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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군대의
강력한 개혁을 위해 이 칼럼을 올립니다!!!
- 한국 무기시장의 ‘큰손’ 록히드마틴의 질주 -
겹경사의 향연, F-35에서 사드까지 ‘꿀꺽’
한국정부, 향후 5~6년 안에 록히드에 12조원 이상 지불해야
… 사드 한국 배치는 타 지역 매출신장에 크게 기여할 듯
한기홍 월간중앙 기자
1. 록히드마틴의 CEO 겸 회장을 맡고 있는 매릴린 휴슨. 휴슨은 2014년 미국 500대 상장사의 여성 CEO 중 최고의 연봉(370억원)을 받았다. / 2. 지난해 11월 록히드마틴의 최신예 전투기 F-35기 2대가 미국 샌디에이고 연안에서 훈련 중인 니미츠 항공모함에 착륙했다.
록히드마틴(이하 록히드)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F-15K 등을 앞세운 보잉사가 장악하고 있던 한반도 무기시장을 록히드가 접수한 것이다. ‘보잉이 거하고 록히드가 임하는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실상 록히드의 지난 5년간 성적은 그렇게 빼어난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수준이다. 2010~2015년 맺은 무기도입 계약은 40여 건, 79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가장 액수가 큰 대형 수송기 도입사업(약 4300억원)과 야간표적식별장치 2차 사업(약 1850억원)을 빼곤 부품 도입이 주류였다.
2016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세대 전투기 F-35 40대 도입사업에서만 2021년까지 7조3419억원을 가져간다. 차기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Ⅲ(Batch-Ⅱ)에 탑재할 이지스 전투체계 사업도 차지했다.
이지스 사업에서 가져갈 돈도 물경 1조5천억원. 1조8천억원이 필요한 KF-16 개량사업 책임 업체도 영국 BAE시스템스에서 록히드로 변경됐다. 겹경사의 향연이다.
록히드는 보잉과 함께 세계 무기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다. 연간 매출액은 50조원 규모, CEO는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매릴린 휴슨이다. 휴슨은 2014년 미국 500대 상장사의 여성 CEO 중 최고의 연봉(37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록히드의 주가는 3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상승률이 11.4%에 그친 것에 비춰보면 대단한 성과다. 미 500대 상장사의 배당률 평균치가 2% 미만인 상황에서 록히드의 배당률은 3%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에 무기를 팔아 아직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록히드의 주요 임원진은 주로 미 펜타곤(국방부)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펜타곤과 긴밀한 의견교환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현역 군인들도 무기개발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기업 문화 자체가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한 전문가의 전언이다. 월터 샤프, 존 틸럴리 등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도 록히드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틸럴리 등이 사실상 미국 방위산업체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국제방산업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한 것은 이들이 한번 발언하면 국내 정치권에도 이에 호응하는 무기도입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도 사드 도입을 권유한 바 있다. 정 의장은 그러나 귀국 직후 “중국이 악을 쓰고 안 된다는데 미국이 하자고 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불과 3~4년 전 주한미군 사령관(월터 샤프)을 지낸 인사가 자신을 상대로 로비로 비쳐지는 무기 구매 권유를 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록히드는 최근 에너지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미국의 가장 큰 가스·수도·전기 공급시설 10곳 가운데 8곳이 록히드의 기술을 사용한다. 이 분야에서 지난 5년간 약 35%의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해안가에 10㎿짜리 발전소를 건설하는가 하면, 스코틀랜드 북쪽 해안에는 거대한 터빈을 활용한 조력발전소를 세우고 있다. 완성 땐 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목을 끄는 록히드의 도전 중에는 초소형 핵융합 원자로가 있다. 크기는 트럭 뒤에 실을 만큼 작고, 핵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 원자로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10년 안에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록히드의 사업 영역 확장의 배경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미국 국방예산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전은 국방예산이 돌아오면 대부분 사라진다”고 단언하지만, 미국 국방비 지출이 호시절의 수준으로 컴백할 수 없다는 것은 이들도 잘 알고 있다. 록히드가 한국, 중동, 동남아 등 수요국에 자사의 무기 판매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록히드는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상당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공군 전투기 F-16을 비롯해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의 전투지휘체계, 육군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등 록히드의 제품은 육·해·공군을 망라해 고루 분포돼 있다. 공군 주력기 F-15K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기 ‘피스아이’ 는 미국 보잉으로부터 도입한 무기다. 한반도는 록히드와 보잉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산 무기가 지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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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사업 성패, 록히드의 기술 이전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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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생산 공장에서 제작 중인 F35 전투기들이 조립라인에 진열돼 있다.
록히드의 대 한국 매출에는 부품 조달이나 전력무기 개량사업비 등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6년 안에 한국 정부가 록히드에 12조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드까지 도입하게 되면 록히드의 매출은 껑충 뛴다. 1개 포대 배치에 1조∼1조5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적 인사 중에는 한국에 3개 정도의 사드 포대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높아져 다른 지역에서의 매출도 급신장할 것으로 록히드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하는 ‘보라매사업’에서도 록히드는 쾌재를 불렀다.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고 록히드는 국외기술협력업체(TAC)로 참여하게 됐다. 대한항공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항공기 개발 경험과 기술력 면에서 KAI에 뒤져 탈락했다. KF-X사업은 공군이 보유한 F-4와 F-5 등 노후한 전투기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18조원이다. 개발기간은 올해 후반기부터 10년간, 이후 7년에 걸쳐 100여 대의 전투기를 생산하게 된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미국이 개발한 F-16보다 우수한 전투기를 보유하게 된다.
록히드는 KAI와 KF-X 기술 이전 및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KF-X가 명실상부 국산 전투기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분야인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주요 항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스텔스 기술과 내부 무장창 설치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록히드가 한국에 이전해줘야 하나, 그 과정이 순조로울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통제하는 미국 정부의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이전과 투자를 약속했던 록히드 역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들어 핵심 기술 이전에 대해 아직 확언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록히드의 협조 없인 ‘무늬만 한국형 전투기’로 전락하며 막대한 자금만 낭비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른바 ‘깡통 전투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저간의 사정이다. 여기엔 KAI의 T-50(고등훈련기)의 경험에서 나온 트라우마가 작용한다.
T-50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돼 정부 예산 70%와 KAI가 17%, 록히드가 13%를 부담하는 공동 국제개발 형태로 추진됐다. 한국의 항공산업 기술은 이 사업 시작 당시 2.1∼3.9점에 불과했으나 미국 업체와의 기술 협력으로 2004년 말에는 대부분의 기술이 선진국 수준(5점)에 가까이 간 4.0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선진국 대비 30년 이상에 달했던 기술격차를 5년 내외로 줄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KAI는 이를 통해 기술체계 통합과 형상 설계에서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미 공군 납품을 추진하고 있고 전망도 어둡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비행제어와 항공전자장비 등 전투기의 심장에 해당되는 핵심 기술은 여전히 록히드가 독점하고 있다. T-50을 수출할 때면 매번 록히드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익 상당부분이 이 회사 차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록히드는 T-50 개발비의 13%에 해당하는 3천억원을 투자했다. 대신 그들의 수출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T-50을 1대 수출할 때마다 150만 달러를 로열티로 가져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미 공군이 2021년부터 2029년까지 350대의 고등훈련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추가도입 예정 물량 300대를 포함하면 사업비 규모는 최대 2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T-50이 선정된다 해도 매출 이익의 상당부분은 록히드 차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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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에 밀린 보잉은 공중급유기에 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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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록히드마틴과 공동 국제개발 형태로 추진해 생산한 고등훈련기 T- 50 편대.
트라우마는 계속된다. T-50이 막상 양산되고 수출시장에 나오자 록히드의 태도는 변했다. 록히드와 손잡고 T-50 수출을 모색했던 KAI는 UAE·폴란드·싱가포르·이스라엘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수출에 성공한 필리핀·인도네시아·이라크 등은 모두 우리 정부와 KAI가 독자적으로 개척한 수출시장이다.
T-50 수출 추진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인사는 “폴란드의 경우 록히드에서 수출을 맡겠다고 나섰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자사가 운용하는 PAC-3 방어시스템을 팔기 위한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폴란드 수출 때 차라리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록히드가 급성장하고 있는 KAI를 견제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KAI에 기술이전과 함께 마케팅까지 해주는 것을 장래의 라이벌을 키우는 행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무기 획득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군 내외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보잉은 1960년대 맥도널 더글러스 시절 F-4 팬텀 전투기 100여 대를 판매한 직후 대규모 거래가 없었다. 하지만 2002년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에서 F-15K 40대 판매에 성공하면서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2차 사업에서 20대를 추가로 공급하고, 2006년에는 E-737 조기경보통제기 4대 수주에 성공하는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해 2조원대 ‘아파치 가디언’ 헬기(AH-64E) 36대 판매를 성사시킨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잉측은 4월 14일부터 입찰이 시작된 공중급유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레이시온은 사람들의 눈에 띌 만한 대규모 사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각종 미사일과 전자장비를 공급해 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잉과 록히드가 무기를 판매하면, 레이시온의 미사일이나 장비들이 패키지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윈도우 운영체계를 구입하면 MS 오피스가 함께 제공되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록히드와 보잉의 항공기를 도입한 데 따른 수리부속과 기술지원 등의 명목으로 미국에 유출되는 국부는 연간 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미국은 한국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무기 구매국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무기 거래에 관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수년째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국제적인 군사정보 분석 업체 IHS가 올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세계 7위 무기 수입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이 도입한 무기 가운데 미국산은 80%에 육박한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9∼2013년 5년간 미국으로부터 약 38억2400만 달러(약 4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 약 38억2500만 달러어치를 도입해 1위를 차지한 호주와는 불과 100만 달러 차이다.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인 셈이다.
이 기간 한국이 미국에 무기대금으로 지불한 돈은 미국 전체 무기판매 수익의 9.78%에 달한다. 영국이 미국 무기 구입에 지불한 액수는 3.77%에 불과하고 일본도 3.76%에 그쳤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 임에도 미국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는 못했다. 미국은 무기 수출 시 동맹국의 등급에 따라 무기 구매가격과 기술이전 조건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에야 나토(NATO)+3국(일본·호주·뉴질랜드) 수준으로 격상됐다.
한국이 이처럼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은 것을 비판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반도 방위가 한·미 연합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미군 무기들과의 호환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 특수한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미국 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안보불안’이 상존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성능이 우수한 미국산 무기를 많이 도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제 무기 도입 국가 다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정 국가에 무기 도입이 편중돼 있는 것은 전술적 위험 부담이 적지 않고, 협상 능력이 약해져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육·해·공군 무기체계 가운데 미국산 의존도가 가장 낮은 곳이 육군이다. 육군은 개인화기 K-2소총에서부터 전차 장갑차 화포·대공화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무기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K-9자주포는 ‘명품 무기’로 알려진 독일의 판저하우비츠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거리와 반응속도가 거의 비슷하고 기동 면에서는 오히려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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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잠수함 기술 이전의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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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계약이 체결될 공중급유기 입찰에서 유럽 업체가 활로를 찾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판세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진 분위기다
대공·대전차 미사일, ‘비호’와 ‘천마’와 같은 지대공 미사일, 탄도탄 미사일 현무, 순항미사일 현무 3A, 3B, 3C도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현무는 기존 미국 미사일 나이키·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형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개념연구 단계부터 미국의 심한 견제를 받았지만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현무미사일은 유사시 평양 타격을 위해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산이 적지 않은 해군 무기체계에서도 참고할 대목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잠수함이다.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209급 잠수함 9척과 214급(1800t급) 잠수함 4척은 모두 독일 하데베사가 제작했다.
해군은 1970년대부터 중형 잠수함 획득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해군은 제1, 2차 세계대전 시 잠수함 U보트 공격으로 연합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잠수함 강국인 독일과 접촉해 1987년 209급 1차분 3척을 주문했다. 잠수함은 독일에서 건조됐지만 이후 국내 업체 대우중공업이 조립하는 형태로 조금씩 기술이전이 돼 3천t급 중형 잠수함은 상당부분 우리 기술로 건조될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209/214급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얻은 기술 덕분에 3천t급 잠수함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며 무기 도입선을 다변화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록히드에 크게 밀리고 있는 보잉이 한국 무기시장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공중급유기다. 공중급유기는 우리 공군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방위사업청은 4월 말까지 가격 입찰을 끝내고 5월 중 종합평가를 거쳐 6월에는 기종 선정과 함께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사업비는 1조4880억원에 2019년까지 모두 4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사업에는 미국 보잉사의 KC-46A,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KC-767 MMTT 등 3개 기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판세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진 분위기다.
보잉은 환율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큰 고민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유로화의 가치 급락이 최근 더욱 심화되며 원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하락했고, 그 효과를 에어버스가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에어버스는 2천억원 가까이를 절감할 수 있게 됐고, 보잉은 1천억원가량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급유기 입찰에서 유럽 업체가 활로를 찾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른 무기와 달리 공중급유기는 전 세계 시장에서 에어버스사의 A330 MRTT가 강세를 보여왔다. 최근 10년 동안 총 12개 국가에서 60대의 계약 및 주문을 받아 이 가운데 22대가 실전 배치됐다.
경쟁사인 보잉의 KC- 46A는 미 공군(2017년까지 18대) 외에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에어버스의 ‘압도적 우위’를 점치기도 하지만 “결국 보잉으로 간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제품력 이전 한미동맹의 미묘한 ‘관계의 힘’이 여전히 한국 무기시장의 판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방산업체와 ‘장군’들의 30년 밀월 - 국군 무기사업은 추악한 ‘별들의 전쟁터’
“‘별’ 개수가 곧 실적” 산업체들 퇴역 장성 싹쓸이 채용
… 사업 쪼개 업체들 간에 나눠 먹기 성행 군피아들의 복마전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전투력과 직결되는 방위사업에 구멍이 뚫렸다. 전·현직 고위 장교와 무기 로비스트들이 밀고 당겨주며 방위사업을 그들의 먹거리로 전락시켰다. 국내외 무기업자들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무기사업은 ‘로또’로 불린다. 거래하는 품목의 가격이 천문학적이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 납품이 성사되면 장기간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조달 등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군사보안과도 엮여 있어 로비스트가 활동하기에 이보다 좋은 놀이터가 없다. 고소득이 보장되고 군과 정치권에 영향력을 거머쥘 수 있는 로비스트는 전역 후 재취업을 바라는 고위 장교들에게 선망의 자리다.
어쩌다 한 번씩 터지는 방위사업 비리는 늘 충격적이다. 금액이 천문학적이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부정부패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한두 해에 몇 사람의 일탈이 아니기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처방도 어렵다. 출범한 지 5개월째를 맞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수사 진행을 보면 털어도 털어도 계속 먼지가 풀풀 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합수단은 검사 16명을 비롯해 정부기관 7곳에서 1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수사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8일 합수단이 발표한 수사현황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비리들은 ‘군피아’끼리의 복마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비리 연루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장교는 15명이다. 방위사업청 공무원 1명과 일반인 6명을 포함하면 모두 22명이다. 구속 기소된 예비역 장성만 5명이다.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총장 재임 때 호위함 방산업체 선정 비리와 정보함 납품 비리에 연루돼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은 차기 호위함 등 수주·납품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STX에 금품을 요구하고, 아들 회사를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비리가 적발된 사업 규모는 1981억원에 달한다.
군함사업을 추진한 해군이 1707억원으로 가장 많다. 공군은 243억원, 육군과 방위사업청은 각각 13억, 18억원의 사업 비리가 적발됐다.
방산비리 수사의 기폭제가 된 통영함·소해함 사건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관학교 3년 선배인 예비역 김모(62) 대령이 로비스트로 등장했다. 전투기 정비서류를 허위로 꾸며 243억원을 가로챈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 비리 사건에는 예비역 공군 중장 천모(67)씨가 이 업체 회장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 예비역 공군 대령 2명은 각각 사업본부장, 사업개발팀장으로 재직하며 공군의 선후배들에게 각종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의 수사는 해외업체가 참여한 대형 사업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3월 15일에는 거물급 무기 로비스트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 회장은 500억원대 방위사업 예산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광공영이 중개한 1365억원 규모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에서 장비 가격을 부풀린 혐의다. EWTS 사업에서 일광공영은 터키의 무기업체 하벨산의 국내 에이전트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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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군인이 군-업체 메신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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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기중개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이규택(사진) 일광그룹 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은 3월 11일 일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일광공영이 참여한 방위사업의 불법성을 조사 중이다.
일광공영 압수수색과 이 회장의 구속으로 방산비리 수사는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 회장과 공모해 사기를 벌인 혐의로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의 이사 조모(49) 씨도 함께 구속됐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권 전 상무는 2007년까지 방위사업청에서 EWTS 사업을 담당하다가 전역한 뒤 SK C&C에 상무로 취업했다. SK C&C는 500억원대의 EWTS 연구개발 용역사업을 하벨산사로부터 재하청을 받았다.
조씨는 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EWTS사업 계약 당시 하벨산 한국지사장의 통역을 맡았고, 2009년 ‘불곰사업’ 비리사건 때에도 하벨산 임원에 대한 로비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일광공영 대표인 이 회장의 장남(40)과 일진하이테크 대표인 차남(33)도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일광공영은 이 회장이 1985년 설립했다. 무기 중개업계에서는 메이저 업체로 꼽힌다.
옛 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는 ‘불곰사업’에도 참여해 수수료 800만 달러를 이 회장이 빼돌렸다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받기도 했다. 이때 일광공영이 중개한 거래금액은 3억1천만 달러에 달한다. 수수료만 2380만 달러를 받았다.
당시 도입한 무레나(Murena) 공기부양정(3대)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유지비가 비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당 435억원을 주고 도입했다. 일진공영은 2013년 7월과 12월에 무레나 부양정 부품 조달을 위해 각각 25억1천만원, 37억5천만원의 추가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한국이 무레나 공기부양정 추가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방산비리 합수단이 출범하기 직전이다. 이 밖에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보강 사업에도 이 회장이 관련돼 있다. 방사청은 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이스라엘 업체의 중개를 맡은 이 회장이 각종 기밀을 유출했다며 군검찰단에 수사를 의뢰했다.
일광그룹에는 전직 고위장교들이 다수 취업해 업체와 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사청의 전직 국장 A씨는 대기업을 거쳐 올해 초 일진하이테크에 고문으로 취업했다. 육군 소장 출신인 김정일 초대 방사청장도 한때 일광공영의 고문을 지냈고,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은 2010년부터 2년 동안 가수 클라라가 소속돼 있는 일광폴라리스 대표로 재직했다. 김 전 사령관의 취업에 앞서 방사청은 2009년 12월 29일 이 회장의 신원조사 결과가 부적격하다며 일광공영의 보안측정결과를 부적격 판정하고 조달원 등록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대표이사가 변경됐다며 적합하다고 판정을 번복했고, 김 전 사령관은 두 달 뒤 일광폴라리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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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가 이권 놓고 ‘패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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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열린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사진 왼쪽)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아들의 회사를 행사 주관사로 지정하고 후원금 명목으로 STX로부터 7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방산비리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출신과정과 계급, 상명하복, 퇴직 후 취업문제 등 군 특유의 문화가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영관급 출신의 한 예비역 장교는 예비역과 현역 간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군에서는 퇴역을 해도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퇴역 장성들은 여전히 군에서의 계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계급정년 등으로 인해 다른 직업군보다 이른 나이에 퇴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들이 후배의 취업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런 순환구조가 방산비리에 대한 죄의식을 둔감하게 만드는 듯하다. 게다가 감시 역할을 해야 할 헌병·기무사·감찰 등 군 사법기관은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이런 온정주의도 방산비리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방산업체에 재취업하는 예비역 장성, 영관 출신 장교 등 속칭 ‘군피아’를 솎아내지 않으면 방산비리의 뿌리를 뽑아내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에 적발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례나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사례 모두 방산업체에 취업한 예비역 장성·영관 출신 장교들이 검은 커넥션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
정 전 총장은 큰아들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통해 STX에서 7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구속 기소됐는데, 뇌물을 공여한 이는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이었다. 윤 전 사령관은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전역한 뒤 STX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윤 전 사령관을 통해 후원금 조로 1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0월 진행된 국제관함식 행사 주관사로 장남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지정하고 광고협찬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특히 STX 측이 광고 협찬비 집행을 늦추자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이야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직접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STX는 그 뒤 해군 전력증강사업에 잇따라 부품을 납품하는 등 사업상의 혜택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STX 측은 관함식 직후인 2008년 11~12월 차기 호위함용 디젤엔진 2기를 70억여 원에, 유도탄 고속함용 디젤엔진 18기를 735억원에 수주했다. 2009년에는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3439억원 규모의 호위함 건조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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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개수와 수주금액 정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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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총장에게 뇌물을 건넨 STX는 2008년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 대통령 수행단에 민간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후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되는 등 해군 전력증강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A사와 B사도 군에서 무기 도입·개발 사업을 담당했던 예비역 장성·영관급 출신들을 채용해 영업에 도움을 받은 경우다. A사는 2007~2013년까지 7년간 해군이 적의 어뢰 공격에 대비해 보유하는 ‘기만기’를 개발해 올해부터 군에 납품한다. 그런데 해군 대령 출신으로 방위사업청 산하기관에서 근무했던 C씨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A사에서 2010~2013년까지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수주기간과 근무기간이 겹친 셈이다.
S사는 2011년 11월 군이 C4I(지휘통제자동화체계) 연구개발 업체들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4개 업체 중 하나다. 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C4I를 통합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중이었다. S사가 육군과 해군에서 대령으로 예편한 D씨와 E씨를 기술 자문 명목으로 채용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2011년 4월, 즉 MOU를 맺기 7개월 전이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대령급 이상 예비역 군인의 경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 2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방위사업청 소속 직원은 대통령령에 따라 제한이 더욱 강화돼 중령 이상 및 5급 이상 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며 만일 취업을 원할 시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에 적발된 예비역 장교들은 전역 후 짧게는 3개월, 길어야 1년 안에 방산업체에 다시 발을 들였다.
정부가 법으로 취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불법 취업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군 출신 선배와 후배인 현역 군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산업체는 군의 무기 도입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얻으면 사업 진행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무를 담당했던 대령·중령급 장교를 전역 직후 채용하는 게 이익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계약직 형태로 불법 취업을 시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무기 개발을 전적으로 맡아왔지만 최근엔 업체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경향이 많다”며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교들은 최신 기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기 위해 채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방산업체들이 예비역 장성·영관급 채용에 목을 매는 것은 회사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예비역 장성·영관 출신 장교들을 보유하느냐가 방위사업 수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H사의 경우 2013년 말부터 예비역 장성 등을 대거 영입했는데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2012년 7900억원 규모에서 2013년 말에는 1조원을 훌쩍 넘겼다. 불과 1년 사이 2천억원 이상의 매출 신장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H사가 방위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군단장급을 영입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별 개수와 사업 실적은 정비례한다’는 방위산업의 속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군피아의 결속력은 어느 조직보다 견고하다. 과거에 비해 예비역 장성·영관급이 많아지면서 예비역들은 경쟁관계에서 협력관계로 관계설정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서로 공생하기 위해 ‘그들만의 룰’을 정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에 비해 현재는 퇴직 후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 그만큼 누적된 예비역들이 많아서다. 특히 과거에는 사업 수주실적을 위해 과당 경쟁하기도 했다. 당연히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계약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만의 룰을 만들었다.
턴키방식이 아닌 사업 프로젝트를 쪼개서 공동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해군 군함 납품사업 건이 있다면 예전엔 한 업체가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면, 이젠 설비는 어느 업체, 구조와 건조는 어느 업체 등 나눠먹기를 한다. 물론 여기서도 ‘별 개수의 원칙’은 적용된다. 예비역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업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함께 살자’는 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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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출신 로비스트 근절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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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특수선건조암벽에 구조함인 3500톤급 통영함이 방진포를 뒤집어쓴 채 정박돼있다. 통영함은 방산비리로 방위사업청이 인수하지 않은 상태다. /
2. 러시아로부터 구소련 경협 차관 대신 들여온 해군 공기부양정 무레나(Murena)가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 무레나 도입에는 구속된 이규택 일광그룹 회장이 활약했다. 잦은 고장과 높은 유지비 때문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턴키방식(Turn Key)은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의미다. 설계에서 시운전까지 모두 책임지는 공사방식으로 일괄입찰, 일괄수주계약이라고도 불린다. 턴키방식의 장점은 발주자 입장에서는 책임소재를 일원화할 수 있고, 낙찰업체 입장에서는 수주금액이 높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공사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사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나타날 수 있고, 참여업체 간 담합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장비성능 평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소수의 군 관계자가 밀실에서 결정하는 구조도 방산비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군과 무기업체, 무기중개상을 잇는 군피아 카르텔에서 전·현직 군 관료들이 주역이 된 건 우리나라 무기중개상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나라에서 무기중개업체의 활동이 본격화한 건 1970년대부터다. 한국군 현대화 계획이 진행되고 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이 이맘때 시작됐다. 이땐 국내외 군 장비업체들의 호황이 시작됐다. 덩달아 무기중개상들도 특수를 누렸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과 같은 대형 업체들은 자체 조직과 정치력을 이용해 영업이 가능했지만 한국 무기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외국 업체들은 국내 상황에 어두워 중개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개상은 외국의 군 장비업체의 국내 대리점 역할을 하고 수주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수료율은 수주금액의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장비 단가가 높고 사업비가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다 보니 수수료만으로도 건당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 챙길 수 있다. 게다가 수수료로 드러나지 않는 리베이트나 비자금은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번에 구속된 일광그룹 이 회장도 1300여 억원짜리 사업을 수주하면서 5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중개업체가 군 출신 로비스트를 통해 군 관계자들과 쌓은 친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려 수주한 뒤 무기 공급업체와 계약한 사업비를 제하고 남는 돈을 빼돌리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빼돌린 차액은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로비자금으로 쓰인다. 무기중개상은 납품업체와 구매자(군)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일반적인 무역중개상(오퍼상)과 같은 개념이어서 운영비가 적게 든다. 또 소규모 창업으로도 영업 수완에 따라 큰 실적을 낼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다만 전문적 지식과 군 내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인맥도 밝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무기중개시장에서 군 출신의 고위직 영입이 활발해지고 이들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무기중개업체가 난립하고 군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1984년 ‘군 무역대리점’ 제도를 만들어 군수물자와 장비에 특화된 무역업체들의 등록을 받았다. 등록된 업체들은 정기적인 보안평가에 따라 퇴출되거나 지위를 유지했다. 업체 운영에 군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자연히 군 내부에 인맥이 넓은 퇴역 군인들의 활용가치가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국내 무기도입시장 규모가 커지자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이들의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중개상을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덩달아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내 방위산업시장 규모는 올해 국방비 중 무기 도입 및 개발 비용을 기준으로 1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10월 방사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무기중개상을 거쳐 체결한 계약 금액은 2조5800억원이다. 국내에 활동 중인 중개업체는 300여 개. 이 가운데 30여 개 업체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계약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외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 방산업체들까지 군 고위직 출신 영입을 확대하고 나섰다.
무기 거래는 대부분 막후 로비를 통해 이뤄지는데,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기준을 미리 정하고 입찰경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군 출신들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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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들에게도 방위사업 참여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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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전투기사업(F-X) 가격 입찰에 참가한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보안서약서를 제출하고 있다.
현역 군인의 경우 방산비리에 연루되면 형사 처분은 물론 불명예 제대라는 씻지 못할 오명을 달기도 한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의 속성 상 명예로운 퇴진마저 팽개치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부에선 군 내부에 만연한 제 식구 감싸기를 원인으로 꼽는다. 잘못을 저질러도 적당히 덮으면 그만이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에 대한 군사법원의 처분은 이런 주장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합수단 수사에 따라 구속기소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은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방사청 소속 황모 해군 대령과 최모 중령은 지난 1, 2월에 각각 보석으로 석방됐다. 야전 상의 납품 물량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방사청 김모 대령은 지난 3월 6일에 풀려났다. 시험평가서를 허위 작성해 총알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을 납품하도록 한 박모 중령은 2월 6일 구속됐다가 불과 열흘 만에 석방됐다. 이들에게 석방을 허가한 건 군사법원이다.
같은 사건으로 민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간인 신분의 예비역 군인과 일반인들은 한 명도 석방되지 않았다. 통상 민간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40% 정도다. 비리형 사건 등 특수한 사안에 대해선 더욱 엄격하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석으로 풀려난 이들 중 일부는 구속수사 때 했던 진술을 번복해 수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군 고속단정 납품비리를 수사한 경찰을 해군 현역 준장 김모(56) 씨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경찰이 언론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면서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에 대해 개인의 실명이 거론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당사자의 실명을 숨기고 이니셜로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현역 군 장성이 비리 혐의를 수사한 경찰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는 김씨가 입건되더라도 경찰의 수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통해 김씨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국방부에 입건 의뢰를 통보했을 뿐이다.
이후 사건은 군 검찰단에 의해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 사법권을 가진 속칭 권력기관의 경우 서로 견제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군은 사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구조에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퇴직 후의 재취업 때문이라면 결국은 돈 때문일까? 예비역 장성인 K씨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K씨의 설명이다.
“대장의 연봉이 1억2천만원이면 준장 이상 장성은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다. 대령도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 위관급인 대위도 연봉이 4500만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군인 연봉을 민간 대기업 임금에 상응한 수준으로 파격 인상시켜 주면서 군인 연봉은 여타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기업 연봉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
연금 수혜 대상이 되는 20년 전에 자진전역 하거나 중대한 사고 등으로 강제 전역하지 않는 한 소령 이상은 전역하면 100% 연금 수혜 대상이 된다. 월 250만~500만원 가까이 연금을 받는 고소득자들이다. 퇴역 후에도 비정규직의 2~3배에 달하는 연금으로 불편 없이 여생을 명예롭게 보낼 수 있다.”
그러면서 K씨는 방산업체 취업 이유를 이렇게도 설명했다.
“이들은 군이라는 조직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활동했다. 다른 기관의 공무원에 비해 이른 나이에 퇴역을 하다 보니 사회생활을 더 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남아 있다. 은퇴자로 살기에는 너무 젊지 않나. 퇴역 후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방위사업청, 국방부, 3군, 방산업체 관련기관 간 유착관계의 소지를 없애는 등 부패 고리를 완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과 현역군인 5대 5비율로 구성되어 있는 인적 구성을 현역군인을 최소화하고 군사전략과 무기체계에 정통한 전문 인력을 양성,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최재필·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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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관료화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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