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CA, The Dark Night - 다시 보는 BOCA
Hold up I'm a geek The big paradox
쉽게 생각하면 널 지키는 Killer
지옥 끝에선 다 하나같이 빌어
입을 걸어 잠가 Freeze up
오랫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가사가 이 부분, 특히 "Hold up I'm a geek The big paradox / 쉽게 생각하면 널 지키는 Killer"였다. 그런데 얼마 전 실마리가 풀렸다. 혹시 당신은 워너원의 에너제틱을 들어보았는가? 에너제틱의 가사 중엔 "Who am I 오직
/ 너만을 지키는 킬러"라는 가사가 있다. 여기서 킬러란 뜻은 바로 앞의 "Uh 1 2 3 & 4 니 옆의 / 딴 놈들이 거슬려 좀"이란 말로 좀 더 그 뜻이 확실해진다. 여기서 킬러란 말은 두 가지 중의성을 띤다. 즉 화자는 사랑하는 상대인 "니 옆의 / 딴 놈들"을 처리하는 "킬러"이자 "오직 / 너만을 지키는" 보디가드(본문에선 "킬러")인 셈이다.
보카에서 나타나는 킬러의 의미 또한 비슷한 층위를 가진다.
"Hold up I'm a geek The big paradox / 쉽게 생각하면 널 지키는 Killer"
누군가에겐 킬러, 누군가에겐 수호자
"널 지키는 킬러"란 문장은 "널 지키는" + "킬러"라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언뜻 보면 이해가 안간다. 왜냐면 킬러는 누군가를 죽이는 사람이기에, 누군가를 지킨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모순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말을 해석하면 "쉽게 생각하면 (난 쉽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이들로부터 널 지키는) 킬러"이다. 여기서 화자, 즉 "널 지키는 킬러"는 나쁜 말로 쉽게 남에게 상처주는 이들에겐 벼락을 내려치는(내려쳐라 Thunder / Drop thunder) 심판자요 복수자이며, 그들에게 상처 받은 이들에겐 수호자이자 구원자이다.
Too many angels dying now
I'm gonna change your mind
다시 숨 쉴 수 있게
상처 입은 이들에겐 한없이 자애로우면서, 상처 주는 이들에겐 한없이 무서운 분노하는 여신 드림캐쳐(참지 못해 더 / 나 너를 위해서 / 내려쳐라 Thunder / Drop thunder 굳게 / 걸어 잠글게 BOCA / Where is the love /가시 같은 그 말로 / 널 아프게 한다면 / 열지 못하게 BOCA)
화자, 즉 드림캐쳐는 누군가에겐 복수자이자 심판자이지만, 누군가에겐 수호자이자 구원자이기에 상처 주는 말로 아파하고 있는 이들이 "다시 숨 쉴 수 있게"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이다.
Hold up I'm a geek The big paradox
때문에 이는 크나큰 역설(big paradox)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드림캐쳐는 누군가에겐 수호자-구원자이며 누군자에겐 킬러-복수자-심판자라는 복잡한 성격을 가진 존재이다. 즉 물과 기름, 빛과 어둠, 동전의 양면 같은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반대되는 성격이 전혀 모순되지 않고 화자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화자의 역할은 남에게 쉽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벌하고, 그 말들로 상처 받는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가 된다. 화자, 즉 드림캐쳐는 복수자요 심판자이며, 수호자이고 구원자인 존재, 질서의 유지자인 셈이다.
죄의식은 이미
그들에게 없어
막을 수 없이
사무치는 맘
참지 못해 더
나 너를 위해서
내려쳐라 Thunder
Drop thunder 굳게
걸어 잠글게 BOCA
Where is the love
가시 같은 그 말로
널 아프게 한다면
열지 못하게 BOCA
이래야만 이 가사들의 의미가 좀 더 정확하게 다가온다. 즉 화자인 "나(화자 / 드림캐쳐)"는 (어둠을 품은 언어로 상처 입은) "너를 위해서" / 내려쳐라 Thunder / Drop thunder 굳게 / 걸어 잠글게 BOCA / 가시 같은 그 말로 / 널 아프게 한다면 / 열지 못하게 BOCA"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모순된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캐릭터 아닌가? 아직도 모르겠다고?
그렇다. 이런 존재로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주인공 다크나이트란 별명으로 유명한 배트맨이 있다.
"I'm vengeance."
"나는 복수다."
그는 어둠을 자처하고, 또 복수를 자처하지만 빛과 구원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자들에겐 복수요, 심판이지만 선량한 시민들에겐 수호자이자 구원자인 존재다. 그는 어둠의 자경단이다. 그와 비슷한 어둠의 자경단, 다크나이트와 같은 존재가 BOCA의 화자, 즉 드림캐쳐인 것이다.
쉽게 말해 (난 널 나쁜 말들로부터) 지키는 킬러, 자경단
남들에게 쉽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이들에겐 킬러, 즉 심판자이자 복수자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 입은 사람들을 지키는 수호자이기도 한 셈이다.
누군가에겐 심판이자 복수자이나, 누군가에겐 수호자이자 질서의 유지자. 즉 빛과 어둠이 다 공존하는 어둠의 자경단 배트맨 같은 다크나이트인 셈이다.
첫댓글 보카와 다크나이트와의 연결고리~!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와... 놀라운 분석 잘 봤습니다.
Boca 듣던 초창기에 "쉽게 생각하면 널 지키는 killer"는 대충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Hold up I'm a geek The big paradox"에 대해서는 정확히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 갔었습니다.
말씀 듣고 보니 그런 뜻이 있었네요. 다크나이트와 연결한 점도 신선합니다.
이제 가사 전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