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이다. 4년에 한번 서는 장이니 소비자들로선 꼼꼼히 살펴보고 물건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 정책이념은 어떤지, 도덕성은 어떤지, 그리고 일처리 능력이나 문제제기능력 등은 어떤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각 정당은 소비자들에게 내놓을 물건을 정리하느라 한창 분주하다.
그런데 좀 희한한(?)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다. 군사독재유습과 차떼기습성, 잊혀질만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성추행과 폭력소동을 빚어온 한나라당이 이번 공천심사에서는 제법 앞서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에 시민사회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일종의 유행이니 그렇다치더라도 철새정치인들에 대한 공천심사유보는 자못 신선하다. 그러니까 그간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가 탈당하거나 무소속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한 이들 25명의 입당을 유보시킨 것이다. 철새정치인에 대한 한나라당 나름대로의 선긋기인 셈이다.
물론 이런 한나라당의 개혁적인 모습은 아쉬울 게 없는 지금의 형편을 잘 반영하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 과반을 넘는 의석을 얻을 것이란 장미빛 관측이 철새정치인 퇴출이란 다소 배부른(?) 공천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나라당의 공천문화가 배부른 행태라 하더라도 그 의미는 매우 크다. 오히려 국민지지가 형편없는 정당에서 국민시선을 끌기 위해 시도해야할 철새정치인 퇴출을 배부른 한나라당이 앞장서고 있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권을 쟁취한 마당에 총선후보들마저 구태의연한 인물을 물갈이하겠다는 결기는 높이 살만한 일인 것이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지금도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 이 이합집산도 가치나 노선중심이 아니라 순전히 제 살길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 국민 보기에 명분없는 짝짓기이고 구태의연한 행보다. 민주당과 대통합신당의 합당이 그렇고 선진자유당과 국민중심당의 합당이 그 본보기이다. 철새정치인들이 철새정당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철새정치인들의 거의 태반은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나 정책노선이 아니라 금배지라는 권력에만 심취한 인사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런 양심에 털난 이들은 자신의 정치행보와 행태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필요하면 탈당과 복당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무책임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정당도 만들고 없애는 데 정치인 개개인의 철새행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 무책임은 사실 민주당으로 통합된 구 민주당과 구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구 열린우리당 출신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면 겉으로는 민주개혁이란 간판을 내세우지만 자신들이 만든 정당과 정권의 실패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모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게 미뤄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여 새로운 당을 만들었지만 국민 눈에는 헌당으로 비쳐졌음이 지난 대선에서 실증되었다. 한마디로 국민을 바보로 아는 오만한 인사들이다.
거듭 지적하자면 민주당계열(구 열린우리당)은 진성당원제와 개방형 공직후보선출과 같은 정치개혁의제를 선점해놓고도 이를 당내에서 실현시키지 못해 망한 정치세력이다. 상징적인 선점만 하고 실천하지 못해 국민불신을 스스로 산 이들이다. 정권을 연장하고 원내과반수에 이른 의석을 자신들이 잘나 쟁취한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정치개혁의제를 비롯해 각종 사회경제개혁을 등한히 한 결과 총체적 심판을 받은 세력이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연장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차제에 한나라당이 철새정치인들 25명의 복당을 일단 불허하기로 했다니 사실 좀 충격이다. 어쩌면 선진화라는 의제선점에서 시작된 정권만들기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은 갈수록 개혁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4년전 정치개혁의제를 선점한 열린우리당과 그 후예들의 구태와 비교라도 하듯이 정치개혁에서도 저만치 앞서 달려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수구적 유습과 한계에 갇힌 정당이라는 것은 기존의 관념이다. 그런데 이 이미지를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이 철새정치인퇴출로 나타난 것은 정상적인 정당정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책임정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치문화다.
한나라당의 이번 철새정치인 퇴출조치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의제 중 매우 중요한 과제를 수행한 것이어서 뜻깊은 공천문화가 아닐 수 없다. 얼핏 보면 당내 기득권자들의 기득권을 챙기기 위한 공천과 입당심사기준일 수 있다. 당을 지키지 않은 인사들에 대한 보복적 입당유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국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정당의 책임정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철새정치인 숙청을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해나가고 있는 것이니 칭찬에 인색할 필요는 전혀 없겠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변신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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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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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첫댓글 열린우리당의 진성당원제논의와 한나라당의 철새정치인들에 대한 공천심사유보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주시면서 당내의 책임있는 정당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에 냉소를 보내시는 김석수님의 이중적인 잣대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졌던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의 결과로 획득을 하였고 가꾸어 온 소중한 우리들의 가치입니다. 단언적으로 말하자면 실용성의 차원이 아닌 가치차원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창조한국당이라는 개별적 정당차원에서 구현된 것이 당헌 당규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중한 가치는 원칙의 문제로 외부환경에 굴하지 않고 굳건하게 지키고 가꾸어 나가고
후세대들에 물려줘야 될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인 것입니다. 모든 직업적 정당정치영역이든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생활정치영역이든 가장 기본이 되는 우리들의 소중한 가치가 결코 무시되거나 경시되어선 안됩니다. 계파를 초월하여 모든 진보세력이 똘똘뭉쳐 출범시켰던 민노당이었지만 그간의 운영과정에서 정파적이해관계를 목적으로 제반 원칙들이 온갖 편법으로 무시되거나 실종되었기에 결국 분당의 사태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삼개모에서 보여주었던 님의 모습속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측면이기도 합니다. 결국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우리 모두 현재모습속에서 확인 할 수 있구요.
그러기에 현재 창조한국당의 당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문향분들이 당내 계파의 헤게모니 다툼이나 총선과 관련된 전술적인 논쟁수준이 아니라 원칙의 문제로 제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가지신 분들도 고민의 폭을 넓고 깊게 보시면서 입장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어쨋든 대통령 후보 경선에까지 참여하였다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날아간 조순형 철새를 거부한 것은 잘한 일
한나라당이 개혁적??? 철새정치인들을 받아들이지않는것은 이번 대선 승리의 공을 나누기 싫어하는 놀부의 심보에서 나온 것이며 그것을 이용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지 그것이 무슨 개혁과 관련이 있는지요? 물론 철새 정치인들을 보류시키는 것은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만, 일편을 보구선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것은 문제가 있겠지요...
기득권 사수전술(분리전술)=안정화론 고착전략이 맞습니다.
통일농장님은 정말 열성적이신데... 말씀이 과격(?)해서리 사람들 오해사시기 딱 쉽상임...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