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24년 6월 12일 수요일
참석자 : 박지영, 장재경, 도지연, 채수진, 김주형, 박은실, 한민혜
너하고 안놀아
현덕 동화집 / 원종찬 엮음
1. 현덕 (1909~?)
북한의 소설가.아동문학가. 본명은 현경윤(玄敬允)으로, 190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3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고무신》이 가작으로 뽑힌 후, 소설가 김유정(金裕貞)을 만나면서 문학에 전념해,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남생이》가 당선되었고, 이 때부터 1940년까지 본격적으로 소설과 동화를 발표하였다. 소설·동화·소년소설 등 작품 전반에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하게 배어나는데,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이나 구인회(九人會) 등 문학단체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등단 이후 2년에 걸쳐 발표한 8편의 단편소설과 40여 편의 '노마' 연작 동화, 10여 편의 소년소설을 제외하고 1940년 이후에는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1945년 8·15광복 직후 조선문학가동맹 출판부장을 맡아 소설과 아동문학 분과에서 활동하면서 이미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 1946년 소년소설집 《집을 나간 소년》과 동화집 《포도와 구슬》을, 1947년 소설집 《남생이》와 동화집 《토끼 삼형제》를 간행하였다.
6·25전쟁 중 월북해 1951년 종군작가단에 참여하였고, 북한에서 단편소설집 《수확의 날》을 출간하였다.
2. 너하고 안놀아
‘너하고 안 놀아’는 한동네에 사는 노마와 영이, 기동이, 똘똘이 네 아이를 주인공으로 아이들의 놀이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현덕의 ‘유년동화’집이다. 이오덕은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삼인)에서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아이들의 개성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 아이들의 말이며 하는 짓”을 그려 놓은 현덕의 유년동화는 “아이들을 장난감으로 보고 즐기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고, 아이들을 어른들의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삼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을 글쓰기의 주체로 목표로 삼았고, 아이들을 겨레의 중심으로 희망으로 보았다”고 평가했다.
현덕이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50년 가까이 묻혀 있던 작품들이 원종찬님의 노력으로 1995년에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너하고 안놀아는 입말로 적고 노래하듯 적은 글이라 읽기가 편하고 입에 잘 붙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속마음과 모습을 실감나게 잘 그리고 있어 70여년 전 이야기라는게 전혀 실감나지 않을 만큼 현재에도 재미있게 읽힌다.
3. 고양이
노마는 고양이 모양을 하고 고양이 목소리를 하고, 그리고 고양이 가던 데를 갑니다. 그러니까, 어쩐지 노마는 고양이처럼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똘똘이도 그랬습니다. 영이도 그랬습니다. (중략)
이번에는 노마는 닭을 노립니다….. 고양이처럼 지붕 위까지 쫓아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노마는 큰 한입니다. (중략)
그러나 노마는 아주 마음이 기쁩니다. 노마는 고양이니까, 아무 장난을 하든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염려는 조금도 없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혹 어머니에게 들킨대도 고양이처럼 달아나면 고만, 그걸로 인해 노마가 이전처럼 매를 맞거나 할 리는 없으니까요.
노마의 생각의 흐름이 너무 아이답고 재미있었다. 자기 합리화를 하며 현재만을 사는 아이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역할에 몰입하여 노는 아이들이 이 책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데, 어릴 때 역할 놀이에 몰입하던 아이들 생각이 나서 너무 귀엽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4. 새끼 전차
“넌 못타, 못타”
“너 옥수수과자 혼자만 먹었지? 넌 안 돼.”
“너 물딱총 혼자만 가지고 놀았지? 넌 안 돼.”
“난 쳐두 몰라, 쳐두 몰라.”
하고 두르르 기동이를 새끼로 말아 막 뭉깁니다. 그만 기동이는 땅바닥에 나둥그러져 어이어이 울고 맙니다.
부잣집 아들 기동이는 항상 노마에게 뽐내지만, 절대 지지 않고 복수하는 노마. 주눅들지 않는 노마를 보면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항상 자랑하고 노마에게 당하면서도 꼭 함께 놀고 싶어하는 기동이도 아이다운 모습에 밉지만은 않다.
5. 포도와 구슬
기동이는 포도 한 송이를 가졌습니다. 노마는 유리구슬을 여러 개 가졌습니다. 기동이는 얼마나 맛있는 포도인가를 보이기 위하여 노마 앞에서 한 알씩 따서 한참씩 눈 위에 쳐들어 보다가는 먹습니다.
노마는 얼마나 가지고 놀기 좋은 구슬인가를 보이기 위하여 기동이 앞에서 한 알씩 구슬을 땅바닥에 굴립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남의 것이 커보이는 솔직한 심리를 너무 재미있게 잘 그린 것 같다. 어른이라면 시침을 떼고 참았겠지만, 아이라서 참지 못하고 바꾸자고 제안하고.. 자기 것이 더 좋아보일 때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어찌보면 이기적인 아이들의 행동을 너무 자연스럽게 그렸다. 그리고 현덕 동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시적인 반복이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내용의 이야기에 재미를 더 하는 것 같다.
6. 너하고 안 놀아
“난 너구 안 놀아” (중략)
할 수 없이 똘똘이는 조끼 주머니에서 유리구슬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러고,
“그럼 나구 놀면 이거 줄게”
그제야 영이는 금 안으로 똘똘이를 손님처럼 모셔 들였습니다.
불쌍한 똘똘이. 이번에는 왠지 영이한테 당한 것 같지만 똘똘이는 또 금세 잊어버리겠지? 어른들이 보기에는 진짜 치사해서 같이 안 놀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목을 메고 함께 놀고 싶어하던 순간들이 많았다. 내 아이가 똘똘이 같은 상황에선 참 속상했고, 영이 같은 상황에서는 참 민망했는데.. 정작 아이들은 서로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같아 이상하고 기분 나빴던 기억들이 생각났다. 어쩜 이렇게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생생하게 그려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웠다. 그래서 어른과 아이 들 모두에게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구나 싶었다.
7. 토끼 삼 형제
아이들은 눈을 참 좋아한다. 경비실에서 빌린 빗자루 하나 들고 여기저기 담벼락과 벤치 등에 쌓인 눈을 쓰는 것만으로도 서로 하겠다고 싸우며 즐거워했던 아이들 생각이 났다. 눈만 오면 뛰쳐 나가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 반복 같기만 한 놀이들을 하며 하염없이 놀곤 했는데.. 노마와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역할놀이에 빠진 아이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읽고 있는 나조차도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역할놀이에 빠져 기동이에게 또 한방 먹이는 아이들을 보며 웃음이 났다.
8. 함께 나눈 이야기들
'고양이'는 그림책 보다 이야기가 상상력을 더 자극해서 좋았다.
아이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밉지않은 기동이, 기동이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른 이야기들도 읽어보게 되었다.
기가 쎈 노마, 불우한 환경에서도 기가 죽지 않아 기동이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던것 같다.
다양한 아이 친구들을 보면서 기동이 같은 아이가 미울 때가 많았는데 반성하게 되었다.
동네 친구들의 끈끈함이 느껴지고 평화로운 느낌이라 좋았다.
기동이가 감초 역활을 해서 책이 더 흥미로웠던것 같다.
'토끼 삼형제' 에서 서정적인 풍경묘사, 시선의 변화(올라갔다 내려오는), 따뜻한 느낌의 말들이 좋았다.
첫댓글 시간이 흐르고 다시 발제글을 보니, 이런 책도 했었나? 순간 ㅎㅎㅎ 이래서 기록을 남기나 봅니다^^ 기록을 보니 다시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