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지역을 다녀와서
<가는 길에>
어제(2013.9.25) 아침까지 비가 왔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은 가을이 성큼 다가온 제법 쌀쌀한 날씨다. 모처럼 아들과 딸 집을 가는 것이라 아내는 김치, 젓갈, 버섯 등 각종 반찬과 밤, 과질 등 먹을 것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엊저녁까지 가지고 갈 짐을 거의 싸서 완전히 포장한 것은 차에 실었고, 들고 갈 것만 방에 두었다.
나는 여러 번 해외여행을 갔다 온 경험이 있으므로, 최소한 간단하게 짐을 꾸려 작은 가방과 배낭에 넣었다. 그러나 북경에서 골프를 칠 예정이므로 골프화는 챙겼으며, 골프채를 비롯한 다른 것은 현지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다. 일기예보에 “내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다.”는 말에 따라 바람막이와 긴 운동바지를 하나 더 넣었다.
며느리는 근심이 되었는지 엊저녁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북경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으니 가을 옷을 준비하라.”는 부탁과 함께 “내일 출발준비에 문제가 없느냐.”고 했다. 나에게도 비행기 편명을 묻기에 가르쳐 주었다.
이번 북경지역여행은 순전히 아들부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아들은 작년 5월에 직장을 따라 북경으로 나갔다. 며느리는 중견기업의 간부로 근무했었는데, 남편을 따라가기 위해 고민 끝에 사표를 내고, 금년 4월에 북경으로 갔다. 그들의 외동딸인 손녀는 서울에서 초등학교(3학년)에 다니다가 엄마와 같이 북경으로 가 국제학교에 편입했다.
아들 가족이 모두 북경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난 여름방학 때, 아들과 손녀가 평창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 때 그들이 올가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북경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그들이 중국으로 돌아간 다음, 아내와 며느리가 여러 번 통화한 끝에 어렵사리 이루어졌다. 아내는 배낭여행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지만, 아들집에서 자고 먹기 때문에 승낙한 것 같았다. 나도 모처럼 부부가 함께 여행할 기회라고 부추겼다.
드디어 8월 중순경 서울의 여행사에서 이메일로 우리의 북경 행 비행기티켓을 보내왔다. 아마 아들과 며느리가 협의해서, 중국 휴일인 국경절 전후로 날짜를 잡아 예매한 것 같았다. 나는 즉시 여권을 가지고 평창의 여행사를 찾아가 비자를 신청했더니 10일 만에 비자(3개월간)가 나왔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을 먹고(08:20), 가지고 갈 짐을 모두 차에 실었다. 앞으로 10여 일간 집을 비우게 되므로, 남은 밥과 찌개 등은 개 양식으로 주었다. 준비가 깡그리 끝나자 평창을 출발했다(09:00). 혹시나 차가 막힐 것을 생각해서 좀 일찍 떠났지만, 목요일 아침이라 아무 막힘없이 그대로 고속도로를 씽씽 달렸다. 다만 광교터널에서 북 수원IC까지 서행했다. 4차선에서 3차선으로 줄어드는데다, 보수작업으로 1차선을 또 막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부천 딸집에 도착(11:30)해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올 봄까지 평일에는 주차장에 차들이 별로 없었으나, 이제는 넓은 주차장의 3분의 1 정도 차가 있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승강기를 타려면 번호를 눌러야 문이 열리므로 딸을 불러내려 같이 짐을 옮겼다.
방까지 짐을 옮기자 땀이 비 오듯 해서 간단히 샤워를 했고, 아내는 아들집에 가지고 갈 짐을 재정리했다. 딸은 모래(9.28, 음 8.24)가 나의 생일이라며, 선물로 샌들을 한 켤레 주었다. 신고 다니던 샌들은 올 8월 몽골 배낭여행 시, 오래되어 망가져 버린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몽골 배낭여행에는 외손자와 함께 갔었다. 딸이 해주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사위와 외손들을 보지 못한 채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버스는 인천 시내를 돌아 공항으로 가는 차였다. 낮이라 승객이 적어 한 사람이 의자 2개를 차지해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 이곳을 지났어도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많거나 승용차로 가는 바람에 자세히 보지 못한 곳을 차창으로 내다보았다.
썰물이라 바닷물이 빠지자, 영종도 앞바다가 벌거벗은 채 맨몸을 드러내 보였다. 물이 차 있을 때는 그저 편편한 바다였으나, 물이 빠지자 여기도 작은 언덕과 웅덩이가 드러나 보였다. 저렇기 때문에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지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퉁불퉁한 해면은 붉은 해조류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나름 아름답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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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로 가는 길 풍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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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로 가는 길 풍경 2>
영종도에 공항이 들어서기 전에는 제법 큰 하나의 섬에 불과 했다. 그러나 공항이 들어서자 고속도로와 철도가 생기는 등 교통이 좋아지자, 개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지금도 공항으로 가는 길옆에는 곳곳에 아파트가 올라가고, 공장이 들어서며, 산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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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로 가는 길 풍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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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로 가는 길 풍경 4>
버스임에도 승객이 많지 않은 관계로 1시간여 만에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에 도착(16:06)했다. 어느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아야 할지 잘 알지 못해 대한항공(KAL)안내원에게 물었더니 “바로 옆에 있는 B카운터가 중국에 가는 물건을 부치고 탑승권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아직 탑승시간이 3시간이 남았음에도 B카운터에는 북경으로 가는 승객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나와 같이 만약의 사태를 생각해서 일찍 공항에 나온 것 같았다. 그러나 여러 창구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 차례가 왔다. 우리는 여행가방 2개를 부치고, 탑승권을 받아 의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안에 들어가서 면세점을 둘러보자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자동 입출국 신청과 함께 수속을 마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잘 돌아보지 않지만, 오늘은 아내의 뒷바라지를 하기로 했다. 화장품, 안경, 가방, 의류상점 등 1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전에 아들에게 선물 받았던 것과 같은 향수(kelvin) 1병을 사고 탑승할 22번 게이트를 찾았다.
이곳은 서향인데 마침 일몰시간이라, 붉은 해가 내일을 기약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낮에는 해가 움직이는 것을 잘 알 수 없으나, 질 때는 금방 산이나 바다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고, 정시에 공항을 출발(19:40)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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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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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바라본 해넘이 모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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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바라본 해넘이 모습 2>
“사는 집이나 여행을 할 때에는 이웃을 잘 만나야한다.”고 했던가. 아내는 창가에 나는 그 옆에 앉았고, 통로 쪽에는 중년여인이 앉았는데, 북경에 살고 있는 분이었다. 우리 3명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내식을 맛있게 먹었다. 비행기는 탑승한지 2시간이 흐르자, 북경수도공항에 도착(21:40, 중국시간 20:40)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출국장으로 나오자,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아들 차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중국시간 22:20)했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는 카드를 대야 열리고, 주차장소도 개인별로 지정되어 있어 다른 차들이 주차할 수 없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또한 주차장부터 승강기까지의 거리가 멀뿐더러 문틀이 높아 가방을 끌고 들어가기 힘들었다.
아파트로 올라가자 며느리와 손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손녀는 언제 들어도 은방울 같은 목소리가 아름다웠다. 샤워를 하고나자 며느리가 저녁을 준비한다고 했으나, 우리는 기내식을 먹었다며 사양했다. 며느리는 복숭아, 포도, 대추 등 과일을 내어놓았는데, 크고 윤택이 나며 맛이 기막히게 좋았다. 특히 대추가 무지하게 크고 달아, 우리 것과 비교되었다.
첫댓글 즐거우셨겠어요~좋은 여행 이 됐군요
남진님이 1등으로 오셨네요.
북경댕겨 오셧군여~ㅎ
자세한 설명이 영화 보는거 같네여~
가족끼리의 여행이라 안 올릴려고 하다가 올렸어요.
혹시 북경지역에 가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요~~~
아기자기한 가족간의 사랑이 엿보이네요.
안영희님 고마워요~~~
북경에 다녀오셨군요.
아드님이 북경에 정착을 하나봅니다.
그래도 한국과 북경 사이가 그리 멀지 않으니 조금은 위안이 되려나요.....^^
멀리 독일에서 날아 오셨네요.
아미랑님 잘 계시죠~~~
잔잔하게 흐르는 가족애가 보입니다~~
몽골에는 락규랑 같이 가셨었군요~~
이제 많이 컷을 락규가 보고싶네요 ㅎㅎ
에덴동산님 바쁘실텐데 여기까지~~~
오랫만에 들려서 백호님 행복한 가족 여행기 봅니다
언제 또 여행같이 해 야지요.?
내년에 함께 여행갈 날이 있을거예요. 잘 계시죠~~~
오랜만에 여행기를 보며 반가워습니다.
평창에 사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