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역-깔딱고개-독수리바위-철모바위-주봉-쉼터-석림사계곡-장암역 2006.7.1 비 안옴
대한민국의 탈락에도 전혀 상관없이 독일 월드컵 중계와의 비몽사몽 투쟁을 계속하는걸
보면 진정한 축구 팬일까? 아니면 그저 '밤을 잊은 그대'일까?
안양에서 수락산역은 멀고도 멀다. 계속 '졸며 자며' 가다가 도봉산역에서 7호선을
갈아탔는데 뭘 믿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당당하게 '장암'행 기차를 탔을까 몰라.
'수락산엔 바위가 많으니 장암이 맞겠지 뭐'
장암역에서 되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한참을 더 자는데 꿈결에 행자님이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홀연히 나타나 한 말씀 남기시고 사라진다. 짙은 안개 속으로...
"놀면 뭐해? 또 가지 뭐~~"
지난해 8월 섭씨 35도의 폭염 속 극기훈련(?) 장소였던 수락산을 근 1년 여 만에
다시 찾아와 유난히도 수량이 풍부한 이 곳이 온전히 '존재'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쁘다.
오늘은 장맛비도 잠시 멈추고 따가운 햇살도 깊이 숨어 땡볕에 달구어진 바위에 등산화가
쫙쫙 달라붙는 지난 여름의 고행은 피할 수 있으리라.
등산로 초입에 빙 둘러서서 인사를 나눈다. 오늘따라 참 많이들 오셨다.
처음 나오신 분도 여러분 계시고...
언제나 그렇듯 산에서의 만남은 반갑고 설렌다. 왜 그럴까?
어릴적 '국민학교' 시절, 새로 바뀐 악동들과 처음 만나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았었지...
'쟤는 내가 해볼 것(?) 같고 쟈 하고는 사이좋게 지내야 할 거 같고 얘들은 고무줄 놀이
할 때를 기다려 장난좀 쳐도 되겠고...' ㅋㅋ
그 시절 새책을 처음 받아 잉크냄새 물씬 풍기는 책장을 넘겨 보는 그 아련한 '신비로움' 같은 느낌이 있다.
이렇게 둘러서서 처음 인사를 나눌 때면...
비교적 일찍 미키님 배낭에서 꺼내어 두루 하나씩 전해지는 '바나나' 맛이
달콤하고 향기롭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에 맑은 물이 가득하다. 이름처럼 수량이 풍부한 水落山.
산중에 금류, 은류, 옥류동의 세 폭포가 있어서 언제나 사랑받는 좋은 산이다.
<한국의 산하>에 인터넷 접속순위로 선정된 '한국의 100대 명산'중 당당 22위에 랭크된...
우리나라 축구팀의 FIFA 순위보다 훨씬 높다.
참고로 1위부터 10위까지의 산들은 지리산/설악산/북한산/덕유산/소백산/대둔산/치악산/
한라산/태백산/관악산... 도봉산은 17위, 청계산 20위, 불암산은 27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했으니 그런 순위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시원한 계곡 맑은 물을 바라보며 안개에 뒤덮인 촉촉한 7월의 산속으로 진입하는데
오늘따라 이 산을 닮은 청춘들이 많다. 어느 학교에서 자연보호 캠페인을 나왔는가 보다.
오늘은 따가운 햇살 대신에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날씨...
짙은 안개가 결코 만만치 않은 오르막 산행이다.
세상 모든 물질의 본질이 물이냐 아이르(aer:안개·수증기·공기)냐를 두고 논쟁을
거듭했던 고대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와 아낙시메네스도 무대가 이곳이었다면
그렇게 싸울 이유도, 여유도 없지 않았을까?
초입부터 1.7km를 지나면서 수락산 계곡과는 작별하고 정상부를 향한 본격적인 오르막
산행이 시작된다.
이름하여 '깔딱고개' 0.8km는 별게 아닌 듯 하지만 800m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것이 무슨 고개입니까? 사샤님의 질문에 지산님 답변이 명답이다.
"이런 곳을 모두 깔딱고개라고 하지요"
힘든 오르막길 비오듯 흐르는 땀방울 닦으며 잠시 쉬는데 행복님 한마디
"이런 것을 깔딱고개라고 하기엔 좀 약하지" 박하향님 왈 "ㅋㅋ 잘난척은..."
만만찮은 오르막 산길이지만 정이 듬뿍 담긴 과일들 나눠 먹으며 마음껏 웃다 보면
힘들어도 좋다. 아니 힘든줄을 모르지...
깔딱고개를 지나니 폭포와 함께 수락산의 명품인 '암릉' 등반이 기다리고 있다.
독수리바위... 철모바위... 이름 모를 바위... 바위들...
위험한 곳은 철 계단과 펜스를 잘 설치해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지만 군데군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도 있고 병목구간도 발생한다.
짙은 안개에 맞은편 도봉산, 사패산의 장관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뙤약볕이 쨍쨍 내려 쪼여 바위와 쇠 난간이 불에 달구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 않겠는가?
안개에 덮여 신령스러운 산 기운과 함께 느껴지는
청량한 바람의 향기를 깊이 들어 마시며...
철모바위를 지나 정상을 눈앞에 두고 능선 오른쪽 아래 더없이 좋은 식당을 찾는다.
행자님과 잠시 이산가족 연습도 해보고 나서... 드디어 오늘의 화려한 오찬이 시작된다.
28명의 대가족이 한 곳에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부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마음껏 웃고 떠들며 더없이 유쾌하고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누는 기쁨...
언제나 그렇듯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을 더 오르니 드디어 수락산 정상... 637m...
<태조 이성계는 수락산의 모든 봉우리가 서울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여
서울의 수호산이라 했다 전해진다... 수락산이란 물이 떨어지는 산이라..>
단체 사진을 찍고 장암 쪽으로 하산 도중에 석림사 윗쪽 맑은 계곡에서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덩풍덩' 시간을 즐긴다.
그냥 탁족 만으로는 너무도 아쉽고 부족하여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시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푹 젖지 않으면 안되지만 남자와 달리 머리에 신경 써야하는
여성분들의 고충을 그 때는 외면해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헤아려 보고 싶어지는
'개구쟁이'...
어느 영감님 옆에서 물세례를 거뜬히 피하는데 성공한 박하향님의 마음도...
하산 후에 배낭고리가 이채로운 인심 후덕한 산장에서 시원한 호프 한잔에 수락산의
기쁨과 아쉬움 더 나누고 전철에 몸을 싣고 집에 오니 부드러운 토요일 밤이다.
즐거운 시간 함께 나눈 좋은 기억들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이내 사방은 안개에
뒤덮이는데 어디선가 꿈결같은 천사의 음성이 향긋한 술에 취하 듯 깊고
깊은 단잠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헤르만 헷세는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은 이상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모두가
혼자이며 그리하여 인생은 고독하다 했는데... 아무래도 참 이상하다.
이 안개 속은 잘 보이고 혼자이지 않고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니...
오늘 산행 이끄시느라 수고 하신 행복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행자님, 지산님, 촛불님, 박하향님, 별초롱님 늘 감사하구요.
언제나 유머와 젊음이 넘치는 미키님 그리고 미니님 감사...
최근 행토방 산행의 주축멤버이신 참신혜님, 연재님, 효리님, 사샤님, 하늘님,
기량님, 청산님 홧팅!
오랜만에 뵌 대모산님, 가고파님, 하하님 그리고 들개님 반가웠구요
물이 떨어지는 수락산과 잘 어울리신 낙수동님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다정한 친구분 함께 오신 예인님, 현하님 오늘 괜찮으셨나요?
창님 아! 닉을 바꾸셨죠? 미루님 오늘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으셨죠?
오늘 처음 나오신(?) 올리비아님, 햇님님, 시골사람님, 부목거사님, 감자꽃님
산에서 자주 뵙기를...
우리 님들 모두 모두 항시 건강하시고 초록이 무성한 성하의 여름산에서 반갑게 만나요...
안개 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 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 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다
첫댓글 사니조아님 근사한 후기 잼나게 읽고 갑니다. 게다가 헷세의 詩까지..ㅎㅎ(저는 '이제는 더 헤메지 말자'라는 詩를 더 좋아하지만요^^)
네~바이런의 명시~~지금도 가슴속엔 사랑이 깃들고 지금도 달빛은 훤하지만~~이제는 더 헤매지 말자~~ 솔채꽃님! 산에서 반가운 만남을 기약합니다...
"가슴도 숨쉬려면 쉬어야하듯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하니.."흠.. 그게 바이런 詩였네요^^ 제가 헷세의 詩루다 그만 착각..벌써 치매??? 하하 암튼 반갑고 감사=고쳐주심=
"안개 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다 " 좋은글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후기 잘읽고 갑니다,,
늘 외롭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만큼 행복합니다... 행자님! 오늘 마차산 우중 산행 잘 다녀 오세요.
행토방의 모범 답안같은 산행후기 .....아무나 할수 없는거 같아요.난 산행하기도 힘든데,사니조아님은 여유롭게 산행하면서 그 많은 이야기들을 기억하여 세심한 산행후기로 만들어 주시니 감탄할 따름입니다. 사니조아님과 함게한 산행도 즐거웠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촛불님! 겸손하신 말씀을~ 늘 수고 많으십니다...
사니조아님 ~ 수락산 자락에서 근 10여년을 살며서 걍 무심히 다니던 동네 뒷산으로만 생각했었던 수락산에 대해서 많이 배웠네요 ~감사 ^*^ 헷세의 시까지 잘 읽고 갑니다 ~어제 함께 한 님들 모두 담 산행에서 만날 때 까지 행복하십시요 ^*^
연재님 특별회원 되심을 축하드려요~ 이제 행토방의 주축이 되셨네요~~ 잘 부탁합니다.
수락산의 정기가 막 전해오는 느낌으로 순간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져요.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사니조아님의 자세하고 멋진글로 감상하고 좋은 시까지 마음에 새겨 봅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선미님! 요즘 산에서 뵙기가 어렵네요~ 자주 뵙기를~~
헉헉거리며 산에 올라와서 "박하향님 난 정말 사니조아" 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천진한 개구쟁이 모습을 보여주던 사니조아님~~멋스럽게 헷세의 시와 함께 올려주신 후기 즐감했습니다~~^^* 어제의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감사~~^^*
저두 감사~~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박하향님! ~~ "이용만 당하는건 아니구?" 그거 멋진 멘트 였어요 ㅎㅎㅎ
사니조아님이 오셔서 후기 걱정 안한다고 했더니 정말 이렇게 맛깔스럽게 후기를 써주셔서 읽기만 해도 등산한거나 다름없어 수락산 안가도 될걸 괜히 고생하고 갔나보네요. 다시 한번 어제를 생각하며 추억에 빠져 봤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미키님 덕분에 즐거운 수락산행이었죠~ 우리 모두~~ 감사 *^^*~
사니조아님! 산행하느라,후기쓰느라 애쓰셨습니다.담 산행 때 뵈여.*^^*
산행 인도 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덕분에 멋진 산행 감사하구요 담 산행때 뵈요~
과찬의 말씀~ 그래도 늘 칭찬 해주시니 감사 *^^*~ 많이 나아 지셨나요? 언릉 빨리 여름 산으로 날아 오세요 날개님~~
산에서 만나면 왜 모두가 함께인듯 할까요..기다려주고.. 손잡아주고..무거운 짐 들어주고.... 으~~흠 역시 사니조아님 후기는 따스함이 가득하군요.. 글보는 내내 행복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거야 당근 '사니조아서 그런거죠' 하늘님! 7월은 쭈욱 행토방 산에서 사실거라구요? 멋진 여름이 되시겠네요 홧팅!
정말 오랜만에 함께 산행의 즐거움을 느껴보는것 같군요 ㅎㅎ 산행에서의 즐거움을 되새겨보고 갑니다.. 늘 건강한 모습으로 산에서 또^^*
초롱님 액땜 괜찬으신지??..ㅎㅎㅎ
네 생각보다 후유증 없어요 그날 계곡에서 시원하게 담갔더니 멍도 안들고 다리에 상처난거 딱지나고 ㅎㅎ 괜찮아유~~~
다행입니다~ 별초롱님! 항상 건강하시고 안산 즐산 하셔야죠~~ 밝은 모습 오랜만에 뵐 수 있어 기뻤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대모산님 진정한 산악인이시죠~~아이스크림 참 시원했어요. 다음 산에서 또 뵙기를~~
후기감상~~~~~~~~넘ㅎㅎㅎㅎ 행복하시고 건강하게 한주보네십시요**^^**
네 효리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함께 하지 않았어도 눈에 선한 풍경들입니다...잠시 헷세의 추억까지 덤으로...담 산행때 뵈어요..
물푸레님! 저희가 아직 뵙지 못했죠? 산에서 반갑게 만나요~~
언제나 기려려지는 사니조아님의 후기글 즐감하구 갑니다.행복하세요...
시원 시원하신 참신혜님! 반가웠구요 오늘도 마차산 잘 다녀 오세요~~
한편의 산문시를 읽고 난 기분입니다.^^; 산행도 힘들었던 나에겐 후기를 통해 다시 기억을 되새기 기에 충분하고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헷세와 바이런도 만났네요^^;
예인님! 결코 만만치 않았던 오르막 산길과 암릉... 묵묵히 참고 견디며 땀방울 흘리는 모습 이뻤습니다... 칭찬의 말씀도 감사했구요... 산에서 자주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