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58)] - 진주 촉석루(2014.10.08. 금강일보)

[청실 정승열]

문화

<정승열의 힐링여행>(58)진주 촉석루
몸 바쳐 지킨 나라…그 뜨거웠던 흔적들

데스크승인 [ 10면 ] 2014.10.07

이풍오 | eunjun@geumgang-ilbo.com

남강에서 바라본 촉석루

진주 촉석루(矗石樓; 경남도문화재자료 제8호)는 진주성 안에 있는 하나의 정자이지만, 촉석루가 진주를 대표하는 유적처럼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이 발생하던 해 10월 진주목사 김시민(金時敏：1554∼1592) 장군의 진주성 대첩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이듬해 6월 29일 진주성패배에 대한 보복으로 진주성을 총공격하여 함락시킨 후 왜군들이 7월 7일 촉석루에서 전승축하연을 벌일 때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충절 때문일 것이다.

촉석루

촉석루란 ‘벼랑 위에 높이 솟은 정자’라는 의미인데, 촉석루는 백제시대 때부터 있던 정자라고 하지만 확실한 기록은 고려 말 진주목사 김중광(金仲光)이 진주성을 석성으로 고쳐 쌓으면서 동서남북 사방에 4개의 누대를 만들 때, 남쪽에 세운 남장대(南將臺)가 곧 촉석루이다. 임진왜란이 벌어지던 해 5월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그해 10월 김시민 장군이 거둔 진주성 대첩, 그리고 이듬해인 1593년 2월 행주산성에서 전라감사 권율이 이룬 행주대첩을 ‘임진왜란 3대첩’이라고 한다.

진주성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

경남 진주는 예부터 비옥한 토지, 바다와 내륙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일찍부터 발달한 도시인데, 삼국시대에는 거열성, 통일신라시대에는 만흥산성, 고려시대에는 촉석성, 조선시대에는 진주성 또는 진양성으로 불렸다.

사실 진주성이 언제 축성되었는지에 대하여는 정확한 기록이 없고, 다만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河崙; 1347~1416)이 지은 촉석성문기에 의하면 원래 흙으로 쌓은 성을 왜구들의 빈번한 침입을 막기 위하여 고려 말 공민왕 13년(1365) 진주목사 김중광이 돌로 쌓았다고 한다(사적 제118호).

조선 선조 24년(1591) 7월 경상감사 김수가 진주성에 외성을 더 쌓았지만,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 패전의 치욕을 지워버린다며 진주성의 외성 전부와 내성 일부를 헐어서 진영을 매립해버렸다. 촉석루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크게 파괴된 것을 광해군 때 경상도병사 남이흥이 재건한 이후 평양 대동강변의 부벽루(浮碧樓), 밀양의 영남루(嶺南樓)와 함께 조선 3대 누각으로 유명했는데, 현재의 누각은 6·25때 불탄 것을 1960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진주성도 1969년에 복원을 마쳤다.

촉석루가 있는 진주성은 진주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뒤쪽으로 흐르는 남강을 따라 오른쪽으로 남강 다리가 보이는 곳으로 가면 되는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이다. 진주시민들은 무료다.

 진주성의 북문 공북문(拱北門)은 ‘북쪽에 계시는 임금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공경의 뜻을 표한다.’라는 의미이고, 서쪽에는 촉석문이 있다. 공북문 안으로 들어서면 우뚝 솟은 김시민 장군의 동상이 보이고, 동상의 우측에 영남포정사(嶺南布政司), 북장대(北將臺)·서장대(西將臺)·창계서원과 내부 깊숙한 곳에 진주박물관이, 왼편으로는 촉석루와 의기사(義妓祀), 임진대첩 순의단 등이 있다.

김시민 장군 동상

진주읍지인 진양지(晉陽誌)에 의하면 김중광은 촉석루를 지은 뒤, 향시를 치루는 고사장으로 삼으면서 장원루(壯元樓)라고 이름 붙였는데, 전쟁 때에는 진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서 지휘본부로 사용했다고 한다.

앞면 5칸·옆면 4칸으로 팔작지붕인 촉석루에 오르면 진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며, 정자에는 남장대, 영남제일형승(嶺南第一形勝) 등의 편액이 붙어있다.

이것이 평시에는 선비들의 누각으로 사용하다가 전쟁시에는 군사지휘부로 사용하는 다용도 누각이었음을 말해주는데, 그밖에도 많은 시인 묵객들이 지은 시문들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촉석루 아래 계단을 통해서 남강의 의암으로 내려가는 작은 통로를 나서면 중간에 의암사적비와 그 아래로 남강이 흐르는 곳에 툭 튀어나온 의암(義巖)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이곳이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으로 빠져죽은 곳이다.

 1592년 4월 13일 부산 동래로 상륙한 왜군은 한양을 향해 3군으로 나눠 북상하여 불과 보름만인 같은 달 28일 한양을 점령했으나, 서해안을 통하여 보급로로 삼으려던 당초계획이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에 의해서 좌절되자 서해안 뱃길 확보와 곡창지대 전라도를 차지하기 위하여 1592년 10월 왜장 나가오카가 3만 여명의 군사를 이끌고 진주성 공격에 나섰다.

이때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은 불과 3800여명의 군·관·민으로 7일간 전투 끝에 3만의 왜군을 격퇴했지만, 장군은 순절했다. 이 무렵 경상좌수사는 박홍, 경상우수사 원균, 전라좌수사 이순신, 전라우수사는 이억기 장군이었는데,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 그리고 육지에서는 김시민 장군이 왜적의 호남지역 침공을 좌절시켜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을 보전하는데 기여했으나, 이듬해인 1593년 6월 전쟁이 소강상태에 빠지자 왜군은 1차 진주성 전투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10만 여 명의 군사로 진주성을 공격하여 11일간의 항쟁 끝에 성이 함락되었다.

 왜군은 진주성을 초토화시키라는 도요토미의 명령으로 철저한 보복에 나서 성안에는 살아남은 사람이나 동물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기생으로 알려진 논개(論介)는 사실 선조 7년(1574) 전북 장수군 임내면에서 아버지 주달문과 어머니 밀양박씨 사이의 외동딸로서 태어났는데, 부모를 일찍 여의고 숙부 주달무와 살았다. 그리고 숙부의 소개로 임내면에 사는 김풍헌의 민며느리가 되었으나, 시집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다가 붙잡혀서 장수현감 최경회(崔慶會)의 재판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도 논개는 무죄 석방되었으나, 갈 곳이 없던 중 최 현감 부인의 주선으로 현감의 후실이 되었다. 임진왜란이 벌어진 이듬해인 1593년 4월 최경회가 경상우도병사로 승진되어 진주로 부임할 때 논개도 함께 따라갔는데, 그해 6월 29일 진주성이 왜군에게 함락되자 최경회는 김천일, 고종우 장군 등과 함께 남강에 투신했다.

7월 7일, 왜장들이 촉석루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주연을 열자 논개는 기녀로 가장하여 술에 만취한 왜장 게야무라 후미스케(毛谷村文助)를 껴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는 19세였다고 한다. 이후 논개가 투신한 바위를 ‘의암(義岩)’이라고 부르는데, 경종 원년(1721) 경상도우병사 최진한이 이곳에 의암사적비를 세우고, 영조 15년(1739) 경상도우병사 남덕하는 논개의 애국충정을 기리는 의기사라는 사당을 세웠다. 하지만 사당은 너무 협소해서 매우 궁색스럽다.

천년고도 진주는 예로부터 북평양(北平壤), 남진주(南珍州)라 불릴 정도로 전통예술이 뛰어난 고장인데, 고종 5년(1868년) 진주목사 정현석이 매년 6월 논개를 기리는 ‘의암별제’를 시작하였으나 일제강점기 동안 중단되었다.

 그동안 진주시에서 각각 별개의 행사로 진행되던 의암별제, 진주 탈춤한마당을 주축으로 한 진주오광대 공연, 대동놀이 등을 종합하여 ‘진주 논개제’로 부활했는데, 진주 논개제에는 제향에 악(樂), 가(歌), 무(舞)가 포함되고, 여성들만이 제관이 될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의 제례이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동안 열리는 진주 논개제에는 의암에서 논개의 투신장면을 재현하기도 하는데, 진주성 대첩과 진주성의 함락이라는 영욕을 함께 안고 있는 촉석루와 남강을 찾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청실/정승열]

건강히 빠르게 회복되신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