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또다시 봄이 얼추! 온거 같다.
벌써부터 반팔입고 란딩하는 분이 있더군요.
(아웅...보기만해두 제가 더 춥네여...)
오늘은 간만에 정말로 친절모드로 일해야쥐~
야햐~
티오프 시간이 다 되었는데 거의 임박해서 고객께서 나오셨다.
그리고 나서 한분(A)께서 나오시더니 본인의 백이 아니라며 말씀하셨다.
어..
분명 네임텍 이름은 맞는뎅... 아.. 동명이인인가보당...
재빨리 백을 다시 찾으러 갔는데.. 백이 없었다.
동명 이인으로 다른 캐디와 잘못 가져간거 같아
경기과에 말해 컴퓨터로 조회를 한 결과
000라는 분은 총 3분이 오셨던거다.
동명이인의 백이 있는 다른 코스에 가니... 그곳은 매우 평화모드였다.
30분 전부터 티잉그라운드에 나오셨다는데....
그 흔한 연습 스윙한번 뽐내지 않으셨는지,
본인의 백이 아닌것을 발견 못하고
그저 동반자와 담소에 푹 빠져 있었던거 같았다.
재빨리 백을 바꾸고 시속 100으로 달려와
티샷을 마치고 출발 하려는데..
자세히 보니 그분의 퍼터가 없는거다..
아 뭐야..뭐야...
퍼터는 또 어딨는거야...???
알고보니... 아까 바꾼 캐디의 팀에 그 퍼터가 들어가 있었던것...
암튼 부랴부랴.... 티샷을 하고 나갔는데....
너무 서둘러서 인지 A고객님은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고 굴리고.. 하여...
1번홀을 홀아웃 하셨다.
두번째홀... 가볍게 양파(-더블파)를 하신 A고객님께서 마지막으로 티샷을 하셨는데..
우측으로 약간 격렬한듯한?? 슬라이스가 나는것이다.
어~ 그쪽은..... 위험한뎅...
;;;;
이때 굉음이 들렸다. 어? 뭐지? 뭘 맞는 소리인데....
세컨샷 지점에 가니... 코스관리부 트럭이 서 있었다. 그리고 볼은 럭키였다.
33골프회 오모 선수와 무지 닮았다. ㅋㅋㅋ
트럭을 맞고 들어왔는지...
코스관리부 아저씨의 손꾸락 웻지 혹은 발꾸락 웨지의 적절한 사용으로,
들어왔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A고객님은 럭키를 연발 외치며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코스관리부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왜 그러세욧?
하고 봤더니...
코스 관리부 아저씨는 손꾸락으로 본인의 트럭을 가리켰다.
"저기... 저것좀 보세욧..."
아뿔사!!!!
아까 났었던 폭발음이 저거였구나!
음흉한 슬라이스와... 격력하게 달려오는 트럭 앞 유리와의 만남의 결과였다.
완전 박살 난 앞유리....
;;;;;
아... 곤난해 곤난해... 아 이런 이런.... 이젠 발음도 안되네.... 곤란해 곤란해...
어찌되었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단 경기과에 보고는 해 놨지만...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의문이었고... 고객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 보였다.
다음홀 진입...파 3홀이었다... 티샷을 신중하고 교양있고 점잖게 지켜 보구 있는데..
퍽 하는 심한 뒷땅 소리 와 함께 두개의 물체가 날라갔다.
떨어진 낙하지점을 보았는데... 공은 없고...
아이언의 헤드가 내동댕이 쳐져 있었다.
뭐양....... 전홀엔 트럭 앞유리를 깨는 사건..
이번 홀에서는 아이언의 헤드가 날라가는 사건...
오늘 친절하게 일할려고 했는데...
일이 완전 풀리지 않는거 같았다.
부러진 골프채는 조용히 그분의 눈에 띄지 않게 보관을 하고
(이런 거는 보면 볼수록 울화가 치밀거덩요)
다음 홀로 진입했다.
아니.. 겨울도 다 지나서 코스에 눈도 없는데
한분의 고객께서는 또 미끄러지면서 넘어지실뻔~ 했다.
다행이 특유의 유연함으로 지면과 엉덩이가 만나는 임팩 순간 일어나셨지만
뭔가 오늘 사고가 터질 꺼 같은 느낌...
아... 오늘 일진 왜이러니??
오늘은 친절모드 접자!..........이제부터는 침착 모드!
릴~~렉스 릴렉~스..... 워~~워 워~~~~~
나의 모든 세포와 신경은 곤두 서 있었다.
오늘 무슨일 터진다.... 조심해야지!
고객도 그러한 느낌이 있었는지~ 이제 무슨 사고를 쳐 볼까?
앞팀 손님을 맞출까? ㅋㅋㅋ
정말 작정만 하면... 그럴수도 있을꺼 같은 느낌이 들어... 평소때와는 달리
유별나게 앞팀과 간격을 멀리 두며 다녔다.
후반 진입.
드뎌.... 나의 불길(?)했던... 사고는 터지고야 말았다.
앞유리를 깨고.. 모든 사고는 다 저지르고 다니셨던ㅋㅋㅋ 분이 드뎌
대형사고를 치신거였다.
파4.... 세컨샷 160 야드 지점.... ㅍㅎㅎㅎ
대충 얼추 보니 핀 근처로 가는거 같아... 나이스 온이라고 가볍게 외친 후,
카트를 정차하고 그린으로 달려가는데...
동반자 3분의 표정은 그야말로 썩소? 였고..
한 분은 손수건을 펄럭이며... 핀 주위를 흥분한채로 돌아다니셨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나요?"
아니.. 일은 무슨.....
그냥 남들 다 한번씩 흔~하게 하는거... 그런거 하나 했나봐..
유별나게 손수건 흔들고 홀컵에 절 한다구.. 난리네..ㅋㅋㅋ
그러고 홀컵 앞에 가서 보니.. 공이 있었다. 그렇다! 이글이다!!
아... 이게 얼마만에 보는 이글이야 ......
동반자 분께서는... 오늘 펑크난 거 때우러
(원래는 다른 분이 오시기루 되어 있었다 했음) 왔다가,
별 험한 꼴 다 보구 당한다며 인상을 쓰다가... 억지 웃음을 급하게 지으셨다.
그날 내기는 조폭 스킨스였기에 당연 모든 상금도 그분께 돌아갔다.
17번홀.... 이젠 앞유리 깨고 이글을 하신 분이 더블보기 이상....만 하기를..
드러내놓고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왜냐면 대부분의 상금이 그분 주머니에서 숨쉬고 있었기에..
완전 3대 1의 싸움이었다.
수많은 구찌속에 티샷을 한 그(이글하신분)의 볼은 벙커에 들어갔다.
벙커샷을 한 볼이... 또 다시 벙커로 들어갔다.
;;;
다른 3분은 이미 투온에 성공하여... 보기 정도는 할 상황이었고
이글하신분이 더블 보기정도만 하면 먹은 돈의 반액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이보다 더 큰 축제 분위기는 없었을게다.
나 역시.. 그분이 잘 해야 더블 보기를 할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물을 글썽이며
그분의 다음샷을 지켜 보구 있었다.
8개의 눈이 레이져를 쏘면서 그의 다음 벙커샷을 지켜 보았다.
퍽!!!!!!!!!!!! (모래를 후둘겨 패는 소리
)
.
.
.
.
.
땡그랑~!!!!!!!!!!!!!!!!!!!!! (모래를 후둘겨 팼던 공이 홀컵으로 들어간 소리)
그렇다. 3번째 벙커샷 볼이 홀컵으로 직진하여 들어갔으니,
더블보기는 커녕..
....파를 한것이다.
와~~못당해 못당해!!!!!!!!! 실력보다.. 못당하는건.... 운빨!!!!!
우짜짜의 큰행님뻘이다 ㅎㅎㅎ
아까 트럭 맞고 들어올때부터 럭키가 되더니..
오늘 완전 산천 초목이 다 도와주네.. 아 나참!
결국 한 분께서 모든 걸 다 해먹은 ㅋㅋ 라운드로 끝을 내었고,
이글 기념 라운드 하러 곧 올테니 내게 다시 서브하러 나오라 하였지만,
나는 극구 거부하였다.
안되여...
그 날은 또 무슨 사고를 치실려궁...
제가 얼마나 가슴 졸이며 서브했는줄 알아여??? 고객님은 제 마음 몰라여...
어쨋건 이글은 진심으로 추카 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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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회사에서 캐디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단체팀 중 한 팀을 배정받았다.
(이 단체팀 나갔다 오면 살아돌아오기 힘듬.
몇년 전 나도 생사를 오갔던 기억이..)
울팀은 60대 초반 정도?로 보여지는 3분과 40대 중반으로 보여지는
젊은분 한분이 계셨다. 뒷팀은 3인 플레이(아.. 왕 부러워..ㅠ.ㅠ)
야들아~ 나 먼저 고통의 길로 떠난다... 흑흑"
(뒷팀의 캐디들과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티샷을 하기전 인사를 후다닥 마치고,
60 대 초반 할아버님들이 티샷을 모두 마치고
이제 젊은피 40대 중반고객의 티샷을 지켜보려고 하던중...
나를 한번 유심히 보더니..
"아... 안되겠다. 난 뒷팀가서 쳐야겠다~~~ "
"뒷팀 언니가 더 이뽀~~~!!!! "하는것이다.
나를 욕하는 말임에도...
나는 그저 감사할뿐..
아 신이시여.. 저를 이렇게 못생기게 태어나게 해서
지금 이순간 만큼은 감사 감사!
이리하여 나는 3bags가 되었다.
졸지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온 기분??
티샷을 마치고 세컨샷 지점에 도착했다. 남은거리는 230 야드 이상...
이미 티샷전부터 울 팀은 "투온불가" 팀이라고.....
귀뜸을 해 주셨기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3분은 티샷전부터 정말로 말씀을 많이 하셨다.
마치 언어에 수도꼭지를 틀어놓은듯.. 쉬지않고...
티샷을 하면서도 임팩트 직전에도.. 달리는 110 카트 안에서도..
특히 장난꾸러기처럼 생기신 A고객님이 세컨샷을 하려다 말고
나를 부르며 말씀하셨다.
"언냐... 우리 단체팀중에 000 이라는 잉간이 있어...
그 잉간이랑 나랑 우드가 바뀌었대.. 지금 가서 3번 우드로 바꿔와~"
(참고로 말하자면 그분 빽에 있던 우드는 달랑 하나였는데.... 납작~한 4번 우드였다.)
아니...
저는 이미 세컨샷 서브를 하고 있는데....
제가 사라지면 서브는 누가...
뒤를 보니 팀은...주렁 주렁 비엔나 소세지처럼 줄지어 있고...
그래서 나는 무전을 해서 내 뒤에 뒷팀 캐디를 세컨 지점으로 불렀다.
000고객님은 우리랑 완전 반대쪽 코스에 배정이 되신 분이었다.
한 1분후 무전이 왔다.
" 언니 몇번 우드라구요? 그 고객님이 말씀하신건 3번 우드였죠?
근데 3번 우드는 없구요... 5번 7번 9번 ..11번 우드 있어요...
그리고 000 고객님은 현재 여기에 안나오셨습니다. "
"저 고객님.. 분명 3번 우드가 맞나여? 3번 우드는 없구..
5번부터~ 쭈욱 있다는데욥..."
"크... 3번 아니었나...? 그럼 기냥 5번으로 가꼬 오라구햇!!!!!!!!!"
(기냥...?? 그러다가 그것두 아니면 또 어쩔라구용...
)
"고객님 그러면.. 그 우드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요? 말씀해주시면..."
"몰러~ 그냥... 시커먼거... 시커먼 우드 하나 가꼬 오라구 해... 상표 같은거 몰러... "
결국 우드를 찾으러 간 언니에게서 또다시 무전이 온다.
000우드 5번... 000상표 7번... 0000상표 9번... 0000 11번... 대체 어느건지요...?
"에이 몰겄다. 걍 000 5번 가꼬 오라구햇!
틀리게 가져가면 이따가 전화 오겄지 뭐... "
그분의 요청에 따라 5번 우드를...
(원래 있던 우드랑은 완전 다른 분위기의 동그란 우드였다)가지구 왔다.
앞을 보구 옆을 보구 그립도 훔쳐보구 하더니..
고개를 몇번 갸우뚱 하시는 표정을 보니 잘못 가져온듯...
"왜요..? 아닌가요?? "
"아니. 맞는거 같기도 하구.. 아닌거 같기두 하고...."
옆에 있던 할아버님들도 이 모습을 보구 답답~ 했는지 한마디 하신다.
"아니 뭐 새로 산 우드였나?"
A할아버님 왈... 아니 10년 쓴 우드인데... 난 바뀐지도 모르고 계속 쳤는데..
어제 전화가 왔었거덩...
우드가 바뀌었다고...
"푸헤헤.. 아니 이 잉간아..
10년간 쓴 우드가 3번인지...5번인지도 모르고 쳤단 말이야?
그러니 니가.. 친구들한테 맞고 사는겨..."
"앗... 고건 비밀인데... 왜 언니한테 그런 이야기를... "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물었다. 아니 맞다니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할아버님께서
8.5도의 드라이버를 들고 연습 스윙을 뽐내며 내게 말씀하셨다.
사실 작년에... 내가.. 이 모임에 있는 친구한테... 싸대기를 맞았엉...
내가 티샷만 했다 하면... 공이 옆홀도 아닌 옆 옆 홀쪽으로 쳤거덩...
다들 나를 하찮게 여기고.. 나도 나를 하찮게 여겼지..
같이 치던 친구가 플레이 도중 내 싸대기를 때리면서....
"그런식으로 칠꺼면 다시는 모임에 나오지 마라!!!!!!!!!" 라고 말하는거야...
생전 연습을 안하던 나는... 싸대기를 맞고 눈물을 펑펑 흘렸고..
그 팅팅 부은 얼굴로 연습장이란 곳을 갔지..
울면서 연습을 했어...
울면서 퍼팅 연습을 했어...
연습장 프로가 버린 8.5도의 드라이버를
쓰레기통에서 주워서 울면서 드라이버를 날렸어.
역시... 매의 힘은 컸나봐.. 내가 달라졌거덩...
집에서도 술주정뱅이, 심각한 골초, 식충이였던 나...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살~살 꼬시는거야~
"저기... 2주치 약을 줄테니깐요~ 살고 싶으시면 딱 2주만 술 담배 끊으시고
운동 하시면서 이 약을 드셔보세요."
2주동안 눈물 콧물 다흘리면서 참았는데.. 2주후에 병원을 가니
또 의사가 나를 살살~ 꼬시는거야 ..
그 의사 은근히 매력이 있더라고... 자꾸 홀려들어가 ㅋㅋㅋ
딱 2주만 더 끊으면.. 3년을 더 살고... 골프를 쳐도 남들보다 비거리도 더 날꺼라나~
암튼.... 의학적인 힘!!!!!!과 귀싸대기의 힘!!!!!!!
그것이 나의 골프 실력 향상의 원동력이여...
내기를 안해서 그런지... 기브도 시원시원했다.
동반자 2분은 이번엔 꼭 A님이 메달리스트를해야 한다면서
은근히 내게 압력을 넣으셨다.
실제로는 9홀에 45개 정도 치신거 같았는데 스코어 카드엔 42개로 기록했다.
더블 보기를 하시면 다음 홀로 가는 카트안에서 내게 별의별 말씀을 다하시면서
나를 현혹시켰다.
" 언냐.... A가 성격이 좋잖아.. 언니두 느끼지?
(물론 술먹으면 개.. 야.. 하지만 오늘은 술안먹었어 )
그리고... A가 독거 노인이야.. 어렵게 산 사람이... 스코어도 어려우면 되겠어?
우승 한번 하장... 뭔말인지 알징?
네네네네~~~~~~~~~~~
첫 홀에 뒷팀에서 말씀하셨다.
A가 80대 치는걸 기다리느니... 아스팔트에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게 더빠르다..
A님은 내게 촉촉하고 부드러운 스코어를 기록해줘서..
고맙다며 웃으며 떠나셨다. 정말로 그분은 가짜 스코어 가트가 아니어도..
안정적인 보기 플레이어 정도는 되어보였다.
일을 마치고 와 보니.. 역시나.. 나만 생생하게 살아있고..
다른 캐디들은 거의 반 실신해 있었다.
야하하... 야들아.... 나도 이런 날이 있어야 좀 살지 않겠냐...
나라고 맨날 힘든 팀만 나가냥
...ㅋㅋㅋ나도 좀 살자.. 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