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보다 헌것이 좋을 때가 있다.
오래된 친구가 그렇고,
또 책이 그렇다.
손을 베어버릴 듯 빳빳하게 날이 선 새 책보다,
적당히 닳은 헌책이 더 정겹기도 하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
헌책방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책과의 데이트를 즐겨봤다.
헌책방골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보수동 헌책방골목"!
학창시절, 신학기만 되면 보수동으로 행차하는 것이 학생들에겐 연례행사였다.
엄마의 가계부 사정을 아는 기특한 학생들은
애시당초 참고서는 헌책으로 구입하는 걸 당연히 여겼고,
철없는 아이들은 부모님께 참고서값을 정가로 받아놓고 책은 헌책을 구입해
그 차액을 남겨 친구들과 떡볶이도 사먹고 영화를 보기도 했다.
시간은 그 때의 여학생을 훌쩍 어른으로 만들었고,
그 여학생은 이제 보수동에서 가을의 낭만을 느낀다.
입구에서 만난 헌책방 골목 간판!
올려다보니 머리엔 책까지 이고....ㅎㅎㅎ 책방골목 간판답게 근사하다~
아래로는 "여기부터 책방골목"이라는 안내가 친절하게 와닿는다.
입구에 있는 한 책방에 들어가봤다.
천장까지 쌓여 있는 책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쌓여 있는데,
어떤 책이 어디 있는지 과연 주인은 알고 있을까...?
호기심이 생겨 아저씨께 미션 하나를 내어드렸다.
"얼마전 타계한 이윤기 씨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 있어요?"
"네~ 있습니다"
자신있는 대답이 이어진다.
두권의 책은 30초도 안돼 내 손에 건네졌다.
오호~~!! 정말 대단하다!!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듯하지만,
쌓여있는 책들 속에 책방 주인만의 규칙이 담겨있나보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 새책처럼 상태 좋은 두권을 한권 값에 받아들었다.
이어, 아저씨의 입에서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가 술술술 나온다.
보수동책방골목의 역사는 한국전쟁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미군부대에서 나온 책과 고물상에서 수집한 헌책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보수동 책방 골목의 시초였다고...
전쟁이 끝나고, 인근에 노천학교가 들어서면서, 이곳은 학생들의 통학로가 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사서 공부할 사정이 못되었던 학생들에게 저렴한 헌책은 인기였다고 한다.
60~70년대엔 70여개의 점포가 있었을만큼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국 최고의 헌책방 골목이라는 자부심만은 살아있단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매년 보수동 책방축제도 연다하니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은 살아야 한다!!
짧지만 확고한 이 한마디를 가슴에 안고
이곳은 질곡의 세월을 건너 60년을 흘러왔을 것이다.
죄와벌, 달과6펜스, 80일간의 세계일주, 수레바퀴 아래서.....
고전을 찾아 읽고 싶어지게끔 그 누구도 아닌 "땅"이 유혹한다.
호밀밭의 파수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카프카의 변신....
아직도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교양을 들여다보라고, 거울을 비추는 듯 하다.
하수구 구멍에서도 오래된 책향기와 더불어 커피 향기가 난다.
맨홀 뚜껑마저도 책 홍보를 하니,
눈길 닿는 곳마다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
책방마다 내걸고 있는 간판도 다채롭다.
"편안하게 들어오셔서 구경하세요~ 여기는 진짜 헌책방입니다"
이 책 저 책 맘껏 꺼내봐도 책에 손때 묻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새책 같은 헌책 나라!
값싼 헌책이 새책 같다면....이런 걸 두고 "금상첨화"라 하지!
겸손을 나누는 서점...
이미 첫주인을 경험한 책들이라
새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엔 이미 겸손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왜 소외를 느끼는가?
헌책방 골목에서 만나는 심오한 철학적 화두!
그 답이 학문서점에 있는 건 아닐까 싶어 3m 걷는 수고로움을 더해
학문서점 앞을 서성여보기도 했다.
가는 길 멈추고 얼마든지 책도 읽고 가라고 의자까지 내어놓은 친절함!
비스비슷한 서점들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특화상품이 보이기도 한다.
사전, 만화, 아동전집 등
보수동 책방골목의 최고 인기품목들!!
어떤 책방은 갤러리의 역할까지...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발돋움 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보수동 책방골목의 이미지가 더욱 묵직해진다.
추억 한자락을 남기고 있는 커플...
이곳은 기꺼이 근사한 데이트 장소까지 되어주고 있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서점의 셔터에선 그라피티를 만났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매달 셋째주 일요일이 휴무라고 하는데,
모든 서점이 문닫은 그 때 와도 또 다른 볼거리가 있을 듯 하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 길에 서니 갑자기 햇살이 눈부시다.
헌책의 향기에 취해 있었던 순간이 꿈이었던듯 아스라하다.
골목을 거닐며 만나는 소박한 풍경은
대형서점은 흉내낼 수 없는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그 곳에선 진짜 가을향기가 난다....
첫댓글 김작가님을 통해 아름다운 가을을 마음으로 느낄수 있어 이 아침 참 행복합니다
마음은 지금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으로 가 있어요
책을 사랑 하기에 책있는곳은 어디를 막론하고 날아갈듯 기쁜 마음입니다
아름다운 책골목 사진들 행복한 마음으로 잘 보았습니다
부산으로 달려 가고파요 추억도 되살아 나고요
80년~84년까지 중앙동에서 살았거든요
중앙동이면...보수동과 멀지 않죠??
그렇다면 보수동이 낯익은 추억의 장소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네요~^^
책 있는 곳은 어디든 막론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하시니, 명실상부한 "애서가" 십니다!! ^^
다음에 부산 가면, 추억의 보수동 책방 골목...꼭 한번 들러보고 오세요~^^
아~ 부산에 이런곳이 있었군요... 이모네가 부산이라 자주가는데... 저두 한번 김작가님 흔적찾아 떠나봐야겠네요... ㅎㅎ
헌책방 골목 치고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아서, 가볍게 산책 하듯 둘러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그러다가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찾아내면, 그야말로 보물을 찾은 기분이겠죠??
남포동 극장가가 근처에 있으니, PIFF의 메카에서 영화도 한편 보고 오세요~^^
헌책방이 도시에서는 무너지고 있는데..부산에서는 그래도 우직하게 유지되고 있군요..
고향에서의 책방골목나들이....좋았겠어요..
네~!!좋았지요!! 가을이라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인천 신포동에 있는 헌책방 골목도 생각이 나던데요?? ^^
인천은 신포동이 아니라 배다리랍니다..배다리...그곳에서의 데이트는 좋았었지요?
ㅎㅎㅎ 배다리가 신포동 근처 아닌감요??
그곳에서의 데이트도 좋았지요~^^
옛날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은데 새로 책을 사기가 주저합니다. 헌책방을 찾아야겠네요. 에고!그때가 언제일런지...좋은 소식 잘 봤어요.
대형서점에 가야만 살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라면 헌책방을 이용하는 것도 경제적일 듯 해요.
가실때 헌책방에 팔 책도 몇권 갖고 가시면, 책 구입에 부담이 훨씬 덜 하겠죠? ^^
지금은 구미에 살고 있지만 30년을 살았던 대구에도 예전엔 헌책방골목이 제법 있었는데 요즘엔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얼마전 KBS '다큐3일'에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이 나와서 관심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 저런 곳이 있다면 참 근사할 것 같습니다. 물씬 풍기는 책의 향기에 취해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찾기 하듯 알짜배기 책을 찾는 재미가 쏠쏠할텐데 말이죠. 서평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신간에는 묵은 김치같은 느낌이 없어 좀 아쉽습니다. 김작가님의 여행담을 보며 영국의 헤이온 와이처럼 작은 책마을이 전국 방방곡곡에 생겼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아~ 다큐3일에 보수동 책방골목이 나왔었군요... 찾아서 다시 보기로라도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
영국에 책마을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들었네요. 몇권의 책을 읽어도 알 수 없는 상식을 덕무조아님의 짧은 댓글 속에서 배우고 갑니다!! ^^
헉~부산이군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독클의 김작가님^^
부산에 가면 꼭 찾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어데로....^____^
음...다음은 바다 밖으로??? ㅎㅎㅎ
오래된 책 향기가 나는 것 같네요....멋진 곳을 두루두루 다니시는 김작가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오래된 책향기!! 정말 저 골목에 가면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답니다.
아이들 책도 전집으로 싸게 팔던데, 필요하시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해보세요!! ^^
김작가님 덕분에 오랫만에 보수동 중고책방을 보게 되네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도심환경정비사업이 이루어진듯 하네요 예전 그러니까 1985년정도만 해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는데 그래도 서점속에 들어앉아있는 책들은 변함없는것 같네요 학창시절 참고서 산다고 부모님한테 공갈쳐서 이곳에서 헌책으로 ㅎㅎㅎ 참 책은 이래서 좋은 것 같아요 이래저래 굶주린 인생에 도움을 주니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ㅎㅎ
하하하~ 부모님께 참고서 산다고 돈 받아서 헌책 샀던 그 문제의 학생이 여기도 계셨네요!! ㅎㅎㅎ
부산에 사는 학생들에게 보수동 책방골목은 "모르면 간첩" 소리 듣지요!! ^^
그런데, 물잡이님은 그 시절 남긴 돈으로 뭘 하셨나요??? ^^
음 그건 탑시크리트랍니다^^
탑시크리트??? 흠...설마...??? ㅋㅋ
저도 부산살적에 자주 갔었는데 사실 온라인 헌책방 보다 많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자주구경은 했지만 구입은 몇 번 밖에 안했어요. 그때 저의 느낌엔 관광명소 같은 느낌이였어요.^^*
사진으로 다시 보니 참 반갑고 정겹네요..
헌책은 정가가 있는게 아니니 흥정을 잘 해야겠지요~! ^^
골목이 많이 정비되어서 예전의 정취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책향기는 살아있어서 좋았답니다~^^
김작가님 담에 이런 데 또 가실 땐 벙개라두 함 치시죠. ㅎㅎ 따라가고픈 1人 ^-^
하하하~ 진짜요??
참고하겠습니다~!!! ^^
보수동 헌 책방 골목에서 가을에 익숙한, 눈으로 목마른 지식을 탐하셨다면,
인근 자갈치에서 객고를 푸는 한 잔의 부산 소주를 곁들이는 것도 지식인의 필수 교양.....
풍류를 아실만한 분이.........쩝!!!
풍류를 알만한 사람이 그냥 왔을리 있겠습니까?
자갈치 시장에서 꼼장어 안주 삼아 부산의 자랑 C1 소주 한잔 맛보고 왔습니다~ ^^
추억이 있는 부산 보수동,60년이상 이어져 오는 책골목길, 이색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김작가님 추억속으로 한페이지 흔적이네요.
부산엔 특화된 골목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방골목이죠.
다음에 부산에 가게 되면 또 다른 특화골목을 하나쯤 찾아내어 둘러보고 오고 싶네요~!
제 삶 속 또 하나의 의미있는 추억 한페이지를 위하여~^^
계속 인터넷 서점만 들락거리다 몇일전에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서 정말 오랜만에 서점에 갔더니 정말 사고싶다..사고싶다라는 책이 많더군요~ 이책도 들어봤다가 저책도 들어봤다가 결국 책한권만 집어들고 사고싶은 책들은 기억해뒀다가 3%의 행복으로 들어가서 사고^^ 헌책방..은 제주도에 없네요. 한군데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가격차이가 별로 없더라고요~ 헌책방있는 동네가면 꼭 들러보고 싶습니다. 아마 그땐 양손은 무겁게 하고 발걸음을 나서겠죠?ㅎㅎㅎ
책욕심 많은 가을하늘아래님!! ^^
자칫 헌책방에 잘못 발디뎠다가 가산 탕진하시는건 아닌지?? ㅎㅎㅎ
그래도 독클의 3% 행복나눔방을 잊지 않고 이용하신다니, 독클에서 상줘야 할 것 같아요!! ^^
높은 경쟁률 속에서 살아남은 그 한권이 어떤 책인지 궁금~^^
가을이라 그런지 감수성이 풍부해져서요 ㅎㅎ 지금사랑하지 않는자,모두유죄 !!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책이네요 ^^
노희경 작가....ㅎㅎ 무죄 판정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시길~~~!!! ^^
정말로.진정으로."책은 살아야한다" 가슴한복판에 콕 박히는 말이네요...^^
이윤기님....일찍 떠나셔서 아까운분중 한분이에요..그춍??ㅜㅜ
맞아요!! 그 어렵다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쉽고 재밌게 잘 담아내셨더라구요.
저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도, 그 책만은 오래 오래 살아있을듯 하네요!! ^^
부산에 이리 큰 헌책방골목이 있군요. 우리집 단지내 상가 지하에 큰 헌책방이 있어 종종 들러 얼마안되는 돈으로 한보따리 사오곤 하는데... 그래놓곤 시간없어 여직 쌓아만 두고 읽지 못한책이 많아요. 그래도 그 앞을 지나면 또 뭐 들어온거 있나 들어갈 때가 있으니...ㅠㅠ 간만에 들어와 지각댓글 달고 갑니다. 꾸벅~
목마와숙녀님! 엄청 바쁘셨나봐요. 독클에 진짜 오랜만에 들어오신 거 맞죠?? ㅎㅎ
가을 여행지로 추천한 보수동 헌책방 골목 글에 겨울의 첫 시작날 댓글을 다시다니!! ㅎㅎ
목마와숙녀님의 이름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저 즐겁습니다..^^
집근처에 큰 헌책방이 있다니...부러운데요?
읽고 싶은 책들을 부담없이 사서 볼 수 있으니 말이죠.
너무 부담 없다 보면, 사놓고 안 읽게 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암튼 댓글로나마 안부를 전해들은 듯해 기쁩니다!! ^^
하하하~~ 멋진 곳이군요~~ 저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네요...제가.. 딱 저런, 헌책방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던거 같아요~~ 헌책방을 보니까 생각나네요..그러나,현실은...저 책방안에도 치열한 삶이 존재하고 있는거겠죠?? 하하하~~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헌책방 주인의 꿈, 버리지 마세요!!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하하하~" 웃음으로 반길 책방 주인 아저씨!
그런 칼활님의 모습을 언젠가는 뵐 날이 있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