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유채꽃 신부’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청목]

4월의 ‘유채꽃 신부’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주말에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청의 예보는 부산의 경우 오보에 속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본 결과로 오늘 비는 내리지 않겠다는 믿음이었다. 벚꽃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있음을 볼 수 있어서였다. 안심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오늘은 중요한 행사가 있어 출사(出寫)를 나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터라 비가 내리면 어쩌나 했는데 결과적으로 기상청 오보로 근심을 덜 수 있어 좋았다. 대한민국 기상청은 귀여운 심술쟁이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의 유채꽃 축제는 개최되었다. 올해로 여섯 번째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닷새가 늦다. 기온도 따뜻했는데 왜 늦어졌을까. 세상이 하 어수선하니 날씨도 유채꽃도 다 미쳐서 그럴까.
아무튼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늦음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올해의 유채꽃은 풍성하고 넉넉했다. 75만3000㎡(23만평)의 면적을 가진 생태공원이 처음서부터 끝까지 아득하게 황금빛 물결로 장관이다.

〈제6회 부산 낙동강 유채꽃축제〉는 개막을 알림과 동시에 〈유채꽃 신부〉행사를 아울러 가지고, 축제의 기쁨과 보람, 감동을 시민 모두와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게 했다.
〈유채꽃 신부〉행사란, 개인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기혼가정의 신청을 받아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려주는 것을 말한다. 작년엔 13쌍이었는데, 올해는 9쌍이다. 이 가운데는 둘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산지 47년 만에 늦깎이 결혼식을 올리게 된 고령자도 있다. 자칫 망각하고 인생을 그대로 마감할 수 있었는데, 딸이 그런 행사가 있다는 내용을 알고 신청해 준 덕분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게 된 행운의 커플이 되었다.

여자는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것이 일생의 꿈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부부로 함께 살아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는 아쉬움과 서러움이 쌓여 참다운 부부의 정을 교감하지 못하고 그저 시늉만 부부인 척 살아간다는 끔직한 고백이 있다. 사연이야 다양하겠지만 속사정은 대개 가난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들은 편하게 짐작할 뿐이다.

차제에 우리는 우리의 결혼식 문화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거액의 비용이 장난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몇 년 전의 자료를 스크랩 해둔 것이 있어 다시 꺼내봤다.

여기에 신랑신부가 거처할 아파트 장만까지 생각하면 예비 신랑신부는 눈을 크게 뜨고 풀썩 주저앉고 말 것이다. 예식장 꽃값만 해도 수백만 원이 든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지만. 그러나 이것은 약과다. 은수저 정도로만 레벨을 올려도 아마 졸도하고 말 걸. 게다가 요즘 헬조선에 사는 젊은이들은 취준생이라는 닉네임을 이마에 달고서는 결혼일랑 엄두를 내보지 못한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인구가 준다는 건 미구에 나라가 지구상에서 소멸된다는 얘기다. 끔직스런 전망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새로운 단어를 눈여겨 본 바가 있다. 〈스몰웨딩〉이다. 결혼식 비용을 줄여서 청년들의 앞길을 창창히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단어인 듯하다.
결혼식 비용을 줄이고, 합리적 방법에 의거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거두자는 캠페인인 듯 싶었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두 손 두 발 들고 나선 모양새다. 〈스몰웨딩〉이 과제라면 여기 〈유채꽃 신부〉만 할까 싶다.
부산시는 이번 〈유채꽃 신부〉행사를 위해 신랑·신부 예복과 메이크업, 부케 등 예식 일체를 준비했고 부산시내 특급호텔 숙박권과 호텔 만찬 등도 지원했다고 한다. 부산시장이 하객으로 참석했으며, 결혼식 주례는 부산 출신 배우 겸 탤런트인 고인범씨가 맡았다. 예식장은 만개한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황금빛 물결 넘실대는 대저생태공원의 한 모퉁이를 활용했으며, 부산시립합창단의 축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져 결혼식 당사자는 물론 뜻밖의 하객으로 참석케 된 시민들의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의 박수소리가 어우러져 오늘 하루가 〈4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나눔과 참여가 아름다운 공동체의 삶을 일컬음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전범이 되고 웅숭깊은 자산이 됨을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부산 낙동강 유채꽃축제’와 ‘유채꽃 신부 행사’에 참가한 모든 분들께 축복을 드림은 물론 행운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마음이다.

신랑신부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서병수 부산시장

주례를 보기 위해 부산출신의 탤런트 겸 배우인 고인범씨가 주례석으로 향하고 있다.

결혼식 행진곡을 쳐줄 피아니스트와 그랜드 피아노

오늘의 주인공인 아홉 쌍의 신랑신부들

MBC 아나운서인 사회자

즐겁고 품격 높은 축하공연

[청목]

과찬이세요. 요즘은 카메라가 워낙들 좋아져서 누구라도 웬만하면 훌륭한 작품을 찍을 수 있습니다. 영상만 하실 게 아니라 스틸 사진에도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그만한 열정이면 분명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