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지묘(中正之妙) / 초의선사
간밤의 맑은 이슬 흠뻑 머금어
삼매의 기이한 향기 스며 어리네
그 속에 든 차의 깊고 묘함 나투기 어려우니
참다운 정수는 수체와 다신이 하나라네
물과 차가 온전해도 오히려 중정을 그르칠까 두려워
중정은 차의 건과 물의 신령 아우름이다
옥화차 한 잔 기울여 마시니 겨드랑이 바람 일고
몸은 가벼워 하늘로 날아오르네
밝은 달 촛불 삼고 아울러 친구 삼아
흰 구름이 자리 펴고 병풍으로 둘러치리라
댓잎 스치는 소리 솔바람 소리 모두 서늘도 해라
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마음을 일깨우네
흰구름 밝은 달 애오라지 두 손님 모시고
홀로 차 마시니 이것이 도인의 자리구나
吸盡瀼瀼淸夜露 三昧手中上奇芬
中有玄微妙難顯 眞精莫敎體神分
體神雖全猶恐過中正 中正不過健靈倂
一傾玉花風生腋 身輕已涉上淸境
明月爲燭兼爲友 白雲鋪席因作屛
竹籟松濤俱蕭凉 淸寒塋骨心肝惺
唯許白雲明月爲二客 道人座上此爲勝
- 초의, [동다송]* 부분
*동다송(東茶頌)
한국의 다경(茶經)이라고 할 수 있는 차의 전문서이다.
초의 스님의 나이 52세(1837년) 되던 해 봄에
다도(茶道)를 묻는 해거도인 홍현주(정조의 부마)에게
저술해서 보낸 것이다.
처음에는 동다행(東茶行)이라고 하였는데
뒤에 동다송(東茶頌)으로 바꿨다.
이 책의 체제는 모두 31송으로 되어 있는데,
각 송구(頌句)마다 주(註)를 달아 설명하고 있다.
옛 고전(古典)인 다경(茶經)과 신이기(神異記), 만보전서(萬寶全書),
다서(茶序), 등(等) 21개 문헌을 34회에 걸쳐 인용하여
스님의 다론(茶論)이 고인소전지의(古人所傳之意)에
어긋나지 않음을 증명해 보였다.
동다송의 본의를 살펴보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차는 인간에게 아주 좋은 약과 같은 것이니 차를 마셔라.
[둘째] 우리나라 차(東茶)는 중국의 차에 비해서
약효나 맛에 있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육안차의 맛이나 몽산차의 약효를 함께 겸비하고 있다.
[셋째] 차에는 현묘(玄妙)함과 지극(至極)한 경지가 있어
다도(茶道)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의스님은
차의 성품인 신(神), 체(體), 건(健), 영(靈)을 통하여
중정의 묘(中正之妙),
곧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여여한 반야의
깨달음이라는 다도관(茶道 觀)을 설명하고 있다.
- 그림 / 담원 김창배님 - 선수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