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고등리그 왕중왕전 64강 재현고-영등포공고전.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선제골로 앞서간 재현고가 후반 42분 동점골을 내줬다. 서울동부 권역 최종전 무승부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지난달 말의 악몽이 오버랩 됐다. 그림 같은 시저스킥 골이 물거품된 재현고 정준혁(19)의 축구 인생에도 또 한 번 날벼락이 내리는 듯했다. 서울 중계초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정준혁은 동원중을 거쳐 FC서울 18세 이하(U-18) 팀 오산고에서 활약하는 사이 발목 부상으로 1년 유급을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볼을 차던 중 지난 겨울 부상 악몽이 다시 덮쳤다. 어깨 탈골로 수술을 받고 팀을 나온 그는 우울증에 빠져 축구를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그대로 선수 생활을 접기엔 미련이 남았다. 재현고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전에 나섰다. 지난 4월 말 전학에 따른 출전 정지 기간이 끝나자마자 재현고 데뷔전을 치르며 5경기에서 2골을 성공시켰다. 뿐만 아니라 팀 내 유일한 1996년생 ‘맏형’으로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사실 처음 전학 왔을 때만 해도 여전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죠. 그래도 그럴 때일수록 새 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어요. 나이가 많다고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서 동료들에게 일부러 장난도 많이 쳤습니다.” 정준혁은 이날 막판 동점골 허용에도 실망하지 않고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그러자 1학년 ‘막내’ 수문장 김동혁(16)이 힘을 냈다. 상대 두 번째 키커의 슛을 막았던 그는 네 번째 키커의 슛까지 몸을 던져 걷어내며 4-2 승리를 지켰다. 김동혁은 “권역 최종전서 페널티킥을 못 막아 우승을 놓쳤는데 오늘 그 아쉬움을 조금은 만회했다”고 기뻐했다. 전북 조촌초-전주 해성중을 거쳐 재현고에 진학한 김동혁은 기존 골키퍼의 전학으로 지난 4월초 권역 개막전부터 골문을 지켰다. 신입생임에도 7경기 4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그리고 왕중왕전 데뷔 무대서 선방쇼를 선보이며 ‘사고’를 쳤다. 승리가 확정되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3살 동생을 번쩍 들어올린 정준혁은 “동혁이가 막아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혁도 “선배들이 자신감을 전달해준 덕분”이라며 선방의 공을 돌렸다. 이어 “준혁이 형이 오늘처럼 멋진 골을 앞으로도 계속 넣어주면 온 힘을 다해 뒷문을 지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권역 준우승의 아쉬움을 왕중왕전 우승으로 메우려는 재현고. 그 힘찬 첫 걸음에 전준혁과 김동혁이 ‘혁혁’한 공로를 했다. 재현고는 21일 오후 3시 전주공고와 32강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