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가수 타이틀이 굳이 필요하진 않아요."
실력파 트로트가수 서주경의 새로운 이야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갖다 보니 폐해도 많다. 생활리듬은 엉망이 되기 일쑤고 술도 많이, 자주 마셔야 한다. 그래도 이 일이 좋은 이유는 사람이 좋다는 이유 하나 뿐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말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관계의 소중함은 항상 간직해야 하는 법이다.
거의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지만 그 와중에서 만남 자체가 즐겁고 기대되는 사람이 있다. '당돌한 여자'와 '쓰러집니다'라는 히트곡을 가진 가수 서주경씨를 만나는 일도 그랬다. 자신의 인기를 떠나서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와의 만남은 즐겁고 편안하다.
입소문 히트곡으로 인기
본명 조연희. 영해여자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지난 92년 가수로 데뷔, 96년에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당돌한 여자'로 트로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73센티미터의 큰 키에 여고시절 육상선수 생활을 통해 다진 몸매로 대형스타로서의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맛깔스럽게 불러대는 그녀의 노래들을 듣노라면 "이야, 정말 타고난 트로트가수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2000년 서라라는 예명으로 발라드앨범을 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뽐내는 그녀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도무지 한 가수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곡들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였다. 그리고 최근 '쓰러집니다'라는 노래로 새롭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녀는 초기에 방송출연을 거의 하지 못했다. 소속사 문제도 있었다고. 그렇지만 좋은 곡은 암암리에 퍼진다. 게다가 관객들과 어우러지며 폭발적인 무대매너를 보여주는 그녀이기에 더욱 소문이 빨랐다.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들에선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항상 분주했고 전국노래자랑, 노래방 등 민간인들의 노래경연장에선 굉장히 자주 그녀의 노래가 불려진다. 2000년 초 가요계를 잠시 떠났었던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던 힘은 바로 그녀의 노래를 아끼고 찾는 사람들의 힘이 아니었을까.
관계를 소중히
팬들의 사랑과 방송사의 권유에 복귀를 결심한 그녀였지만 사실 소속사의 도움은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녀는 소속사에서 활동하며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실력이 출중해도 돈없고 빽없다는 이유로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가 돼서야 그녀는 "이제야 가수가 된 느낌"이란다. 자주 하던 봉사활동이 약간 버거워질 정도로 점점 바빠지고 있다는 것.
'나를 지키는 것은 바로 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강해지고 싶다는 그녀. 그리고 그 강함의 힘은 10여년 간 소속사들에서 받은 마음고생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지켜준 팬들의 사랑에 기초하고 있는 듯 하다.
여러 방면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그녀는 주변에서도 이름난 봉사꾼. 특히 독거노인과 어르신들을 항상 공경한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봉사를 한다는데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항상 마음 속에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이기에 새로운 타이틀을 하나 붙이고 싶어졌다. 익히 들어왔던 바가 있기 때문이다. '효녀가수
'라고 불러보고 싶다고 슬쩍 여쭙자 오히려 서주경씨는 마구 손사레를 쳤다.
"그런 가수가 한둘이냐"며 한껏 사양하는데 사실 그녀의 효행은 가요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직접 모시며 생활까지 책임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은 기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자 마음대로 그녀를 '효녀가수'라 불러본다.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의 마음도 아마 가족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