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개불이 "번쩍" 하고나서 약 3초 뒤에 천둥이 친다면 그 낙뢰는 대략 1km 정도 먼 곳에 떨어진 것이다. 번개를 본 시점은 동일해도 천둥소리는 낙뢰가 떨어진 거리에 따라 시차가 있다.
2. 영화 "모정(慕情) ~사랑은 아름다워라" 에서 윌리엄 홀덴이 한국전 종군기자로 왔다가 기사 작성 중에 폭사한다.
그의 사망 소식은 홍콩에 있는 연인 제니퍼 존스에게 도착 하는데,
조금 뒤에는 그가 살아 있을 때 한국에서 보낸 편지도 온다.
편지에 써여 있는 그는 아직 살아 있지만 죽었다는 소식은 그 보다 먼저 온 것. 실제 그가 죽은 시간도 전보가 도착하기 전이다.
3. 지구에서 10만 광년 거리의 별이 만약 1만 광년 전에 폭발해 사라졌다면, 그 이전에 그곳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계속 도달하는 9만 광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때 까지는 여전히 존재하는 걸로 인식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존재한다고 하기도 좀 거시기하다. 그 별도 내 눈에는 보이지만 오래전에 사라졌으니.
4. 만약 광속 이상으로 가는 로켓이 있다면 탑승한 우주인은 호흡, 세포의 생성과 사멸 등 모든 신체 활동이 인간이 상상을 할 수 없는 속도로 느려진다.
무한대에 가까운 속도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는 이론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서 숨도 쉬지 않는 상태이고 세포도 분열 안하고 그대로 정지해 있는 상태니까.
5.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광속으로 외계에 다녀 온 젊은 아버지가 임종을 맞이한 늙은 딸과 재후하는 장면을 그렸는데,
그건 흥행을 위해서 모녀가 만날 수 있게 시간 차이를 엄청 줄인 듯 하다. 광속을 넘어선다면 이렇게 개인 별로 시차가 생기고 그로 인해 서로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그러니까 광속으로 우주를 다녀 오면서 아버지가 몇 달을 살지 않은 동일한 기간에 딸은 지구에서 몇 십년을 살았으니 둘 사이에 당연히 시차가 생긴다.
그래서 그 딸은 많은 자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친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이 지구에서 우리와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존재"가 아니니 이젠 갈 길을 가시라고.
6. 그건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던 그 곳에 있던 아테네 시민 한 명이 당시 광속의 우주선을 타고 시간 여행을 갔다가, 며칠 만에 돌아와 보니 2023년 이더라 는 가정과 비슷하다.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셨던 그 감옥소란 "공간"은 "시간"이 엄청 흘렸어도 그 자리에 변함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동안 지구에서는 2,300여 년이 흘렸으니 우주를 광속으로 다녀온 젊은 아테네 시민은 그때 그 "공간"에는 서 있다 해도 그 "시간"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다.
7. 그런데 과학의 힘은 대단해서 이젠 흘려간 시간도 되돌린다.
예를 들어 상사와 통화했던 스마트 폰에는 녹음 기능이 있어 다시 확인 할 수도 있고,
옛날 카루소가 불렸던 "오 솔레 미오" 도 LP 판으로 언제라도 불려내 즐길 수 있다. 몇 십년 전에 제작한 "흘러간 명화" 모정(慕情)도 필름에 수록되어 세월이 아무리 흘렸어도 맘대로 볼 수 있다.
8. 최근 자료를 보니 이젠 뉴스, 드라마 등 거의 모든 자료를 카카오, 네이버에서도 불려내 볼 수 있다고 한다.
시간도 박제가 가능한 시대가 왔다.
그런데 며칠 전에 있었던 현대건설과 GS Caltex간 배구 시합을 다시 보려면 현실의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
그건 50여년 전 창동 희다방 3층에서 연극으로 봤던 이어령 선생의 "기적을 파는 백화점" 에서 여직원이 자기의 밤 시간을 조금씩 짤라내서 슬쩍슬쩍 팔다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예고 없이 찾아 온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것과 비슷하다.
즉 시간은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듯 해도 더 이상 불릴 수가 없는 듯.
현재 시간은 지나고 나면 되살리는 방법이 절대 없다.
9. 공간은 눈에 보이지만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공간을 보려 시간을 내서 멀리까지 여행도 간다.
그런데 보이는 공간만 중요할까 안 보이는 시간이 더 중할까?
~시간은 경치(공간)와 달리 목숨과 직결된다.
공간은 시간이 아무리 흘려도 존재하지만,
시간은 공간이 아무리 버티고 있어도 흘려가버린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일치해서 만드는 현실을 보람있게 사는데는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 만큼 보이지 않는 시간도 더 소중한 듯.
PS
제가 물리학은 잘 몰라서,
만약 이론적으로 속도가 무한대인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갔다가 왔다면 그 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하나도 흐르지 않아서 몸속의 세포들도 전혀 성장하지 않은, 출발했던 그 상태 그대로 돌아 올 수 있는 것 아닐까하는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첫댓글 "9. 공간은 눈에 보이지만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진리인데 참 마음에 와 닿네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게요.
시간은 안 보여서 평소에 그 큰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