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의 토익이라는 놈, 만점을 받았습니다.
외국에서 살아본적도 어학연수를 가본적도 한번도 없었지만 영어가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캐나다에 온 이유는 그냥 외국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진짜 외국한번 갔다오면 영어가 좀 될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전 제가 영어가 정말 일취월장하게 많이 늘었다는것을 느낍니다.
머리에 있는 문법과 지식들이 귀와 입으로 바로 적용은 되지않더라구요 처음에 왔을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막 잘하고 그런건 아닌데요... 처음왔을땐 7살짜리 어린애보다 영어를 못하는 저를 보고, 아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째어째 잡 구해서 일을 하고, 영어때문에 실수도 많이하고 사람들이 내말을 못알아듣
고 sorry, pardon연발에 길 찾는거 잘못물어보고 이해못해서 벤쿠버 시내 버스 한 몇번을 환승하면서 써리까지 돌다온걸 생각하
면........... 그당시의 저는 그랬어요. 그래서 전 제가 영어잘한다는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진짜 언니 토익 몇점이예요 라고 물어볼때..대충 얼버무렸던 기억들. 왜냐면 너무 쪽팔렸거든요....
근데요.ㅋㅋ 이제는 저 영어 잘한다고 생각하게됐어요. 저 영어잘하는것같아요.
그걸 제가 여기 캔모어의 호텔에서 4개월 일하면서 느끼게됐어요.
지금와서 말하지만 저 호텔 프론트데스크 면접보면서 cover letter 있으면 좋다고 면접 전에 준비할 수 있으면 해오라고 했었는데
그시간에 인터넷에서 프론트데스크 인터뷰 검색해서 질문 뽑고 달달달달 한시간 반동안 외웠어요..........cover letter포기하구요.
한시간반만에 cover letter 쓸 용기도 없었어요.
근데 한두가지 정도는 좀 당황스럽긴 했는데 거의다 제가 예상하던게 나왔어요.
왜 이 잡을 원하느냐. 전에 무엇을 했느냐. 프론트데스크란 무엇인가 어떤 responsibility가 있는게 손님이 불평하면 어떻게 하겠
는가. 비자는 얼마나 남았는가. 앞으로 무엇을 할것인가...
그리고 처음 3달간은 영어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죽는줄알았어요.
여전히 내 말을 못알아듣는 사람들, 나도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몰라, 자신감은 여전히 저하되었고요,
같이 일하는 캐네디언 코워커들은 샬라샬라 잘도 말하더라구요.
제가 벤쿠버에 있을때도 좀 쪽팔리고 아 난 별거없었구나 싶긴했지만 영어때문에 스트레스받아본적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건강이 좀 안좋아서 쉬러 온 목적이 좀 강했기때문에 영어늘면 좋고, 안늘어도 초점을 외국에서 살아보고 휴식 및 경험
한다고 생각하자고 편하게 마음을 먹고 왔었기때문에..
토익공부도 전 너무 즐겁게했어요...... 점수쭉쭉 오르는게 너무 재미있어서요...
근데 살면서 진짜 이렇게 스트레스받아본적 처음이었어요. 영어때문에.
당연하죠....호텔프론트데스크... 손님들한테 모든 정보를 주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잖아요.;;;;
전화도 많이 받는데 전화가 제일 고비였어요.
인도사람, 스코틀랜드 사투리, 말을 빨리하는 캐네디언, 아 진짜 옆에 코워커들한테 전화 넘기고 싶은데
그것도 한두번이지...그러다 대충 오케이 예스했다가 피 한 몇 번 봤구요..-_-;;;;
말이 안되니 진짜 스스로 너무 바보같더라구요.
근 한달간은 집에 오는 길 내내 한숨 푹푹 쉬면서 아 진짜 내일 출근하기 너무 싫다..이런생각까지 들었어요.히히.
우리동네 이름이 canmore잖아요. 그거 보면서 아 더 할수있어 can more ㅋㅋ 혼자 막 위로하고.
집에와서 또 구글검색해서 프론트데스크에서 하는 대화들 뽑아서 달달달달 외우고, 혼자 막 연극도 하고 했는데요.
그래도 안됐어요..... 스트레스받으니까 더 안되고 자신감은 저하되고.
근데 장님 눈뜨듯이 진짜 번쩍하고 떠오르는 생각!!
같이 일하는 슈퍼바이저분이 한국분이신데요. 그분이 그랬어요.
영어는 제인이 더 잘할지 모르지만 호텔일은 내가 더 잘할수있다고.
그리고 사실 그랬어요.
토익점수는 내가 더 높았고 내가 영어단어를 더 많이 아는건 맞는것 같은데 그리고 발음도 갠적으로 내가 더 좋은것같은데 (ㅋㅋ)
손님들은 내 말은 못알아듣는데 그분말은 알아듣더라고요.
그때 느낀게
아 내가 너무 내 영어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혼자 삽질하고 있었구나..싶더라구요..
고객이 바라는건 내 영어실력이 아니라 정보라는점을 간과하고 살았던거예요.
그사람들은 내가 영어를 얼마나 잘하든 상관이 없었어요. 바라는 정보를 얻기만 하면 끝이었던거예요...
그리고 호텔은 내가 영어연습을 하는곳이 아니라 내가 일을 해야하는곳이라는걸요.-
전 너무 영어에 치중을 해서, 진짜 중요한 "내용"을 빠뜨렸던거예요.
제가 했어야 했던건 이 호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호텔주변 관광지에 대해 내가 먼저 자세히 알았어야 했어요.
아무것도 아는것이없는데어떻게 설명을 하나요. 생각해보니 한국말로 물어봐도 대답 못할것같더라구요.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영어탓만 하니 발전할 리가 있겠어요?......
그때부터 방향을 좀 바꿔보기로 했어요.
구글 영어대화만 달달달달 외우던걸 때려치우고 캔모어에 대해 조사를 했구요.
지도 펴놓고 안바쁠때 코워커들한테 어디서 우리호텔까지 오는 방법 설명해달라고 그거 적고 연습했어요.
전화받을때 애들 하는거 옆에서 듣고 그거 노트에 적고 집에와서 외우고 그거 똑같이 다음날 써먹었구요.
호텔 방이 어떤것이 있고 몇개가 있고 어디어디 무슨 시설들이 있는지 다시 정리하고
매일 아침 호텔 빈방 몇개, 가격얼마,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
멕시코음식점, 그리스음식점, 베트남음식점, 차이니즈, 피자집 분류별로 다 노트에 정리히고,
예전엔 전화오면 당황해서 못알아들어도 일단 오케이하고 보자, ㅋㅋ 라고했는데
고객이 바라는건 "내" 가 오케이를 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고객이 바라는것이 충분히 잘 이루어졌느냐 아니냐
라는걸 입장바꿔 생각하다보니까, 전화가 와도 일단은 내가 영어가 잘안되고 모르는게 있으면 10분이고 기다리게했어요.
그사람은 "빠른" 정보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바랄테니까요.
하여튼 뭐랄까.
영어의 sentence만 달달 외우고 그걸 써먹으려고 했던걸 방향을 좀 틀었던것같아요.
나는 캐네디언보다 영어와 발음은 죽어도 죽어도 이길수없지만 정보라면 내가 더 잘할수도 있겠다 싶은거예요.
그래서 저는 "내용"을 가지게됐어요.
말을 할수있는 "내용" 이요.
그다음부터는 아니, 무슨 똑같은 발음과 똑같은 영어인데도 사람들이 더 잘이해하고 반응도 좋은거예요.
내 영어가 틀려도 다 이해를 했어요.
이해가 안되면 제가 지도 보여주고 설명하면 만족하셨고 난 그런모습에 자신감이 늘어가고 스트레스는 점점 다운되어가고
그렇게 한번 고비를 극복한것 같아요.
당연히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여전히 받고 있었지만요, 그래도 웃자, 고객에게 잘하자, 힘내자, 스스로 응원도 많이 했던것
같아요. 진짜 깻잎에도 영어때문에 미친듯이 글쓰고, 여전히 사소한 실수도 하고, 해서 정말 살면서 스트레스이렇게 받은거
처음이었을거예요.ㅋㅋㅋ
그리고 내가 한번 잘 대답해줬던 말들은 그다음 고객이 물어도 능숙하게 말이 잘 나오는거예요.-
그러면서 점점 자신감도 쌓여가고,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코워커한테 솔직히 이야기도 하고.-
왜 영어에 단계라는게 있다고 하잖아요. 그 한단계가 그렇게 지나갔던것 같은 기분이예요.
누군가는 그럴거예요. "내용" 이 있어도 영어가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런분은 기본적인 문법공부, 단어, 표현 공부하셔야겠지요?
그리고 갠적으로 저는 grammar in use 2-3번 꼼꼼히 정독하면 그 기본은 갖추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꼼꼼히 정독입니다)
하지만 만약 저 처럼 어느정도 문법공부랑 단어랑 기본적인 영어는 다 되는데 도저히 어느순간 영어가 안는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요. 생각을 한번 전환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린 지금 다 준비되어있는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abortion이 어떻다느니, discrimination이 어떻다느니, 뭐 영어토론스터디 많잖아요.
어쩌면 우린 "생각" 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말로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정도로 자신의 의견이 없기때문에
영어로는 더욱 능숙하게 할 수 없다는것.
이슬람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학원 global issue 시간에 외국애들과 이슬람의 히잡문화에 대해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수있겠어요? 생각해보니-_- 내가 말을 못했던건 걍 내가 생각이 없었던거야. 흠...싶네요.
제가 캐나다에 와서 영어로 느낀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다음에 쓰도록 할게요.
영어도 "사람간의 소통" 이라는걸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캐나다 오기전에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제일 효율적이게 일취월장할수있을까 나름 생각해본게 있는데
그것도 다음에 꼭 쓰도록 할게요.
진짜 웃긴게
전 영어가 발전한다는건, 내가 더 많은 어휘를 알고 더 많은 expression을 외우고 더 많은 listening을 하면
그 계단식 단계별 고비를넘어갈 줄 알았는데요.
오히려 그런 부분이 아니라 진짜 새로운 부분에서 그 단계를 한칸씩 올라가는 기분이예요.
첫댓글 우와~진짜 맘에 와 닿는 글입니다...저도 곧 일을 할거 같은데 조금 영어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거든요...그런데 글 읽으면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손님들은 내 영어 발음이나 그런것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내가 이해했는지를 원하는건대요..한국에서는 알고 있었던 것이 여기와서 다른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추천 팡팡!
저도 며칠 전에 느꼈는데요. 제가 아는 주제에 대해서 떠들 때는, 머릿속에서 번역 없이 영어가 나오더라구요. 물론 문법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지만...
그런걸 생각하기도 전에 입이 먼저 말하니까요.
그래서 아- 이런게 영어를 하는 느낌이구나. 생각했는데... 그냥 영어에 익숙해졌나보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제가 잘 아는 내용이 나와서 그랬던 거네요.
깨닫는게 많은 글입니다^.^
아직 캐나다에 없고 , 영어때문에 막막했던 적이 없기때문에 , 잘 모르겠지만 :)
마음속에 담아 두고싶은 글이네요 !
"How to say" 보다 "What to say" 가 더 중요함을 몸으로 느끼셨네요. 좋아요 v
공감...
글 정말 잘보고 갑니다. 원래 댓글을 잘 달지 않는 편인데 댓글이랑 추천도 하고 가요^^ 제가 공부하는 쪽도 hospitality Industry 쪽이라 다음에 인턴기회가 있을때 님이 하신것 참고해서 공부 열심히 해 봐야겠네요. 잘 읽고갑니다! 다음 체험기 기다릴게요~*
이야...이런게체험글이지바로
완전공감, 진짜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내용을, 한국말로도 설명을 제대로 못하겠는데, 영어로는 어찌 하랴 , 맞아요 ㅠ 완전 공감, 그래서 요즘 깻잎6개월차 입니다. 하지만, 일상영어 등등 얘기하는데 그리 어려운건 없는데,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뭐가 어떻고 이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 등등 내가 알지못햇던 분야에대해서 얘기할때는 어떻게 말을하나 싶은 고민에 빠져 있답니다. 또 어떻게 공부를 해야 늘까하는 ,, 후아 암튼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_+
가슴에 와닿아요ㅜㅜ 다음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와 진짜 제대로된 이야기를 하시는거같아요
우와...읽은 후기중에 가장 맘에 와 닿는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소름이 돋았어요.
와..이 글 보고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방향을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그리고 후기 기다릴게요!
구구절절 옳은소리만 해주시네요~! 다음 후기 꼭 써주셔야 돼요~! 기대할게여~!>.<
이거군요.. 저도 영어 때문에 일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거든요. ㅠㅠ 원어민친구들과 일하다 보니까 더 힘들고 주눅들고 그래요. 막 발음하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요.. 정말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군요 :) 정말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아닌것 같네요 ^^:;
아.............와닿네요...감사합니다.
애물단지같은 영어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정말 부럽네용.
저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스트레스를 지울수가 없어요.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네요
저는 원래 영어를 못해고 문법이런것도 잘 몰라서 더 그랬던거 같아요
친구랑 얘기하는데 내용이고 뭐고 영어알아듣고 어떻게 말해야될지 머리가 복잡해서 진짜 내 생각을 말할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친구한테 했던말이 상황을 설명하는건 가능한데 내 감정이나 기분을 얘기하는게 너무 어렵다고..
그때 생각했던게 딱 글에 나온 생각이네요.. 문법이 맞고 틀리고보다 더 중요한게 내용인데 뭘 말해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만 만드니까 계속 꼬이고 꼬이던.. 아직 이겨내는 중입니다..
Jane~~~ I think that u r the Best in the Hotel...
저도 호텔에서 일하고 싶은마음이 있는데 영어때문에 늘 고민이거든요.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입니다 . 감사해요
너무 멋진 글이네요. 와닿아요.
저도 캔모어 가서 호텔프론트 잡 찾고싶어요!!ㅠ스크랩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