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여드레.
오늘은 호박죽을 쑤기로 한 날이에요.
인제할머니긴호박 씨앗도 받고, 마을 삼촌이 나눠주신 늙은 호박도 썰고
우리가 거둔 흰팥, 개골팥, 남사차수수도 죽에 넣어서 같이 끓여 먹기로 했어요.
팥은 전날 미리 불려서 한 번 삶아두고, 남사차수수도 미리 불려두었어요.
둘러앉아 인사 나누고 늙은 인제할머니긴호박 썰고 씨앗 골랐어요.
나눔받은 멧돌호박도 썰고 껍질 벗겨주었어요.
잘 익은 호박에서 수박냄새가 나서 수박 먹고 싶다고도 하고
당근빛깔이 나서 당근 먹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지요. ^^
돌아가면서 호박을 썰었어요.
썬 호박은 커다란 냄비에 팥과 남사차수수 넣고 푹 끓여주었어요.
호박죽 끓는 사이에 우리가 거둔 메주콩으로 콩나물을 길러보기로 했어요.
아래에 작은 구멍이 뚫린 항아리가 있어서 콩이 빠지지 않개 양파망을 깔고 메주콩 넣었어요.
물 주고, 물 빠지길 기다렸다가 쟁반에 받쳤어요.
콩나물은 어둡고 따뜻한 곳에서 길러야 해서 신문지로 덮어서 끈으로 묶어주었어요.
이제 돌아가며 날마다 물 주고 마음 나누기로 했어요.
호박죽은 새참 시간에 먹었어요.
흰팥, 개골팥, 남사차수수가 들어가서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고 담백한 단맛이 나는 호박죽이었어요.
인제할머니 긴호박 씨앗은 깨끗이 씻어서 말려두었어요.
호박 하나에 이렇게 많은 씨가 들어있다니 신기했어요.
봄에 씨앗 나눔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어 기뻤지요.
대설 열닷새
동지를 하루 앞두고 눈이 무척 많이 내렸어요.
지난 주부터 기르기 시작한 콩나물은 한 주만에 이만큼 자랐어요.
오늘은 겨우내 따뜻하고 새콤달콤하게 마실 수 있는 레몬청을 담그기로 했어요.
동지잔치 때 이모삼촌 선생님들께 선물도 하려고 해요.
한 해 동안 마을학교 학생들 가르쳐주시고 돌봐주신 이모삼촌께 고마운 마음 전하려고요.
둘러앉아서 레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어떤 순서로 레몬청 담글지도 배웠어요.
제주에서 자연농법으로 기르신 레몬을 보내주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담갔습니다.
레몬 양쪽 꼭지를 조금 잘라내고 반으로 자른 다음 얇게 썰어요.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것 잘 보고 손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칼질 합니다.
썰다가 레몬 씨가 나오면 빼줍니다.
열탕소독한 유리병을 준비해요.
썰어둔 레몬 무게를 재요.
상큼한 레몬 향기를 맡으니 입 안에 침이 고여요.
한 조각씩 먹어 보았어요.
학생들이 생각보다 시지 않다고 하네요. 표정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
레몬 무게를 잰 다음 같은 무게의 설탕을 넣고 잘 버무려 줍니다.
병에 레몬을 넣고 설탕을 위에 부을 수도 있지만
설탕이 잘 녹을 수 있게 버무려서 병에 담기로 했어요.
설탕에 버무린 레몬을 병에 담아요.
한쪽에선 병 뚜껑에 이름표를 붙여주었어요.
빛칠하기 종이를 동그랗게 찢어서 아름다운마을학교 레몬청이라고 쓴 다음
뚜껑에 붙여줍니다.
선물하려고 작은 병에 담고 남은 것은 큰 유리병에 담아두었어요.
겨우내 학교에서 맛있게 먹겠지요?
대설에 많은 눈이 내려서 실컷 눈놀이 할 수 있었어요.
점심 시간에 학교 마당에서 눈사람 만들며 놀았습니다.
겨울 하늘땅살이도 알차게 하고 있어요.
첫댓글 직접 하늘땅살이 한 작물로 맛있게 나눠먹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이 없지요. 한 해 맑고밝음이 깃든 작물들 몸에 들이고 새 힘 얻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