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대한민국 독서대전이 9월1-3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마침 괴산로컬잡지 "툭" 2호 발행시기와 맞닿아 있어서 괴산책문화네트워크는 로컬 잡지를 알리고자 올해도 독서대전에 참여를 했어요. 꼬박 3박4일의 고양시 출장이었습니다.
정하고 따스한 농촌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책과 함께하는 즐거운 인생,
다음 생에 이들처럼 살고 싶다면
'툭'하세요
지난해에 발행된 '툭"1호에는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집중 탐구로 실렸고요, 올해 발간된 2호에는 괴산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살아가는 농촌 청년들의 결혼과 육아이야기를 담은 '백년가약'이 커버 스토리로 담겼습니다.
이외에도 수 만평 너른 초원 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양떼들의 천국 하늘목장 이야기와, 세계 수제기타 100대 명인에 선정된 '알마기타' 김희홍 장인의 작업실 공개, 우리 토종씨앗을 지키는 한살림우리씨앗농장 이야기 등이 소개되었습니다.
볼 거리, 읽을 거리 충만한 농촌마을 이야기...자신있게 들고 위풍당당 호수공원으로 진격했지요.
괴산책문화네트워크 식구들이 발행한 출판물들도 들고 나가서 독자들께 선보였습니다.
열매문고, 쿠쿠루쿠쿠, 정한책방 모두 괴산에서 열심히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벤트-바로 바로 뽑기대작전도 펼쳐졌는데요.
책을 구매한 독자라면 누구나 한 건 뽑아볼 수 있는 꽝 없는 뽑기....지나가는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아쉽게도 우리 부스에는 어린이책 판매가 없어서 많은 어린이들이 슬퍼하며 지나가기도 했어요. 뽑으면 다양한 노트, 캐러멜 등 간식, 스티커와 부채 등 소소한 선물들이 쏟아지고 동심으로 되돌아간 어른들의 즐거운 추억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아열대기후로 변해버린 대한민국, 9월 초의 땡볕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고 그늘 하나 없는 넓은 광장에서 서쪽을 바라보며 열린 부스는 오후 내내 작열하는 태양으로 거의 한증막이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맹렬한 태양볕에 잠시 머물며 책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했고요...저녁이 되면 비로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아쉽게도 북마켓은 6시에 폐장,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늘어져있던 몸과 맘을 추스리고자 예술인단체가 소집한 '고양이댄스' 시간에 부스를 지키던 괴산 시스터즈는 뛰쳐나가 열심히 고양이춤을 추며 굳어진 근육을 좀 풀었더랬죠.
첫날은 금요일이라 부스를 열어놓고 거의 한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각 판매부스들마다 책을 10권 팔았느니, 15권 팔았는데 상위권 기록이라느니...흉흉한 뒷이야기로 하루가 갔어요.
둘째날은 토요일이라 호수공원에 지나다니는 어린이와 학부모 등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이날 그림책 출판사들은 전날보다 조금 나아진 매출을 올렸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한낮의 땡볕은 독자들을 멀리 멀리 그늘로 밀어내기만 했고, 우리 부스도 사흘 중에 최저 매출이 나왔습니다.
사흘째, 일요일은 비 예보가 있어서 긴장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그나마 구름 낀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이 숨통을 틔워주었는데요, 대신 온몸에 물 먹은듯한 습기와 후텁지근한 공기는 더이상의 의욕을 상실하게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늘과 바람이 좀 생기니 오가는 사람도 많아졌고 각 판매 부스는 그나마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사실 독서대전에서 책이 많이 팔릴 걸 기대하지는 않았고,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들과 독자들을 좀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부러 괴산책문화네트워크 부스를 찾아서 로컬 잡지와 출판 이야기도 들어주셨고, 오랜만에 안부도 나눠주어서 감사하고 기쁜 일들이 많았습니다. 시원한 음료와 맛있는 간식들을 줄줄이 싸들고 오셔서 호사도 누렸고요.
그럼에도 책 판매는 너무나 저조해서 좀 슬펐습니다.
우리 책이 팔리지 않은 것도 슬펐지만, 다른 출판사와 서점 부스도 그리 책을 많이 판매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지나다니는 사람들 손에 책봉투가 들려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어요. 양 옆에 그림책 판매부스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책을 사달라고 졸라대도 사주지 않고 아이 손을 끌고 가는 젊은 엄마들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라떼는...말이죠'....그래도 내 아이가 책을 사달라고 하면 기특해서 웬만하면 사주었는데 말이죠. 정말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구나,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손에 휴대폰만 쥐어주고 책을 사주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일산에서의 3박4일은 착한 후배의 도움으로 비어있는 집을 제공받아 편히 지낼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수도권 나들이에 나선 시골쥐를 위해 밤마다 일산에 뜨고 있는 '밤리단길' 투어를 해주고 맛집 탐방을 함으로써 하룻동안 피로를 씻어주었어요. 아침에는 또 거의 호텔 조식급 서비스까지 해주어서 괴산책문화네트워크 식구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이름도 없는 멀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기적같은 이야기.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이들이 마음을 합해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고, 사라지면 안될 소중한 것들을 기억해내는 이런 활동이 도시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잡지를 만들고 또 행사장엘 나갑니다. 우리가 모아낸 작은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줌으로써 도시와 균형을 맞추는 지역의 삶이 복원되고 생태계의 순환을 도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살아있는 지역의 이야기들을 "툭" 건네드립니다.
** 툭2호는 숲속작은책방에서 구매하실 수 있고요, 교보문고, 예스24,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