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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장병수 사장(사진 왼쪽부터)이 이대호에게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시상하고 있다(사진=롯데) |
일사천리로 진행하던 9구단 창단 논의가 중단됐다. 1월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애초 예상과는 달리 9구단 창단 기업을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레 이사회는 신규 구단 심사기준 마련을 주장하며 9구단 창단 심사를 뒤로 미뤘다.
이사회에 참가했던 모 구단 사장은 “전체 프로야구판을 확장해야 한다는 명분론에 대부분의 구단 사장이 동의했다”며 “그러나 프로야구 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 신규 구단에 대한 최소한의 심사기준은 있어야 한다는 현실론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규 구단 창단 전, 과연 신규 구단이 프로야구판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 영속적으로 구단을 운영할지를 따지겠다는 이사회의 목소리는 분명히 일리가 있다. 특히나 대다수 사장은 ‘무조건 8개 구단 체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히어로즈의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승인했다고 믿고 있다. 사장들 가운데 일부가 “9구단 창단보다 시급한 문제가 바로 히어로즈의 정상화”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신규구단 창단 심사기준 마련이 9구단 창단의 선결과제라면 뜻밖에 빨리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이사회가 내세운 심사기준인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 야구단에 대한 열정, 야구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는 의지 등은 오랜 검토 없이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 구단 사장은 “설령 KBO가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맞는 기업이 나온다손 쳐도 경남 창원시를 기반으로 한 신규 구단 창단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롯데의 극렬한 반대 때문이었다.
9구단 창단 논의에 침묵했던 롯데가 돌변한 과정 6경기 남짓 열리는 롯데 경기를 보려고 창원 야구팬들은 1년을 기다린다(사진=롯데)
지난해 9구단 창단 논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롯데는 반대의 뜻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창원이 프로야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엔씨소프트가 창원을 연고지로 한 9구단 창단 의사를 밝히면서 태도가 돌변했다. ‘제2 연고지’ 격인 창원을 고스란히 내줘야 한다니, 롯데로선 불쾌할 만도 했다.
롯데가 공개적으로 9구단 창단 반대 의사를 표명한 건 지난해 10월 26일 KBO와 창원시가 9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무렵이었다.
롯데는 MOU 체결 전 보도자료를 통해 “1982년 부산-경남 지역을 연고로 출범한 롯데 자이언츠는 이 지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KBO와 창원시가 사전에 구단과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고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공식 견해를 밝혔다.
‘유감’으로 마무리했지만, 사석에서 롯데 구단 고위층은 “어떻게 KBO가 우리와 상의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있느냐”라며 KBO에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그래도 이때만 해도 롯데 내부 분위기는 ‘KBO에 섭섭하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MOU가 체결되고, 엔씨소프트가 창단 유력기업으로 전면에 나서며 ‘섭섭한 감정’은 ‘결사반대’로 바뀌었다. 11일 이사회에 앞서 롯데 장병수 사장은 “때 이른 창단 논의는 이제야 자생력을 갖춰 가는 프로야구 발전에 오히려 해악”이라고 주장하고서 “지금은 외형 확장보단 내실을 기할 때”라며 9구단 창단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사회에서 장 사장은 자신의 뜻을 충분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先) 심사기준 마련, 후(後) 창단 기업 선정’을 주장하고, 끝내 관철한 것도 장 사장의 공이 컸다.
이사회가 끝나고서 <스포츠춘추>는 장 사장과 9구단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장 사장은 “다른 구단 사장들도 9구단 대세론에 밀려 외부에 말을 못해서 그렇지, 이사회에선 9구단 창단을 모두 우려했다”라며 “롯데만 유독 (9구단 창단에) 반대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 사장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스포츠춘추>의 취재결과 이사회에서 8개 구단 사장들은 ‘리그 확장’에는 공감하나, 과연 9구단 창단이 현 시점에 필요한지에 관해선 이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나 ‘무조건적인 리그 확장’엔 우려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회에 참가한 어느 사장은 이사회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9구단 창단 명분엔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8개 구단 체재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과연 9구단 창단이 꼭 필요하냐’란 롯데의 지적에 대해서도 사장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신규 구단 심사기준 마련’이었다. 우리 현실에서 몇 개 구단 체재가 적절하고, 어떤 기업이 파트너로 타당한지 심사기준을 마련하자는 건 롯데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부분 구단 사장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다른 구단 사장들과 롯데 장 사장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다른 구단 사장들이 ‘이참에 신규 구단 참여와 관련한 객관적 심사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근본 배경은 ‘리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객관적 심사기준을 통과하고, 리그의 안정적 운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기업이 아니라면 9구단 창단에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달랐다. ‘객관적 심사기준과 상관없이 9구단 창단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여기다 ‘시기상조론’이 특정 지역과 기업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롯데가 내세우는 ‘9구단 시기상조’의 세 가지 이유 롯데는 최고의 선수들이 뛰고, 최고의 팬이 지지하는 구단이다(사진=롯데)
장 사장은 <스포츠춘추>에 ‘어째서 9구단 창단이 시기상조인가’를 세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먼저, 연고지의 타당성 문제다. 프로야구는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다.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팀을 사랑하는 애향심이 중요하다. 프로야구를 제외한 여타 프로스포츠 운영이 잘되지 않는 이유도 ‘내 지역팀’을 사랑하는 애향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를 보라. 엔씨소프트가 창원에 무슨 연고라도 있나? 엔씨소프트 사주가 경남 출신인가? 아니다. 연고가 전혀 없다. 반면 우리 롯데만 해도 신격호 회장님의 고향이 경남 울산이고, 부산은 제2의 고향이시다. 삼성 역시 고 이병철 회장님이 기업을 창업하신 곳이 대구 아닌가. 가뜩이나 신규구단에다 연고까지 없는 엔씨소프트가 창원을 연고지로 삼는다면 기본 관중을 동원하는 일도 벅찰 게 뻔하다.”
장 사장이 두 번째로 꼽은 ‘시기상조론’의 이유는 신규 구단 세력이 대기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올해로 대기업이 프로야구팀을 운영한 지 30년이 됐다. 하지만, 어느 구단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 구단은 모그룹으로부터 광고비조로 120억 원을 지원받았다. 지금처럼 적자구조의 프로야구에선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모기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팬이 많기로 소문난’ 우리 롯데도 오랫동안 성적이 나빠 관중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는 69명이 구장을 찾은 적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투자를 해야 한다. 롯데를 봐라. 한창 성적이 부진하던 2007년 10월에 상동 2군 훈련장을 만들지 않았나. 육성을 화두로 엄청난 투자를 했다. 앞으로 2군 훈련장이 없는 구단은 구단도 아니다. 정작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프로야구단 운영엔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최소한 10조 이상의 매출에 1조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대기업이 아니면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장 사장이 마지막으로 내세운 시기상조론의 배경은 선수수급문제였다.
“엔씨소프트가 신규 구단으로 확정된다고 치자. 1군 선수들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현 KBO 야구규약대로 선수들을 충원하면 10년이 걸려도 정상궤도에 오르기 힘들다(주 : 야구규약엔 신생구단 창단 시 2년간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권 부여, 각 구단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지원, 2년간 외국인 선수 3명 등록에 2명 출전, 2년간 1군 엔트리 등록인원 1명 등을 지원하도록 명기돼 있다) 유망주 육성은 더 어렵다. 2군에서 뛰는 40여 명의 선수를 육성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구단들을 봐라.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KBO의 뜻대로 엉성하게 선수수급을 했다간 엔씨소프트는 만년 꼴찌팀이 될 것이고, 이것은 전체 프로야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야구 자체가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장 사장은 결론적으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정해 아무나 프로야구판에 들어올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9구단 창단 논의는 한 시즌 관중이 800만 혹은 1천만 명을 돌파했을 때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행은 그룹 총수의 고향이 아니라 팀 성적과 구단 운영에서 좌우된다 종업원 수를 비롯한 외형 규모로 기업을 순위 매기던 시대는 지났다. 구글은 전세계 2만 명이 조금 넘는 직원으로 롯데보다 훨씬 많은 순익을 거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순익률 면에선 롯데를 압도한다. 아직도 철지난 '외형 규모로 기업을 판단'하는 CEO가 있다면 그 CEO의 경영관과 철학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사진=롯데)
장 사장의 일목요연한 ‘9구단 창단 시기상조론’은 이사회에서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야구계에서도 장 사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일부 사장과 야구인들은 장 사장의 주장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먼저 장 사장이 ‘시기상조론’의 첫 번째 이유로 꼽은 애향심이다. 장 사장의 말대로 애향심은 프로구단 운영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프로야구 출범 시 프로야구단의 연고지도 대기업 총수의 출신지와 기업 태동지에 따라 결정된 게 사실이었다. 이용일 KBO 초대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롯데와 두산은 총수의 출신지가, 삼미와 삼성은 기업의 태동지가 연고지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이미 독자적인 프로야구단 창단계획이 있던 MBC는 프리미엄 차원에서 서울 연고지를 얻을 수 있었고, 해태는 재무부로부터 40억 원의 구제금융을 알선받는 조건으로 광주지역을 연고지로 결정했다. 6개 팀 가운데 4개 팀의 모그룹과 연고지가 특수한 관계에 있던 것이다.”
훗날 빙그레(한화의 전신)가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7구단을 창단한 것도, 쌍방울이 전주를 연고지로 삼은 것도 총수나 기업이 해당 연고지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많은 야구인은 “그룹회장의 고향과 기업 태동지를 중심으로 프로야구단의 연고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에나 유효한 것”이라며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프랜차이즈 선정이 어떻게 지연과 혈연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1990년 이후 프로야구판에 뛰어든 LG와 현대, 히어로즈는 연고지와 별 관계가 없었다. 물론 그 구단들이 기존 구단들을 인수하는 통에 자신들이 원하는 연고지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설령 기업 총수의 고향을 연고지로 삼았다고 해도 대세엔 큰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LG만 해도 1990년 창단 뒤 2000년대 초반까지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었던 이유는 팀 성적이 좋고,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모 야구해설가는 “연고지 팬 가운데 그 팀을 기업 총수의 고향이라서, 기업 태동지라서 사랑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만 놓고 봐도 그렇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고향이 경남이라서 부산팬들이 롯데를 더 사랑했겠는가. 롯데가 부산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해 일거리 창출이라도 기여했는가. 한때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이 69명이었던 건 모 감독 재임 시 구단 운영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고, 팀 성적 역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관중이 차기 시작한 건 2008년 이후 팀 성적이 오르고, 재미나고 화끈한 경기를 펼친 까닭이었다.
엔씨소프트가 창원과 별 연고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관중 동원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팀 성적을 올리고, 과거 LG처럼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새 바람을 주도한다면 관중 동원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누구보다 롯데가 그걸 증명하지 않았는가.
롯데그룹이 주창하는 ‘미래 경영 비전’의 핵심은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한 세계시장 선도’다. 모그룹이 ‘글로벌 감각’에 사활을 건 지금, 롯데 구단이 아직도 철 지난 지연, 혈연을 프로야구단 연고지 확정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건 아이러니다.
되레 정치적 입김과 권유로 프로야구판에 뛰어든 원년 구단들과 달리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공개되지 않은 2개사는 자발적으로 프로야구판에 참여하길 바라는 기업들이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자발적 참여다. 창원시 역시 시민의 휴식처인 야구장을 매개로 돈벌이하려는 여타 시와는 반대로 프로야구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태세다. 시가 하지 못하는 시민의 안락과 여가생활을 프로야구팀이 대신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작 롯데가 애향심을 매개로 설득해야 할 곳은 새 구장 건설을 비롯한 야구 인프라 확충엔 미온적이면서도 사직구장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부산시가 아닐까.
롯데는 1982년을 잊었는가 1982년까지만 해도 롯데는 대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사진=롯데)
장 사장이 주장한 ‘시기상조론’의 두 번째 이유인 ‘최소 10조 원 이상의 매출 1조 이상의 순이익 달성 기업의 프로야구 참여’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인 61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기준만 따지면 삼성, LG, 현대·기아차, SK에 이어 재계 5위다. 2009년도 롯데는 매출 규모에서 5위였다. 그러나 순익 면에서 당시 롯데는 3조 1천억 원의 순익을 남겨 SK보다 5천억 원보다 많았다. 롯데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란 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프로야구에 참여하는 다른 대기업들도 매출 10조 원 이상, 순익 1조 원 이상의 기업들이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의 2009년 매출규모는 6천347억 원, 순익은 1천845억 원에 불과했다. 눈에 보이는 그래프로만 본다면 엔씨소프트는 대기업 입장에선 프로야구판에 들어올 ‘깜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매출 대비 순익률이 30%에 이르는 알짜 기업이다. 게다가 부채도 전혀 없다. 프로야구단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 안정성에 주목한다면 오히려 엔씨소프트가 비금융 계열사의 부채비율이 2009년 기준 50.3%를 기록하고, 지난해만 3조 5천627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보다 낫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대기업=불패신화’를 토대로 ‘대기업만이 프로야구판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기업 불패신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라진 지 오래다. 유수의 대기업도 경영에 실패하고,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으면 순식간에 소멸하는 세상이다.
대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한다고 영속적으로 운영될 거라는 확신도 없다. 현대 유니콘스는 모기업이 중소기업이라서, 해체 위기까지 몰렸나?
장 사장의 말대로 프로야구는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은 모그룹으로부터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타 쓴다. 하지만, 2008년 히어로즈가 프로야구판에 참여하며 모그룹의 지원으로부터 독립된 야구단이 생겼다. 물론 장 사장은 “히어로즈가 정상적인 구단이냐”고 묻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구단을 상대로 의혹에 둘러싸인 트레이드를 2번이나 한 팀이 바로 롯데였다.
장 사장의 냉철한 지적대로 롯데는 2000년대 중반 관중 가뭄에 시달렸다. 그래서 뒤늦게 2군 훈련장을 지었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덕분에 2008년 이후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성공했다.
‘2군 훈련장이 없는 야구단은 야구단도 아니다’라는 명제가 맞는다면 롯데는 2007년 이전까지 야구단도 아니었다. 롯데가 유수의 대기업일지 몰라도 야구단 투자는 어느 대기업보다 인색했다. 오죽했으면 ‘프로야구 최고의 짠돌이 구단’으로 불렸겠는가.
롯데가 2000년대 중반 준수한 구장과 최고의 연고지, 이보다 최고의 팬들을 보유하고도 관중 가뭄에 시달리며 골수팬들로부터 “부산을 떠나라”고 비난받았던 이유는 대기업임에도 대기업답지 않게 투자에 인색했고, 구단 운영이 대기업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조악했기 때문이었다.
최소 10조 원 이상의 매출과 1조 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면 뭐하나. 과거 롯데처럼 야구단 투자에 인색하면 공염불이다. 실제로 롯데는 적은 운영비로도 프로야구단을 수십 년 동안 운영할 수 있다는 사례를 몸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25년이 흘러 2군 연습장을 지은 롯데라면 ‘첫술에 배부르지 않을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야구계는 젊은 감각으로 뭉친 9구단 창단 세력이 어느 구단도 해내지 못한 참신한 마케팅과 신경영으로 프로야구판을 보다 건강하게 발전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의향서 제출 소식이 들렸을 때 환영했던 것이다.
더 고무적인 건 창원시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프로야구단 유치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창원시가 내세운 새 구장 건설과 장기임대는 프로야구단의 흑자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롯데가 잊고 있었다면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창단을 제의받은 삼성은 처음에 참여를 주저했다. 이유는 딴 게 아니었다. “삼성을 제외한 프로야구단 창단 기업들이 대그룹이 아니라 ‘조무래기들’이어서”였다. 프로야구 출범 논의가 한창이던 1984년 롯데의 재계 순위는 49위였다.
롯데 장병수 사장이 신인선수들에게 입단 반지를 주고 있다. 9구단과 관련해 롯데의 입장이 '떼'로 비치지 않으려면 보다 객관적인 논거가 필요하다. 그래야 야구계와 팬들도 수긍할 것이다(사진=롯데)
장 사장이 내세운 ‘시기상조론’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건 선수수급 문제다. 장 사장의 지적대로 지금의 야구규약을 적용하면 9구단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건 10년 이상이 걸릴지 모른다. 10년 동안 하위권에 쳐지면 그 팀을 응원할 팬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게 ‘지혜’와 ‘양보’ 그리고 ‘인내’다. 야구계는 9구단 창단 시 현 야구규약을 일부 개정해 보호선수를 축소하고 1명 이상의 선수를 신규 구단에 내주고, 신인선수 우선지명권도 2년이 아닌 그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 확대는 선수협도 동의한 만큼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장 사장을 포함한 일부 야구인이 우려 대신 양보에 앞장선다면 선수수급 문제는 뜻밖에 쉽게 풀어질 수 있다.
물론 기존 8개 구단이 적극적으로 양보해도 9구단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덴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빙그레와 쌍방울의 예에서 보듯 그 시간은 10년이 넘지 않을 수도 있다. 9구단 창단 기업이 야구단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전력극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그 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다.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의 6경기를 보려고 창원 야구팬들은 1년을 기다린다. 창원 야구팬들의 인내심을 기른 건 롯데였다. 이번엔 롯데가 인내심을 바탕으로 9구단이 성장하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
롯데는 치킨만 통이 크나 도시연고제를 추구하는 현 프로야구에서 롯데가 창원의 연고권을 주장할 근거는 1%도 없다. 만약 창원을 잃어 섭섭하다면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롯데의 입장을 전해들었다. 이젠 섭섭함을 뛰어넘은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사진=롯데마트)
롯데의 9구단 창단 시기상조론은 타당한 면이 많다. 야구계도 많은 부분 수긍한다. 신규 구단 창단 기준을 마련하자는 주장에 다른 구장 사장들이 동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의 시기상조론이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님비(NIMBY)현상으로 비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롯데가 내세우는 시기상조론이 지나치게 엔씨소프트와 창원시를 겨냥했고, 장 사장이 내세운 이유도 2011년의 시대상과는 다소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한국프로야구의 명문구단이다. 프로야구의 흥행을 선도하는 제일구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선도구단다운 대범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롯데마트가 5천 원짜리 ‘통큰치킨’을 출시했을 때 ‘영세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일부 지지를 받은 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혁신적 발상으로 시장의 역동성을 이끈다’는 점 때문이었다.
통큰치킨을 옹호한 경제전문가들은 통큰치킨 판매가 중단됐을 때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그 외의 논리가 개입되면 경쟁이 줄어 새로운 제품, 새로운 경영방식 등의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고 시장의 역동성마저 사라진다”며 “경쟁을 막는 건 산업과 기업의 갱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경제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구단이야말로 야구계의 통큰치킨이다. 야구소비자인 야구팬이 원하고, 생산비용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창원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데다 9구단 창단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혁신적 마케팅과 신경영으로 프로야구 발전을 이끌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 롯데 구단에 묻고 싶다. 통큰치킨과 9구단이 뭐가 다르냐고. 만약 그래도 9구단 창단에 반대하고 싶다면 더 그럴싸한 논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기사출처: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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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까대기 장난아님..ㅋㅋㅋ 탈탈 털리네..ㅋ
그렇게 털려도 눈하나 깜빡할놈들이 아니지 ㅋ
근데 박동희 이 사람은 딱히...ㅡ.ㅡ
정말... 무슨 사주의 고향이 경남쪽이라... 아니면 그쪽에서 시작한 기업이라... 애향심 운운할때 이건 무슨 코미디인가 생각밖에 안들었네요. 그렇게 따지면 차라리 일본으로 롯데는 돌아가시지.. 왜 한국까지 와서 프로구단 하시는지. -_- 아... 그리고 만약 롯데 총수가 서울이나 전라도 사람으로 바뀌면 롯데는 이사가야 되는건가요? 맞는 논리인가? 어느지역에서 생긴 기업이냐를 따르는 논리라면 롯데는 일본으로 당장 돌아가셔야 할테고 아니면 기업총수의 출신지가 기준이라면 롯데는 기업총수가 다른 지역 출신인 사람으로 바뀐다면 미국이나 아니면 북한으로라도 갈 의향이 있는건지?