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江寒 第十章
<10-1>
金大德闻言倏地拔刀出鞘,寒光疾闪,挑开一死者胸衣,星光闪烁映透下,只见死者胸瞠竟显露出纹身七星北斗星座图形。
唐梦周长叹一声道:“果然是七星帮匪徒,死者何辜,弃尸荒郊,我等速速掩埋远离此是非之处。”
三人动作迅快,掘坑堆土,转眼之间已将两具尸体掩埋。
唐梦周返回奇门内。
司空奇道:“这位严姑娘身中奇毒暗器,老化子无法解救,只封闭了数处空穴,使奇毒无法侵入内腑,幸这位姑娘内功精深,昏厥前已闭住心脉要穴,还是老弟施展妙手吧!”
唐梦周面有难色,意似不愿伸手解救。
活报应司空奇正色道:“嫂溺援之以手*⑴,凡事不宜守经,我辈武林人物更不可避男女之嫌。”
唐梦周皱眉答道:“在下找的麻烦已不少,何必又沾染是非。”
司空奇道:“老化子知道,但怎能见死不救,再过一个时辰这位姑娘毒发四肢溃烂便已无救了。”
说着向申子超金大德示一眼色。
三人倏地跃出奇门外,身影迅杳。
唐梦周摇首面露苦笑,朗声道:“老前辈请舀取一碗山泉。”
远处传来司空奇高声道:“老化子遵命。”
唐梦周伸掌抚摸少女额角,只觉触手奇烫,却汗水满面,冰凉腥臭,不禁暗暗一惊道:
“这是什么奇毒!”
司空奇一跃而至,手托一碗山泉,笑道:“够了么?”
唐梦周接过称谢。
司空奇不待唐梦周出言身形疾闪而杳。
唐梦周轻叹一声,脱下班指浸入碗中,心内沉思解救之策。
须臾,他将班指取出,卸下严姓少女下颚,左手轻扶坐起,一碗山泉慢慢喂服咽下后托上颚骨。
只听严姓少女发出一声呓般呻吟,星眸微启,惊骇已极,心疑落在七星匪徒手中生不如死,及至看清面前之人后,芳心喜极,似忘却痛苦道:“贱妾乃公子所救么?”
唐梦周面色冷肃,道:“姑娘为何种毒物所伤。”
严姓少女忽凄然一笑道:“贱妾为黄蜂七星针及腐骨阴风掌所伤,日出之后贱妾必死无疑。”
唐梦周诧道:“为何姑娘断言必死!”
严姓少女道:“黄蜂七星针乃七星帮主独门绝毒暗器,仅帮主七星帝君有此解药,此针更仅内五外七十二堂主及帮中职司较堂主为高之人才可施展,但不能携带解药,只有一种丹丸可使毒性延缓七日不发,七日之内必须解往总坛生死由七星帝君亲自裁夺!”
唐梦周道:“姑娘对七星帮知道得很多,那腐骨阴风掌呢?”
少女答道:“那是七星帮内银鹿堂主飞天山魈匡瑞绝毒掌力,掌路绝毒,却仍可解救,但贱妾先为黄蜂针所伤,两毒交并无异雪上加霜,贱妾一死无憾,惟望少侠将贱妾草草埋葬,坟前树立一碑——天水严薇薇瘗骨处。”
说时眸中不由泪水盈满,夺眶而出。
唐梦周剑眉微皱,道:“姑娘不要说此丧气之话,还有可救。”
严薇薇摇首凄然笑道:“贱妾必然无救,黄蜂针一中人体,即穿入经络,若不取出,虽仙丹妙药亦无能为力。”哭得那么凄楚,令人心酸。
唐梦周道:“姑娘只说伤在何处,在下才可动手施治。”
严薇薇忽觉脸上涌上奇热,羞意难抑,想了一想,道:“少侠请扶贱妾坐起!”
唐梦周弯腰双手掺起,严薇薇却附耳向唐梦周低声叙明身上伤处。
只见唐梦周不由愣住,暗道:“怎能见死不救。”
遂道:“在下闭上双目,由姑娘牵引在下手掌按抵伤处吸出黄蜂毒针。”
黑夜之间,难辨严薇薇神色,但闻严薇薇话声柔弱如蚁道:“贱妾遵命!”
寒风刺骨,露冷霜白,天色愈更沉暗晦黑,远处隐隐传来啼声喔喔。
………
………
忽闻唐梦周语声道:“姑娘业已服下丹药,只须调息行功周天后便可行动自如了。”
说着唐梦周已飘然走向严薇薇身后,两指疾伸,欲点向严薇薇睡穴。
蓦地——
唐梦周忽感右臂一紧,身后闪出老化子司空奇,笑道:“老弟,可容老化子与严姑娘说两句话么?”
严薇薇己迅疾别面回身,似洞察唐梦周心意,不禁心中一阵刺痛。
唐梦周道:“自然可以!”
言毕飘然走出奇门外。
司空奇低咳了一声道:“姑娘,我这位唐老弟乃人中龙凤,气宇方正,不染丝毫江湖习气,尤其难得,与姑娘堪称一对佳藕。”
严薇薇凄然一笑道:“贱妾知道唐少侠非但无意,而且厌恶贱妾托身匪类。”
司空奇摇首道:“此乃姑娘片面想法,唐老弟出身名门望族,宦家之后,为了一事不明卷入江湖是非中,出道未及数月,便自情孽缠身,他不愿害人害己,连累姑娘………”
严薇薇道:“贱妾知道,但贱妾不敢贪求,为奴为婢於愿足矣!”
司空奇道:“姑娘有此心意,此事包在老化子身上,但老化子有一事相求。”
“老前辈不说,贱妾也知道,非贱妾不愿弃暗投明,恐双亲均有性命之危,敝门主来历如谜,所知不多,贱妾身受唐少侠救命大恩,不可不报,不如让贱妾仍留其内,暗通信息,徐图釜底抽薪,岂非两全其美。”
司空奇大喜道:“姑娘有此心意,此乃武林之福,你我去见唐老弟去。”
双双趋出奇门外,只见唐梦周盘坐于地,闭目调息行功,申子超金大德两人紧护身后。
须臾,天边已现曙光,唐梦周弹身立起。
严薇薇盈盈拜了下去,道:“贱妾拜谢少侠救命大恩。”
唐梦周身形一闪而开,道:“些许微事,不足挂虑。”
司空奇便说出严薇薇之言。
唐梦周略一沉吟,颔首道:“好,但我等急须阻止少林陷入魔掌,若救出弘一禅师,匪徒必心疑严姑娘,如此严姑娘有性命之危。”
说着顿了一顿道:“昨晚在下曾闻阎尹之言,贵门中有一姓潘高手易容成弘一禅师模样,不知已去嵩山否?”
严薇薇道:“谅尚未动身,贱妾返回后便知。”
唐梦周道:“姑娘返回遍无伤损如何自圆其说。”
严薇薇不禁呆住。
唐梦周忽面色一变,道:“有人来了,速藏在奇门中。”
司空奇诸人急闪身隐入。
唐梦周急戴上摩云神爪孙道元面具,只见七八丈外现出一条飞快人影如风云闪掠至。
来人尚未立定,唐梦周道:“尊驾可是七星帮朋友么?”
“不错,阁下………”
唐梦周两指疚如闪电点出,那人闷噑一声,仰面摔倒在地,朗声道:“严姑娘可以出来了。”
严薇薇等人疾掠而出。
唐梦周道:“此人已被在下点破喉穴,今后无法出声,姑娘可割断此人手筋带回,编上一套谎言自可骗过阎尹等人。”
继又向申子超道:“烦请申老师暗随严姑娘,老前辈与金老师即奔嵩山登峯,守候申老师信息。”
司空奇道:“老弟你呢?”
唐梦周附耳密语数句。
司空奇赞道:“好计。”
唐梦周抱拳略拱,身影如电远至无踪。
傍晚时分,寒风啸林,烟岚逸飞,太室山麓松林中现出一银髯飘飘老僧,疾步如风向少林而去。
忽闻不远处随风传来响亮佛号道:“弘一师兄么?”
老僧转面望去,松林丛中走出一个清癯老僧,合十为礼,不禁笑道:“弘圆师弟,风闻你闭关坐禅,如今功行圆满,想必道行益加精进了。”
弘圆大师道:“师兄是否要去参见掌门师尊么?”
弘一禅师道:“正是!”
弘圆大师双眉微皱,道:“今晨本门发生一桩大事,掌门师尊忧心如焚,性情异常暴燥……”
弘一大师心中一震,忙道:“什么大事?”
弘圆大师道:“反正师兄今日后往得见掌门人,不如去小弟云房*⑵详叙如何?”
弘一禅师心想问少林出了什么大事,不虞有诈,颔首应允,与弘圆大师并肩步向一幢庄严巍峩寺院,发觉弘圆大师眼角眉梢隐泛重忧,忙问其故。
弘圆长叹一声道:“本门存亡断续之际,焉能不忧。”
身法加快,低声又道:“少林寺中今晨四大长老突罹疾暴病而死………”
倏又止口不语。
弘一禅师心神骇凛,暗道:“莫非老夫迟了一步么?”
为防弘圆动疑,遂不急着探问,进入寺中,只觉气氛严肃,显然少林遭了重大变故,随着弘圆走入空房落坐。
弘圆沏过上盌松子茶。
弘一禅师接过一饮而尽,道:“本门今晨发生什么变故?”
弘圆长叹一声道:“本门有一项不传之秘武功真经,只历代掌门相传承袭,真经内所载奇奥难解,倘能参悟,功能伐骨洗髓,顿成金刚不坏之体,但七代掌门均未能参悟玄奥,这些小弟本不知情,皆由今晨忽有一不速之客而至,故而知悉。”
“不速之客!”
弘一禅师惊道:“此人是何来历?”
弘圆摇首苦笑道:“说不出,儒雅模样,令人一见有着冰冷寒懔感觉,才不过四旬开外年岁,而见掌门人,即直言需索武功真经,四大长老大怒,立即出手……”
声犹未了,弘圆大师忽面色大变,双手颤抖,目泛恐怖之容。
弘一禅师不禁大惊,道:“师弟,你这是怎么了。”
身形甫立而起,忽感脑中嗡然乱转,眼前一黑,仰面倒地。
云房之后突鱼贯走出三名老僧,为首是鹤颜清癯少林掌门人普修上人。
唐梦周走在最后。
※ ※ ※ ※ ※ ※ ※ ※ ※ ※ ※ ※ ※ ※ ※ ※ ※ ※
<10-1>
금대덕(金大德)이 즉시 칼을 뽑아 죽은 사람의 상의를 젖히자, 별빛 아래 죽은 자의 가슴에 새겨진 북두칠성 자리의 문신이 완연히 드러났다.
당몽주가 길게 탄식했다.
"과연 칠성방도(七星帮徒)들이 맞는군요. 죽은 사람에게 무슨 허물을 따지겠소이까? 죽어서도 몸이 황무지에 내팽개쳐 있으니, 어서 이들을 좀 떨어진 곳에 묻어 줍시다."
세 사람은 신속한 움직임으로 구덩이를 파고 두 구의 시신을 묻어 주었다.
당몽주 등 세 사람이 기문진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긴 머리의 소녀를 살피던 사공기가 다급히 말했다.
"이 낭자는 기독암기(奇毒暗器)에 맞았음은 분명하지만 노화자의 능력으론 구할 방법이 없어, 여러 곳의 혈도를 봉쇄하여 일단 독이 내부 장기로 침투하지는 못하게 막아 놓았네. 다행이 이 아가씨의 내공(内功)이 정심(精深)하여 혼절하기 전에 스스로 심맥요혈(心脉要穴)을 봉하여 놓았더군. 이제 노제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네."
하지만 당몽주는 손을 내밀어 구할 시늉도 하지 않은 채 난처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기만 하고 있었다.
사공기(司空奇)가 정색(正色)하고 입을 열었다.
"남녀수수불친(男女授受不亲)이라도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는 손을 내밀어 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嫂溺援之以手)? 모든 일을 경전대로 할 수는 없는 게 인생이고, 우리 같은 무림인들은 남녀지간의 금기 사항 같은 것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되네."
당몽주가 얼굴을 찌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이미 남녀 문제로 번뇌가 적지 않은데, 하필이면 또 시비에 휩쓸리게 하시는지..."
사공기가 말했다.
"노화자도 이해는 하지만 사람이 죽어가는 데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제 한 시진만 더 지나면 독이 사지로 퍼져 이 아가씨는 구할 방법이 없게 되네."
말을 하며 신자초, 금대덕 두 사람에게 눈짓을 했고, 세 사람은 즉시 기문진 밖으로 나가 모습을 감췄다.
당몽주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쓴웃음을 짓더니 소리쳤다.
"노선배님, 샘물 한 바가지만 떠다 주십시오."
멀리서 노화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노화자는 명을 따르겠소!"
당몽주가 손을 뻗어 소녀의 이마 주위를 만지자 엄청 뜨거운 것이 불덩이 같았고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땀은 차가웠고 비린내가 심했다.
그는 암암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독이란 말인가?"
그때 사공기가 달려오더니 샘물 한 대접을 건네주며 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당몽주는 받으며 고맙단 말을 하려 했지만 사공기는 이미 몸을 돌려 사라졌고, 당몽주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당몽주가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대접에 담그곤 고개를 숙인 채 소녀를 구할 방법을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반지를 물에서 꺼낸 다음 엄씨 소녀의 턱을 내려 입을 열게 한 뒤 왼손으로 가볍게 받친 다음, 샘물을 천천히 입에 넣게 한 뒤 턱뼈를 받쳐 삼키게끔 도와주었다.
잠시 후 소녀가 잠꼬대 같은 신음을 발하더니 눈꺼풀을 살짝 떨었고, 이윽고 눈을 가늘게 떴는데, 곧바로 당몽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이 칠성방 무리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여겼고, 그렇다면 죽는 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 후에는 방심(芳心)이 크게 흔들리며 기쁜 나머지 몸의 고통도 잊은 채 입을 방긋 열었다.
"천첩을 공자께서 구해 주셨는지요?"
당몽주가 차갑고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낭자는 무슨 독물에 의해 상처를 입은 것이요?"
엄씨 소녀가 처량하게 웃었다.
"천첩은 황봉칠성침(黄蜂七星针)에 맞은 것에 더해 추가로 부골음풍장(腐骨阴风掌)에 당했기 때문에, 아마 내일 해가 뜰 무렵이면 죽게 될 것입니다."
당몽주가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낭자는 어떻게 필히 죽을 거라 단언하는 거요?"
소녀가 대답했다.
"황봉칠성침은 칠성방주의 독문(独门) 절독암기(绝毒暗器)로서 방주 칠성제군(七星帝君)만 해약을 갖고 있습니다. 이 침은 내오외칠(内五外七) 십이당주(十二堂主)와 방중 직사교당주(职司较堂主) 등 높은 사람들은 사용할 수 있지만, 그들 역시 해약은 갖고 있지 않고 단지 독성의 발작을 7일 간 늦출 수 있는 단약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해독을 하려면 7일 이내에 총단(总坛)으로 가야 하고, 해약을 주어 살릴지에 대한 여부는 칠성제군이 직접 결정한다고 합니다."
당몽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낭자는 칠성방(七星帮)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구려. 그렇다면 부골음풍장은 어떤 무공이요?"
소녀가 답했다.
"그것은 칠성당 내 은록당주(银鹿堂主) 비천산소(飞天山魈) 광서(匡瑞)의 절독 장법입니다. 장법의 기독은 해독이 가능하지만, 천첩은 황봉침에 의해 먼저 당했기 때문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두 독성이 합쳐졌으니 더욱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천첩은 죽는 것은 유감이 없습니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소협께서 천첩을 대충 묻어 주신 후 '천수(天水) 사람 엄미미(严薇薇)가 묻힌 곳'이라고 쓴 비석 하나만 세워 주시면, 죽어서도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의 눈에는 수정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더니 눈가로 흘러내렸다.
당몽주가 검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불길한 얘기는 하지 마시오. 아직 구할 방법이 있으니까."
엄미미가 고개를 저으며 처량하게 웃었다.
"천첩은 어쩔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황봉침은 일단 인체에 들어가면 즉시 경락(经络)을 뚫고 들어가는데, 바로 제거하지 않으면 비록 선단묘약(仙丹妙药)을 복용해도 아무 효능이 없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가 처량하게 흐느끼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당몽주가 조용히 말했다.
"낭자가 입은 상처가 어디인지 말해 주어야 소생이 치료할 수 있지 않겠소?"
엄미미는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잠시 망설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소협, 저를 부축해 일으켜 주세요."
당몽주가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그녀를 안고 일으키자 엄미미가 당몽주의 귓가에 상처를 입은 부위가 어디인지 속삭였다.
순간 당몽주는 멍한 표정을 짓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잠시 후 당몽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을 테니 소저가 내 손을 잡고 상처 부위에 가져다 놓으시오. 그러면 내가 황봉독침을 흡출(吸出)해 내겠소."
밤의 어둠 속에서 엄미미의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잠시 후 개미소리 같은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천첩은 시키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찬바람이 살을 에이고 하얀 서리가 내리며 멀리서 짐승들의 우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가운데 밤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었다.
………
………
당몽주의 음성이 다시 들려 왔다.
"낭자는 이미 단약도 복용했으니 조식하며 운기행공하여 일주천(一周天)하도록 하시오. 그 다음은 자유롭게 움직여도 되오."
말을 하는 도중 당몽주는 엄미미의 등뒤로 몸을 옮기더니 두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수혈(睡穴)을 점하려 하였다.
그런데 돌연 그의 오른팔이 조여지는 것을 느꼈고, 등 뒤에서 사공기의 음성이 들렸다.
"노제, 노화자가 엄 낭자와 몇 마디 해도 되겠나?"
엄미미가 급히 몸을 돌려 당몽주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이미 당몽주의 마음을 꿰뚫어 보곤 가슴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당몽주가 엄미미의 시선을 외면하며,
"물론입니다"
하고 대답한 뒤 즉시 기문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사공기가 헛기침을 한 차례 한 뒤 입을 열었다.
"낭자, 나의 당 노제는 인중용봉(人中龙凤)이라 할 수 있소. 기우(气宇)가 바르고 강호의 속된 습성에는 조금도 물들지 않은 극히 보기 드문 인재인데, 아가씨는 그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여지는구려."
엄미미(严薇薇)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천첩은 당 소협이 저에게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제가 나쁜 무리에 몸을 담고 있음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공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낭자의 일방적인 생각이오. 당 노제는 명문가이며 동시에 고위 관리 집안의 출신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시비에 휘쓸려 강호로 들어오게 된 지 몇 달 되었는데, 그 사이에 본의 아니게 여인들과의 정얼(情孽)에 몇 차례 얽매인 적이 있었소. 그래서 그는 낭자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엄미미가 급히 입을 열었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분수에 지나친 욕심을 내겠습니다. 그저 노비나 시녀로만 있어도 감지덕지할 뿐입니다."
사공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낭자가 그런 마음이라면 이 일은 노화자에게 맡기도록 하시오. 그리고 노화자는 아가씨에게 부탁할 일이 하나 있는데..."
"노선배께서 말씀 안 하셔도 소녀는 압니다. 비록 소녀가 어둠에서 벗어나 광명을 찾기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부모님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노선배께서 알고자 하는 폐문주에 대해서는 저 역시 아는 사실이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당 소협의 구명대은(救命大恩)에 보답하기 위해서 천첩이 문중에 계속 머물며 몰래 소식을 전해드리면, 두 분께서 천천히 계획을 세우고 앞일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공기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아가씨의 그런 마음을 지녔다니 이는 정말 무림의 축복이라 할 수 있소. 자, 그럼 우리 당 노제를 보러 갑시다."
두 사람이 기문진 밖으로 나가니 당몽주는 땅에 앉아 눈을 감고 조식행공(调息行功) 중이었고, 신자초(申子超)와 금대덕(金大德)은 등 뒤에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얼마 후 하늘가에 서광이 비칠 무렵 당몽주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엄미미가 날렵한 자태로 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천첩은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에 대해 감사 올립니다."
당몽주가 즉시 몸을 비켜서며 입을 열었다.
"큰 수고도 아니었는데 괘념치 마시오."
사공기가 엄미미가 아까 한 말을 당몽주에게 전했다.
당몽주가 심사숙고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하지만 우리들은 소림(少林)이 마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히 홍일선사(弘一禅师)를 구출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적들은 아가씨를 의심하게 되고 엄 소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소."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당몽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젯밤 염윤(阎尹)이 말하기를 성이 반(潘)씨인 귀문의 고수가 홍일선사로 역용(易容)한다고 했는데 그자가 이미 숭산(嵩山)으로 떠났는지 모르겠소."
엄미미가 대답했다.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천첩이 돌아가는 대로 알아보겠습니다."
"낭자가 돌아가서 상처가 치료된 것을 어떻게 설명하려고 하오?"
엄미미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당몽주의 신색이 변하며,
"누가 오고 있습니다. 어서 기문진 안으로 들어갑시다!"
하고 속삭였다.
당몽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즉시 몸을 날렸고 홀로 남은 당몽주는 급히 마운신조(摩云神爪) 손도원(孙道元)의 면구를 얼굴에 썼다.
잠시 후 7, 8장 떨어진 곳 지점으로 한 줄기 인영이 바람처럼 날아와 멈추었다.
인영이 몸을 바로 세우기도 전에 당몽주가 말을 건넸다.
"귀하는 혹시 칠성방 맹우가 아니오?"
"맞소이다만...귀하는..."
당몽주가 번개처럼 두 손가락으로 지풍을 날리자 그자는 끙, 하는 신음과 함께 그대로 뒤로 자빠져 버렸다.
당몽주가 곧바로,
"엄 낭자, 이리 나오시오!"
하고 소리치자, 엄미미와 사람들이 일제히 밖으로 뛰어 나왔다.
당몽주가 말했다.
"이자는 내가 후혈(喉穴)을 상하게 해서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니, 낭자는 이자의 팔 힘줄을 마저 끊은 다음 포로로 잡았다며 데리고 가시오. 그리고 말을 잘 만들어 염윤 등을 속이도록 하시오."
이어서 신자초에게 고개를 돌렸다.
"수고스럽지만 신 노사는 비밀리에 엄 낭자를 수행하시며 소식을 얻는 대로 전달해 주시고, 노선배님과 금 노사는 숭산으로 가시면서 신 노사가 전해오는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사공기가 물었다.
"노제는?"
당몽주가 귓속말로 몇 마디 속삭이자 사공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교로다!"
당몽주는 포권하더니 즉시 몸을 날렸고 순식간에 보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
찬바람이 숲을 스치고 저녁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태실봉(太室峰) 기슭 소나무 숲에 은빛 수염을 나부끼며 노승(老僧) 하나가 바람처럼 표홀한 걸음걸이로 소림사(少林寺)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우렁찬 불호(佛号) 소리가 들려 왔다.
"아미타불! 홍일사형(弘一师兄)이 아니십니까?"
소나무 숲에서 한 명의 여윈 몸매의 노승 하나가 모습을 나타내더니 합장하며 예를 올리자, 걸어 오던 노승이 기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홍원(弘圆) 사제, 폐관좌선(闭关坐禅)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공행(行功)이 원만하게 이루어졌고 법력이 더욱 정진(精进)되었을 거라 믿네."
홍원대사(弘圆大师)가 물었다.
"사형께선 장문사존(掌门师尊)을 뵈러 오시는 것입니까?"
홍일선사(弘一禅师)가 대답했다.
"그렇네."
홍원의 두 눈썹이 찌푸려졌다.
"오늘 본문에 큰일이 생겨 장문사존께서는 근심이 크고 심사가 무척 어지러우실 것입니다."
홍일이 크게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홍원이 대답했다.
"아무튼 장문 사존을 만나려면 오늘이 지나야 가능하니, 일단 소제의 운방(云房)*⑵으로 가시죠. 그러면 자세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홍일선사는 소림에 무슨 큰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었기에, 무슨 속임수가 있을 거란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하자고 대답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에 보이는 한 채의 웅장한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도중 홍일선사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홍원대사를 보고는 참지 못해 그 까닭을 물었다.
홍원대사가 길게 탄식하였다.
"본문이 존망의 기로에 서 있으니 어찌 소제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며 낮은 소리로,
"오늘 새벽 사대장로(四大长老)가 급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고 말하더니 갑자기 입을 닫았다.
홍일선사는 가슴이 섬뜩해져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내가 한 걸음 늦었단 말인가?'
홍원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더이상 급한 질문은 삼간 채 절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무척 엄숙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게 소림에 큰 변고가 생겼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홍원을 쫓아 비어있는 선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홍원이 송자차(松子茶)를 내왔다.
홍일선사는 차를 다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변고가 생겼단 말이오?"
홍원이 길게 탄식하곤 입을 열었다.
"본문에는 밖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대 장문인들 사이에만 전승되어 내려온 무공진경(武功真经)이 하나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심오하고 난해(难解)하답니다. 만약 그 오묘함을 깨달을 수 있다면 능히 벌골세수(伐骨洗髓)에 금강불괴지체(金刚不坏之体)를 이룰 수 있지만, 역대 일곱 장문인들 모두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소제도 몰랐던 내용인데 오늘 새벽 나타난 불청객 덕분에 알게 된 것입니다."
홍일선사가 놀라 물었다.
"불청객이라니, 도대체 내력이 어떤 인물이었단 말인가?"
홍원이 고개를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아한 유생(儒生)의 모습에 무척 차갑고 냉랭한 인상을 주는 사십 세 가량의 인물이었는데, 장문인에게 무공진경을 내 놓으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더군요. 그러자 화가 난 사대장로(四大长老)들이 출수하였는데..."
홍원대사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안색이 급변하더니 두 손을 떨며 공포에 휩싸였다.
홍일은 크게 놀라,
"사제, 갑자기 왜 이러나?"
하고 물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머리가 빙빙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뒤로 자빠졌다.
잠시 후 운방(云房)의 뒤편에서 학처럼 청아한 모습의 소림장문(少林掌门)인 보수상인(普修上人)을 선두로 세 명의 노승이 줄지어 나타났고, 맨 뒤로 당몽주(唐梦周)가 모습을 드러냈다.
(10-1 마침)
[註]
*⑴嫂溺援之以手(수익원지이수) :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내밀어 구해야 한다.
<孟子•离娄上>
淳于髡曰:“男女授受不亲,礼与?”
孟子曰:“礼也。”
曰:“嫂溺,则援之以手乎?”
曰:“嫂溺不援,是豺狼也。
순우곤 왈: 남녀수수부친(남녀가 손도 잡으면 안 된다)은 예에 맞습니까?
맹자 왈: 예(礼)에 맞다.
순우곤: "만약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어 구해야 합니까?"
맹자: 형수를 구하지 않으면 승냥이나 다름없다.
*⑵云房(운방):
승려나 도사 등 수행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방을 칭한다네요. 운치 있는 표현 같습니다.
첫댓글 입회후 최초로 첫 댓글을 다는 영광스런 기회가 왔어요!
편안하게 비급을 감상할수 있도록 연재하여주신 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에게도 영광입니다.
추위가 매섭습니다.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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