역시 더욱 귀중한 친구가 되는 셈이다. 잘난 체를 해서 친구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지식을 기꺼이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것 역시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들의 친구 관계를 모범으로 삼아 친구에게 조금 더 존경과 친절을 보이고 조금 덜 경쟁적으로 대한다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p.361
호르몬, 뇌 활동, 생리 주기 변화와 여성의 행동 연구 등에 따르면, 인간의 성적 행동은 자신과 타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에 영향받으며, 그 가운데 다수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p.373
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이 각성의 원인이 특정한 사람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매력적이라고 느낀 사람에게 더욱 끌린다고 한다. … 커피로 카페인을 섭취한 후 더 빨리 달리거나 말하게 되듯이, 생리학적 각성은 이미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에게 더욱 끌리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p.376
엄마와 관련된 생애 초기의 경험이 성인이 되었을 때 다양한 사랑의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증거가 몇 가지 있다. 안정 애착 유형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회피나 불안·양가 애착 유형으로 분류된 사람들에 비해 연애나 결혼 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383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기를 가장 긍정적 시각으로 보는) 자기 본위적 편향에 빠지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교환 지향성(철저히 비용과 이득을 고려하는 경우)이 높은 사람이 대개 더 불행한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동체 지향성(상대방의 필요에 따라 이득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경우)이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공동체 지향적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여기며 이것은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연애를 할 때는 받은 것을 따지기보다 주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p.385
여느 사회적 기능장애와 마찬가지로 집착하는 관계는 여타 적응적인 심리학적 기제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일지 모른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집착은 상대에게 정상적으로 애착을 유지하게 하는 체계의 오작동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영화나 문학에서는 갈망하던 연인을 얻기 위해 거절당하면서도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짝사랑의 감정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애착 기제를 정확히 언제 중단할지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p.387
여성들은 짝짓기 시장에서 자신의 매력과 교섭력의 상관관계를 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씀씀이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여성들이 화장품에 지출하는 비용은 늘어난다. 흔히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하는 이러한 현상은 자원을 보유한 짝을 유혹하려는 욕구에서 발생한다. 남성이 후손에게 몸으로 도움을 줄 일이 없으므로 생물학자들은 선조 때부터 여성들이 자원이나 보호, ‘좋은 유전자’를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지위의 남성을 선택했다고 가정한다. 즉, 큰 덩치와 지배적 행동 등 다른 남성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표시가 드러나는 남성을 선호한 것이다. p.393
이와 같이 사랑의 감정이 커짐에 따라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느냐 하는 인색한 계산이 줄어든다. 사실 계산 과정에서 치게 신경 쓰다 보면 친밀한 감정을 해칠 수 있다. 한 실험에서는 연인들을 대상으로 서로에게 받은 외적 이득을 생각해 보게 했더니 사랑의 감정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진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상대에게 얻는 외적 자원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p.398
유전적·물질적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지도록 자극하는 내적 요소는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지는 두 요소는 주입된 믿음과 확장된 ‘우리’ 개념이다. p.417
잘 도와주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도와주기로 결정할 때 자신의 개인적 믿음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다. … 개인의 자아상을 형성하는 믿음과 가치관이 친사회적 행동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친사회적 믿음과 가치관이 자아상에 가장 깊게 내면화된 경우 도와주려는 동기가 가장 강할 것이다. p.436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줬다 뺏는 사람을 더 좋아하고, 조력자의 조치와 의도를 비난함으로써 앞으로 도움받지 못할 위험을 무릅쓰는 경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복잡하지만,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한 마다 말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자선은 받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p.442
또 다른 연구에서도 우리가 어떤 사람 때문에 부정적 감정을 느낀 경우, 그 적개심을 표출할 구실을 두 번째 사람에게서 찾거나 첫 번째 사람과 무엇이든 비슷한 점을 발견해 적개심의 방향을 두 번째 사람에게 옮기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p.473
사이코패스는 타인과의 공감 능력 결여, 과장된 자기 가치, 처벌에 대한 둔감함 등의 특징이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나 소시오패스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악행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고 충동적이다.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의 폭력 범죄를 비교한 연구에서, 사이코패스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개인적 이득을 동기로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3배 높고 감정을 동기로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10배 이상 낮다는 게 밝혀졌다. 따라서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폭력은 개인적 이득을 위해 계산된 것이고 냉혹하다. 최근 발견된 증거에 따르면, 사이코패스가 처벌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성향은 편도체와 안와 전두 피질의 신경학적 결함과 관련 있다고 한다. … 알 카포네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들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 p.478~479
진화론을 연구하는 이론가들은 성공적 번식과 지위를 위한 경쟁 사이에 필연적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이 등식에서 공격성은 부산물일 뿐이다. 성선택 이론의 몇 가지 가정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인간은 포유동물이고 포유류 암컷은 항상 자손에게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 때문에 인간 남성은 일반적으로 지위와 영역을 위해 경쟁하는 경향이 더 높다. … 남성끼리의 공격적 경쟁이 짝 선택 때문이라면 특정 조건에서는 그 성향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여성을 유혹할 다른 자원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 남성끼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마찬가지로 번식 경쟁을 하는 나이가 되면 공격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일단 장기적 관계를 맺을 짝을 유혹한 남성은 다른 남성과 충돌할 필요성이 낮아진다. p.489
테스토스테론은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모두에게 경쟁과 지배성 충동을 자극한다. 하지만 상위 집단의 남성은 그 충동을 실행하기 위해 누군가를 때릴 필요가 없다. 테니스, 체스, 주식거래 등 격렬하고 위험이 따르는 활동을 하면서 충동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위 집단의 남성은 허드렛일을 하거나 실업 상태일 수도 있으므로 존경받는 지위로 통하는 길을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누군가를 때리거나 법을 어김으로써 지위와 존경에 대한 충동에 대응할 가능성이 더 높다. p.494
감정적인 아이들은 방어적 귀인 유형(defensive attributional style)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행동으로 해석해 위협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방어적인 아이들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무심코 지나칠 만한 상황에 공격적인 반응을 고려하거나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p.497
연구자들은 사형제가 살인 범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예를 들어 사형제가 있는 주와 없는 주의 살인 사건 비율에는 별 차이가 없고, 여러 나라를 비교하면 사형을 시행하는 나라에서 오히려 살인 사건 발생률이 약간 높게 나타나기까지 했다. … 사형 집행을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다룬 직후 런던에서 살인 사건 발생률이 잠깐 떨어졌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살인 사건 발생률은 2주 정도만 지나면 다시 높아졌다. 요컨대 사형제는 전체 살인 사건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p.504
자기 보호라는 동기에 대해 말하면 앞서 살펴보았듯 어떤 사건의 진짜 원인보다는 그 원인을 판단하는 방식(귀인 유형)에 따라 공격적 행동이 촉발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잠재적 위협이나 불쾌한 경험의 원천이라고 인식할 경우 공격성이 유발될 수 있다. p.507
연구들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적어도 몇 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고, 이러한 느낌과 믿음은 종종 타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p.512
편견, 고정관념, 차별은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과 관련해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상을 가리킨다. 부정적 편견, 고정관념, 차별적 성향이 결합해 인종차별, 성차별, 반유대주의, 동성애 차별, 노인 차별 등으로 알려진 태도를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 p.517
사람들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며, 자신의 의견과 행동을 그들에게 맞춰 조정함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어떤 집단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들에게 인정받고 그 사이에 ‘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의견에 순응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평소 차별적으로 행동하려는 동기가 없는 사람들조차 차별을 행할 수 있다. p.531
우리 모두에게 어떤 종류든 부정적 편견이 있고, 우리 모두에게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있으며, 우리 모두 가끔 사람들을 차별한다. 물론 권위주의적인 사람을 비롯해 일부 유형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편견이 더 심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우리’가 자신에게 있는 부정적 편견, 고정관념, 차별적 행동의 과정과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p.542
자존감이 높은 여성이 위신이 낮은 사교 클럽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사교 클럽 회원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클럽 회원보다 다른 클럽 회원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자기평가가 낮은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속한 클럽의 위신에 상관없이 다른 클럽 회원들을 깎아내렸다. ‘자신보다 낮은’ 클럽 소속이라는 사실에 자아상을 크게 위협받는다고 느낀 나머지 손상된 자아상을 회복하기 위해 다른 클럽 학생들을 심하게 폄하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클럽의 위신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명망 있는 클럽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클럽 여학생들을 크게 폄하하지 않은 반면, 위신이 낮은 클럽 회원들은 다른 클럽 여학생들을 심하게 폄하했다. 자존감이 높은 여학생들의 경우 위신이 낮은 클럽 소속이라는 사실이 긍정적 자아상을 위협한 셈이다. p.544
사람들은 시간과 인지적 노력을 아끼기 위해 집단 사이의 차이를 첨예화(sharpening)하고 집단 내의 차이를 둔화(softening)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남녀의 공격성이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이 차이를 과장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다른 집단 사람들의 동질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유용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이러한 경향은 다른 사람들을 쉽게 정형화하게 해준다. …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 정확하다면 단순하고 동질적인 고정관념의 형성과 이용은 인지적으로 효율적인 행동이다. 제한된 인지적 자원을 다른 곳에 쓰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쉽게 떠오르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다. 일단 누군가를 외집단 사람으로 분류하면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나게 된다. p.549~550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를 여러 친구들과 의논하는 이유도 논의가 더 나은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항상 집단이 개인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 집단 사고(groupthink)는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평가하려는 욕구보다 집단 구성원끼리 원만하게 지내려는 욕구가 더 크게 작용하는 집단 의사 결정 유형이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에 동의해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느끼면 효율적으로 논의할 수 없을 때가 많다. p.600~601.
지도자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고려할 때 남성이 주로 보이는 리더십 성향이 효율적인 과제가 있고 여성이 주로 보이는 리더십 성향이 효율적인 과제가 있다. 그뿐 아니라 여성은 변혁적 리더십을 나타내는 경향이 조금 더 높으므로 유능한 지도자가 되기에 약간 더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남녀를 떠나 가장 유능한 지도자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리더십의 발생과 마찬가지로 리더십의 효율성 역시 사람(잠재적 지도자)과 상황(집단)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p.613
사실 전 지구적 문제들이 딜레마인 이유는 작은 집단에서 살던 선조들에게 유용했던 동기가 뿌리에 자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얄궂은 사실은 환경을 ‘정복’하려던 선조들의 기술이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p.625
협박과 강압적 태도가 현실 세계에서 그토록 자주 실패하는데도 사람들이 그 전략을 왜 그토록 많이 사용할까? 사회심리학자 마이런 로스바트와 윌리엄 홀마크는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ability)와 외집단 편향(outgroup bias)이라는 간단한 인지적 경향이 답이 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 사람들을 그저 두 집단으로 나누기만 해도 자기편은 긍정적으로(‘협력적’ 등) 판단하고 상대편은 부정적으로(‘고집 센’, ‘불응하는’ 등)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p.654
다른 이론적 관점들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같은 사회적 현상을 서로 관련된 방식으로 보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연관성을 인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 관점들을 근접한 설명(proximate explanation)에서 궁극적 설명(ultimate explanation)으로 이어지는 연속체로 보는 것이다. 근접한 설명은 현재의 시점에서 직접적 원인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궁극적인 설명은 배경이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근접한 설명과 궁극적 설명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밀접하게 얽혀 있는 관계에 가깝다. 예를 들어 역사적 배경 요소는 당면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p.665~666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은 마음을 ‘빈 서판(blank state)’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왔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색칠 놀이 책에 더 가깝다. … 문화는 진화에 설정된 잠재력과 한계 안에서 발달하고, 진화는 문화에 설정된 가능성과 한계 안에서 진행된다. 인간은 항상 문화적 집단에서 살아왔고, 그 집단의 규범이 진화에 영향을 주었다. 거꾸로 문화 규범은 그것이 인간의 특성에 얼마나 적합하냐에 따라 채택되거나 변한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 힘과 문화적 힘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한다. … 진화론적 관점을 취하는 심리학자들이 물색하는 ‘화석’은 땅에 묻힌 뼛조각이 아니라 인간이 선조에게 물려받아 여전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심리학적 기제다. p.669~670
사람과 상황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왜 이렇게 깊이 파헤쳐야 할까? 그냥 단순하게 설명하면 안 될까? 단순한 설명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인지 자원을 아끼려는 우리의 성향은 단순한 흑백논리에 따른 대답에 만족할 때가 많지만 진실은 훨씬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장기판과 다양한 색조의 회색 소용돌이무늬를 섞은 것과 같다. 이러한 복잡성을 신중하게 탐색하면 개인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돌리고 비난하거나 거꾸로 사람을 상황의 수동적인 장기말로 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687
사회 세계가 더 단순했다면 각자 자신의 눈과 귀에 의지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제시와 사회적 인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눈과 귀로는 모든 사정을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아주 능숙하게 동기를 감추려 할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 역시 보고 들은 정보를 왜곡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부정할 때가 많다. 이러한 모든 인지적 편향과 동기부여 편향을 모두 없앨 수 있다 해도 인식 능력의 한계와 현실의 제약이 혼란을 가중한다. … 사회적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면 아주 특수한 탐색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 방법은 이 탐색 작업을 가능케 하는 도구다. … 결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없다면 전문가의 의견 역시 우리 모두를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적 인지 편향의 대상일 뿐이다. … 연구 방법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행동을 스스로 보고할 때의 편향과 한계를 비롯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친구를 사귀는 법, 연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법, 적일지 모르는 사람을 진정시키는 법, 행복한 아이를 키우는 법 등에 대한 사회과학 정보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우리는 전문가의 근거 없는 의견을 받아들이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p.688
최근 한 과학 저술가는 이제 곧 과학자들이 답할 질문이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저술가는 사회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연구자들은 이타주의, 인종적 편견, 공격성, 집단행동에 관한 생각과 감정에 내재하는 사람과 상황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사실 사회심리학의 개척지는 광활한 대륙과 같아서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해안선의 들쭉날쭉한 부분만 겨우 그려냈을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탐색하면서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동적 체계와 같은 새로운 통합적 원리에 점점 많이 합류하고 있다. … 사회심리학은 한편으로 긍정적 사회심리학을 점점 강조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더 행복해질지, 영웅적 행동, 친절, 사랑의 출현을 촉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건네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격성, 편견, 자기도취적 이기심과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과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를 제공한다. p.696~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