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숙 선생님 연두 2008.01.28
문우가 노보텔 엠베스더 호텔에서 아들 결혼식을 한다기에
참석했더니 고경숙 선생님이 와 계셨다.
난 너무나도 반가워서 달려가 손을 잡았다.
자기는 식사를 마쳤으니 천천히 식사하고
로비로 나오라고 한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으나
철없는 나는 온통 그녀 생각에
고기를 썰 수도 사라다를 먹을 수도 없었다.
그를 본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나...
그녀는 유난히 나를 만나면 자신의 사생활을
털어놓곤 했다.
임선생이 단전을 하는것도 그녀를 통해서 알았을 정도이니....
그녀는 숙명여대와 산본에서 강의를 하고있는 소설가이다.
그녀의 순수함과 박식함이 너무 좋다.
임샘이 바빠 못오는 날이면 그녀가 대강을 한다.
나는 임헌영 선생보다 그녀의 강의를 더 좋아한다.
콕콕 집어 넣어주는 그녀의 강의는 남편보다 더 유명하다.
옆에 앉은 후배에게 미안했으나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비 구석진 자리에서 고 선생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손을 마주 잡았다
목이 메인 그녀가 딸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싶었다.
강의 끝나고 커피 타임에 그녀와 나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였든가.
항상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이 서툴어
내면을 다 비워내지 못하는 한계를 느낀다.
이것 저것 조금씩 찝적대면서 마음을 들어내지 못했다.
아직 조금밖에 끌어내지 못했는데
뒤이어 문우들 모두 우르르 몰려 나왔다.
딸 둘,아들하나, 모두 떠나고 둘만 사는 집에서
그들의 독서열은 대단하다.
집이 도서관 같다고 하는 같은 길을 가는 그들이 너무 부럽다.
그러나 그녀는 비평가인 남편을 안 만났드라면
자기는 아마도 글을 많이 썼을것이라 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 이렇게 빠져버리니...
토막난 말은 가슴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데..
언제까지 미성숙한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것인가.
시간이 가면 내 나이만큼 성숙할 수 있기나 할 것인가.
병원에서 걷다 연두 2008.01.15
그동안 춥다고 웅크리고 운동을 게을리 했는지,
몸이 덜그덕 거리는 것 같다.
오늘은 병원안에서 종일 걷기만 했다.
아침 이명묵 교수의 오전 면담도 끝났으니
이제 소화기과 의사와의면담은
오후 3시 반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온 안도현의
<<그 작고 하찮은 것들의 사랑>>을
보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병원안이 넓고 공기도 퀘적해서 걷기도 좋고
다른사람의 시선 의식하지 않는
구석진 의자에 앉아 책보기도 좋았다.
병원이 아니면 매일 이곳에서 몇시간 걷고
책보고 하면 좋을텐데...
소화기 의사를 면담하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차다.
그가 약 지으러 약방에 간 사이에 더 걸으려고
약방 뒷마당으로 돌아갔다.
주차장에 메어놓은 큰개가 순하디 순한 눈으로 쳐다본다.
고양이와는 다른 과인데 어쩜 우리 코코와 눈빛과
표정이 저리도 닮았을까.
굵은 밧줄에 메인몸은 하루종일 바람을 맞으며 종종 거름으로
종일 제자리를 돌았을 그의 발자국이 안쓰럽다.
밥그릇은 엎어져 마른 밥찌거기가 쏟아져 있고
그가 싼 굵은 똥 덩어리들 마져 슬프다.
사람이 닿지않는 뒷마당에서 그의 슬프고 무
기력한 눈과 자신의 집 주위를 뱅뱅돈 발자국은
그가 얼마나 자유를 구가했는지,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했는지를 말해주었다.
아이들 어렸을때 우리집에서 귀가 길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까만 우리개.
신발을 물어뜯어놓기 일수였고 보이는것은
모두 물어뜯고 어지러 놓아서 바쁜 와중에
너무 성가셔서 외출 할 때는 묶어두었다.
눈이 쏟아지던 어느날,오랜만에 줄을 풀어주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니 겅중 겅중 뛰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군고구마 를 던져주니 마당 귀퉁이로 가져 가더니
로 눈을 헤집고 눈속에 묻는다.
식구들이 저한테 관심가져주는것이 좋아선지,
줄을 풀어준것이 좋아선지, 놀다가 나중에 먹으려고
눈속에 묻던 멋지게 생긴 까만개.
풀어주면 좋아 어쩔줄 모르던 그개의 환희가 떠오른다.
그때의 우리집 개에비해 인적없는 뒷마당의 큰덩치의 개가
왜 이리도 더 슬퍼보이는 걸까.
우리집 개는 사랑과 관심을 받았고 이 개는 사람이 오고가지 않는
바람부는 곳에서 외로움을 삮이고 있기 때문일까.
그의 축쳐진 순한 눈을 보다가 갑자기 발광체 처럼 튀어나오는
까미유끄로텔.
로댕의 연인인'까미유끄로텔' 정신병원에서 30년간 미쳐나가는
그의 생애가 오바럽된다.
헤어나려고 수없이 밧줄이 닿는 거리만큼에 나 있는 개의 발자국에서
그녀가 튀어오르다니...
Subject :: 강의실에 올린 시
타올라
이 땅의 모든 억압 뚫고
최루탄과 군화발의 아픔을 뚫고
핵무기와 예속의 험한 파도 물리치고
삼천리 곳곳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온몸으로 타 오르라
피로 얼룩진 분단된 산하
짖이겨져 난자당한 생명의 분활괴 식민
모든 반역의 어둠을 태워라
민주의 활화산이여
피 가슴 터져
피의 절규로 부릅뜨고 싸워
수천수만의 죽음으로 싸워
마침내 얻고야마는 우리
기나긴 어둠 뚫고
아침 햇살 눈부신 하늘에 나부끼는
통일괴 자유의 깃발
그날에 보리라
솟구쳐 터져 오르는 조국 동일의 그날에
아아, 보리라
가장 정당한 우리의 가슴을
-[타오르라] 전문
우수수 서릿바람
어머니의 희끗한
성긴 슬픔 날리고
나는 잔기침 웅숭그리며
저녘놀 스르지는 거리 배회한다
쫓겨 어디론가 사라져 간
땀내 물씬한 빛나는 눈망울
억장으로 무너진 가슴 쓸어안으며
차마 잡지 못하던 밤길 어둔 그날처럼
어머니는 오늘도
대문간 바람 이는 곳에 서 있다
푸르스름 흐르는 달빛
어머니의 가난한 가슴에 잠시
풀벌레 소리되어 흔들거리고
나는 또 어디론가 쫒겨 가야 하는데
언제나 돌아가 품에안겨
미여지는 설운 눈물 맘껏 솥을까
물기 어린 새벽
눈물 속 빛나는 흰 머리칼
깃발 되어 술렁이는데
- [어머니] 전문
이 시는 불행의 힘으로 쓰여진 시라 후벼파는 통증으로 읽혀졌다.
80년대의 암울한 현실속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그를 이해하며 읽어야 했다.
김희식 시인은 "시대에 맞는 작품을 썼지 문학에 맞는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그의 시는 당대의 역사 위주로 읽어야 할것 같다.
역사적 문맥에서 한 시인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문학적 문법이 있다는 뜻일게다.
그가 택한 현실주의가 한가한 미학우선주의를 허용하지 않을 때,서정이나 미학적으로 잣대를 잴수는 없지만 당대의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역사와 현실로 시를 썼다.
나에게 시를 강요하지 말아다오. 연두 2007.12.30
나에게 시를 강요하지 말아다오.
임샘이 강의실에 올리라고 준 시집이
신경줄에 얼기설기 걸려 있다.
시가 괴로운밤.
이 시인은 내 불면을 더 부추긴다.
두편을 빼내어 독후감도 써야하는데
도데체 이 무게는 살 한가마 만큼 무겁다.
김희식 시인은
"시대 맞는 작품을 썼지
문학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근데 어쩌나.
난 아름답고 투명한 언어들의
유희에 취해서 비몽사몽 헤매고 싶을뿐
그대들이 피흘리던 그시대를
기억하고 싶지않다네.
아이 때문에 노심초사했고
시대의 방관자로써의
고통을 충분히 맛보았는데.
난 이제 어떤 고통이던 피하고 싶다네.
시집안에 있던 고통이 내 어께에
주절 주절 날아와 누른다.
임샘아...
제발 아무 시나 나에게 꼬박꼬박 주지마라.
밤새 시달린 시가 지겨운 밤이다.
마음의 쑥대밭에서 신기루 2007.12.12
<
비둘기 가슴 털처럼 옅은 회색빛 하늘에
바람이 감미롭다.
혼자있는 고즈녁한 시간에 면벽을 하고
처연히 앉아있다
나는 딸을 잃고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에서야
간절하게 신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신들에게 원망을 퍼부어댔다.
그럴수록 더 잡아줄 신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동안 신앙의 빈 공간을 관망하며 어느쪽으로든
강렬하게 빠져들 수 없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우며
자신에 찬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순수이성비판』을 쓴 임마누엘 칸트도
“신은 없지만, 그러나 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던가. 인간은 나약하기에 이럴 때
절대의 믿음이 필요한 것이리라.
종교 안에서 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시 기독교로 가야하나.
아님 불교로 가야하나.
정신의 쑥대밭에서
수많은 밤을 비틀거리며 서성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신기루 2007.12.12
식구들과 저녁을 먹으러가서
밥을 기다리며 열어 본
이성복 시집<<아, 입도 없는 것들>>의 첫장에 있는 시
**********
이성복 <여기가 어디냐고> 중에서
붉은 해가 산꼭대기에 찔려
피 흘려 하늘 적시고
톱날 같은 암석 능선에
뱃바닥을 그으며 꿰맬 생각도 않고
-여기가 어디냐고?
-맨날 와서 피 흘려도 좋으냐고?
************
두 아들과 애비가 너무 너무 웃겨서
밥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배가 부른것을 보니 밥은 먹은것 같은데...
밖에 나오니
산은 무겁게 누워있고
아파트 꼭대기에 해가 찔려 핏빛이다.
막 사라지려는 저녁놀은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꼴깍 넘어가며 뿜어내는 마지막 붉은 독기.
한 몫 거든 거무칙칙한 구름덩어리들.
이 시간대의 저녁놀과
구름은 때때로 괴기스럽기도 한데
이성복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시로 이렇게 잘 그렸을꼬.
이 시간에 일산에 와 본것일까.
신기하기도 하다.
이 시간이면 맨날 이곳에 와서
꼭대기에 찔려 피 흘리면서
-맨날 와서 피 흘려도 좋으냐고?
맨날 와서 흥건하게 적시면서 새삼스럽기는.
이성복의 글을 낚는 촉수는 기가막히다.
어제도 슬픔이 하나 연두 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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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연두
Subject :: 어제도 슬픔이 하나
어제도 슬픔이 하나
앙상한 감나무를 흔들고 왔다가
어디로 흐터져 사라져갔다.
오늘의 슬픔은
마음을 스윽 베고 들어와서
자리펴고 앉았다
그리고 내 살점들을 파고 들었다.
우두커니 내다본 배란다의
벤쟈민 잎사귀 하나
팔랑대며 떨어진다.
바람도 소음도 없는 야밤에
슬픔의 무게가지고도
잎을 떨굴 수 있구나
이따위, 라고 말하는 것들에게도 / 이수익 공지사항 2007.12.07
이따위, 라고 말하는 것들에게도 / 이수익
물이 스미지 않을 적엔 스스럼없이
쉽게 떨어졌지만
그 몸에 물기가 점점 번져들자 종이 두 장은
마주 달라붙어, 서로를 견인하게 되었다.
축축해진 두 몸이 혼신으로 밀착되어
한 쪽을 떼어내자면 또 다른 한 쪽이
사생결단,
먼저 자신을 찢어놓으라는 것이다.
이따위 종이쪽지도 이별은
고통 없이는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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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고 나서야
이별은 얼마나 힘들고 슬프다는 거.
언제라도 어디에서도
볼수 없다는 허망함은
살점을 찢는 슬픔이다
종이쪽지 하나도
떼어놓으려면
고통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데.
"종이 두 장은
마주 달라붙어, 서로를 견인하게 되었다".
나를 견인하는 힘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치열하다는 것이 왠지 부질없어자는 .
요즘.....
291 제목없음 신기루 2007.12.02
하루에도 열두번 이상씩 이상기류를 타는 나.
그 하루중 어떤 모습이 과연 내 모습일까.
이러는 내가 나도 이해가 안된다.
때로는 광기로
때로는 아이들 과 필요이상의 깔깔거림으로
때로는 물밑깊이 가라앉은 슬픔으로
죙일 음악속으로..
어떤날은 많은 사진과 비디오 속이거나
장식장위 아이의 사진들을 멀건히 들여다 보며
어린딸을 건져내고
하얗게 밤을 새우기도한다.
남은 시간 살아갈 지표를 잃었다.
책을 읽으면 행복해 지려는지...
글을 끄집어 내면 잊을수 있으려는지...
텍배로 온 책들이 겉표지도 열어보지 않은채
수북이 쌓여가며
그건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의 모임은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매일 일기처럼 나를 들어내다보니
우리는 어느듯 공통의 정서를 지니게되었다.
그들을 만나고 나오며 어쩔줄 모르고 들떴다.
그가 "그렇게 좋아?" 할 정도로...
수양산님이 아픔을 글로 풀어내라고 했다.
큰 아들도 글 쓰라고 했으나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노력해도 쓸수가 없었으나
수양산님의 경험에서 나온 치유의 말이라서 그랬을까.
아님 동병상린의 같은 마음이라서 일까.
홈에 들어가 쓰다 팽개친 글들을 뒤져
살을 붙이고 수혈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대로... 이상기류를 타지말고 이대로 나갔으면 ...
그러나 난 이제 내면을 콘트롤 할수있는 힘을 잃었다.
언제 어느 점같은 작은 이미지에 또 붙들려 들어가
캄캄한 미로를 해맬지 나도 모른다.
세상의 아이잃은 어미들이여 그대들은 안녕하신가.
내 딸 하정이 민들레 2007.11.18
내 딸 하정이 민들레 200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