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온갖 과거의 물품만 소장하고 있는 추억관리사만이 아니었음을 요새 깨닫는다.
알고보니 나는 과거의 행태를 고스란히 오늘에 이어 그 언행을 일삼는 추억실행사였던 거시었다. 쩝.
일단 나는 운전시 네비를 켠적이 없다 ㅋㅋ 실화이다.
나는 그냥 늘 그렇게 운전했기에 몰랐는데 동승한 친구나 후배들이 매우 신기해하면서 얘기하길래 새삼 깨닫곤한다.
친구 "우와 야 넌 지금 초행길 가는데도 네비 안키고 다니냐?"
나 "뭔소리여 네비를 왜켜 일단 너도 알다시피 내가 서울 구석구석 지금껏 헤멘적 있냐? 나 서울에서 택시기사해도 되는 놈이여"
친구 "지방에 가거나 여행 갈때는 어떡하고?"
나 "이정표 보고 간다. 그리고 여기 지도 있잖냐"하며 운전석 문 아래 살포시 숨겨둔 나만의 비밀병기 한국전도책자를 꺼내든다.
그렇다. 난 운전 경력 35년을 찍고 있는데 한번도 네비라는걸 켜본일이 없다.
지금 차량도 재작년에 장만한 비교적 신차임에도 그렇다.
난 왜 네비를 안켤까?
나는 네비에 종속당하는 나의 뇌가 걱정되어서 그랬던듯 싶다.
네비를 켜고 운전하다보면 네비에 완전 종속되어 네비 없이는 운전 못할거 같고 그런 종속되어지는 나의 뇌상태가 심히 걱정되어서 그런 것이다. 어느놈도 어떤 신기술도 나의 뇌를 굴복시킬 수 없다!
우리 백성들이 언제부터 네비를 켜고 달렸냐?
90년대초반 엘란트라를 몰고 그 후반 쏘나타3를 몰던 그때 난 지도와 이정표 하나로 서울에서 속초, 강릉, 동해, 영덕를 거쳐 안동으로 와서 내륙으로 서울까지 무탈하게 운전했단 말이닷.
행여 지도가 헷갈리거나 이정표가 없을시엔 창문을 내린 후 정지선에 같이 서있는 옆 차량에 살짝 클락숀을 울려 나를 보게 하고 "실례합니다. 여기서 강구항 가려면 어디로 가나요?" 라고 하면 친절히들 다들 소리치며 안내해주셔서 무난히 길을 찾지 않았던가!
그 정신은 오늘에도 이어져 난 익숙한 길 뿐아니라 새로운 길도 폰의 구글맵 한번 쓱 보고 기냥 달린다.
아마도 더 나이가 들어 운전대 놓기 전까지 난 네비 없이 그렇게 달릴듯 하다. 아 스스로 가슴 벅차다!
그런데 나의 추억실행은 그뿐 아니다.
난 중국집을 가면 적어도 60세 이상되어보이는 주인장이나 서빙하는 분을 보면 이렇게 외치곤 한다.
"아저씨 다꽝 좀 더 주세요. 다마내기도요."
우리 백성들이 짱개집에서 언제부터 단무지 양파라는 말을 썼던가!
누군가는 일제의 잔재라 뭐라하지만 난 그냥 추억을 되살릴뿐 친일파는 아니다. (울 외할머니가 작년에 102세로 돌아가셨는데 독립운동가 이회영 자손이고 난 안중근과 같은 순흥 안씨다)
그냥 중국집가면 나도모르게 옛날 언어가 간간이 나오곤 하는 것뿐.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난 가끔 집에서 계란말이를 해먹는데 파를 무엇보다도 듬뿍넣고 맛소금뿐 아니라 미원을 살짝 넣으면 완전 엄마가 80년대 해주던 그 맛이 재현된다. 그래서 울 집엔 나만 가끔 몰래 쓰는 미원이 숨겨져 있다. (미풍? 안된다 미원, 맛나? 아니다 오로지 다시다)
그런데 한가지 옛맛이 재현 안되는 것이 있다.
난 주 2회는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데 70년대 국민학교때 자주 끓여먹던 삼양라면이 생각나 삼양라면을 사오면 옛 그 맛이 아닌 무슨 부대찌개 같은 맛이 난다.
쓰파 삼양식품에 공식 건의한다! 불닭볶음면 잘팔린다고 교만하지 말고 삼양라면 70년대 맛을 좀 복원해주시라!
에고 8시 다되어 가네 일 시작해야것다. ㅠ 이거 내가 사장인데 내가 젤 바쁘다 쓰파 ㅠ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이렇게 네비 안켭니다.
첫댓글 멋지십니다 ^^
방향감각도 타고 나는 재능인거 같습니다. 저는 최악의 길치라서 네비가 인생에 불을 밝혀준 케이스. 옛날에 영등포 지하 상가들어가면 대여섯번 엉뚱한 출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원래 목적했던 출구을 찾을 수 이었던 아픈 기억이 ㅠㅠ
짱이십니다ㅎ
에고 뭐 저도 방향감각이 타고난건 아니고 ㅎㅎ 어쩌다보니.
저도 어릴때는 네비없이 서울이고 어디고 잘찾아 다녔는데..이제는 아는 길도 조금 멀리 가면 네비를 켜게 되네요ㅎ
잘가시는 정육점에서 소 두태기름 얻으셔서 약간 녹여 라면 하시면. 옛맛이 조금은요 ㅎ
네비없이 전국을... 대단하십니다...
보통은 교통단속 때문에 네비를 켜는데...
타고난재능 축하드립니다...
라면에도 조미료를 좀 넣어서 드시면 옛 맛이 납니다.
일단 작고 동그란 햄 같은게 맘에 안듭니다. 조미료 든 뭐든 연구해봐야겠슴다. 으흐.
예전엔 다 지도보고 다녔죠. 친구넘이 이십대에 꼬물차 하나 사 갖고 와서 놀러가는데. 조수석에서 지도보니라고 구박먹고 ㅜㅜ
다꽝. 다마내기~~~추억돋네요 ㅋㅋ
그리고 라면은 저도 고찰? 을 해본적이 있는데. 그때가 연탄불로 끓이니 그러지 않을까요?
그 당시 삼양라면을 지금 먹으면 의외로 맛 없을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